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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문학] A씨의 이상한 하루 - 上

ㅇㅇ(49.174) 2022.07.20 22:2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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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7시>


오늘도 한 치의 오차 없이 울리며 A씨를 직장으로 등 떠미는 핸드폰 알람이란 놈에게 야속함을 느끼며 A씨는 마른 입맛을 쩍쩍 다시며 일어났다. 


출근시간까지는 아직 한 시간 반이라는 여유로운 시간이 있었으나 그 날 오후에 있을 지방에서의 고객사와의 미팅 겸 업무 인수자 소개차 겸 하여 함께 출장 갈 후배 2명 녀석들과 사전에 회의할 내용이 있었던지라 그 날만큼은 일찌감치 일어난 A씨였다. 두 녀석 모두 갓 대학을 졸업하고 입사한 신입사원들이었기에 자차는 고사하고 운전도 미숙하였던지라 A씨가 모두 태우고 지방으로 출장을 갈 예정이었다. 첫번째 후배녀석(이하 B)의 집 부근에 이르자 B가 아파트 입구에 나와 서성이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어어, 그래 안녕. 얼른 타."


B는 오늘도 군기가 바짝 든 모습이었다. 입사한지 석달째, 이제 적응기간도 갓 벗어나 '낯선 환경에 대한 긴장' 이라 쓰고 '신입의 군기'라 읽는 그것도 좀 퇴색될만도 하건만, 녀석은 여전히 흡사 군대의 신병을 연상케 했고 A씨도 그런시절을 겪어봤기에 최대한 B에게 편하게 대해주고는 했다. 


"C랑은 오늘 처음 보는 거겠네?"


"아, 예! 그렇습니다. 그동안은 그냥 사내 메신저나 전화, 이메일로만 얘기했지 대면하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C는 이번 A씨가 타 부서로 옮기면서 B와 함께 자신의 업무를 인수 받게 될 다른 두번째 후배 녀석이었다. 다만 B와 차이가 있다면 B는 입사부터 서울의 본사로 입사를 해서 A씨와 같은 부서에 있었고 C는 지방지사로 입사하여 이번에 서울 본사의 A씨 부서로 발령이 나서 보게 된 녀석이었다. 


"하, 근데 너네 둘이서 이걸 어떻게 하려고 그러지? 내가 차마 발걸음이 안떨어진다."


A씨의 볼멘소리에 그 기세 좋던 B 녀석도 내심 걱정되는 듯 말이 없었다. A씨의 불만은 이것이었다. 팀장은 기존의 A씨가 맡고 있던 업무량과 고객사의 거래 규모 및 관계를 알고 있었음에도 갓 고고성을 울린 아기와 진배없을 이 두 녀석에게 업무를 인수하라는 이해 못할 결정을 내렸고 A씨는 이에 대해 반대하였으나 팀장은 기어코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켰던 것이다. 


"에휴... 뭐 지가 내린 결정이니 어련히 너네 잘 챙겨주지 않겠냐..."  


어차피 2주일만 있으면 자연스레 남의 일이 될 것이었기에 A씨도 매번 그렇게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네며 B를 안심시켜주곤 하였으나 여전히 내심 한가닥 마음에 걸리곤 했다. 30분쯤 달렸을까, A씨는 C녀석이 메신저로 찍어준 주소에 도착하였고 C와도 접선하여 차는 이윽고 고속도로를 내달리고 있었다.


C는 A씨도 이 날이 첫 대면이었으나 예상대로 다소 소심하고 내성적으로 보이는 녀석이었다. 유선 통화 상에서도 녀석은 늘 무언가 사고를 치기라도 한 듯 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였고 그런 C에게서 A씨는 이 녀석이 과연 이 지랄 맞은 거래처를 잘 맡아서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곤 했던 것이었다. 


"고객사 미팅 시간은 어차피 오후 1시 쯤이니까 일단 거기 인근 카페에서 간단하게 업무 볼 거 보고 회의 좀 하다가 점심 먹고 여유있게 들어가자. 아 참, 그리고 너네 둘도 오늘 처음 보는 걸텐데 인사들 좀 하고, 이제 너네 둘이서 사이좋게 이 지랄 맞은 고객사 새끼들 맡아야 돼."


B, C 두 녀석의 어색해 보이는 분위기도 환기할 겸하여 이등병을 놀리는 병장이라도 된마냥 농담도 섞어서 짐짓 겁을 주는 A씨였다. 조수석에 앉은 B와 뒷좌석에 앉은 C는 서로를 곁눈질로 흘끗거릴 뿐 어색하게 눈 인사를 주고 받고 있었다. A씨는 속으로 웃으며 엑셀 페달을 내밟았다. 


<오전 11시>


고객사에 다와갈 즈음, 점심을 때우고자 어느 휴게소에 들린 세 사람은 각자 메뉴를 고르고 탁자에 둘러 앉았다. B,C는 아직 어색한 기류가 흐르고 있었기에 A씨는 애써 녀석들에게 질문도 던지고 대화를 유도하며 무던히도 애를 쓰고 있었다. 그리고 사내놈들끼리 모이면 필연적으로 나오는 군대 얘기가 나왔고 비로소 세 사람의 대화에도 활기를 띄는 듯 했고 도중에 C녀석도 B처럼 해병대 출신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너도 해병대 출신이야? 야, B 얘도 해병대 출신이야."


"아, 혹시 실례지만 몇 기세요..?"


A씨를 통해 B의 예상치 못한 출신을 듣게 된 C는 반가움 반, 조심스러움 반의 표정으로 B에게 물었고 B는 뭔가 긴장한 듯한 기색이었다. 


"아, 저는 XXXX기 입니다."


"XXXX기요...?"


C는 잠시 말이 없다가 이내 입꼬리를 슬쩍 올리며 반색하듯 말했다. 녀석의 목소리에는 묘한 자신감이 엿보이고 있었다.


"아, 저는 OOOO기인데..."


"아....."


뭐랄까, B의 짧은 탄식에는 일반 육군병장 출신인 A씨조차도 감지할만한 묘하지만 뚜렷한 패배감이 묻어 나오고 있었다. 반면 C녀석은 얼굴에 다소 여유로운 미소가 만연한 채 B를 응시하고 있는 것이었다. 



- 下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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