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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문학] 장례식장에서 - 上

ㅇㅇ(211.213) 2022.08.01 13: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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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어닥친 한풍에 가지에 겨우 붙어 명맥을 유지하던 나뭇잎들도 하나 둘씩 떨어져가던 11월의 어느 날이었다.


황량한 회색빛 도시에 내린 이른 초설만큼이나 아직은 이른 때였던 어느 날, 민준의 아버지, 모칠은 세상을 떴다.


병상에서 무미건조한 어조로 아버지의 사망선고를 내리던 의사의 냉정함과 기다렸다는 듯 장례절차와 비용에 대해 설명해주는 상조업체 담당자의 사무적인 태도에서 민준은 비로소 자신이 홀로 세상에 내던져졌음을 손에 내려앉은 초설 눈송이의 차가웠던 감촉만큼이나 뼈저리게 체감하게 되었다.


아버지의 사망진단서를 읽어내려가던 민준의 눈에 들어온 '다발성 외상' 이라는 아버지의 사인, 구체적으로는 "개방성 골절" 이라는 이해할수도 없고, 이해하기도 싫은 전문용어로 무심하게 휘갈겨져있는 단어를 보며 민준은 그날 밤 병원 응급실의 긴급한 연락을 받고 뛰어와 마주한 아버지의 처참한 몰골을 떠올렸다. 여느 때와 같이 늦은 밤까지 화물트럭을 끌고 장거리 운전을 가다가 어느 졸음 운전자 차량과 정면충돌하여 차 밖으로 튕겨져 나갔던 아버지의 살과 뼈로 이루어진 육신은 그 갑작스레 덮쳐온 재난을 버텨내지 못했다.


유족의 서명란에 묵묵히 자신의 이름 석자를 써내려가던 민준을 보며 의사는 민준으로부터 건네받은 가족관계증명서 상에 기재된 민준의 생년월일을 보고는 안되었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동안 수많은 환자들에 대한 사망선고를 내리고 유족들의 슬픔과 고통을 수없이 목도해왔을 베테랑 의사의 눈에도 아직은 미성년자에 불과한 어느 고등학교 2학년이 장차 짊어지게 될 짐은 안타깝게 보였을 터였다.


그러나 그런 의사의 동정이 채 전해지지 못했던 탓일까, 민준은 시종일관 덤덤한 표정이었다. 일련의 절차를 거쳐 장례식장에 상주의 자격으로 홀로 들어설 때까지 민준의 표정에는 어떠한 슬픔도 드러나지 않는 듯 했다.


민준은 한적한 장례식장을 둘러보며 다시금 자신이 가진 아버지에 대한 생각을 더욱 굳혔다. 그리고 다시 한번 되뇌었다.


'아버지, 아버지는 결국 이런 분이셨습니다. 아버지의 마지막 가는 길조차 배웅하러 온 사람이 이렇게나 없으니 말이죠. 일을 핑계로 지난 10여년간 저에 대한 무관심과 방치로 일관되었던 아버지의 삶은 결국 이런 것을 위함이었나요?'


민준은 어릴 때 아버지와 이제는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어머니와 함께 손잡고 정든 해병대의 정문을 나올 때를 떠올렸다. 비록 어릴 때였음에도 부모님과 함께 넓고 신기한 바깥 세상에서의 삶에 대한 동경과 기대로 가득차 있던 그 당시의 기억은 십여년이 지나도 아직까지 생생한 감정으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아직은 20대 초중반의 어린 나이에 아마도 어린 민준을 키울 자신이 없었을 어머니는 민준과 아버지를 두고 홀연히 사라졌고 어린 민준은 그렇게 아버지와 단둘이 살게되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아버지와의 생활은 추억할만한 것이 없을만큼 민준의 기억 속의 아버지는 일주일에 집에 들어오는 때가 손에 꼽을 정도로 늘 일에 치여 사는 사람이었다. 초등학교 때 다른 또래의 아이들이 운동회에서 부모님과 정답게 2인 3각 달리기를 할 때 민준은 담임선생님과 해야했고 중학교 시절 학예회 행사 때 연극하는 민준을 사진과 영상에 담아낸 이는 친구들의 부모님이었다.


그렇게 민준은 늘 혼자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민준을 괴롭게 하였던 것은 폭언에 가까운 아버지의 주정이었다. 비록 손찌검은 없던 아버지였음에도 손찌검 만큼이나 매섭고 깊은 상처를 남겼던 것은 아버지가 내뱉던 말들이었다.


어쩌다 한번 집에 돌아와 식사를 할 때 시작한 반주는 늘 폭음으로 이어졌고 술에 취해 혼미한 정신으로 아버지는 민준을 보며 줄곧 이런 말을 하는 것이었다.



"미안하구나, 아비로서 너에게 해주고 싶은 것도 많지만 내가 못나서 능력이 안되는구나. 차라리, 네가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너도 이런 삶을 살지 않았을텐데."



어린 민준이 듣기에도 아버지는 분명 자신에게 미안함을 토로하는 것으로 들렸지만 그 뒤에 늘 따라오는 아버지의 냉기어린 한마디,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려는 듯한 그 한마디는 늘 민준의 가슴을 후벼파는 것이었다. 술만 들어가면 입버릇 처럼 내뱉는 아버지의 그 말 한마디에 민준이 새삼 자신의 존재에 대해 의구심을 품게 되는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럽고도 비극적인 수순이었다.



생각해보면 과거 어릴 적 아버지가 복무했던 해병대에서 자신이 태어났다라는 점 부터가 무언가 뒤틀린 출발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떠나간 어머니 또한 민준을 태어나서는 안될 존재, 세상에 존재해서는 아니될 존재로 인식하여 떠나간 것은 아니었을까? 그리고 황룡 삼촌의 손을 붙잡고 포항시내를 떠돌 때마다 자신을 이상한 눈길로 바라보는 뭇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들.



어쩌면 아버지는 그동안 풀리지 않던 질문들에 대한 답을 은연 중에 던져주고 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것은 단순히 민준의 특이한 생김새에만 기인한 무언가가 아닌, 모두가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존재에 대한 부정하고자 하는 모종의 거부반응이 아니었을까?



민준은 무심히 아버지의 영정사진을 바라보았다. 사진 속의 아버지는 여전히 과거 해병대 시절에 머물러 있었다. 민준과 사회로 나온 이후의 시절도 아닌, 무려 10여년 전의 해병대 시절이 아마도 당신께서 자평하시는 마지막 영광된 순간이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듯했다.



그래서일까, 조문을 오겠노라 하고 연락을 온 이들은 모두 아버지의 영광스럽던 시절을 공유하던 해병대 시절의 전우들이었다.



민준은 씁쓸히 웃으며 정장 자켓 안주머니를 뒤적여 숨겨두었던 담배를 꺼냈다. 이제는 아버지도 안계시니 누가 뭐라 하겠는가. 담배로 외로움도 달랠 겸 빈소 밖으로 발걸음을 옮기려는 그 때였다.



"어린 놈의 자식이 어디서 담배냐."



놀란 민준이 고개를 들어 보니 황룡이 어느새 빈소 안으로 들어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 中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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