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때는 흘러빠진 황룡의 해병-호두과자가 6974도의 무더운 날씨에 알맞게 익어 해병들의 군침을 싸악 돌게 만들던 어느 톤요일!
박철곤 해병님께서는 황근출 해병님께서 짬 때리신 저녁의 야외 초소근무로 인하여 매우 심통이 나 계셨다!
이유인즉슨, 프리 뭐시기 아니 시발, 이름이 뭔지도 모를 요상한 만화 때문에 6974년째(흘러빠진 싸제역법으로는 3주이다) 자신의 근무를 맞후임이라는 이유로 박철곤 해병님께 연거푸 짬 때리고 계셨던 것이었으니!
물론, 마음만 먹으면 박철곤 해병님께서도 얼마든지 자신의 후임들에게 황근출 해병님께서 내세우신 똑같은 사유로 여차하면 근무를 짬 때릴 수는 있었으나, 명색이 해병성채의 2인자요, 황근출 해병님의 다음 가는 오도짜세 해병으로서 뭇 후임들 앞에서 응당 모범을 보이셔야 했는데다, 무엇보다 사랑하는 후임들에게 차마 그런 내리갈굼의 악순환을 대물림 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시어 지나가는 후임 여럿을 참수하는 것으로 분노를 갈음하시었다!
그러나 여전히 황근출 해병님에 대한 원망과 분노로 좀처럼 분노가 식지 않으시었던 박철곤 해병님은 문득 함께 근무에 투입될 어느 부사수 아쎄이가 문득 생각나시었다!
아니, 응당 명색이 부사수라면 근무 투입 10분전에 미리 함께 근무에 투입될 선임의 장구류와 총기를 구비하는 것은 물론, 근무 중 심심할 입을 달래줄 해병-호두과자(흘러빠진 싸제언어로는 불알이라고 한다)라도 미리 준비하여 찾아와야 하는 것이 부사수의 덕목이거늘!
그런데 이 부사수 녀석은 근무 투입 69분전(흘러빠진 싸제 시간 계산법으로는 10분 쯤 된다)까지도 아무런 소식이 없어 도리어 선임인 자신이 나서서 후임을 찾게 만드는 꼴이라니!
가뜩이나 황근출 해병님으로 인하여 분노를 다스리고 계시던 박철곤 해병님께서는 화가 포신 끝까지 나시어 식식대며 생활관을 돌아다니시며 이 흘러빠진 기열찐빠 아쎄이를 찾으시던 중, 문제의 그 아쎄이가 생활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머리를 벽에 기대어 오도카니 앉아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사람이 너무 화가 나면 기가 막혀서 말도 안나온다고 했던가, 박철곤 해병님께서는 분노로 몸을 사시나무 떨듯 떠시며 그 아쎄이에게 다가가 우뚝 서시어 말을 거시었다!
"아쎄이, 지금 여기서 뭘하고 있지?"
"......."
이럴수가, 아쎄이는 선임의 질문에 재깍재깍 기립하여 즉각 응답하기는커녕 미동 없이 여전히 침울한 표정으로 머리를 벽에 기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기열 황룡조차도 이런 찐빠를 저지르지 않거늘!
박철곤 해병님께서는 형용할 수 없는 분노로 얼굴이 달아오르시는 것을 느끼시었으나 어찌나 화가 났는지 되려 차분한 목소리로 다시금 그 아쎄이에게 말을 걸었다. 이제 아쎄이의 목숨은 경각에 달려 있는 것이었다!
"아쎄이, 다시 한번 묻겠다. 지금 여기서 뭘하고 있지? 오늘 너와 나는 야외 초소근무가 아니던가?"
그러자, 비로소 그 아쎄이는 고개를 들어 박철곤 해병님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녀석의 표정이 이상했다. 마치 세상의 모든 슬픔을 짊어진 듯한 침울한 표정에 당장이라도 아쎄이를 영멸에 처하시려는 듯 분노로 들끓던 박철곤 해병님께서도 순간 분기탱천한 포신에서 해병-딸기주스가 쭈욱 빠지는 듯한 기분에 당황하시었으니! 아무래도 녀석에게는 무언가 말 못할 사정이 있음을 짐작한 박철곤 해병님께서는 조심스레 물으시었다.
"아쎄이, 표정이 좋지 않군. 말해봐라, 무슨 고민이라도 있는 것인가?"
"죄송합니다... 박철곤 해병님, 사실....말씀대로 고민이 있습니다..."
"역시 그랬군.. 무슨 고민인가? 속히 말해보도록!"
"사실... 요즘따라 밖에서 어머니가 만들어 주시던 비지찌개가 사무치게 그립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도저히 먹을 길이 없고... 그래서 그리운 마음에 그만..."
"......?!"
비지찌개라니, 생전 처음 듣는 단어에 박철곤 해병님께서는 고개를 갸우뚱 하시었다. 다만, 녀석의 앞뒤 문맥을 살펴보건대, 흘러빠진 싸제음식을 그리워 한다는 뜻이 틀림 없었으니! 해병이 기열 싸제음식을 탐한다는 것부터가 중죄에 속하였으나, 다만 앞에 전제된 '어머니가 만들어 주시던' 이라는 어구가 마음에 걸리는 박철곤 해병님이셨다.
무릇, 해병은 어머니 외 다른 여자들은 믿지 말아야 하는 법! 그런고로 어머니는 믿을 수 있는 존재일터, 그렇다면 그런 어머니께서 만들어주신 음식이라면 설령 기열싸제 냄새가 가득한 차마 입에 넣지도 못할 쓰레기 같은 음식이라고 할 지라도 신뢰가 가득한 음식이라는 자연스러운 추론에 기반한 논제가 성립하는 것이 아닌가?
치열한 브레인스토밍 끝에 일단 이 아쎄이의 말을 들어보기로 한 박철곤 해병님께서는 그 아쎄이에게 되물으셨다. 그 놈의 비지란 것이 도통 무엇인지 감도 오지 않으셨던 박철곤 해병님이셨기 때문이었다!
"아쎄이, 비록 기열 싸제음식을 탐한 죄는 무거우나, 어머니가 만들어주셨던 음식이라고 하니 일단 정상참작하도록 하겠다. 그나저나, 비지찌개라는 것은 어떤 음식이지? 찌개라고 하는 것으로 봐서는 탕 같은 것인것은 알겠으나 그 비지란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군!"
"햐... 너 입맛이 은근히 아재스럽구나? 하지만 뭐, 맛있는건 인정하지. 하, 나도 오랫만에 비지찌개나 먹고 싶네."
옆에서 잠자코 책을 읽으며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황룡이 옆에서 지나가듯 한마디 거들자 박철곤 해병님께서는 황룡에게 물었다.
"황룡! 그러고 보니 자네는 기열 싸제 음식에 대해 통달했겠군! 이 아쎄이가 말하는 비지란 것이 무엇이지?"
"하긴, 너네가 비지란 걸 어떻게 알겠냐, 뭐, 설명해주자면 비지란 건 콩으로 만드는 거야. 엄밀히는 두부를 만들고 남은 찌꺼기를 활용해서 만드는거지. 두부를 만들때 콩을 갈아서 콩물을 짜내면 남는 찌꺼기가 있는데 그걸 가지고....아, 아니다 이거 또 설명하면 너네 또 무슨 이상한 해병 푸드 만들어내서 개지랄할게 안봐도 비디오지. 특히나 쟤는 어머니가 만들어 주시던 비지찌개가 먹고 싶다는데 너네 또 이상한거 만들면 쟤가....."
이미 황룡으로부터 충분히 액기스 정보를 들었다고 판단하신 박철곤 해병님께서는 즉시 손날로 황룡을 참수하시었고 황룡은 더는 말을 이어 나갈 수는 없었으나 또다른 신규 해병 푸드의 레시피를 남기고 운명을 다하였으니, 오랫만에 보는 기합찬 모습이었다.
"음, 두부를 만들고 남은 찌꺼기로 만든다라... 얼핏 듣기엔 조리 과정이 쉽진 않겠지만 내 친히 너를 위해 재료를 구해보도록 하지!"
박철곤 해병님께서는 바닥에 굴러다니는 황룡의 머리통을 어리둥절하게 바라보는 아쎄이를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이셨다. 비록 기열찐빠를 저지른 아쎄이라고는 하나, 어머니의 손맛이 담긴 음식을 그리워하는 전우를 위해 잠시나마 그 손맛을 느낄 수 있는 한 끼 든든한 식사를 대접해주는 것 또한 해병의 덕목 중 하나가 아니겠는가!
가만 있어보자, 우선 두부라고 함은 우리 주변에서 언제든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가 아니던가? 박철곤 해병님께서 지나가던 아쎄이의 머리통을 반으로 가르자, 역시나 해병-두부 한 상이 푸짐하게 차려져 있었고, 박철곤 해병님께서는 손수 해병-두부를 꺼내어 냄비에 정성스레 담으시었다.
그러나 아까 황룡이 알려준 레시피에 따르면 두부물을 짜내고 남은 찌꺼기로 만든다고 하지 않았던가? 박철곤 해병님께서는 즉시 한걸음에 해병천으로 가시어 장구벌레와 아메바, 각종 유충이 풍부하여 맛과 영양이 보장된 해병천 한모금을 퍼서 냄비에 담으시었고 해병-천연 썬크림(기열 싸제언어로는 때라고 한다)으로 피떡칠이 되어있는 두 손으로 정성스레 해병-두부를 주무르시며 꾹꾹 쥐어짜내기 시작하셨다!
그러자 썅내음이 진동하며 형용할 수 없는 빛깔로 물든 물이 양 손에서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사랑하는 전우이자 후임을 위해 정성과 혼을 쏟아붓는 박철곤 해병님의 이마에도 땀이 송글송글 맺혀 씹창난 냄새를 풍기며 냄비로 뚝뚝 떨어지고 있었으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이란 말인가!
얼마나 손질하였을까, 해병-두부는 물기가 완전히 다빠져 찌꺼기만 남았고 이것으로 해병-비지의 손질은 완료되었을 터! 다만,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순백의 색깔은 어느새 개씹썅똥꾸릉내를 풍기며 거무튀튀하게 변해있었지만 자고로 음식은 손맛인 법, 더구나 이 아쎄이 또한 어머니의 손맛을 그리워 하였으니 어찌되었건 아쎄이가 희망하는 레시피 대로 만들어준 셈이렷다!
자, 이제 남은 것은 이 해병-비지를 가지고 찌개를 끓이는 것일터, 하지만 이것만큼 손쉽고 고민할 필요도 없는 문제가 어디 있으랴! 모든 해병-찌개류의 레시피는 늘 정해진 것이 아니던가!
박철곤 해병님께서는 우선 육수 맛내기 용으로 낼 아쎄이의 머리통을 찾아 주위를 두리번 거리셨으나 어디에도 오늘의 주인공인 아쎄이 외에는 지나다니는 아쎄이 한마리도 없었으니 다른 아쎄이를 찾으러 가기가 여간 귀찮으셨던 박철곤 해병님께서는 아쉬운 대로 멀뚱히 서있는 오늘의 주인공 겸 아쎄이이기도 한 아쎄이의 대퇴골을 뽑아 해병-사골의 재료로 삼으셨고 그럭저럭 맛내기 용으로는 기합인 것이 아주 그만이었다!
그리고 찌개의 피날레이자 마무리라고 할 수 있는 해병-MSG(기합 넘치는 또다른 용어로는 올챙이 크림이라고 한다) 투입을 위하여 박철곤 해병님께서는 근엄하게 아쎄이에게 각개빤스를 벗을 것을 지시하셨다!
"아쎄이, 내가 오늘 너를 위해 만들어준 이 해병-비지찌개는 비록 네가 그리워하는 어머니의 비지찌개와는 다소 다를지는 몰라도 고유의 특별한 의미가 담긴 음식이다. 네가 비지찌개를 그리워 하는 것은 분명 그 맛 뿐만 아니라, 그 음식에 담긴 정을 그리워하는 것일 것이다. 어머니의 비지찌개에는 따스한 모정(父情)이 담겨 있다라면, 오늘의 이 비지찌개에는 해병들 간의 깊고 진한 우정(牛情)이 녹아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우정은 해병 전우들 간의 전우애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이니, 그 전우애가 담긴 결과물이자 올챙이 크림이야말로 이 비지찌개의 깊은 맛을 낼 수 있으며 또한 그 마무리를 장식하기에 손색이 없을 터. 나는 네가 오늘 이 찌개 한 그릇을 통해 얻은 전우들 간의 정이 조금이나마 어머니의 정의 빈자리를 채워주길 바랄 뿐이다."
"박철곤 해병님...."
대퇴골이 쌩으로 뽑혀나간 고통 때문인지 아니면 박철곤 해병님의 따스한 사랑과 정이 담긴 비지찌개의 감동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아쎄이는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아쎄이, 눈물을 거두어라. 앞으로 어머니가 그리울 때마다 나를 찾아오도록. 너의 옆에는 전우가 늘 함께한다는 것을 기억해라."
눈물을 훔치는 아쎄이를 바라보며 박철곤 해병님께서는 가볍게 미소 지으시고는 장대한 포신을 아쎄이의 전우애 구멍으로 향하시었고 그 날 해병천에서는 어느 두 해병의 전우애가 싹트고 있었으니, 그 날의 달빛도 이들을 축복하기라도 하는 듯 은은하게 그들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둘은 감히 근무지를 이탈하였다는 죄목으로 황근출 해병님에 의해 한날 한시에 나란히 전우애인형에 처해졌으니 이 또한 전우 간의 정이 아니고 무엇이랴!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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