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속의 주인공 마속은 보다보면 참 씹새끼라는 생각이 든다. 이새끼는 자기밖에 모른다. 여타 삼국지소설 속 주인공과는 다르게 충성심, 한실복원, 대의 이딴건 이새끼 머릿속에 없다. 1화부터 이새끼가 제일 중요시하는건 내 목숨, 내 돈, 내 평안한 생활 이런것밖에 없다.

 마누라 만나기 전엔 찜찜해하더니 이쁘니까 홀랑 따먹는다. 그 킹갈량을 만나도 존경심은 커녕 부려먹는다고 뺨따구갈기는 상상을 한다. 오나라 사신행은 연금을 타먹기 위함이요, 산악회 활동은 자기 재밌으라고 한 것이고, 정계복귀와 북벌준비는 풍부한 녹봉을 위해서 한거고, 권력을 계속 사양한 것은 찍히는게 무서워서 그런 것이다.

그래도 이새끼가 나름 착한면도 있다. 왕평이 까막눈이라 고생하니 자기가 직접 족집게 강의를 해준다. 나헌, 황숭 키워준다고 량주파견도 간다. 손권이 계속 장소 술처먹이니까 구해준다고 술상무도 대신 해준다. 조운이 청공검을 맡기니까 그래도 받은 도리를 할라고도 하고, 이막의 '제갈량 잘죽었다' 막말도 미리 하게(...) 해줘서 목숨은 살려줄라고 한다. 자기한테 큰 손해 없으면 그래도 챙겨주려고 하는게 아주 뼛속까지 나쁜놈은 아니다.

2.

 내마속에서 제갈량은 죽기 전에 이런 말을 한다. '유비는 다른 군웅과는 다르게 혈족 도움을 1도 안받았다. 성도, 고향도 다른 사람들이 신기하게도 이렇게 모여 나라까지 세웠다. 다른게 대단한게 아니다. 형주를 떠날때도 10만 백성을 끝끝내 버리지 않은 것, 관우의 죽음을 잊지 않고 이릉으로 쳐들어 간것, 유선이 끝까지 제갈량을 믿어준 것. 이런 미련한 이야기를 만들어 낸 것이 대단한 것이다.'

 나는 보면서 조금 이해가 안됐다. 저게 뭐가 대단한 거지? 제갈량이 전하려는 메세지가 뭘까? 아무 연관없는 사람들을 모이게 한 대의가 뭐지? 백성을 끝끝내 포기하지 않은 것, 의형제의 죽음을 친형제 죽음처럼 생각하는 것, 신하를 끝까지 믿어주는 것... 이는 목숨보다 백성을, 이득보다 의형제를, 권력보다 신하를 우선하는 것이다. 즉, 사람을 제일 먼저 생각하는 것, 그것이 촉의 대의라는 것이다.

 과거 춘추전국시대는 그야말로 사람이 사람이길 포기한 시대였다. 40만명을 땅에 생매장하고, 아비가 자식의 살점으로 끓인 탕국을 마시던 난세였다. 공자는 이 난세를 끝내려면 사람이 사람다워야 한다고 말했다. 부모는 조건없이 자식을 사랑하고, 자식도 부모를 조건없이 사랑한다. 인간의 본성에는 사랑이 내재되어 있다. 그렇다면 그 사랑의 반 만큼이라도 이웃을 사랑할 수는 없을까? 그 반의 반만큼이라도 우리 옆사람을 사랑할 수는 없을까?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 공자는 이를 '사람다움' 이라고 정의했으며, '인(仁)' 이라고 불렀다. 사람다운 사람은 '군자(君子)' 라고 칭했고, 사람다운 사회를 만드려면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 해야 한다고 보았으며, 이를 통해 '화이부동(和而不同)' 한 세상을 만들어 난세를 끝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공자가 말하는 천명이고, 덕치주의인 것이다.

 제갈량이 말하는 촉의 대의는 공자가 말하는 인(仁), 사람다움, 즉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실 그게 우리가 촉빠가 되는 이유기도 하다. 온갖 고난 속에서도 형님 아우 하면서 이겨내는 유관장형제. 주군을 위해 단기필마로 질주하는 조자룡. 유비 사후에도 주군의 뜻을 이어가려는 제갈량의 출사표 등등... 이렇게 사람냄새가 폴폴 나니까 사람들이 촉빠가 되는 거다.

3.

 원 역사에서 촉나라는 위나라에 망한다. 그래서 유비가 틀렸다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알다시피 위나라도 난세를 끝내진 못했다. '유재시거'를 펼친 조조의 위나라는, 그렇게 등용한 신하들에 의해 멸망했다. 실리를 추구한 사마의는 고평릉 사변을 일으켰다. 권력을 사랑한 사마씨는 팔왕의 난을 불러왔다. 백성을 사랑하지 못한 구품관인법은 귀족들의 관직나눠먹기로 변질되었다. 그리고 식인, 학살, 존속살인과 근친상간이 난무하는 막장중의 막장, 오호십육국 시대가 이어진다. 사람다움을 추구하지 못한 위나라는 결국 난세를 끝내지 못했다.

4.

 주인공 마속은 위에서 말했듯이, 남이야 어쨌든 자기만 사랑하는 놈이다. 등산시키는게 개극혐이라 진짜 씹새끼처럼 보이긴 한다. 하지만 언뜻 팍팍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며, 내 몸 하나 건사하기 급급한 우리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남을 사랑하라는게 듣기에나 좋지 솔직히 말이 되는가? 스팸문자에 옵티머스펀드에 채용비리에 사기꾼 투성이 세상에서 나 하나 사랑하기도 힘든게 현실이다. 하지만 또 생각해보면 우리가 서로서로 조금씩만 더 사랑했어도, 조금만 더 '사람다웠'어도, 서로 상처주고 상처받을 일이 조금은 줄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여유가 없어서 그렇지... 나라고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왜 없겠는가?

 마속놈 속에도 작게나마 남을 사랑하는 마음이 들어있다. 마속 주위에는 그야말로 대의만 생각하는 사람들 투성이다. 비의, 장완, 동윤, 위연(알고보니 사실...), 제갈량 등등... 그래서일까? 마속은 제갈량을 위해 행군중에 굳이 고생을 해가며 튀밥을 뿌려준다. 곧 죽을 제갈량이 이제와서 무서울 것도 없고, 그렇다고 딱히 이득이 생기는 것도 아닌데, 이유는 모르지만 제갈량을 위해 츤츤대면서도 고생해가며 튀밥을 뿌려준다. 자기밖에 모르던 마속이 조금씩 변해가는 거라고 봐도 될까? 마속이 발암캐인 것은 사실 작가의 큰그림이 아니었을까? 마속은 현대인의 관점에서 '인(仁)'을 풀어내줄 것인가? 마속의 대적은 사마의인가? 계한의 대의는 위진남북조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작가는 마속의 심리변화를 통해 사람다움을 잊은 현대인들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해주는 것인가?!?! 이것은 작가의 큰그림이며 간절히는 킹절히로 등극하는 것인가?!?! 아니면 그냥 나 혼자 뇌내망상 히토미그자체 하는 것인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내마속은 개꿀잼이고 다음화 다음화가 몹시 기다려진다. 하악하악 간절히는 40연참을 재개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