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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히나 씨와 함께 한국 여행을!!! #11 -완결편-

ㅇㅇ(211.200) 2019.12.09 00: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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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맑음 소녀가 돼야 하는 거야? 전편 링크

히나 씨의 성격이 변했어?! 전편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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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 말을 들은 순간, 나는 머릿속이 새하얘지면서 그저 멍하기만 했다.


마치 오감이 세상으로부터 단절된 것만 같다.


그렇게 히나 씨의 서글픈 오열을 몇 초 동안 지켜만 보다가,


“히나 씨도 참, 장난이 심하세요. 이젠 안 속는다니까요.”


고개를 절레절레 내흔들면서 헛웃음을 지었다.


“또 그러시겠죠? ‘호다카, 여전히 진지하네~’ 이러면서 볼 꼬집으실 거잖아요. 훤히 보여요.”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흐, 흐흐흐흐흑…….”


히나 씨의 오열은 여전히 멈추질 않는다. 아니, 오히려 갈수록 깊어져만 간다.


“히나 씨.”


그제야 나는 냉혹한 현실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침을 꿀꺽 삼켰다.


“왜요? 무슨 일이에요? 또 맑음 소녀가 되신 건 아니죠? 몸도 멀쩡하셨는데.”


“그, 그게……. 안 좋은 병에 걸렸어…….”


히나 씨는 눈물과 콧물을 소매로 훔치고 퉁퉁 부어오른 눈으로 다시 나를 마주보았다.


“안 좋은 병이요? 뭔데요?”


그러자 문득 불길한 기억 몇 장면이 뇌리를 번개처럼 스친다.


배를 탔을 때부터 비정상적으로 계속 이어졌던 구토, 단순히 멀미라고 생각했는데 설마?


“……췌장암.”


히나 씨는 힘겹게 입술을 떼며 자신의 병명을 털어놓았다.


“말기야.”


“네?”


그 말을 들은 순간, 억장이 와르르 무너지는 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나는 이성을 잃고 히나 씨의 어깨를 붙잡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직 젊은데 암이라니요?! 분명히 검사가 잘못된 걸 거예요! 돈은 제가 부담할 테니까, 대학병원에서 다시 검사 해봐요!”


“두 번, 세 번까지 검사했어……. 틀림없대.”


히나 씨는 약처럼 쓴 한숨을 토했다.


“사실 몇 달 전부터 몸은 안 좋았는데, 호다카나 나기한테 걱정을 끼칠까봐 몰래 숨기고 있었어.”


“호, 혹시 치료될 가능성은 없나요? 얼마나 남았대요?!”


“마음의 준비를 하래. 길어야 석 달이라고…….”


“석 달?”


이제야 모든 의문이 풀린다.


그렇구나, 너무 늦게 깨달았다.


처음으로 성관계를 맺은 그날 새벽, 아홉 달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히나 씨가 갑자기 펑펑 운 이유.


단순한 취기가 아니었다.


출산까지 자신의 명줄이 남지 않았다는 걸 깨달은 비통이었다.


그렇다면 억지로 행복한 척하며 짓던 그 인위적인 미소도…….


“미안해, 호다카. 사실 그 방송국 이벤트도 그저 운으로 당첨된 게 아니야.”


“설마?”


“내 사연을 따로 적어서 보냈더니 관계자 분이 몰래 넣어주신 거야. 이대로 죽기 전에 호다카랑 마지막 추억을 남기고 싶어서…….”


히나 씨의 고백을 모두 듣자, 나는 간신히 붙잡고 있던 이성의 끈을 놓아버렸다.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이건 말도 안 돼!


내가 어떤 고생 끝에 저 하늘 위에서 데려온 분인데!


“히나 씨!”


나도 결국 홍수에 터진 댐처럼 눈물을 터뜨리며 히나 씨를 와락 껴안았다.


“이대로는 못 놔드려요! 절 놔두고 어딜 가세요? 나기는요?!”


“호다카…….”


“분명히 방법이 있을 거예요! 우린 저 하늘 위에서도 살아서 돌아왔잖아요! 그런 잔병 따위는 아무 것도 아니에요! 그렇죠?”


“흐, 흐흐흐흑…….”


히나 씨는 차마 입을 떼지 못하고 울음소리만을 흘렸다. 이미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넌 사람만 같았다.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이해하기 싫다. 아니, 받아들이기 싫다.


신은 이렇게 선량한 분에게 왜 수명을 주시지 않은 걸까? 도대체 왜?


그날, 나와 히나 씨는 서로를 껴안고 오열하며 새벽을 지새웠다.


한 칸씩 돌아가는 초침이 야속하기만 하다.






아마노 히나.


2006년 8월 22일 출생.


2026년 2월 13일 사망.


향년 19세.


히나 씨는 여행을 마치고 귀국한 뒤, 정확히 두 달 반 뒤에 돌아가셨다.


부모님도 없이 어린 남동생과 단둘이서 2DK 원룸에서 지내던 소녀가장,


화창한 날씨로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과 행복을 나눠주던 맑음 소녀,


한 줄기 빛을 쫓아가던 내 앞에 나타나서 구원자처럼 손을 뻗던 그 천사는,


이제 막 꽃을 피우려는 나이에 병상에서 숨을 거두고 말았다.


“히나 씨…….”


나는 검은 정장을 걸친 채로 점잖게 서서 애써 평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미 눈물샘은 사막의 모래바닥처럼 메말라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히나 씨의 병상에서 몇 시간을 울었는지 기억조차 안 난다.


며칠 전 숨을 거두던 순간, 히나 씨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호다카’였다.


“누나, 누나아아아아―! 흐아아아앙―!!!”


하지만 나기는 다른 모양이다.


어느덧 제법 성숙해서 변성기까지 왔지만, 영정을 붙잡고 엉엉 우는 모습은 열 살 무렵과 똑같았다.


그걸 보자 죄책감이 샘솟았다.


나랑 여행을 가지 않고 병원에서 일찍 요양했으면, 단 며칠이라도 살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


히나 씨의 장례식에는 의외로 많은 조문객들이 찾아오셨다.


나와 나기, 스가 씨와 나츠미 씨뿐만이 아니다.


5년 전, 맑음 소녀 의뢰를 하면서 잠깐 스치고 지나간 인연들이 대부분 모였다.


결혼식을 바깥에서 치르고 싶다던 신부, 유성우를 관찰하려던 학생들, 프리큐어 코스프레 팀, 경마장 도박꾼 아저씨 등등.


그때 맑은 날씨들은 겨우 몇 시간 지속됐을 뿐이지만, 이렇게 사람들의 마음을 몇 년이나 이어주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이음새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단색의 초상화가 되어 우리를 향해 활짝 웃고만 계실 뿐.


“어?”


그때였다.


조문객 중 누군가가 내 바로 옆자리에 끼어들어 고개를 내밀었다.


나보다 키가 더 훤칠한 남자다.


누군지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맑음 소녀 일을 하던 시절, 밖에서 오봉 제사를 지낼 수 있도록 의뢰를 하신 할머니의 손자 분.


이름은 모르지만, 어렴풋한 기억을 더듬어보니 성은 타치바나 씨였던 것 같다.


“너,”


그런데 그 손자 분이 고개를 돌려 나를 물끄러미 응시하더니,


“꿈을 꾸고 있구나?”


“네?”


웬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신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물으려던 찰나, 갑자기 등 뒤에 숨기고 있던 무언가를 불쑥 내미는 타치바나 씨.


작은 쟁반이다.


음? 잠깐, 쟁반?


“수박 먹을래?”


영문을 몰라 그저 어안이 벙벙하고 있는데, 타치바나 씨는 가장 큰 수박 조각 하나를 들고는 내 입에 쑤셔 넣기 시작했다.


“으으으읍―!”


차갑고 달콤한 과육이 내 혀와 잇몸을 압박한다. 이렇게 불쾌한 단맛은 처음이다.


“자, 수박은 최고의 음식이란다.”


“으으으으으읍―!”


타치바나 씨는 내 저항을 무시하고 수박 조각을 계속해서 목구멍에 밀어 넣었다.


그러자 숨이 막히면서 정신이 아찔해지고 시야까지 캄캄해졌다. 마치 프로포폴에 중독된 것처럼.


곧이어 나는 의식의 끝자락을 놓고 장례식장 한복판에서 풀썩 쓰러지고 말았다.






“……다카!”


응, 누구지?


죽은 듯이 암전된 내 의식을 누군가 일으켜 세운다.


노이즈와 에코가 잔뜩 낀 목소리지만, 감각이 서서히 돌아오면서 또렷하게 들린다.


“호다카! 호다카!”


굉장히 낯익은 목소리다.


요요기 회관의 옥상에서 밝은 해를 부르며 내게 악수를 건넨 그 소녀.


설마?


“히나 씨?!”


나는 벌떡 몸을 일으키며 눈을 떴다. 그러자 따사로운 햇살이 침투해서 시야를 방해한다.


하지만 그것만은 확실히 보였다. 나를 불러일으킨 소녀의 실루엣.


“많이 피곤해? 그냥 놔두려고 했는데, 이대로는 오전 다 지나겠다 싶어서 깨웠어. 혹시 더 잘래?”


“히나 씨…….”


곧이어 흐릿한 시야가 돌아오자 그리워 마지않은 그 얼굴이 똑똑히 보였다.


그녀다. 아마노 히나.


“어, 잠깐만요.”


히나 씨는 분명히 며칠 전에 췌장암으로 돌아가셨는데? 그렇다면…….


“히나 씨, 혹시 여기 저승이에요?”


“뭐?”


히나 씨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내 얼굴을 관찰하듯이 응시하기 시작했다.


아직도 재회의 기쁨이 실감이 안 나시는 모양이다.


“그, 그렇군요. 저도 죽어서 여기에 온 거군요. 이렇게라도 만나서 다행이에요. 하지만 죽어도 하필 수박 때문에 죽다니…….”


감격에 겨워서 미처 정리하지 못한 말을 주절주절 늘어놓는데,


“아얏!”


난데없이 히나 씨가 주먹으로 내 머리를 쥐어박았다.


왜 이러시지? 저승에 와서 성격이 바뀌셨나?


“호다카, 아직 잠 덜 깼어? 밖에 걷다보면 나아질 거야. 씻고 짐 챙겨서 나가자.”


“밖이라면?”


“오늘은 청계광장 가기로 했잖아. 그저께 남산타워, 어제 경복궁, 오늘 청계광장.”


잠깐만. 남산타워? 경복궁? 그렇다면 여긴 저승이 아니라 설마?


나는 혼란한 머릿속을 정리하려 애쓰며 다시 질문을 던졌다.


“히나 씨! 혹시 몰래 숨기고 있는 병 있어요?”


단도직입적으로 내던진 돌직구 한 마디에 히나 씨가 손으로 입을 가리며 아연실색했다.


이렇게 놀라는 모습은 오랜만이다.


“호, 호다카? 어떻게 그걸?”


“역시!”


나는 히나 씨에게 바짝 다가가서 손을 붙들었다.


“히나 씨, 아직 늦지 않았을 거예요! 저랑 같이 검사하러 가요! 늦기 전에 치료해요!”


“거, 검사아아아?! 호다카랑?!”


그런데 내 말을 들은 히나 씨의 반응이 이상하다.


볼과 귀가 일시에 잘 익은 사과처럼 달아오르더니,


“시, 싫어어어어어어―!!!”


스포츠카 저리가라 할 속도로 방에서 뛰쳐나가 문을 쾅 닫았다.


곧이어 어색하고 고요한 정적이 방을 지배했다.


“뭐, 뭐지?”


나는 얼떨떨해서 석상처럼 굳어 있다가 황급히 폰을 꺼냈다.


히나 씨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을 사람은 역시,


“선배!”


「호다카?」


나기 선배는 조심스레 목소리를 죽여서 내 통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야? 과학 실습시간인데. 용건만 빨리 말해.」


“히나 씨 지금 무슨 병 앓고 있는지 알아?”


「누, 누나의 병? 그걸 호다카가 어떻게? 설마 거길 직접 봤어?」


“빨리!”


그러자 나기 선배는 난감한 기색을 드러내더니 솔직하게 대답해주었다.




“치, 치질?!”


뜻밖의 병명을 듣자 얼이 빠지고 말았다.


나기 선배는 쑥스럽다는 듯이 헛기침을 하고 설명을 이어갔다.


「누나, 얼마 전에 살찐 거 같다면서 무리하게 다이어트하다가 변비에 걸렸거든. 그게 그만…….」


병명 못지않게 사유도 어이가 없었다.


그 몸매로 살이 쪘다고? 일본 여자들 다 죽으라는 소리인가.


「아무튼 진짜 궁금한데, 어떻게 알았어? 설마 거길 직접 봤어? 도대체 무슨 플레이를 했는데?」


“아, 아니야. 공부 열심히 해, 선배.”


「잠깐, 호다……!」


나는 통화를 끊고 침대에 걸터앉아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다가,


“쿠흑, 흐흐흐흐흐흐흐…….”


허탈함과 안도가 반반 섞인 웃음을 터뜨렸다.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때였다.


“호다카, 그만 웃어!”


꽉 닫힌 문 너머로 히나 씨가 부끄럽게 소리치는 것이 들렸다.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훤히 보인다.


“히나 씨, 우리 돌아가는 길에 방석 하나 사가요!”


“웅으으으으읏!”







짧고도 긴 한국 여행을 마치고 본토로 귀국한지 어느덧 2주가 지났다.


나는 히나 씨와 한국의 명소에서 찍은 사진들을 사진집에 끼워 넣고는 한 장씩 넘겨보고 있었다.


하나 같이 선하고 해맑은 미소뿐이다. 세상에 이런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흐뭇하게 커피의 향을 음미하며 기숙사에서 조용한 주말을 보내고 있는데,


「바닐라 바닐라 바닐라 구인♪ 바닐라 바닐라로 아르바이트♬」


“응?”


히나 씨의 벨소리가 울렸다.


나는 사진집을 책상 위에 잠시 내려놓고 그 대신 폰을 집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처음으로 통화하는 거군.


“히나 씨?”


「저기, 호다카. 진지하게 할 말이 있어.」


“네? 무슨 말이요?”


「으음, 그게 있지……. 그렇게 좋은 소식은 아니야.」


설마.


등골이 오싹해진 나는 벌떡 일어나서 언성을 높였다.


“췌, 췌장암이에요? 췌장암인가요?!”


「응? 웬 암?」


히나 씨는 헛웃음을 지으면서 나를 놀려댔다.


「그럴 리가 없잖아, 호다카. 의학 드라마에 너무 심취한 거 아니야?」


“아, 아니에요?”


나는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그것만 아니면 된다. 그 악몽이 현실이 돼서는 안 돼.


“그럼 안 좋은 소식이라는 게 뭐예요?”


「있지, 그게…….」






“임신?!”


나츠미 씨는 입을 가리고 경악하면서 우리 둘을 번갈아보았다.


스가 씨도 크게 다르진 않았다. 대놓고 놀라기보단 쯧쯧 거리며 혀를 차는 태도의 차이가 있었지만.


“자, 자가 임신 진단용 기구에서 빨간 줄이 두 개 뜨더라고요. 그래서 정밀검사를 받아봤는데 양성 판정이…….”


“저거 봐, 저거 봐, 저거 봐!”


쑥스럽게 고개를 숙인 채로 설명을 이어가는 내게 나츠미 씨가 손가락질을 했다.


“내가 뭐랬어, 케이 짱? 분명히 한다고 했지?”


“쳇, 아무리 막 나간다고 해도 저럴 줄을 알았나.”


스가 씨의 표정이 영 좋지가 않다.


멋모르고 속도위반을 한 젊은이를 걱정하는 눈빛은 아니다. 뭐지?


“케이 짱, 얼른.”


“자, 1만 엔.”


“아싸, 주말 용돈 생겼다!”


스가 씨는 주섬주섬 지갑에서 지폐 한 장을 꺼내서 나츠미 씨에게 내밀었다.


이분들 설마?


“내기…… 하신 거예요?”


“미안해, 호다카 군, 히나 짱!”


나츠미 씨가 어색하게 웃으며 사과를 했다.


누구한텐 심각한 인생의 고민인데, 이런 거래는 예의상 몰래 하시면 안 되나.


곧이어 스가 씨가 우리에게 물었다.


“그럼 어떡할 거야?”


“뭘요?”


“아기 말이다.”


“아.”


현실적인 질문에 그만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임신, 아기.


이 말인즉슨 내가 곧 아빠가 된다는 뜻이다.


고작 스무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아직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스스로 준비가 된 건지도 잘 모르겠고…….”


내가 그렇게 말끝을 흐리자, 나츠미 씨가 좋다구나 받아 이었다.


“뒷일 생각 안 하고 막 지르는 것까지 판박이라니까. 내 말 맞지, 히나 짱? 닮았다고 했잖아.”


“그, 그게…….”


“너무 걱정하지 마! 그런다고 세상 안 무너져. 케이 짱도 멀쩡히 살고 있는데.”


그러자 스가 씨도 마지막으로 한 마디 거들었다.


“조언은 구해도 좋아. 대신 우리한테 애 맡길 생각은 하지 마라. 어른으로 가는 계단은 스스로 밟고 올라가야 하는 법이니까.”






우리는 스가 씨의 사무실에서 나와서는 긴 침묵을 유지하며 무작정 걷기만 했다.


먼저 입을 떼기가 곤란하다. 히나 씨 앞에서 이토록 어색한 분위기는 처음이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우리는 매우 낯익고 정이 든 장소에서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우뚝 섰다.


수년간의 폭우로 생성된 호수,


그리고 얇은 펜스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자리 잡은 오르막길.


우리는 다섯 걸음 정도 거리를 두고 우뚝 서 있다가,


“히나 씨!”


“호다카!”


동시에 서로의 이름을 불렀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었다.


“아, 미안해요.”


“아니야.”


기묘하게도 4년 전의 그때와 똑같은 대화가 오간다.


“호다카 먼저 말해.”


“네.”


나는 미약하게 떨리는 손을 움직여, 준비해온 물건 하나를 주머니 속에서 꺼냈다.


손바닥 안에 전부 들어갈 만큼 아담한 사이즈의 빨갛고 네모난 상자.


“호다카, 그거…….”


그 모습을 시야에 담은 히나 씨의 눈이 서서히 커진다. 그에 나는 희미한 미소로 응답했다.


그때는 주저하다가 시기를 놓쳤지만, 이번만큼은 그럴 수 없다.


스가 씨, 아까 거짓말한 건 죄송해요.


전 이미 잘 알고 있어요.


스스로 준비가 된 건지 아닌지.


“히나 씨, 아니……. 히나.”


나는 우산을 조용히 내려놓고는 그 상자를 열어서 내용물을 내보였다.


그리고 히나에게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동안 쭉 생각해봤어. 4년 전의 그날부터 네가 나한테 어떤 존재였는지.”


곧이어 나는 그녀와 손이 맞닿을 만큼 가까이 다가가서 한쪽 무릎을 꿇어 시선을 낮췄다.


그녀의 예쁜 손가락이 눈앞에 보인다.


“처음으로 온정을 베푼 은인, 빛줄기의 끝에 서 있던 사람, 맑음 소녀 등등……. 이런저런 수식어들로 에둘러서 표현해왔지만, 이젠 확실히 말하고 싶어.”


나는 상자 안에 진주처럼 담겨있던 반지를 빼내어 그녀의 약지에 끼워주었다.




“나랑 결혼해줄래?”




“호다카…….”


히나는 반지와 내 얼굴을 번갈아보며 눈물을 글썽이다가, 자세를 낮추어 나와 눈높이를 같이 했다.


그리고 목이 멘 채로 울먹이며 내 프로포즈에 응답했다.




“부족한 몸이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FIN-


---------------------------------------------------------------



'다시 맑음 소녀가 돼야 하는 거야?', '히나 씨의 성격이 변했어?!'에 이은 3번째 장편 시리즈가 마무리됐습니다.


이번 작품은 세계관 확장이나 기승전결 확실한 전개 이런거 다 내버려두고 오로지 꽁냥 개그 야스만으로 채우기로 했고,


중반부부터 분위기가 갑자기 바뀐 '히나 씨의 성격이 변했어?!'와는 다르게 끝까지 컨셉을 잘 유지한 것 같아 만족스럽습니다.


꽁냥 70% 개그 30% 정도로 생각했는데 반대로 개그 70% 꽁냥 30%가 돼버렸네요;;;


아무튼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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