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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문학] A씨의 이상한 하루 - 下

ㅇㅇ(49.174) 2022.07.21 20:47:24
조회 942 추천 18 댓글 4

[해병문학] A씨의 이상한 하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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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


B,C의 소개 및 마지막 업무 미팅이 끝나고 A씨는 혼자 그동안 알고 지내왔던 거래처의 부서 별 사람마다 작별인사를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입사 이래로 오늘날의 대리 짬에 이르기까지 몇 년간 홀로 맡아오며 미운 정, 고운 정 모두 들었기에 쌓아온 신뢰의 깊이만큼이나 정 또한 깊었었다. 그렇게 거래처의 부서를 한 바퀴 쭉 돈 A씨는 B,C가 있는 1층 직원 카페로 향했다. 어차피 A씨의 사적인 일이었기에 B,C는 굳이 뒤따라 다닐 필요는 없었을 터, 편하게 있으라고 할 요량으로 직원 카페에 보내두었던 것이었다.


"야, 나 솔직히 아직 뭐가 뭔지 잘 모르겠는데 넌 그래도 A 대리님이랑 여기 같이 맡아서 좀 했으니 잘 알겠네?"


C의 목소리였다. B, C 두 녀석은 한가로이 커피를 마시며 한담을 나누고 있었는데 두 녀석의 앉은 모양새부터가 뭔가 모를 위화감을 조성하고 있었다. B는 소위 말하는 이등병 차렷 자세로 행여나 각이 틀어질새라 안절부절하는 모양새였고 반면 C녀석은 태평하게 다리를 꼬고 느긋하게 뒤로 몸을 기울이고 빨대를 질겅대며 씹고 있었다. 또한 C녀석의 평소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의 어눌한 말투는 온데간데 없고 이제는 한껏 여유로움이 넘치는 것이었다. 것보다 C는 왜 B를 하대하고 있단 말인가?


"예..! 그렇습니다! 근데 A 대리님께서 사수로서 주로 하셨던지라 저는 아직 잘 모릅니다..!"


B 녀석의 목소리에는 묘한 떨림이 감도는 듯 했다. 물론 B녀석은 원래 아직까지도 신입사원 티를 못벗긴 하였으나 이번의 그것은 분명 평소 A씨에게 대하는 태도와는 사뭇 달라 보였다.


"야, 그래도 너가 나보다 먼저 입사해서 더구나 이 거래처도 조금이나 먼저 맛을 봤잖냐? 그럼 당분간은 니가 좀 챙기다가 나한테 천천히 좀 알려줘라. 알겠지?"


C의 여유로움과 느긋함이 묻어나오는 말을 듣고 있자니 A씨도 새삼스레 저 두 녀석의 입사일을 되짚어 보게 되었다. B 녀석은 이제 들어온지 석달째, C녀석은 이제 한달 쯤 되었던 것으로 기억했다. 더구나 A씨의 기억으로는 B가 28살, C가 26살로 B가 C보다는 두 살이 더 많은데 저건 무슨 광경이란 말인가? 물론 A씨도 한두살 차이의 나이나 입사 차수에 크게 얽매이지 않는 편이었으나 어떻게 보아도 지금 이 광경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아, 대리님 오셨습니까!"


B녀석이 저 멀리 서있는 A씨를 발견하고는 던지는 말에 C녀석도 황급히 일어나 엉거주춤 목례를 했다.


"수고하셨습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C녀석은 몇 시간 전의 소심하고 어눌한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어, 그래. 이제 슬슬 돌아가자. 근데... 너네 둘이 형 동생하기로 한거야? 근데 내 기억으로는 B가 C보다 한 두살 많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B, C 녀석은 잠시 서로를 멀뚱히 쳐다보다 B가 먼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아.. 그게 아까 휴게소에서 C 선배님이 저보다 해병대 윗 기수 선배님이셨던걸 알게 되서 제가 선배로 모시게 되었습니다.."


B녀석의 말을 들은 A씨는 잠시 말이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할 말을 고르고 있었다.


일단 A씨의 기준에서는 지금 이 두 녀석이 정한 관계의 틀이 이해도 되지 않았거니와 또 자신의 잣대를 들이대어 이 둘의 관계를 새로 정립해주는 것 또한 웃긴 일인데다 자칫하면 흔히 말하는 청바지 입은 꼰대로 비추어질까봐 내키지 않았다. 더구나 A씨는 2주 후면 더는 이 녀석들과 볼 일도 딱히 없어질 터, 뭐하러 그런 욕을 감수하면서까지 나서야 하겠는가. 무엇보다 마지막으로 B, C 이 두 녀석의 관계를 A씨가 은연 중에 불편해 하는 것 자체부터가 A씨 스스로가 꼰대라는 하나의 반증임을 드러내는 듯한 불쾌한 기분이 드는 것이었다. 그래, 어쩌면 이 또한 녀석들의 공통점인 해병대라는 특유의 집단만이 가진 인간관계를 정의하는 또다른 기준이자 잣대가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 A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랬구나. 그래 뭐, 그렇게 친하게 지내면 되지."


A씨는 졸지에 하급자로 전락해버린 B의 뭔가 석연치 않은 표정을 보며 그 또한 뒷맛이 개운치는 않았으나 그런 찜찜함은 오랜세월 함께해온 거래처에 남겨둔 채 그러려니 하고 녀석들과 함께 차에 올랐다.



<오후 7시>



B, C 녀석들을 서울역에다 내려주고 A씨는 거주하는 오피스텔로 돌아와 있었다. 두 녀석은 해병대 선후배간에 술 한잔하며 회포를 풀겠다라며 그대로 강남으로 향했다. 다음에 한번 시간내겠다라는 B녀석을 오랫만에 만난 해병대 전우들 간에 그 무슨 말이냐며 한사코 붙잡고 이끌다시피 하여 간 C녀석을 떠올리며 A씨는 피식 웃었다. 저것이 말로만 듣던 해병대 문화란 말인가.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는 말이 결코 빈말이 아니란 것을 새삼스레 체감하게 된 하루였다.


"♪♬♪♬♬~"


그 때 핸드폰 전화벨이 울려 발신자를 보니 오늘 다녀온 거래처의 영업 부서 D팀장이었다. A씨의 신입사원 시절부터 봐왔던 사람으로 아직은 미숙하고 서투르던 A씨의 신입 시절에 친 사고들도 D팀장이 해결해주고 몇 번 눈도 감아준 은인이었다. 그랬기에 오늘 작별인사 때도 D팀장한테 만큼은 음료수 세트라도 손에 쥐어주었던 A씨였다. A씨는 반가운 마음에 전화를 받았다.


"아, 예! 팀장님 아이고... 오늘 마지막으로 인사드리고도 아쉬워서 전화 주셨습니까."


넉살좋게 농을 던지는 A씨에게 화답하기라도 하듯 이미 한잔 걸친 듯한 D팀장의 발음 새는 목소리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햐, 내가 또 우리 A대리 마지막으로 한번 더 보고 싶어서 왔지! 어차피 나 내일 서울에서 미팅 있어서 오늘 저녁에 올라온건데 A대리랑 팀장님도 다같이 불러서 한번 보자고!"


"아, 저희 팀장님도요? 네, 뭐 좋죠!"


자신의 팀장님도 함께 부르자는 D팀장의 제안에 A씨는 내심 내키지는 않았으나 그냥 그러려니 하고 대충 옷을 걸치고 D팀장이 오라는 장소로 향했다.



<오후 8시>



왁자지껄한 호프집에 들어서자 A씨의 팀장은 이미 먼저 와서 D팀장의 술 상무 노릇을 하고 있었다. 이제는 옛말이 되었다고는 하나 명색이 영업부서의 팀장임에도 A씨의 팀장은 술 한잔만 들어가도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를만큼 술이 약했지만 호기롭게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었다.


"어어, 그래 A대리 어여 와서 앉어!"


D팀장이 자신의 옆자리를 권했고 A대리도 동석하여 팀장으로부터 술 상무 바톤 터치하였고 그들의 테이블에는 소주, 맥주병이 쌓여가기 시작했다. 나름 한 주당한다라는 A씨도 알딸딸해졌을무렵, 팀장의 혀 꼬부라진 외침이 들렸다.


"새끼...이거 밖에 못 마시나!"


A씨가 풀려가는 눈을 돌려 보니 반쯤 쓰러져가는 D팀장의 면전에다 대고 팀장이 뭉개지는 발음으로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있었다.


"악으로 깡으로 마셔라! 이런 흘러빠진 새끼 같으니...! 네놈의 기수만큼 흘러빠진 기수는 없을거다!"


팀장의 괴이한 불호령에 D팀장은 자극이라도 받은 듯 허겁지겁 소주잔을 비웠고 A팀장은 껄껄 웃는 것이었다.


"새끼....기합! 네가 비록 밖에서는 甲이라고 해도 안에서는 영원한 나의 후배다! 그걸 잊지 마라! 고로, 지난 달에 내가 요청했던 물품 대금지급 기일은 앞당길 수 있도록!"


"악..! 알겠습니다!"


아 참, 생각해보니 이 둘도 같은 해병대 출신들이었지... A씨는 홀로 중얼대며 과거의 기억을 떠올렸다. A씨의 신입사원 시절, 팀장과 함께 D팀장과의 첫 술자리에서 듣게된 그들의 과거와 그에 따라 새로이 확립된 갑을 관계, 팀장의 말대로 밖에서는 팀장이 D팀장에게 굽신거리고 존대하는 입장이었으나 술이 들어가면 그들은 순식간에 해병으로 돌변하여 관계 또한 그 기수 순서에 따라 역전되는 것이었다.


그들은 그것을 자랑스레 해병들만이 공유하는 위계질서라 하였고 그들의 표현을 빌려 말하자면 '기열땅개' 출신의 A씨는 예나 지금이나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렇게 A씨의 이상한 하루가 저물어 가고 있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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