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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병문학] 적벽가

ㅇㅇ(49.174) 2022.08.08 23:25:07
조회 1022 추천 36 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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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조 승상님의 백만대군이 적벽에서 기열 역적 손권-유비에게 대패한 서기 208년 추운 겨울의 어느 날!



치솟은 검은 연기로 얼룩진 적벽의 검붉은 하늘 아래, 일국의 승상이라는 만인지상의 지위에 계셨음에도 누구보다 빠르게 선두에 서서 역돌격이란 것이 무엇인지를 몸소 보여주시던 조 승상님의 뒤를 따르던 휘하의 수병들은 살을 에는 듯한 추운 겨울날이었음에도 하염없이 그런 조 승상님의 꽁무니를 쫓느라 추위는커녕 열기로 인해 몸에서 모락모락 연기가 나는 마당에 추운 것도 잊은지 오래였으니!



언제 기열 역적 손권-유비의 추격병들이 쫓아올지 모르는지라 새벽까지 이어진 강행군에 수병들의 몸 상태는 여간 말이 아니었음에도 우리의 조 승상님께서는 불나도록 말 궁둥짝에 연신 채찍질을 하고 계셨고 수병들은 속절없이 애꿎은 두 다리를 재촉할 수 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이 대체 어찌된 일인가! 이런 자신들을 돌보시지 않고 뒤도 돌아보시지 않은채 행군을 재촉하는 조 승상님에 대한 원망이 뭇 수병들의 마음 한켠에서 수줍게 고개를 쳐들고 있던 그 때였다!



그러나 가만, 잠시 달아오른 머리를 식히고 돌이켜 보노라면, 일찍이 옛 성현들께서 설파하시던 좋은 말씀들 중에는 군주의 실책은 천하를 향방을 좌우할만큼 심오하고도 심원한 뜻이 담긴 계책이라는 말이 있지 않던가!



비 때문에 갑옷은 젖어 천근만근이요, 거기다 삭신은 쑤시다 못해 감각은 잃어버린지 오래요, 이놈의 눈꺼풀은 왜이리 무거운지 자꾸만 감기니 환장할 노릇이요, 이런 삼중고를 겪는 수병들임에도 강행군을 재촉하시는 것에는 필시 숨겨진 저의가 있을 터!



이는 어쩌면 적벽에서 기열 손권의 '장난질' 로 인하여 수병-베이징 카오야가 되어버린 수많은 수병 전우들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을 잊게 해주시려는 조 승상님의 적벽에서의 불길만큼이나 따스하고 전우들이 수몰되어 버린 장강의 깊이만큼이나 깊고 끝을 알 수 없는 배려가 아니겠는가! 아아, 우리는 그것도 모르고 잠시나마 승상님을 원망하는 마음을 품었던 것인가! 아아, 부끄러운지고! 승상님의 하해와도 같은 배려와 은혜는 갚을 길이 없도다!



집단지성의 오용이라는 훌륭한 예시로 들 수 있을만큼 수병들은 너나할 것 없이 망상의 나래 끝에 도달한 황당한 결론 앞에 굴복한 나머지 이내 자신의 성급함과 경솔했음을 자책하며 모두가 가뜩이나 패전으로 씹창난 낯빛의 한계치를 스스로 가늠이라도 해보려는 듯 흐린채 숙연하게 고개를 떨구고 말았으니!



더러는 부끄러움을 이기지 못한 나머지 성현께서 칭찬일색이셨던 옛 풍습인 순장을 언급하며 승상님께 속죄하는 마음으로 승상님께서 승천하실때 순장자로 써달라며 자청하여 미리 목을 긋는 실로 후세에 길이 남을 귀감이 될만한 기합찬 행동을 보이는 수병들을 바라보며 뭇 수병들은 눈물과 말없는 박수로 그들을 전송하였다.



물론 이 과정에서 두뇌저능(頭腦低能) 수병이 성현이신 공자께서는 순장을 신랄하게 까셨는데 이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냐며 아는 체를 하는 바람에 기군망상죄를 죄목으로 하여 쥐도 새도 모르게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는 사소한 일도 있었으나 그건 그리 중요치 않았을 터.



조 승상님께서는 자신을 향한 수병들의 충정어린 한바탕 소란을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심드렁한 얼굴로 코를 후비시며 좌우를 둘러보시고는 이내 정욱 군사님을 찾으셨다.



"정욱! 지금 이곳이 어디인가!"



"아, 그게 아무래도 오림 같습니다만."



"오림이란 말이지..."



정욱 군사님의 말을 곱씹으시던 조 승상님께서는 잠시 말없이 좌우를 두리번거리시더니 이내 웃으시며 외치시는 것이었다!



"유비, 이 새끼....기열!"



"예?"



난데없는 조 승상님의 일갈에 정욱 군사님을 비롯한 주위의 서황, 장료 등의 오도 장수들은 어안이벙벙한 얼굴로 서로를 쳐다볼 뿐이었다.



"내가 기열 유비 그 놈이었다면 이곳에 군사를 숨겨 두어 패주하는 적병들을 일거에 소탕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기열스러운 놈은 가히 그 오명에 걸맞게 기열 찐빠스러운 행동을 하고 있지 않는가 말이다!"



"아... 예, 뭐 그렇군요."



기열 유비가 반응해줘도 이 보다는 훨씬 좋았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만큼 정욱 군사님의 황당함에서 기인한 뜨뜻미지근한 반응에 조 승상님께서는 당장이라도 그 자리에서 정욱 군사님을 수병-경장육슬로 만들어 허기진 수병들의 배를 달래주시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으셨지만 신하의 무례함도 때로는 가볍게 웃으며 넘어갈 줄 아는 관대함이 중화의 지도자로서 갖추어야 할 덕목이나 풍모가 아니겠는가! 이내 조 승상님께서는 인자하신 미소를 지으시며 천하대사를 논하는 지엄한 자리에 무엄하게도 자신의 말고삐를 잡고 있던 마부가 재채기를 했다라는 이유로 그 자리에서 참수를 명하시는 것으로 군령의 지엄함을 내보이셨다.



"그나저나, 여기서 잠시 쉬도록 한다! 먼 길을 달려왔으니 병졸들과 말이 모두 지쳤을 터! 모두 쉬도록 하라!"



그러고는 자신은 한가로이 불룩 튀어나온 배를 두들기며 그늘 밑에서 잠시 잠을 청하셨고 수병들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음산한 오림의 숲에 적당히 풀어두시는 지엄한 군령 속에서도 부하들을 위해 일말의 자유라도 허용할 줄 아는 지도자의 면모를 보이시는 것이었다.


그리고 수병들은 앞서 조 승상님을 위해 순장을 자청한 뭇 수병들이 민망스러워 할 만큼 욕지거리를 중얼거리며 먹을 것을 찾아 나서던 그 때, 어디선가 북소리가 울려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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