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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문학] 장례식장에서 - 中

ㅇㅇ(211.213) 2022.08.01 22:49:03
조회 3011 추천 105 댓글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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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룡이 삼촌...."



황룡은 다가와 민준의 손으로부터 담배를 빼앗아서는 빈소 한켠에 마련된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성인이 되거든 피우든가 해."



"네...."


어릴 적부터 해병대에서 황룡을 유난히 잘 따르곤 했던 민준이었다. 아버지의 전역 후, 해병대에서 나와서도 생업을 바쁜 와중에도 해병대 전우회만큼은 필히 시간을 내어 참석하곤 하던 아버지를 따라왔던 덕분에 황룡과의 친분도 자연스레 유지되었고 비록 최근에는 의사로서 바쁜 나날을 보내던 황룡과의 만남이 다소 뜸해졌다고는 하나 그 둘은 여전히 피만 섞이지 않은 숙질관계에 가까웠다.


고개를 숙이고 쭈뼛거리는 그런 민준에게 잠시 말없이 딱한 눈빛을 보내던 황룡은 모칠의 영좌 앞에 섰다. 그리고 망자에게 응당 갖추어야 할 예를 올린 후, 민준에게 말했다.



"조문객 받아야지."  



"아, 네..."



민준은 황룡으로 앞으로 다가가 섰고 둘은 이내 맞절을 올렸다. 원래 같았으면 상주와 조문객 간에 주고 받는 평이한 위로와 감사의 인사가 오고 갔겠지만 맞절을 끝낸 둘은 말이 없었다. 



"....밥은 먹었고?"



그렇게 묻는 황룡의 눈은 조심스레 이리저리 민준의 안색을 살피고 있었다. 어린 나이에 이런 참극을 당한 민준이 여간 안쓰러웠던 것이었다. 



"네, 대충 먹긴 먹었어요."



"그래...."



황룡은 착잡한듯 깊게 한숨을 내쉬더니 시선을 돌려 여전히 해병대 그 시절에 머물러 있는 모칠의 영정사진을 바라 보았다. 환하게 웃고 있는 모칠을 보며 황룡은 그 시절을 떠올렸다. 


모든 것이 비정상적으로 미쳐돌아가던 해병대였고 악명 높은 녀석들 중 하나가 모칠이었지만 모칠의 후임들로부터 전해들은 뒷 이야기로는 모칠은 전역이 다가오면서 사람이 변했다라고 했다. 자연스러운 변화였는지 아니면 본인의 의지가 개입된 것인지, 전역 후 삶의 준비라도 하려는 듯, 사람이 온순해지고 말수가 적어지며 즐겨 일삼던 사람사냥도 다른 후임에게 물려주고는 본인은 더는 하지 않았다라고 했다. 


이는 그의 영원한 전우이자, 아내, 동반자였던 톤톤정, 아니 김유정 또한 마찬가지였다.


전역을 한달 앞두고는 이제는 입대전의 여리한 모습으로 다시금 환골탈태해버린 유정과 늘상 붙어다니며 늘상 심각한 표정으로 무언가를 논의하는 듯 했다라는 것이었다. 아마도 짐작컨대 새로운 진로와 삶의 방향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나누었을 그들에게 있어서 모든 것은 그들의 자식, 즉 민준이를 기준으로 한 일변도의 논의였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한달 후, 세 사람은 다시금 사회로 복귀하였지만 유정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곧 모칠과 민준을 떠나버렸고 그로부터 3개월 후에 모칠은 황룡을 포함한 그 시절을 함께 보낸 모임자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까짓거, 그깟 년 없으면 뭐 어떻습니까? 저 혼자 민준이랑 보란듯이 잘 살아가면 되죠!"



아무래도 유정의 가출로 모임의 분위기 또한 무거운 상태에서 진행되었고 다들 모칠에게 심심찮은 위로의 말을 건네자 시종일관 굳은 표정으로 있던 모칠이 애써 웃음지으며 호쾌하게 던진 말이었다.


그러나 마주앉아 있던 황룡의 눈에는 모칠의 그런 당당한 기개가 무색하리만큼 홀로 파르르 덜리는 모칠의 손이 보였다. 황룡이 곁눈질로 옆에 앉은 근출을 보자 근출 또한 똑같이 발견했는지 말없이 황룡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옆에서 한없이 순수한 얼굴로 숟가락을 만지작 거리고 있는 민준이 있었고 그 때가 민준의 나이 5살 때였다. 



그 날 이후, 황룡은 근출과 함께 모칠-민준 부자의 생활, 아니 정확히는 모칠의 경제 수입원에 대해 그의 친한 후임들이나 동기 등을 통해 본의치 않은 뒷조사를 하게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혹여나 걱정스러운 마음에 모칠에게 대놓고 묻자니 녀석의 콧대 높은 자존심이 허락할리 없었고 설령 물어봐도 그냥 근근히 이런저런 일 하며 생계를 꾸리고 있다라고 얼머부렸던 것이었다. 때로는 근출과 함께 모칠-민준 부자를 돕고 싶은 마음에 민준의 용돈이라는 구실 좋은 핑계를 들며 현금다발을 건네고는 하였으나 이는 되려 모칠의 역린을 건드는 일로 치닫기도 했다.



"룡이 형님! 자꾸 이러시면 저 다시는 형님 안볼겁니다!"



민준이가 6살을 맞이하던 해의 그 날 모임에서 술에 취해 씩씩대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려는 모칠을 애써 말리고 사과하며 겨우 앉히고 난 후에야 황룡은 다시는 모칠에게 돈을 건네지 않겠다라고 맹세아닌 맹세를 해야만 했고 황룡은 그저 불안한 눈길로 모칠-민준 부자의 불안정해보이는 생활을 관망만 하게 되었지만 그 다음해에 모칠이 간만에 지어보인 환한 미소와 함께 들고 온 자신이 운전직 공무원에 함격하여 공직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는 소식은 그와 같은 황룡의 걱정을 불식시키기에 충분했다.    


아마도 자신이 해병대 시절부터 자부하던 운전실력을 주특기 삼아 도전하여 노력한 결과였으리라. 이제사 녀석이 자리를 잡았구나 하고 내심 안도하던 황룡을 위시한 근출과 여러 전우들은 그런 모칠의 새 출발을 축복해주었고 바야흐로 두 부자의 가정에도 평화가 찾아왔다라고 여겼었다.



그러나....



"룡이 삼촌?"



"음?"



우두커니 서서 잠시 회상에 잠겨 있던 황룡을 의아하게 바라보던 민준이 불렀다.



"식사 안하셨으면 식사 먼저 하세요." 



"아, 그래. 너도 기왕이면 같이 와서 먹자. 대충 먹었다며?"



"아, 네. 알겠어요."



황룡과 민준은 에서 나와 접객실의 식탁에 마주보고 앉았다. 접객실에는 오직 두명 뿐이었다. 민준은 비로소 일거리가 생겨 음식을 장만하시던 아주머니 두 분이 적적한 빈소와 민준을 번갈아보며 민망해하고 안타까워하는 듯한 시선이 느껴졌다.


아버지의 사회생활이 영 순탄치 않았음은 민준도 대강이나마 짐작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줄은 몰랐기에 슬몃 부끄럽고 민망한 마음이 치솟아 아주머니들의 시선을 애써 외면하려고 했다. 그리고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신에게 이런 불행을 안겨다 주는 아버지가 새삼 원망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황룡은 안절부절해하는 그런 민준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민준이 느끼고 있는 감정은 고스란히 그 얼굴에 드러나고 있었고 그런 민준에게 무언가 말을 덧붙이고 싶었지만 지금 이 어린 것에게는 그 무엇도 들리지 않을 터였다.

 


"다른 사람들은 언제쯤 온다더냐?"



황룡이 아주머니들이 내어온 육개장 한술 뜨며 물었다.



"일단 근출 삼촌은 오늘 밤 늦게나 올 수 있다고 했고 다른 분들도 아마 그쯤해서 온다고 하셨어요."



"그래, 근출이는 아까 연락와서 얘기 들었고... 다른 사람들은 나도 요즘 도통 연락을 못하고 사는지라 오늘에서야 이제 오랫만에 한번 보겠구나."



"오늘.. 바로 가실건가요?"



민준의 물음에 황룡은 하던 젓가락질을 멈추고 민준을 보았다. 어느새 불혹의 나이를 넘어 중반을 바라보고 있는 황룡에게도 관록이란 것이 생긴 것이었을까, 깊어진 눈가의 주름만큼 사람의 표정과 분위기를 살피며 그 감정을 읽는 능력의 깊이도 제법 깊어진 황룡의 눈에는 민준이 이 적적한 빈소에서 함께 자신과 시간을 보내달라고 간청하고 있는 듯 했다. 아니, 그냥 거창하게 그런 것 없이 홀로 남겨질 민준이 안쓰러워서였을까. 



"아니, 네 아버지 가는 것까지는 보고 가야지. 발인이 모레 아니냐?"



"네, 맞아요." 



"그래, 발인 날까지는 있을거다."



가볍게 미소짓는 황룡을 보며 민준의 입가에도 희미하게나마 미소가 떠오르는 듯 했다. 그리고는 비로소 숟가락을 들어 식사를 하는 민준을 보며 황룡은 착잡한 미소만을 머금고 있었다.



- 下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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