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출신 여배선수 없는 이유

제주돌할아방 · 2022.03.20 07:01:23

뻔한 이야기를 좀 자세하게 써봄. 긴거 싫으면 닥 스킵.

여배는 예나 지금이나 은퇴전엔 대학팀에 갈 이유가 전혀 없음.

남배는 대학팀 갔다 구 실업팀 가는게 오랫동안 선수에게 훨씬 이익이었음.

한국내 과거 특수상황, 드래프트 시행 이후 최상위 선수에겐 더이상 그렇지 않음.

더 자세한 내용.

일단 대학배구팀이 있는 나라는 셀수없이 많음.

근데 자국내 프로팀들 없는 미국 같은데 빼곤 프로지망 선수가 운동하러 대학가는 일은 남녀 모두 세계적으로 거의 없음. (하지만 미국유학은 좀 감)

그런 상황에서 남배한정 한국/일본 정도에서 아주 예외적으로 대학부가 프로로 가는 길목에 자리함.

1. 한국 남배의 특수상황은 뭔가?

최초 대학부에 배구가 생길때는 엘리트들의 특별활동이었고 배구를 직업으로 하려는 선수는 없었음. 여자는 대학에 잘 안갔고 교원양성하는 학교들 특별활동 배구팀이 있던 정도. 직장팀들이 있긴 했지만 역시 일반 직원들 동호회 수준. 그래서 남자부에선 직장팀과 대학팀이 같이 대회 열며 실업팀들 생기기 전에 이미 대학팀들이 남배에서 중요한 위치를 담당.

한국에 배구선수란 직업이 생긴건 60년대초 정부 "지도"로 기업들이 운동선수를 직원으로 뽑아 이른바 실업팀들 만들면서부터. 국제대회 출전하는 선수육성을 기업에 맡김. 배구가 대중에게 인기 끈 후인 70년대 후반부턴 기업이 홍보용으로 자발적으로 팀 만들 이유 있었지만 최초 실업팀들은 다 공기업이나 정부 입김 큰 업종 사기업들이 떠밀려 만듬.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남자 실업팀 규모는 매우 초라했음. 시작인 60년대는 여배와 비슷했지만 70-90년대 여배 인기 많을때 실업팀이 10개내외였던데 비해 남배는 군대인 상무와 무늬만 실업팀이던 서울시청 빼면 작을땐 고작 3개 많아야 6개. 그래서 프로화 준비하던 01년에 대학들 리그에서 내보내기 전까지 실업팀과 대학팀들이 같이 경기하는 대회 여럿이었고 흥행에도 도움이 됨.

이런 상황이었기 때문에 선수들이 고졸후 실업팀 대신 먼저 대학에 가는게 자연스럽게 정착되었고 경제적으로 더 이익이었음. 최상위권 선수들 입장에서 대학은 스카웃되어 장학금 받고 다니며 학위/자격도 따 장래 대비. 국대로도 뛰고 실업팀이랑 같이 리그도 뛰니 스타성 더 키워 실업팀 입단때 고졸입단보다 계약금도 훨씬 높일 수 있음. 스타급 아닌 선수들도 입단후 임금이 고졸보다 높고, 은퇴후 소속회사 직원으로 남아도 대졸이 유리. 퇴사해도 대학때 교원자격 취득했으면 교사로 취직가능, 원하면 코치생활도 가능.

대학도 나중에 실업/프로팀에 선수 보내면 거액 지원금 받고 팀성적도 잘나오니 고졸 유망주들을 특기생으로 끌어모음. 이렇게 대학과 선수 모두에게 대학 남자배구팀은 남는 장사. 그래서 대학팀들 선수장사 비리 관련 잡음이 특히 컸음.

물론 고교도 선수 끼워팔기 비리 관련 잡음 많았음. 중학교에서 잘하는 선수들 입도선매 스카웃. 유망주 대학갈때 고만고만한 선수들 부모에게 돈 받고 끼워팔기. 그러다보니 에이스 선수가 원하는 팀과 학교가 원하는 팀이 달라서 분쟁이 자주 생겼음.

그런데 드래프트제 도입후 자계시절 초고액 입단계약금이 사라지고 정찰제로 바뀜. 특히 프로화 이후 연봉이 오르면서 아주 잘하는 선수들은 대학팀 가거나 4년 채우는게 경제적으로 큰 손해. 그래서 최근엔 고졸후 프로팀에 직행하기도 하고 (예: 박철우, ㅈㅈㅅ), 대학은 일단 입학한 다음 얼리 드래프트로 빨리 탈출하기도 함. (예: 2021드래프트에서 1순위부터 12순위까지 전부 얼리)

일본도 디테일은 다르겠지만 대학가는 경우가 아직도 주류인건 동일. 동시에 고졸선수 비율도 한국보다는 훨씬 높았음. 요즘 최상위권 선수들 상당수가 대학 기피하는건 한국과 동일.

2. 여자부는 뭐가 다른가?

여자는 성장이 남자보다 빨라 초등학교 고학년때 키큰 새싹들이 대부분 배구 시작. 고졸시점엔 키와 기본기가 다 완성되어 전문선수로 뛸 준비 끝남. 그래서 60년대초 실업팀 생길때부터 고졸을 바로 뽑는것으로 정착. (물론 유럽은 남녀 가리지 않고 클럽에서 유소년부에서 성인까지 완결)

60/70년대에 여자들중 극소수만 대학가는 상황에서 대학들이 실업팀과 경쟁하며 고졸 특기자를 뽑아 여자 직업선수 키우는 운동부를 운영하기 어려웠음.

여자 대학부는 80년대 들어서야 서울지역 소수 명문사립대학에서 은퇴선수와 실업 안/못 간 특기자 모아서 운영하는것으로 정착. 배구부는 교원/지도자 양성 목적하의 부수적 활동. 요즘은 명문대는 다 그만두고 비수도권 대학/전문대 일부가 여자 대학배구부 운영중. 최근엔 서울여대가 서울시체육회 전국체전 출전용 지원금 받으며 창단해 몇년 운영하다가 지원 끊긴후 금방 접음.

여배 역사상 대졸후 예전 실업/요즘 프로팀 간 선수는 딱 두명 들어봤음. 몬트리올 올림픽 직전에 선수단내 불화있었고 선수촌 이탈해 가혹행위 고발후 제명된 박인실. 중앙여고 배구부하다 일반전형으로 서울대 사범대 들어가 졸업후 대농팀 입단, 올림픽 국대 선발. 고교시절 드래프트 문제로 이대로 진학했다 졸업후 효성에 간 최은영. 일본은 워낙 팀이 많으니 대졸자들도 실업팀 꽤 감. 하지만 최상위권 선수가 대졸후 상위권팀 가는 경우는 매우 희귀.

프로 직행과 별개로 프로선수들은 선수생활하면서 따로 대학 등록해 학위 많이 땀. 단지 여자선수들은 프로 은퇴전엔 대학팀에서 뛸 이유가 없는 것 뿐.

3. 미국 대학부

미국대학 배구부 장학생들은 프로가 되려는 선수들도 있겠지만, 빚 없이 장학금 받고 대학가는 방법으로 운동을 선택한 경우도 많음.

거기에 미국 대학부는 여자부 기준 NCAA 1부팀만 해도 300개가 넘어서 자국선수 외에도 매우 다양한 선수가 유학옴. 장학금이 웬만한 나라 프로팀 저년차 연봉보다 더 많고 학위도 딸 수 있고, 1부 상위권 대학은 미국 국대 배출하니 수준도 높은 편.

하지만 한유미가 유툽에서 자세히 밝혔듯 국내에서 탑급이면 미국 대학에서 전액장학금 주고 외롭지 않게 친구도 데려와도 된다는 혹하는 제안해도 한국팀에서 주는 돈을 거절하고 가기 힘듬.

언스코나 지난 시즌 중국 랴오닝 15번 (지금 미국 AUpro 참가중) 같은 선수는 자국에서 위치가 애매했는데 미국 중위권 대학에서 (아마도 장학금받고) 유학하며 체급 높여 새 기회 잡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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