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비법을 알고 싶다고? 정 그렇게 이환이 네가 알고 싶다면, 알려주마, 장동김문의 가전 비법은...바로 '나 자신이 장동김문의 가전 비법이 되는 것'이지."
이에 이환이 대경하여 다시 물었다.
"...무슨 말도 안되는 말씀이십니까? 이는 불씨들이나 할 선문답이 아닐런지요"
춘식공이 너털 웃으며 말하였다.
"그렇다면 내가 한번 묻자꾸나, 장동김문의 가전 비법이 '정말로 없다'면...너는 '내가 뭐가 된다'고 생각하느냐? 일개 소국의 서생으로 태어나 나는 내 앞의 수많은 적을 단 하나도 남김없이 격파했느니라, 내가 출사한지 불과 이십여년만에, 천명을 받아 천하제일을 자처하던 금한이 초라하게 뒤주에 숨어서 우리 전하께 목숨을 구걸했지. 내가 찬후(소하)처럼 '적당히 사욕을 챙기지 않'고, 양덕조(양수)처럼 '스스로의 재주를 지나치게 과시했'더라면 '천하 사람들이 과연 나를 어찌 보겠느냐?'(진서 문제기 고귀향공 시해 이후 진문제의 발언)
이환이 고개를 숙인채 말이 없자, 춘식공이 다시 느긋하게 타일렀다.
"'가득 찬 것은 도가(道家)에서 꺼리는 바다. 사시(四時)가 변화하는 것을 내가 무슨 덕으로 감당할 수 있겠는가. 덜어내고 또 덜어내야 겨우 화를 면할 수 있으리!'(진서 선제기)...그 옛날 사마중달이 현달하여 자제들이 모두 제후의 반열에 오르자 당시 조정의 누군가가 한 말이다. 사마가문이 이후에 이 욕심을 더욱 가득 채웠을때, 천하가 과연 어찌되었느냐? 나보다 사서는 네가 더 잘 알터이니 내가 굳이 말할 이유도 더 없을터...."
이환이 아무런 대꾸도 못하는 사이, 춘식공은 더 말하기도 귀찮다는 듯이 말을 마쳤다.
"내가 경사(經史)을 즐거이 읽지는 않았으나 그 묘리를 아는 것은 너보다 나으니 오늘날에 이른것이다. 이환이 너는 스스로의 재주를 너무 과신하는 감이 있으니 '장동가문의 가전 비법'을 알아서 만들어야 할 것이야. 그러면 너에게 재주와 덕이 있을때 조상의 덕을 입었다고 겸양할 수 있을것이요, 너에게 재주와 덕이 없을때 조상의 현명한 가르침을 미처 다 배우지 못한 불초함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이렇게 가문 대대로 '가전 비법'을 궁리함이 있으면, 청사(靑史)에 적힘에 있어 우리 가문이 정녕 두려울것 또한 없을것이니 너는 삼가고 또 삼가며 이 가르침을 자손에게 전해라."
이후 춘식공이 더 말하지 않고 '가전 비법'인 고기요리를 먹으니, 이환이 얼굴빛이 하얗게 질려 머리를 조아리면서 바깥으로 나가기를 청했다. 이환이 바깥으로 나와서 좌우를 돌아보니 식은땀이 등에 한가득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환은 그 후에는 감히 다시 부친에게 가전 비법을 청하지 않았다.
- 조선사 김이환 열전 주석 김운행 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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