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잔전의 인상은 자연재해다.

상현들의 강함이 하나하나가 모두 자연재해와 같았다해도,

사람의 마음과 번뇌에 묶여있는 그들과 싸우는 것은 결국

사람을 베는 것이었다.

하지만, 무잔은 그 자체로 자연재해다.

사람의 마음을 가지지도 않았으며,

사람이 이해할수도,

막을수도,

베어낼수도 없는,

자연재해 그 자체다.

다른 오니들이 모두 사람의 모습으로서 싸우는 모습이었다면,

무잔은 싸운다는 것 조차 아니며, 인간의 경계를 떠나있다.

그 흔한 주먹질, 발길질 한번 없이

가만히 선채 몸에서 촉수만을 뻗어내며 싸우는 모습은

사람의 모습을 아득히 벗어났다.

소수의 개인이 능력을 발휘해 막아냈던 상현들과 달리

모두가 덤벼들어 가까스로 막아낸 무잔의 모습은

마치 자연재해 앞에 개인은 무력하지만

많은 사람이 힘을 합쳐 가까스로 극복해내는 모습과 같다.

무잔 스스로 자신을 자연재해라 밝힌 것처럼

모두가 사투를 벌이며 그를 간신히 햇볕에 태워 죽였듯,

모두가 힘을 합침에도 사람의 힘만으로는 극복이 어렵고

거기에 하늘의 도움까지 받아야 가까스로 극복이 가능한

자연재해 그 자체의 존재였다.

무잔전의 모습은 그래서,

마치 커다란 자연재해 앞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태풍의 끝에 햇볕이 뜨고

가뭄의 끝에 비가 올때

그 사이에서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

그들의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아무리 자연재해가 클지언정

그를 극복하고 계속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크기는

얼마나 큰 것인가

베어낼수 없는 자연재해를 그려낸 무잔전에서

이렇게 느껴지는 인간찬가의 아름다움에

나는 무잔전이 매우 독특하며 훌륭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일단 나는 펑펑 울면서 봤었던지라....

무잔이 쓰러지고 대원들이 눈물을 흘리며 기뻐할때쯤에는

이미 너무 울어서 퉁퉁 부어버린 눈에서 또 눈물 흘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