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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문학] 국밥의 추억 - 上

ㅇㅇ(49.174) 2022.07.18 22:3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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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 시절, 방과 후 매일 다니던 수학 학원 인근에는 재래시장이 하나 있었다.


지방의 중소도시에 흔히 보이는 여느 재래 시장과 별다를것 없던 이 곳에는 나의 중학교 2학년, 1년간 저녁 끼니를 해결해주던 돼지국밥 집이 하나 자리잡고 있었다.


포항에 이사 온 이후로 아버지께서는 일하시는 직장에서 늘 철야작업으로 일주일에 얼굴 보는 때가 손에 꼽을 정도였고 어머니도 집안 살림에 한 푼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주변 지인의 권유로 어느 제조업체의 2교대 생산직으로 일을 시작하셨던지라 내가 매일 하교 후 집에 돌아오면 내게 손수 만드신 따뜻한 한 끼 저녁을 못 차려 주시는 것을 늘 가슴 아파 하셨기에 늦게까지 학원을 다니던 내게 저녁 값하라고 돈 몇 천원 쥐어주시곤 하셨다. 사실 몇 천원으로는 그 당시 물가를 감안하여도 고를 수 있는 메뉴는 그리 많지 않았기에 나는 어느새 학원 인근의 어느 허름한 분식집의 단골이 되어 있었다.


돌이켜보면 그 날 그 국밥집의 문지방을 넘게 된 계기는 하필이면 그 날 학교에서 나를 괴롭히던 소위 말하는 일진녀석들이 분식집에 먼저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유독 왜소하고 소심했던 나는 포항에 이사 온 이후로 이들의 눈에 띄는 바람에 좋은 먹이감이 되었고 나는 자연스레 맹수를 피하는 초식동물처럼 녀석들을 피해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황망히 녀석들의 왁자지껄한 웃음소리를 뒤로 한채 자연스레 발걸음을 돌려 건너편에 위치한 국밥집으로 향하게 되었던 것이다.


사실 그 집은 지나다니면서 수없이 봐왔던 집이었다. 그럼에도 한번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이유는 그 집을 지나다닐 때 창가 너머로 보이는 실내 손님이 거의 없다시피 했기 때문이었다. 손에 쥐인 돈이 적었기에 그만큼 가성비 좋은 한끼를 즐기고 싶었던 바람이었을까, 당시 어렸던 나의 눈에도 그 집은 별로 발걸음을 향하고 싶은 집이 아니었다.


저녁 7시의 한창 바쁠 시간에도 실내는 소주 한잔 곁들여 식사하는 두 명의 노인들을 제외하고는 썰렁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가게에 들어서자 계산대에 앉아있던 거구의 주인이 나를 맞이해주었고 나는 돼지국밥을 주문했다. 실내는 왜 손님이 적은지를 마치 온몸으로 증명이라도 하는 듯 전체적으로 허름하고 지저분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국밥집 특유의 감성이라고만 치부하기에는 과했고 관리가 안되는 듯한 모양새였다. 거기다 유독 눈길을 끌었던 점은 그 가게의 주인이었다. 흡사 씨름선수를 연상케하는 떡대의 주인은 푸짐한 살집을 스스로 가누기도 어려운 듯 연신 불안정한 숨을 내쉬고 있었다. 한 30대 후반 내지 40대 초반 쯤 되었을까, 사내의 짧게 올려친 스포츠 머리는 주방의 열기 탓에 땀으로 흥건했다.


가게도 그렇고 주인의 불쾌한 첫 인상 탓이었을까, 나는 내심 가게에 들어선 것을 후회했다. 거기에 나의 아늑한 단골 식당이 예상치 못한 외침을 받아 졸지에 이런 곳까지 쫓겨와 앉아 있다라는 점이 나를 더욱 처연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물론 이것이 선입견이었다라는 것을 알게된 것은 주인이 쟁반에 내어온 국밥의 첫술을 뜨고 난 이후였다.


의외였다라고 밖에 표현이 안될만큼 국밥은 제법 맛이 있었다. 뽀얗고 걸쭉한 육수 국물에는 깊은 맛이 우러나오고 있었고 연신 헤집어도 그칠 줄 모르고 나오는 푸짐한 건데기! 고소하고 담백한 본연의 맛에 만족하지 못한 나는 다데기를 넣고 휘젓자 국밥은 다시금 새빨갛고도 먹음직스러운 자태를 드러내며 식욕을 돋구는 것이었다. 나는 걸신들린 듯 먹었고 국밥은 이내 밑바닥을 드러냈다. 어릴 적부터 국밥에 소주 한잔을 즐겨드시고는 하시던 아버지를 보아오며 자라왔기 때문인지 나 역시 국밥에 거부감은 적었기에 가끔 사먹곤 하였으나 그 날만큼 인상 깊은 맛을 보여주었던 가게는 그 날이 처음이었다.


예상치 못한 만족스러운 한 끼 식사를 마친 나는 계산을 위해 주인에게 돈을 건넸고 주인은 뭔가 기대에 찬 눈빛과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저분하게 듬성듬성 난 수염으로 가려진 그의 입꼬리에는 희미한 미소가 걸려 있었기 때문에.


날 이후로 나는 매일 저녁마다 그 집에 드나들었고 그러면서 그 집에 대해 몇 가지 알게 된 점이 있었다. 우선, 내 첫 인상과는 달리 은근히 사람들이 많이 온다는 것. 그리고 두번째는 오는 사람만 많이 온다라는 것이었다. 그 손님들은 아무래도 주인과 오랫동안 알고 지낸 듯한 사람들로 보였다. 매번 그 사람들이 올 때마다 주인도 함께 그들과 자리를 함께하며 술을 주거니 받거니 하던 것이었다. 그들이 주고 받는 대화를 듣고 있노라면 저게 무슨 말인가 싶은 표현들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예를 들면, "기합", "기열" 이라든지, "오도짜세", "찐빠" 라든지, 지금 생각해봐도 나는 여전히 그 뜻을 모른다.


특이한 점은 그 사내들 모두 하나같이 주인처럼 한 떡대를 자랑하는 거구들이었으며 그들 모두 해병대 출신이었다라는 것이었다. 재밌게도 그들끼리는 술이 거나하게 몇잔 돌면 처음에 부르던 형 동생 호칭이 아닌 "해병님" 이라는 존칭을 붙여 호칭하고 있었다. 우선 그 주인은 일단 이름이 '진덕팔' 이었고 그 외에도 '황근출' 이라던지 '마철두', '박철곤' 등을 비롯한 여러 이름들을 호탕하게 외치던 그 사내들의 우렁찬 목소리가 이 글을 쓰는 오늘 날에도 아직도 귓전에서 맴도는 듯 하니 당시 그들의 왁자지껄함을 짐작할 수 있으리라.


그냥 어느 해병대 전역자들의 모임이겠거니 하고 그 날도 국밥을 입에 우겨넣던 내게 그 집 주인이 내게 다가와 말을 건 때는 내가 그 집의 문지방을 최초로 넘은지 어언 두달 쯤 되던 무렵이었다.



- 下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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