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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연과 상상>을 보고모바일에서 작성

프레디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2.13 13:38:12
조회 79 추천 0 댓글 0

일단 뭐 하마구치답게 내적 욕망과 외적 윤리, 타인과 나 사이의 연약한 관계를 다루는 영화이다.


우연과 상상 다음 영화인 드마카에서 타카츠키는 인간은 스스로가 어떠한 존재인지, 어떠한 욕망을 가지고 있는지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타인을 결코 이해할 수 없다고 하면서 결국 자기 자신이 누구인가를 먼저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말은 하마구치의 인간관을 드러낸다고 볼 수 있을텐데, 그 관점은 전작인 우연과 상상의 3편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나츠코와 코바야시의 관계는 서로를 동창으로 오해하는 우연일 뿐이고 사실 서로 일면식도 없는 타인일 뿐이다. 그러면 오해와 우연으로 빚어진 그들의 관계는 무의미한 것이냐?하면 오히려 그 반대라고 볼 수 있다. 나츠코와 코바야시는 사실 자신들이 오해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안 뒤에도, 연기놀이를 하면서 스스로 자신들의 오해를 이어나간다. 그 우연적 만남과 서로에 대한 오해, 무지를 통해 비로소 자신의 욕망과 상처를 털어놓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결국은 인생에서 일어나는 그러한 우연적 순간들, 그로 생성되는 타인과의 관계들을 통해, 인간은 자기자신의 욕망을 들여다보고, 스스로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면서, 비로소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 우연과 상상이 말하고자 하는 바 같다.


영화 전반적으로는 날카롭고 정밀하게 짜인 각본이랑 일반인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지만, 갠적으로 별다른 기교 없이 자연스럽게 감정을 전달하면서도 클로즈업을 통해 필요한 때에 강조점을 찍는 카메라 촬영이 특히 감탄스러웠다.


그리고 또 특별히 좋았던 부분은 2편에서 사사키를 비추는 마지막 쇼트였다. 2편에서 나오는 우연한 실수로 내적 욕망만을 추구한 혹독한 대가를 치르지만, 이 모든 일의 발단이라고 할 수 있는 불륜남 사사키는 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는 것처럼 진행된다. 나오는 5년 뒤 사사키와 우연히 재회하고 "너는 행복하길 바랄게."라면서 명함을 건네주고 떠나는데, 이후 마지막 쇼트는 그 명함을 복잡미묘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사사키를 비추면서 끝난다. 마지막 쇼트를 장악한 무거운 공기야말로 비로소 사사키에게 주어지는 일종의 영화적 처벌일텐데, 그 프레임 속의 한없이 무거운 감정을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달할 수 있는 점이 하마구치 영화의 가장 뛰어난 부분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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