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gall.dcinside.com/m/weatherbaby/39986 이전 글. 공리 주의와 날씨의 아이.

 글이 너무 쓸데 없이 길어지는 거 같습니다. 괜히 너무 진지한 이야기를 하는 거 같기도 합니다만 그냥 해보겠습니다.

2. 모순 된 장면들.

 날씨의 아이를 보면 아름답지만 너무나도 슬픈 장면. 행복해보이지만 너무나도 아련한 장면들이 있습니다.

 첫 번째 장면은 호텔의 장면입니다.

 보신 분들은 모두 알고 계시겠지만, 호다카와 히나와 나기는 경찰들과의 한바탕 추격전을 마치고 호텔에 들어오게 됩니다. 호텔에 들어 와, 차가웠던 몸을 따듯한 물로 달래고. 밖으로 나와, 냉장고에 있는 각종 냉동 식품들을 먹으며 즐거워합니다.

 그 다음에는 노래를 부르며 즐거워하죠.

 누가 봐도 행복하고, 누가 봐도 즐거워하는 장면이지만. 관객들은 이 장면을 보며 쉽사리 웃을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이 행복은 결코 길지 않을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죠.  아니 오히려 너무나도 짧을 걸 알기에. 그렇기에 이 장면은 다른 장면들에 비해 더욱 아름다워 보이며 한편으로는 너무나도 슬퍼 보입니다.

 이 밤이, 이 행복한 하루가 길지 않다는 걸 알기에 호다카도 기도 합니다. "신님, 제발 제 기도를 듣고 계시다면. 그 무엇도 더 주지 말아주세요. 그리고 그 무엇도 더 가져가주지 말아주세요."

 하지만, 이 장면이후 히나는 하늘의 제물이 되고, 호다카는 경찰에게 연행, 동생은 보호소에 가게 되는. 비극적인 결말이 찾아오게 됩니다.

(이미지가 없어 대체합니다.)

 그 장면 이후 비가 쏟아지다 못해 눈이 내리던 도쿄에는 맑은 하늘이 찾아옵니다. 늘 비가 내려 우중충한 하늘을 보던 사람들은 하늘을 보며 즐거워합니다. 맑은 하늘. 밝은 햇빛. 기온은 다시 정상을 찾아왔고, 사람들은 오랜만에 찾아온 평화에 즐거워합니다.

 아름다운 장면이 보여지고, 사람들은 기뻐하지만. 단 세 사람만은 기뻐할 수가 없었습니다. 호다카와 동생, 그리고 우리 관객들이죠. 햇빛이 찾아온 도쿄는 너무나도 아름다웠지만 역설적이게도 너무나도 이기적이고 더러워 보였습니다.

 이 밝은 햇빛이 단순히 우연에 의해 찾아온 것이 아닌, 히나의 희생으로 이루어졌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으니까요. 그렇기에 우리는 쉽사리 아름다움에 대한 감상을 늘어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짙은 한숨을 내쉴 수 밖에 없었죠.

 그 이후 이야기가 쭉 이어져, 결국. 호다카는 히나를 구해내는데에 성공하고, 도쿄에는 다시 비가 쏟아 집니다. 비가 쏟아지고, 쏟아져. 결국 도쿄는 침수 되어 버립니다.

 참 어이없으면서도 슬픈 장면이지만, 여기에서도 역시 우리는 모순적인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행복하다고요. 이게 맞는 거 같다. 이게 옳은 거 같다고요. 왜냐하면, 이 도쿄가 침수됨으로써 히나와 호다카는 다시 만나게 되었고, 두 사람의 사랑은 결국엔 이루어지게 되었으니까요. 이런 아름다운 결말의 한편에는 비극적인 감정을 느끼기도 합니다.

 결국적으로 두 남녀의 사랑은 이루어졌지만, 그 대가는 결코 작지 않았음을 우리가 알고 있기 때문이죠. 우리가 이러한 결말에서 모순적인 감정을 한꺼번에 느끼는 이유는 사회에 대한 환멸감도 함께 담겨있는 거 같습니다. 

 이 두 남녀는 그저 서로를 다시 한 번 만나, 손을 잡고,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이름을 부르고 싶었을 뿐인데. 그러한 사소한 행동조차. 무언가의 희생이 뒤따르니. 이 사회는 정말로 원래 미쳐있었던 게 아닌가? 라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이야기가 길어질 거 같아. 다시 한 번 나눕니다. 다음 편에서는 날씨의 아이가 욕을 먹는 이유에 대해 써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다시 일하러 가보겠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