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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다시 맑음 소녀가 돼야 하는 거야?#8 -완결편-

ㅇㅇ(211.200) 2019.11.12 00:2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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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다카?!”


나는 자유로운 오른손으로 눈을 비볐다. 믿을 수가 없었다.


환각이 아니었다.


맑은 갈색 눈, 덥수룩한 흑발, 한때는 길 잃은 고양이 같았지만 지금은 그 누구보다도 듬직한 얼굴.


진짜 호다카다. 호다카가 왔어. 그때처럼.


“호다카, 진짜 호다카야?”


“히나 씨는 못 말리겠다니까.”


호다카는 쓴 미소를 지으면서 손을 붙잡은 채로 내려왔다.


곧이어 나와 호다카는 눈높이를 맞추고 서로를 응시했다.


“틈만 나면 혼자 다 짊어지려 하고.”


꿈이 아니다. 너무도 생생하다.


이 온기, 정감, 눈빛이 가짜일 리가 없잖아.


흘리지 않겠다고 각오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 눈물은 뺨을 타고 흐르지 않고, 강풍 때문에 흩날려 호다카의 얼굴에 부딪혔다.


“하지만 이제 걱정 말아요.”


호다카는 남은 손을 마저 내밀어 내 왼손을 감싸 쥐고 싱긋 웃었다. 그때 생일 선물로 반지를 내밀었을 때처럼.


“이제는 이런 일 못하도록 옆에서 쭉 지켜볼 테니까.”


“옆에서?”


“졸업식 끝나고 찾아갈게요.”


“졸업식……?”


지금은 3월 중순. 조만간이다.


하지만 걱정되는 건 시기가 아니다.


“만약 그랬다간 용 신이…….”


자칫하면 호다카도 용 신의 분노에 휘말릴지 모른다. 그런 걱정부터 먼저 들었다.


하지만 호다카는 고개를 내저으면서 내 손을 더욱 굳게 잡았다.


“아니에요, 히나 씨. 우리는 분명 괜찮을 거니까.”







꿈을 꾸었다.


히나 씨를 다시 만난 꿈이다.


마치 사막 한가운데서 탈진한 토끼 같았다.


모든 것을 체념하고 낯선 공간에서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려는 모습.


침대 위에서 옷끈을 풀고 나한테 모든 걸 고백하던 그 순간과 똑같은 표정이다.


하지만 이대로는 놓아 보낼 수 없었다.


그때의 수고를 물거품으로 돌리기 싫으니까.


겨우 날씨 때문에 히나 씨를 다시 잃기는 싫으니까.


나는 그때처럼 온힘을 다해 히나 씨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이번에도 히나 씨는 울먹이면서 내 손길을 받아주었다.


길 잃은 아이가 부모를 다시 만났을 때와 같은 반응이다.


나는 다정한 미소를 지으면서 그대로 양손을 꼭 쥐었다.


그리고 히나 씨가 듣고 싶어 할 말을, 히나 씨에게 필요한 말을 해주었다.


뭐라고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본래 꿈이란 그런 거니까.


그래도 이것만은 확실히 떠오른다.


내 말을 들은 히나 씨는 눈물을 훔치고 활짝 웃어주었다.


내 19년 인생에서 그것은 가장 행복한 꿈이었다.







“헉!”


정신이 들자마자 눈을 번쩍 떴다.


곧이어 익숙한 일상의 소음이 귀청을 때렸다.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 창문을 비집고 들어오는 차량 소리, 스피커로 흘러나오는 광고 음성.


그리고,


“히나 짱, 여기서 뭐해?”


걱정스레 나를 부르는 누군가의 목소리.


“어?”


눈부신 형광등의 빛을 등진 채로 고개를 숙이고 나를 바라보는 사람이 있었다.


길고 유려한 장발, 눈가의 눈물점, 캐주얼하면서 노출이 심한 복장.


“나츠미 씨?”


나는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곧이어 깜짝 놀란 나츠미 씨가 한 발짝 뒤로 물러나고, 사방의 풍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K&A 플래닝의 사무실이다.


나츠미 씨 말고도 원래 여기서 일하고 있던 두 분의 직원, 그리고 스가 씨가 어이가 없다는 눈빛으로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한편, 창밖에서는 장대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사람들이 빛줄기에 먹히면서 잦아들던 비가 다시 돌아온 것이다.


“너 말이야,”


멍 하니 빗줄기에 넋을 뺏긴 나를 스가 씨가 퉁명스레 불렀다.


“대낮에 남의 사무실을 자기 집 안방처럼 쓰는 법이 어디 있어?”


“스가 씨, 돌아오셨어요?”


나는 바보처럼 말끝을 올리면서 되물었다.


그러자 스가 씨는 눈 꼬리를 올리면서 한층 더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뭔 소리야?”


“이상한 빛줄기에 먹혀서 사라졌다가 돌아오신 거 아니에요?”


“빛줄기? 벌써 3년째 장마인데 햇빛이 어디 있어? 소녀, 혹시 꿈이라도 꾼 거야?”


“아니, 햇빛이 아니라 그때 말씀드린 빛줄기 이야기 말이에요. 사람을 먹는 빛줄기.”


“뭐?”


스가 씨는 미간을 좁히면서 나를 한심하게 바라보았다.


이상하다. 이 이야기는 이미 한 번 했을 텐데, 반응이 왜 이렇지?


믿고 안 믿고의 문제가 아니다.


처음 듣는다는 반응이다.


그때 나츠미 씨가 지원사격에 나섰다.


“케이 짱도 참, 버릇 못 고친다니까. 진지하게 들어주면 덧나?”


“나츠미 씨…….”


고마워요, 나츠미 씨.


“기획 한 줄이 아쉬운 마당에 히나 짱이 모처럼 재미있는 오컬트 이야기 하나 갖고 왔는데, 아저씨들이란.”


“……오컬트 아니에요.”


잠깐.


뭐야, 이 익숙한 느낌?


온몸이 소름이 돋았다.


“나츠미 씨, 지금이 언제죠?”


“응? 오후 2시. 왜?”


“아니, 시간 말고요. 날짜.”


“날짜? 어디 보자, 3월 14일.”


“14일이요? 19일이 아니라?”


말도 안 돼.


나는 손으로 입을 가리고 동공이 흔들렸다.


3월 14일이라면 집에서 TV로 이상한 빛줄기가 나타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한 날.


그날 이 시간에 나는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있었다.


그런데 왜 지금은 스가 씨의 회사 사무실에 있지?



설마 모두 꿈이었던 거야?



“소녀, 학교 안 가도 돼? 땡땡이라도 친 거야? 우리 사무실에 무슨 볼일이 있기에?”


“아니……. 아무 것도 아니에요. 돌아갈게요.”


허탈하다.


하지만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 비극의 참상이 모두 거짓이라는 뜻이니까.


하지만,


그렇다면 호다카가 날 구해주러 온 것도 거짓인 걸까?


“어?”


꾸벅 인사를 하고 사무실을 나서려던 내 시선을 사로잡는 물건이 하나 있었다.


스가 씨의 책상 위에 놓인 사진.


한 부부가 아이를 안고 다정하게 웃으며 찍은 가족사진이다.


남편은 스가 씨, 그리고 아내는…….


“스, 스가 씨.”


“아?”


“이분이 혹시?”


내가 사진을 가리키며 묻자, 스가 씨의 눈빛에 그리움이 깃들었다.


“아스카야. 내 부인이지.”


“아내 분이요? 사고사하셨다고 들었는데요.”


“맞아, 왜?”


“아…….”


그때 그 갈색 곱슬머리의 아주머니.


설마.


곧이어 내 시선은 자연스레 스가 씨의 손가락으로 향했다.


있었다.


은색의 반지.


망자의 기원을 받고 황금색으로 빛나기 전의 수수한 모습으로.


“아무 것도 아니에요.”


나는 씁쓸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좋으신 분 같아서요.”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구만.”


스가 씨는 정말 오랜만에 사람 좋은 미소를 보여주었다.


그분과는 행복한 추억만 가득한 듯하다.


“당연하지, 숙모는 케이 짱한테 완전 아까웠는걸.”


“뭐라고?”


나는 공손히 인사하고 사무실을 나왔지만, 스가 씨와 나츠미 씨는 투닥거리느라 듣지 못했다.


그래도 밝아보여서 다행이야.


그렇게 좋은 분을 잃고도.





비, 비, 비.


3년째 내리고 있는 비.


엄청난 규모의 자연재해지만, 어느새 익숙해진 사람들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일상이 됐다.


매번 가슴이 아린다.


3년 전의 선택을 후회하는 것은 아니다.


호다카의 손을 잡아서 지상으로 내려온 건 더할 나위 없이 잘한 일이니까.


하지만 그때는 이번처럼 모두가 잘 되는 길은 없었을까?


그렇게 아쉬운 욕심이 들었다.


“응?”


어라, 저 뒷모습은?


눈에 익은 사람이다.


아주 잠깐 본 사이지만, 도저히 잊을 수가 없는 인연.


“저기요!”


나는 발걸음을 재촉해서 그분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그분 역시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미츠하 씨!”


“네?”


미츠하 씨는 우산을 든 채로 눈을 끔뻑이고 있었다.


“정말 감사해요! 말씀하신대로 하니까 정말 됐어요!”


“되다니, 무슨?”


“간절히 기도하니까 정말로 저 세상과 이어졌어요! 덕분에 다 해결됐어요!”


“네?”


“게다가 마지막 순간에 호다카도 만났어요! 전부 미츠하 씨의 조언 덕분이에요!


“저기, 실례지만.”


미츠하 씨가 난감한 표정으로 관자놀이를 긁적였다.


“제 이름을 어떻게 아시나요?”


“네?”


나는 입 안 한가득 쓴 맛을 느끼면서 땅에 뿌리를 박았다.


그럴 수가.


미츠하 씨까지…….


“죄, 죄송합니다.”


나는 사고 기능이 채 돌아오기도 전에 반사적으로 사과하면서 뒷걸음질 쳤다.


미츠하 씨가 무서운 게 아니다.


너무도 생생했던 기억이 단순히 꿈일지도 모른다는 절망감이었다.


그렇다.


나는 그것이 제발 꿈이 아니길 바라고 있었다.


도쿄 주민들의 목숨이 안전하다는 안도감보다, 호다카가 따스하게 건네준 위로와 응원 그리고 약속이 가짜라는 불안이 더 컸다.


나는 언제부터 이렇게 변해버렸을까?





“누나, 어디 갔었어?”


집에 돌아오자 감기 기운 때문에 얼굴이 상기된 나기가 나를 걱정스레 맞았다.


“학교에서 전화 왔어. 곧 아동보호소에서도 사람이 온대.”


“그래? 내가 알아서 말할게.”


나는 우산을 접어서 자리에 놓고 후드를 젖혔다.


“그 사람들한텐 대충 둘러대도 나한테까지 거짓말할 건 아니지, 누나?”


“실은…….”


기억나는 대로 모두 털어놓으면 끝도 없이 길어질 것 같아서, 최대한 짧게 줄였다.


“스가 씨의 사무실에서 꿈을 꿨어.”


“뭐?”


“너무 슬프고도 행복한 꿈이라서 깨는데 오래 걸렸지 뭐야. 걱정시켜서 미안해, 나기.”


“…….”


나기는 복잡하고 미묘한 표정을 지었지만,


“뭐가 어떻게 된 건지는 몰라도, 누나가 무사해서 다행이야.”


금세 어른스러운 말투로 돌아왔다.


“그거면 됐어.”


“나기, 고마워.”


나는 둘도 없이 기특한 동생을 다정하게 껴안았다.


예전이면 부끄럽다고 뺨을 붉히면서 버둥거렸겠지만, 지금은 얌전히 내 포옹을 받아주었다.


이제 막 중학생이 된 아이를 무엇이 이렇게 조숙하게 만들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났다.


나는 학교와 아동보호소에 적당히 둘러대고 눈치를 보면서 오늘만을 기다렸다.


그 이후로 한 번도 호다카와 만나는 꿈을 꾼 적이 없다.


그래도 나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이제는 이런 일 못하도록 옆에서 쭉 지켜볼 테니까. 졸업식 끝나고 찾아갈게요.’



근거라곤 호다카가 꿈속에서 해준 말뿐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부정하기는 싫었다.


수만 명의 사람들이 나 대신 제물이 된 악몽이 거짓일지언정, 호다카의 약속만은 현실이길 바랐으니까.


스스로 생각해도 너무 이기적이다. 맛있는 것만 골라 먹으려고 하고.


나도 참 못된 아이가 된 것 같다.


“누나, 오늘도 늦게 들어와?”


등교를 준비하는데 나기가 눈을 비비면서 물었다. 아직 몽롱한 기운이 남아있는 말투다.


“응.”


“또 기도하러 가?”


“맞아.”


솔직히 대답했다. 그러자 나기도 약간 답답했는지 질책하는 어조로 변했다.


“언제까지 그럴 거야? 이젠 누나한테는 비 그치는 능력 없잖아.”


“말했잖아, 나기. 그런 소원이 아니라고.”


“그럼 또 호다카 형이랑 만나게 해달라는 기도야?


“아니, 오늘 만나.”


“뭐? 연락했어?”


“직접 이야기를 나눴어.”


“어떻게?”


“그런 방법이 있어.”


나는 또 다시 그렇게 얼버무렸다. 나기도 이제 나한테 깔끔한 대답을 기대하지는 않는지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뭐, 아무튼 오늘 만난다는 거지?”


“응.”


“누나, 혹시 호다카 형을 기쁘게 해주고 싶어?”


“당연하지.”


“그럼 팁 하나 줄게.”


나기는 자세를 고쳐 앉고 헛기침을 한 번 했다.


“일단 첫 번째로…….”


“포지션 선점이 중요하고, 만날 만한 장소에서 설렐 만한 자세로 미리 서 있어라.”


“엥?”


“절대로 먼저 달려들어서는 안 된다. 호다카가 감격에 겨워서 달려올 때까지 기다려라. 맞지?”


내 청산유수 같은 선수 치기에 나기는 벙찌고 말았다.


“누, 누나. 나도 모르는 새 공부한 거야?”


“응, 나도 나기한테 지기는 싫으니까.”


나는 교복을 챙겨 입고 머리 손질을 끝낸 후 나기에게 윙크했다.


“누나 먼저 간다.”





“조, 좋아합니다! 선배!”


“…….”


오늘도 고백을 받았다.


1학년의 이시다 군.


매너 있는 성격과 말끔한 인상, 그리고 야구부 에이스라는 지명도 때문에 여학생들한테 인기 많은 후배다.


나랑 접점이 있다면 있는 사이다. 동아리 활동하느라 부실을 오갈 때 몇 번 마주치고 인사한 적이 있다.


예전이라면 우물쭈물 애매하게 거절하다가 미움을 샀겠지. 거절하는 방법을 몰랐으니까.


하지만 이젠 아니다.


“미안하지만 안 돼.”


나는 똑 부러지게 대답했다.


“좋아하는 남자가 있어.”


“네? 누구인가요?”


“모리시마 호다카. 나랑 서로 좋아하는 사이야. 이시다 군은 더 어울리는 짝을 찾도록 해.”


“남자친구인가요?”


“아니, 그 이상이야.”


나는 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내 모든 것을 주고 싶은 사람.”






장대비가 퍼붓는 하굣길.


나는 집으로 곧장 들어가지 않고, 여느 때처럼 아련한 추억이 깃든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내가 하늘과 이어져있다고 호다카에게 고백한 그 비탈길.


저 너머로 빗물이 만들어낸 호수를 보면서 나는 양손을 꼭 모았다.


하지만 오늘의 기도는 다르다.


비를 그치게 해달라는 기도가 아니다.


호다카를 다시 만나게 해달라는 기도도 아니다.


며칠 전의 그 악몽이 부디 꿈이 아니길 바라는 기도였다.


사람들은 용 신의 분노에 집어삼켜지고, 도쿄는 유령도시가 되고,


호다카가 졸업식 날에 찾아오겠다고 약속하며 나를 구해준 그 꿈.


미리 인터넷으로 찾아봤다.


도립 코우즈시마 고등학교의 졸업식은 오늘.


그 꿈이 현실이라면 호다카는 곧 나를 만나러 올 것이다.


그래, 현실이라면.


“…….”


새삼스럽게 턱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기도, 스가 씨도, 나츠미 씨도, 미츠하 씨도, 그 누구도 그 사건을 기억하지 못한다.


도쿄가 몇 시간 넘게 유령도시로 방치됐으면 전국적으로 난리가 났을 것이다.


하지만 잠잠하다.


그래, 약간 생생한 꿈이라고 생각하는 쪽이 맞을 것이다.


믿을 만한 근거라고는 한 번도 얼굴을 본 적이 없는 아스카 씨가 현실과 똑같은 모습으로 내 앞에 나타났다는 것.


그러나 내가 의식 못한 사이에 한 번쯤 스치고 지나간 얼굴일 수도 있다. 단순히 우연일 가능성도 있고.


그렇다면 남은 희망이라곤 단 하나.


호다카가 내 손을 맞잡고 내건 약속, 그 안에 깃든 진심.


오로지 그것만을 바라보고 기도하고,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그때였다.



“히나 씨!”


“……!”



너무도 생생한 목소리가 내 귓가를 스쳤다.


머릿속이 아찔하고 어안이 벙벙했다.


그러나 이번엔 확신할 수 있었다. 꿈이 아니라는 것을.


그걸 깨닫자 믿을 수 없는 환희가 차올랐다.


곧이어 바람이 불어 내 후드를 날려버리고, 나는 얼른 고개를 돌려 그리운 목소리의 주인을 시야에 담았다.


호다카.


호다카…….


“호다카!”


나는 해맑게 웃으면서 먼저 호다카에게로 달려들었다.


먼저 달려드는 쪽이, 안달 난 쪽이 지는 거라고?


그럼 호다카한테 져줄래.


나는 그만큼 호다카가 좋으니까!


“어?”


서로 부둥켜안고 여러 번 빙글빙글 돌며 재회의 감격을 나누다가, 문득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호다카가 울고 있다.


그때는 전혀 눈물을 흘리지 않았는데.


오히려 운 쪽은 나였는데.


“호다카, 왜 그래? 괜찮아?”


나는 호다카의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닦아주었다.


“응.”


그러자 호다카는 그때의 얼굴을 금세 되찾고 내 손을 맞잡았다.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믿음직하고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히나 씨, 우리는 분명…… 괜찮을 거야!”




----------------------------------------------------------



히나의 시점으로 마지막 재회 순간을 써보고 싶어서 시작한 소설인데


생각보다 스케일이 커지고 전개가 빨라져서 감당하기 꽤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폭주하는 건 어떻게 참아낸 듯.



호다카가 꿈을 통해서 히나를 구하러 갈 수 있었던 건,


미츠하와 타키를 황혼의 시간에 만나게 해준 신이 히나의 간절한 기도에 응한 것이 맞음.


나름대로 입체적인 구도로 써볼까 욕심은 냈지만, 결국 너이름의 신은 전형적인 선역이고 용 신은 악역이 돼버렸네요.



비록 부족한 필력과 스토리지만, 그동안 재밌게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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