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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단편) Plus Ultra

까다로프스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8.20 23: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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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 <중국의 구원>, 미드호 데 우르네이Midjo de Urney 作>







 “신부님. 실로 경사스러운 날이 아니겠습니까?”


 예수회 소속 독일 신부 아담 샬(Adam Schall von Bell, 湯若望)과 함께 성당의 문턱을 넘으며, 나는 호쾌히 말했다.


 “이만하면 북경보다도 더 낫지 않습니까? 그때 세우셨다는 교회보다도 더 성대하고 장엄하게 만들도록 제가 손을 조금 썼지요. 물론 신부님의 친우라는 황제의 도움도 꽤 컸습니다만.”


 아담 샬 신부는 그 혼란 속에서도 북경 성당을 꿋꿋이 지켰더랬다. 혼란에 약간이나마 책임이 있는 내가 이런 소리를 하고 있으니, 듣기에 썩 좋지는 않았을 것이다.


 “... 감사합니다, 돈 사비니아노. 하지만 우리 모두는 주님 앞에서 겸손하여야 합니다. 하다못해 그 옛날의 그리스 이교도 현인들도, 그리고 이 땅의 현인 공자도 겸손의 미덕을 말했지요.”


 신부가 영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우리 이전에 이미 이 위대한 이교도 땅에 발을 디뎠던 기독교인들은 대개 우리를 저런 눈으로 보곤 했으니까.


 그들이 보기에, 우리는 그저 시류를 잘 탄 시정잡배들. 주님 앞에서는 겸손을 모르면서 국왕과 그 대리자들 앞에서는 굴종하는 모리배들일 것이다.


 “그렇지만 신부님, 주님의 은총이 아니고서야 어찌 우리가 이만큼 성공할 수 있었겠습니까?”


 “오만의 죄악을 범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형제여.”


 “오만이라뇨! 오해가 심하십니다, 신부님.”


 그제야, 나는 한 번도 아담 샬 신부가 내 성공담을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었으리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지난 몇 년간, 마닐라에서 수백 번은 반복했던 내 성공담. 그리고 지금쯤이면 마드리드나 세비야에서도 모두가 알고 있을 이야기.


 “신부님께서 괜찮으시다면 제 얘기를 조금 들려드리고 싶기도 하네요. 저와 제 동료들에 대한 오해를 풀 수 있다면 좋겠군요.”


 아담 샬 신부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 나는 싱글벙글 웃으며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



 당장 이 모든 일의 시작부터가 주님의 은총 없이는 설명되지 않습니다.


 지금으로부터 거의 반백년 전, 중국의 한 관료 집안에 내다버린 아들이 하나 있었습니다. 머리도 좋고 재주도 있었지만, 그 좋은 머리로 한다는 게 고작 망나니 짓거리라 집안의 속을 썩였지요.


 결국 그는 마카오로 쫓겨났다가, 거기서 세례까지 받고 포르투갈 말을 배우게 되었지요. 나중에는 히라도까지 흘러들어갔다가, 거기서 저지대인들의 무장상선에 통역관으로 타게 되었고요. 


 그런데 이게 웬걸, 히라도에서 포르모사(대만)까지 가던 중 폭풍을 만나, 우리 마닐라 도독부 앞바다까지 떠밀려 온 겁니다. 도독부에서는 얼씨구나 하고 그 배를 노획했고, 선원들은 모두 포로 신세가 되어 감옥으로 끌려오게 되었습니다.


 마침 그 감옥을 관리하던 간수장이 바로 저, 막 청운의 품을 품고 동쪽으로 건너와 하급 장교 노릇을하던 사비니아노 만리케 데 라라Sabiniano Manrique de Lara였습니다. 저는 그렇게 제 벗이자 제 여동생의 남편이기도 한 돈 가스파드Don Gaspard, 이곳 말로는 정지룡鄭芝龍이라 불리는 사내를 만나게 되었지요.


 워낙 똑똑한 가스파드였기에, 포르투갈 말과 비슷한 우리 카스티야 말도 금방 익혔고, 저와도 금방 친해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여러모로 닮았다는 것을 발견했지요. 잘 나가는 집안의 망나니 아들. 부와 명예, 모험을 찾아 바다로 나섰으나, 시궁창 같은 현실만 발견하고서 답답함을 느끼던 젊은이들. 


 몇 주 뒤, 가스파드는 제 도움을 받아, 도독부를 위해 일하는 조건으로 석방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약속대로 제 누이동생을 가스파드에게 소개시켜 주었고, 가스파드는 약속대로 제 동업자가 되어주기로 했지요.


 그렇게 몇 년이 지났습니다. 

 

 가스파드는 히라도를 드나들며 사귄 인맥으로 어느새 제법 그럴듯한 사략선 함대를 꾸렸습니다. 저는그 함대와 도독부 사이의 연락책이자, 함대의 물주가 되어주었지요. 중국의 허술한 함대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동중국해 최고의 사략선과 뱃사람들로 꾸려진 함대가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로 만족할 수는 없었습니다. 저도 그렇고, 가스파드도 그렇고요.


 언제고 – 아마 1629년인가 1630년인가 그랬을 겁니다 – 조카 녀석 생일을 축하하며 술을 마시다가, 그런 문답이 오가게 되었습니다.


 ‘꽤 멀리 오긴 했는데, 그래도 어딘가 좀 아쉬워. 자네는 어떤가?’ 

    

 ‘그렇기는 하지.’


 그러다가 제가 말했지요.


 ‘아예 중국을 정복하는 건 어떨까?’


 ‘뭐, 대명을?’


 ‘고작 수백 명만 데리고서 중국보다 더 큰 땅덩이를 정복한 콩키스타도르들도 있었는데, 뭐. 물론 중국은 그런 야만적인 나라들과는 많이 다르지만, 그래도 우리 둘이 힘을 합친다면 꼭 못할 것도 없지 않겠는가?’


 ‘하기야. 사내 대장부로 태어나서 꿈을 품을 것 같으면 그쯤은 해야지.’


 술기운에 농담처럼 오가던 이야기가 점점 진지해지고, 우리들은 언제부턴가 제법 본격적으로 계획을 짜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이것 한 가지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 암만 지금 나라 꼴이 엉망이라지만, 대업을 이루니 천명을 이어받니 하는 건 우리 정도로는 꿈도 못 꿔.’


 ‘우리가 같이 사업 한 게 하루이틀 일인가. 그 정도는 나도 아네.’


 ‘하지만 난세라는 건 원래 영웅호걸들이 날뛰기 좋은 시절 아니겠나? 여기 에스파냐 병사들은 천조 관병들보다 몇십 배는 더 강맹한 군사들이니, 딱 올바른 때에 딱 적당한 곳에 나타난다면, 대업까지는 아니어도 뭔가 대단한 일을 이뤄낼 수 있을 거야.’


 ‘그건 내게 맡기게. 자네야 어쨌든 명목상으로는 중국 황제의 백성이지만, 나는 오직 주님과 국왕 폐하만을 따르는 몸이니까, 뭔가 기회를 잡는 데는 자네보다 더 나을 테지.’


 신부님께서 아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부터 한 오륙십 년 전, 마닐라의 도독부에서는 정말로 중국을 정복할 계획을 수립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중국이라는 나라가 어설퍼 보여도 결코 만만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또 저 저주받을 잉글랜드 놈들에게 우리 무적함대가 큰 타격을 입으면서 무산되어버리긴 했지만요.


 어쨌든 그 이후로 중국 정벌은 마닐라에서 가장 술독에 빠져 사는 주정뱅이조차 꾸지 않을 환상으로 치부되어 왔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가스파드가 찾아낼 기회를 낚아챌 만한 병력을 마련하려면, 결국 속임수를 써야 했지요.


 우리 위대한 에스파냐의 역사가 이를 입증하고 있지 않습니까? 결과가 좋으면 다 좋은 것이라고요.


 그때부터 우리는 차근차근 준비를 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가스파드는 전보다 더 열심히 사략선 활동을 하며 군자금을 마련했고, 중국 해안을 오가는 밀수꾼들을 끌어들여 제법 그럴듯한 정보망을 꾸렸습니다.


 그리고 저는 필리핀 곳곳에 정착한 퇴역 군인들을 꼬드겨 다시금 무장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가스파드가 히라도에 지닌 연줄을 활용해, 일본의 사츠마라는 곳과 용병 계약을 맺기까지 했지요.


 뿐만 아니라, 저는 갈레온이 아카풀코로 떠날 때마다 매번 부왕 전하께 건의서를 상신하기도 했습니다. 중국 정벌 얘기는 한 마디도 들어가지 않은 건의서였지요. 


 ‘포르모사 섬의 사탕수수 농장은 저지대 반란군의 소위 동인도회사에 크나큰 수익원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반란자들은 은을 중국 해안까지 가져가는 대신, 포르모사에서 재배한 사탕수수를 중국에 비싸게 판 뒤 그것으로 중국의 귀중한 상품을 사들이곤 합니다.


 제게 병력 오백 명과 갈레온 네 척을 허락해 주신다면, 포르모사를 함락시키겠습니다. 그리하여, 에스파냐와 포르투갈을 다스리시는 폐하께서 마땅히 누리셔야 할 영광에 묻은 얼룩 하나를 없애는 데 일조하고자 합니다. 삼가 부왕 전하께서 용단을 발휘하시어, 영광과 성공이 보장된 제 계획에 힘을 실어주시기를 감히 바랍니다.’


 그렇게 한 일곱 번인가 여덟 번인가, 거의 비슷한 내용의 글을 보냈더니, 마침내 답이 돌아왔습니다. 


 신부님께서는 북경에 계속 계셨으니 모르셨겠지만, 그간 저지대 이단자들과의 전쟁은 지구 곳곳으로 퍼져나가고 있었습니다. 쿠바 앞바다에서, 브라질의 해안에서, 말라카의 요새에서 싸움이 벌어졌고, 안타깝게도 우리는 조금씩 패배하고 있었지요.


 이대로라면 포르모사의 반란자들이 마닐라까지 공격할 수도 있다는 판단 하에, 누에바에스파냐 부왕령에서는 제 원정 계획에 힘을 실어주기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물론 우리 함대가 포르모사는커녕 그 지척에도 갈 생각이 없었다는 것을 미리 알 길이 없었기 때문이었겠지만요.


 때마침 가스파드도 제게 알려주더군요. 슬슬 때가 되어가고 있다고.


 우리가 출항을 결정한 것은, 중국 내륙의 반란군이 마침내 정부군을 격파하고, 저들의 나라를 세우겠노라 선언할 무렵이었습니다. ‘돌격왕闖王(이자성)’이라 자처한 그 수괴는 승승장구하며 북경으로 진격하고 있었고, 중국에 남은 정부군은 모두 만추리아의 타타르인들을 막는 데도 벅차 도저히 반란군을 막을 길이 없었지요.


 부왕령과 도독부의 지원을 받아 마련한 병력 오백. 제가 사적으로 모은 퇴역병 오백. 일본 용병 일천. 그렇게 이천 명이 갈레온 네 척과 정크선 수십 척에 나눠 타고 마닐라를 떠났습니다.


 오십여 년 전 카모기아(캄보디아)로 떠났던 원정대의 몇 배나 되는 규모였지만, 그래봤자 중국이라는 거대한 땅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지요. 저와 가스파드 두 사람 모두 이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거의 십오 년 동안 기회를 엿봤던 것이지요.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으며, 우리는 북쪽으로 죽 항해했습니다. 거친 겨울 바다도 황해에 접어들 무렵에는 조금 잔잔해졌습니다.


 우리는 산동을 지날 무렵 ‘남만의용南蠻義勇’ 넉 자 깃발을 내걸었습니다. 이미 타타르의 약탈로 황폐화된 산동에는 수군이랄 게 거의 없었지만, 우리가 저들의 황제를 도우러 바다를 건너온 의용병이라 설명하니 다들 감격하며 예물을 바치더군요. 가스파드가 짜낸 술수였지요.


 그렇게 다시 조금 더 북상해, 마침내 우리는 천진에 닿았습니다.


 고깃배라도 얻어타고 산동으로 도망치려 하는 피난민들이 그 보잘것없는 항구에 가득했습니다. 헐벗은 가난뱅이가 있는가 하면, 그저 가난한 척을 하고 있는 부자들, 그리고 해진 관복을 입고 있는 중하급 관료들까지. 온갖 인간 군상이 다 섞여 있었지요.


 관헌이라고 할 만한 자들은 진작에 다 도망치거나 피난민 대열에 합류한 뒤였기에, 누구의 제지도 받지 않고 무사히 상륙할 수 있었습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았습니다.


 가스파드와 그의 중국인 해적들은 뭍에 내리자마자 주변으로 흩어져 탐문을 시작했고, 돌격왕의 군대가 북경을 이미 포위하고 있으며, 한 줌도 안 되는 관군이 아무 희망 없이 성곽을 겨우 지키고 있을 뿐임을 알아왔습니다.


 그리고 황제는 주변에서 간곡히 피신을 권했음에도 끝내 도성 안에 남았다는 것도요. 


 ‘과연! 이것이야말로 기회다!’


 ‘암. 이런 기회가 또 언제 오겠는가?’


 우리 두 사람 모두, 다시 한 번 부와 명예, 권력을 향한 순수한 욕심으로 의기를 다졌습니다.


 그리고 가스파드는 중국인들과 일본인들을, 저는 스페인 사람들을 모아두고 마지막 일장연설을 한 뒤, 북경으로 향했지요.


 이 위대한 도시의 성벽이 보이는 곳에 도달한 우리는, 그대로 진을 쳤습니다. 도시를 얼른 함락시켜 거하게 약탈을 벌일 생각뿐이던 돌격왕의 군대는, 우리가 그저 멀리서 온 조공 사절일 뿐인데, 북경에 ‘정당한 주인’이 돌아오면 곧 찾아뵙겠다고 둘러대자 아무런 의심 없이 우리를 가만 내버려두었습니다.


 저들은 십수만이요, 우리는 고작 이천이니,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겠지요.


 그렇게 한 이틀을 기다렸더니, 북경 성문이 열렸습니다. 가스파드가 예상한 대로였지요. 성벽에 병력조차 제대로 배치하지 못할 만큼 방어 병력이 적었으니, 결국 지휘관이든, 성문을 지키는 장교든, 누군가가 항복하고 나서는 것은 시간 문제에 불과했습니다.


 ‘지금이다! 가자!’

 

 각자 외치면서, 우리는 성문 안으로 빨려들어가다시피 하는 반란군 사이에 자연스럽게 끼어들었습니다. 


 후미에 갑자기 잘 무장한 병력이 나타났는데도, 반란군은 누구도 우리를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딱히 칼을 빼들거나 총을 겨누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아마 우리가 대놓고 칼을 빼들고 돌격했더라도 누구 하나 우리를 제지하진 않았을 것입니다. 


 다들 저들 등 뒤보다는, 눈앞에 펼쳐진 제국의 수도, 쇠락하였다지만 아직 번화함이 남아 있는 그 거리의 모습에 취해 있었으니까요.


 ‘저쪽! 저쪽으로 가야 하네!’ 


 ‘어찌 그리 확신하는가?’


 ‘저기 저 산이 보이지 않는가! 나만 믿게!’


 가스파드 역시 북경은 처음이었으나, 이 도시를 자주 오가는 상인과 관료들을 제 수하에 꽤 거느리고 있었습니다.


 온통 평지인 북경에서 산이라는 것은 딱 하나, 황궁 뒤편 정원 안쪽의 산(景山)뿐이라는 것도 그들을 통해 들었더랍니다.


 그 덕에 우리는 약탈과 살육에 바쁜 반란군 사이를 뚫고, 대로를 따라 당당하게 황궁에 도달했습니다.


 그리고 황궁의 벽이 생각보다 높다는 것을 발견했지요.


 ‘뒷산! 그쪽으로 가세! 그쪽은 여기보다는 벽이 낮을 테니까!’


 다행히도, 제 생각은 곧 옳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쪽에도 물론 담장이 있기는 했지만, 몇 겹이나 되는 높은 성벽을 넘어야 할 필요는 없었지요.


 황궁의 성벽에도 경비병은 없었습니다. 다 도망쳤거나, 아니면 그들마저도 모두 긁어모아 타타르를 막는 데 투입했거나, 둘 중 하나였을 겁니다.


 다만 문루 위에 환관 하나가 서 있었는데, 그 역시 궁궐 뒤편에 나타난 우리를 보고서 잔뜩 놀란 듯하더군요.


 막 성벽을 넘기 위해 가져온 갈고리와 줄 따위를 꺼내고 있던 우리로서는 수고를 더는 셈이었습니다. 


 가스파드가 앞장서서 외쳤습니다.


 ‘우리는 황상 폐하를 보필하고자 바다를 건너온 의병이오!’


 ‘그, 그것을 어찌 믿겠나?’


 ‘여기, 이 사람과 함께 선 남만인들을 보시오! 이들의 어디가 반적叛賊처럼 보이오?’


 환관은 잠깐 고민하는 듯하더니, 뭔가 엄청난 것이 떠오른 듯 갑자기 저 홀로 마음 급하게 손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아, 알겠네! 아니, 잠깐, 이럴 때가 아니지! 자네들, 내 믿어볼 테니 얼른 안으로 들어오게! 얼른! 한 각이 급해!’


 도와줄 사람이 없어, 환관 두셋이서 힘겹게 빗장을 열어주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황궁 안에 들 수 있게 되었지요.


 ‘황상께서는 갑사甲士 이삼천이 정양문正陽門 앞에 나타났다는 급보를 들으시곤, 필시 반적의 수괴가 몸소 이끄는 적의 무리이리라 말씀하셨네! 선황들과 사직에 부끄럽다 말씀하시곤 저 경산으로 태감 하나만을 거느리고 들어가셨어! 얼른! 늦기 전에 찾아뵈어야 하네!’


 아마 황궁이 함락될 것으로 예상하고, 자결을 하러 그 언덕 위로 올라갔다는 듯했습니다. 저는 병력 대부분을 성문을 지키도록 남겨놓고, 병력 일백만 거느린 채 환관을 따라 황궁 정원 안쪽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오래 지나지 않아, 소복을 입고 막 어딘가에 절을 올리던 황제를 발견했습니다. 나이는 젊었으나, 무기력함과 피로가 멀리서도 명백히 드러나 보이는 초췌한 사내였지요. 풀어헤친 머리는 온통 새치투성이로 반백에 가까웠습니다. 


 ‘폐하! 오래 설명드릴 시간이 없습니다! 얼른 여기서 탈출해야 합니다!’


 저는 그렇게 대뜸 에스파냐 말로 외치고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황제를 포박해라! 입에는 재갈 물리고!’


 황제의 의견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피사로는 어디 아타우알파의 의견을 그렇게 잘 존중했던가요? 더구나 자살이라는 중죄로부터 그를 지켜준 셈이니, 황제야말로 우리에게 감사해야 할 것입니다.

 

 ‘황제를 지켜라! 이자가 바로 우리 앞날을 열 열쇠다!’


 우리는 그대로 황제를 납치해, 나머지 병력들이 기다리는 성문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성문이 굳게 닫혀 있고, 우릴 따라온 이들이 성벽 위에 올라가 있는 것을 발견했지요.


 ‘황궁의 문이 열린 걸 누가 본 모양입니다! 반란군들이 가득 거리를 메우고 있습니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 여기서 싸움이라도 벌이려고 하느냐? 당장 내려와! 문을 열고 바로 뛰쳐나간다!’


 곧 어디선가 통나무라도 가져왔는지, 성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빗장이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은 명백했지요.


 두려워하는 이들을 위해, 그리고 저 자신을 위해, 


 ‘돌격왕의 반란군에게 보여주자! 우리야말로 돌격할 때든 물러날 때든, 누구에게도 굴복하지 않는 에스파냐 사람들, 지구의 정복자들임을!’


 그때, 문이 부서졌습니다.


 ‘가자! 주님의 은총과 펠리페 폐하의 영광을 위해! 우리의 부귀영화를 위해!’


 ‘산티아고!’


 ‘산티아고!’


 그리고 우리는 밀려들어오는 사람의 물결을 향해 돌격했습니다.


 반란군도 오랜 싸움을 거치며 나름대로 단련된 듯했고, 개중에는 제법 그럴듯하게 무장을 갖춘 자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도시를 약탈하는 데 바빠 잔뜩 군기가 해이해져 있었지요. 갑자기 잘 무장한 병력들이 우르르 대오를 갖추어 몰려나오는 상황은 누구 하나 예상치 못했을 것이요, 설령 예상할 수 있는 장수가 하나쯤 있었다 한들 어느 고관대작의 저택을 약탈하느라 바빴을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에게는 주님의 가호가 있었지요. 우리는 그렇게 믿기로 했습니다.


 지금껏 에스파냐의 부르고뉴 깃발 아래서 용맹을 드러냈던 이들은 모두 그런 가호를 받았으니까요.


 강철 무리 이천이, 버둥대는 인질 한 사람과 함께 북경의 저자를 뚫고 달려나갔습니다. 

 

 누구 하나 우리를 가로막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너무나 당당하게 달려가고 있었고, 우리를 막으려는 자는 너무나 수월하게 밀쳐냈으니까요. 질주가 구보로, 구보가 속보로 느려진 뒤에도, 여전히 우리를 막으려는 이는 없었습니다.


 황성 성벽을 나선 뒤에야 우리는 제대로 된 저항을 맞닥뜨렸습니다. 그러나 이미 군율이 무너진 상태에서 긁어모은 병력 일이천으로는 우리 테르시오들의 진형을 뚫을 수 없었지요.


 달려드는 적들은 아르케부스에 한 번, 장창에 또 한 번 저지당했고, 그때를 틈타 일본 용병들은 좌우로 뛰쳐나가 마구 찌르고 베어댔습니다.


 격렬했지만 짧은 전투 한 번으로 우리는 북경을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천진으로 가는 길에 한 번 더 기병들의 추격이 따라붙기는 했지만, 그런 기병들 상대하는 데 이골이 난 게 우리 에스파냐 군대 아니겠습니까. 다시 한 번 별 어려움 없이 격퇴할 수 있었지요.


 아마 그쯤이면 돌격왕도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채고서, 제 휘하의 정예병들을 추격에 내보냈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가 조금 더 빨랐습니다. 천진까지 속보로 이동한 우리는 곧장 닻을 올려 떠났지요.


 황제는 과연 현명하다는 세평대로 금방 상황을 파악했습니다.


 배가 남경에 닿기 전, 그는 자신의 목숨이, 나아가 저의 왕조의 명운이 이 ‘이방인’들에게 달려있다는 것을 빠르게 파악했고, 덕분에 우리는 신속히 담판을 지을 수 있었습니다.


 황제는 우리가 오직 부와 명예만을 바랄 뿐이며, 그가 우리에게 약속할 수 있는 것은 그중 오직 전자뿐임을 이해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자신에게 내줄 수 있는 것은 중국이라는 거대한 땅덩이 하나뿐이라는 것도요.


 그 전체를 내줄 수는 없으니, 일부만 쪼개어 달라는 우리의 제안을, 황제는 절망하면서도 잠자코 받아들였습니다.

 

 어쩌면 지금 이 굴욕을 삼키고서 나중에 복수하겠다는 생각이었을지도 모르지요.


 그 뒤로는, 아마 신부님도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남경 조정의 모든 사람들은 황제가 ‘오랑캐’들에게 구출되어 겨우 생환하는 것을 똑똑히 목도했습니다.


 그리고, 반란군과 타타르인들이 상잔하도록 만듦으로써 황조의 명을 조금이나마 이어나간다는 방침을 황제가 밝히는 것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발표된 모든 조치와 방침의 말미에는, 마치 아무 것도 아닌 부속 조항처럼 따라붙은 구절 하나도 있었지요.


 이 모든 것들을 위해서는 나라의 재정을 풍족하게 해야 하니, 바다 너머에서 통상하러 찾아오는 이들을 위해 이미 포르투갈에 조차된 마카오 외에 다른 두 곳을 에스파냐에 조차하고, 그곳에서는 어떤 관세도, 그 외 다른 제약도 없이 교역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조건.


 가스파드가 중국 해안의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기에 부지를 선정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장강 하구의 작은 어촌 하나, 그리고 주강(주장 강) 하구의 또 다른 어촌 하나. 그렇게 두 군데였지요.


그렇게 우리의 원정은 얼추 마무리되었습니다. 몇 달간 황제의 ‘친위대’ 노릇을 하기는 했고, 그 후로 몇 번 황제의 ‘부탁’으로 반란군 진압의 선봉을 몇 번 맡긴 했지요.


 황제의 권위는 말도 못하게 손상되었지만, 남경 조정의 얼뜨기 관료들은 저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구심점이 바로 황제 하나뿐임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관료들은 이해하지 못해도, 황제는 이해하고 있었지요. 이미 절반쯤 죽어버린 저의 나라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페루에서 바다를 건너오는 은이 필요하다는 것 말입니다.


 중국인들은 이전에 비하면 턱없이 비싼 값을 주고 그 은을 사들여야 했고, 우리 에스파냐 상선들은 이전보다 네다섯 배는 되는 이익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우리의 ‘도움’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황제는 남경 조정의 금고를 열었습니다. 그들에게는 그리 많은 양이 아닐지 몰라도, 우리 개개인에게는 일확천금이 아닐 수 없었지요.









*** 


 “... 그리고 얼마 전, 타타르인들의 나라, ‘청’이라 했던가요, 남경 정부가 끝내 그들과 평화조약을 맺게 되었고, 그간 북경에 갇혀 있던 신부님께서도 한참 고민한 끝에 이쪽으로 오시게 된 것이지요. 어차피 북경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으니까요.”


 포토시 은광의 은은 그 자체로도 귀하지만, 한 번 태평양을 건넜다가 돌아오면 두세 곱절은 넘게 불어나곤 했다.


 이제 에스파냐가 중국 대륙에 거점을 마련하고, 의무적으로 바쳐야 하는 뇌물이든 관세든 온갖 형태로 존재하던 무역의 장벽마저 무너뜨렸으니, 태평양 무역의 수익은 이전보다도 다시 몇 배는 더 늘게 될 것이었다.


 몇 번이고 파산을 거듭하는 에스파냐의 재정에도 크나큰 도움이 될 것이요, 어쩌면 내게 지금보다도 더 큰 명예와 포상이 내릴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자, 제 얘기는 여기까지입니다.”


 “과연 대단한 모험담이로군요.”


 그러나 신부는 여전히 내 얘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하였다.


 “여전히 제가 일개 모리배, 시운을 잘 탄 합법적인 도적 정도라고 생각하시는 듯하군요.”


 그렇지 않다고 항변하려던 아담 샬 신부는, 그랬다가는 주님 앞에서 거짓을 말하는 꼴이 되리라는 것을 자각한 듯, 잠깐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럽게 수긍했다.


 “저는 그간 계속 북경에 남아 있었습니다. 돈 사비니아노, 그대의 ‘모험’이 일으킨 후과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지요.”


 오삼계가 결국 산해관의 문을 열고, 이자성의 반란군이 허망하게 무너지고, 온 화북이 전쟁터로 화했다.


 숭정제는 콩키스타도르들의 꼭두각시는 아니었으나, 오랑캐에게 – 그것도, 조선처럼 예의를 아는 번듯한 오랑캐가 아니라 정말로 오랑캐다운 오랑캐에게 – 구출된 황제라는 것 하나만으로도 이미 권위에 큰 타격을 입은 상태.


 결국 그에게 남은 선택지는, 한때 남송의 황제들이 그러했듯 중화의 자존심을 조금씩이나마 덜어내는 것뿐이었다. 그나마 수도를 아예 항주로 옮겨버리지는 않았으니 조금 사정이 낫달까. 


 “북중국 전역은 전쟁터가 되었고, 남중국 또한 어떻게든 전쟁을 이어나가기 위한 수탈과 반란, 무자비한 진압이 이어지는 땅이 되어버렸습니다.”


 “가스파드는 이미 그 전부터 이 중국 땅은 그처럼 망가진 상태였다고 말하던데요.”


 “돈 사비니아노, 그대의 개입이 문제를 악화시켰다고는 생각지 않으십니까?”


 “그랬을지도요.”


 나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하지만 그것이 저와 무슨 상관이라는 말입니까? 제가 만약 황제를 구하지 않아서 타타르인들이 온 중국을 휩쓸었다면 어차피 죽었을 자들입니다. 반면 지금은 우리 에스파냐가, 나아가 온 기독교 세계가 중국의 부를 함께 누릴 수 있게 되었지요.


 선교의 자유를 보장받았으니, 신부님도 이전과 비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이들을 주님의 품으로 데려올 수 있을 테고요.”


 어쩌면 그 정도로도 아담 샬 신부의 양심을 만족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괜찮았다.


 크리스토발 콜론(콜럼버스)도, 에르난 코르테스도, 프란시스코 피사로도, 모두 흠결 많은 인간, 하찮은 모리배, 원래대로라면 역사에 제대로 이름 하나 못 남길 사내였다. 어쩌면, 아니, 아마도 나 역시 그런 부류에 들 것이다.


 그러나 우리 에스파냐는 그런 자들조차 세상에 흔적을 남기고 갈 수 있는 나라. 누구든 주님의 이름 아래서 참된 신앙을 따른다면, 아무리 비천하다 한들 무언가 해낼 수 있는 나라.


 신앙의 이름으로든, 욕심의 인도를 따라서든, 우리 에스파냐 사람들은 아담과 이브 이래 처음으로 온 지구에 흔적을 남겼다. 


 우리 인간들 중 결코 가장 우수하다고는 빈말로도 말할 수 없는 작자들도 신앙과 명예, 영광의 이름에 이끌려 그러한 업적을 남겼을진대, 온 세계로 뻗어나가는 에스파냐에서 가장 고결하고 뛰어난 이들은 과연 어떤 일을 벌일 수 있을 것인가?


 장담컨대, 우리의 이 멋진 신세계는 비단 에스파냐뿐 아니라 후대의 모두에게도 크나큰 영감과 기회를 줄 것이다. 질투에 의해서든, 선망에 의해서든, 모두가 우리를 따라, 이 세상에 흔적을 남기고자, 이 세상을 저들 손으로 다스리고 더 낫게 만들고자 할 것이다.


 그리고 누구 하나도 뒤따르는 자는 기억하지 않으리니, 어리석고 천박한 사내 크리스토발 콜론이 서인도 제도를 발견하였다는 것은 모두가 알아도 그 다음으로 대서양을 건넌 자는 잊히지 않았던가?


 에스파냐 또한 그러할 것이다. 중국에서 얻는 부로써 몰락이 반 세기에서 한 세기, 어쩌면 영원히 늦춰졌을 우리의 에스파냐. 


 설령 세월의 도전을 이기지 못하고 언제고 무너진다 한들, 우리가 만들어낸 세계는 유럽의 모두에게, 지구상의 모두에게 하나의 보편적인 틀이 될 것이다. 


 모두가 탐험을 꿈꾸고, 정복을 원하는 세계. 그로써 운명의 주인이 되기를 원하는 세계. 만약 정복할 땅이 남아 있지 않다면, 대신 상인들의 장부를 정복할 것이요, 은행가의 금고를 정복할 것이며, 대학가의 서고를 정복할 것이다.


 “신부님께서 저를 미워하시는 것도 이해는 합니다. 그렇지만 이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에스파냐가 이끄는 세상이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군요.”

 

 더 멀리 나아가기Plus Ultra를 모두가 꿈꾸는 세상.


 아아,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러한 세상은!


 아담 샬 신부를 뒤로하고 상해의 거리로 나서는 내게, 햇살이 비추었다.



 


 



 


 

 


 





--- *** ---


 

 17세기 초 동중국해를 아우르던 대해적 정지룡은 소싯적 마카오에서 세례를 받았으며(세례명 니콜라스 이콴 가스파드도 이때 받은 이름입니다), 이때 배운 포르투갈어로 네덜란드 동인도회사(VOC) 소속 통역관을 거쳐 VOC 산하 사략선장으로 올라서게 됩니다. 이때 쌓은 명성을 바탕으로 정지룡은 해적 연합체인 18지十八芝를 세우고, 나중에는 VOC의 뒤통수를 치고 명 조정과 교섭해, 유명무실한 명 수군 대신 광동~복건 해안을 지키는 세력 – 오늘날로 치면 PMC지요 – 으로 발돋움하게 됩니다. 이는 그 아들 정성공이 대만에 정씨 왕국을 세우고서 수십 년간 버틸 수 있던 기반이 되었지요. 


 사비니아노 만리케 데 라라는 원 역사에서는 1653년부터 1663년까지 필리핀 도독을 지낸 안달루시아 출신의 실존인물로, 본국의 지원이 끊기고 원주민의 반란과 정성공 휘하 해적의 약탈 등으로 붕괴 직전까지 몰려 있던 필리핀 통치를 겨우 안정화한 인물입니다. 


 이른바 ‘중국 사업Empresa de China’이라 불렸던 중국 정복 계획은, 16세기 후반까지만 해도 나름 진지하게 논의되었습니다. 초창기에는 콩키스타도르 약간과 일본인 용병들을 데리고 남경이나 북경을 직접 공격한다는 허무맹랑한 발상들이 많았지만, 점차 진지하게 논의되기 시작하면서 살이 붙기 시작하지요.


 16세기 말에 이르면, 마치 멕시코에서 그러했듯 민중의 지지를 바탕으로 해안지대부터 차근차근 정복해나간다는, 이전에 비하면 나름대로 현실적인 방안까지 등장하게 됩니다. 1588년 펠리페 2세는 ‘중국사업위원회Junta de la Empresa de China’를 세워, 중국 정복 계획을 논의하도록 하였지요. 그러나 동년 무적함대가 북해에서 전멸하여 동방에 기울일 여력이 소멸하면서 이는 유야무야되게 됩니다. 중국 정복을 꾸준히 주장하던 마닐라의 몇몇 이익집단은, 결국 캄보디아를 먼저 공격하여 왕실의 관심을 얻는다는 쪽으로 목표를 조정합니다. 1596년, 겨우 긁어모은 재정으로 마련한 소규모 원정대(콩키스타도르 120명, 일본 용병 100~200명으로 구성)가 마닐라를 떠났으나, 아무 성과도 내지 못하고 전멸합니다. 이로써 ‘중국 사업’ 논의는 조용히 기억 속에 묻혀버리게 되었지요.


 1644년 초 서안을 정복한 이자성은 순의 건국을 선언하곤 곧장 북경으로 향했습니다. 당시 직례 일대에 남아 있는 명의 관군은 모두 오삼계 지휘 하에 산해관에 투입된 상태였기에, 이자성은 아무런 저항 없이 도성을 포위할 수 있었지요. 1644년 4월 23일, 북경 외성의 방비 총책임자였던 환관 조화순이 항복하면서 도성의 문은 열리게 되지만, 농민군이 대부분이던 이자성의 군대가 약탈에 정신이 팔렸던지라 자금성이 함락된 것은 그로부터 꼬박 이틀 뒤인 4월 25일이었습니다.


 명청교체를 목도한 예수회 신부 아담 샬 폰 벨, 즉 탕약망은 숭정제로부터 북경에 서양식 화포 공방을 세우는 조건으로 교회 설립과 선교를 허락받았습니다. 이후 북경 함락의 혼란을 무사히 견뎌내고 도르곤과 순치제에게 발탁되어 흠천감정(欽天監正) 직을 제수받지요. 그는 흠천감정으로 재직하면서 시헌력을 완성했고, 순치제의 총애를 받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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