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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My Humanity 2편 allo, toi, toi -9-

ㅇㅇ(211.230) 2021.01.01 21:16:24
조회 47 추천 0 댓글 0
														

  그날 낮교도소에 그에게 온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채프먼은 교도관으로부터 하얀 봉투를 건네받았다.

수신인을 봤더니 메그 오닐의 부모로부터 온 것이었다채프먼에게는 고작 메그가 만나게 해서 얼굴만 아는 정도였다재판 때 그들이 울고 있었던 것을 떠올렸다이제 와서 메일도 아니고 편지봉투라니 뭘까 하며 이상하게 생각했다.

  끝을 손톱으로 찢어서 열어보니 짧은 편지와 손으로 직접 쓴 카드를 복사한 종이가 1장 들어있었다.

  채프먼은 손으로 쓴 것을 본 적이 있었다삐뚤빼뚤한 글자로 <Merry Christmas>라고 써져있고트리와 별이 알록달록한 펜으로 그려져 있는 크리스마스카드다그가 메그에게 받았던 것과 거의 똑같은 것이었다.

  심장이 무거워지는 것 같았다떨리는 손가락으로 그 편지를 열었다.

  편지는 아버지로부터 1어머니로부터 1통으로 이것들은 컴퓨터로 쓰고 인쇄한 것들이었다.

  <메그가 우리 곁에서 빼앗겨 사라지고 나서 1년 이상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집에 돌아올 때마다 더 이상 그 아이가 우리를 반겨줄 리 없다고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우리 가족은 그 아이가 훌륭히 커줄 것이라는 믿음에 모든 것을 걸고 있었습니다얼마나 우리가 슬퍼하고 있는지 교도소에서 살고 있는 당신이 상상할 수 있겠습니까당신은 지금 ITP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들었습니다그래서 이 편지를 쓰기로 결심했습니다메그는 정말로 좋은 아이였습니다우리는 당신이 진심으로>

  어머니로부터 온 편지는 메그가 사라지고 난 뒤의 외로운 생활이 절절하게 써져있었다채프먼은 3분도 걸리지 않고 전부 읽어버리곤 예상보다 내용이 평범하고 지루했다고 생각했다.

  반면아버지로부터 온 편지는 채프먼이 사형이 아니라는 것에 노골적인 불만을 나타내는 내용이었다재판을 방청했던 메그의 부모는 채프먼이 이야기했던 범행 당시의 상황에 충격을 받고 있었다그러니 아버지가 그를 비난하는 것은 죄수들이 때리는 것과는 다른 정당한 분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메그는 어른들이 상냥하게 대해주는 것이 기뻐서 어쩔 줄 모르는 아이였다옷을 벗겼을 때는 몸에 파란 멍들이 있었다.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 되살아났는데도 생각보다 마음이 아프지 않아서 자신에게 실망했다.

  전부 읽고 채프먼은 카드의 복사본을 무릎 위에 올려둔 채 오닐 부부의 편지는 봉투에 집어넣어 사물함용 자루에 처박아두었다.

  기묘할 정도로 아침에 느꼈던 두려움이 사라져있었다교도소 밖의 사회를 떠올렸기 때문이었다바깥의 당연한 세계에선 메그를 학대하고 있었던 부모들조차 인간다운 따뜻함과 열기를 보여주고 있었다그렇기 때문에 더욱 비인간적으로 냉담한 중범죄교도소에 투옥된 처지가 된 것을 마음 깊이 후회했다.

  하지만 채프먼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였다얻어맞을 뿐인 그도 바깥 사회에서는 써먹기 곤란한 골칫거리인 것이다.

  저번에 한밤중 떠올린 이래오랜만에 메그에 대해 생각했다지금까지도 그 마지막 순간 그녀가 그에게 했던 말이 머릿속에 떠오르질 않는다기억하고 있는 것은 햇빛을 흠뻑 받고 있는 소녀의 피부색과 활짝 웃고 있는 모습뿐이다.

  소녀에 대한 기억은 애매해져있었지만 그녀를 좋아했던 감정만큼은 아직도 생생하다.

  “웃어봐.”

  침대에 걸터앉은 그의 곁에는 그리움이 느껴지는 기척이 있었다. [그녀]도 사람을 좋아해서 그가 칭찬해주면 깜짝 놀랄 정도로 기뻐하며 손을 가볍게 잡고 수줍어했다.

  채프먼은 즐거웠던 과거로 돌아간 듯이 이번엔 그가 먼저 말을 걸었다.

  “케이크 위에 올라가는 비스킷은 아몬드파우더하고 설탕으로 만든다는 거 알아?”

  “몰랐어과자 만들 수 있어?”

  “사실은 만들 줄 몰라.”

  기억보다 완벽하게 [그녀]는 미소를 지어주었다그것이 조그만 메그의 모습보다도 매력적으로 느껴져서 쓸쓸해졌다.

  채프먼은 이루어질 수 없는 그의 망상 속의 이상적인 이성과 그저 닮아있었다는 이유로 소녀를 호시탐탐 노렸다그녀가 성적으로도 충족시켜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믿어버려서 본능과 감정을 이성으로 억누를 수 없게 되어있었다착오에 사로잡혀있었다. “메그는 나를 좋아하니까 그녀는 충족시켜 줄 거야.”라며 멋대로 결론지었다. “호감이라는 말로 크기를 정한 부정형의 상자에 들어있으면서 정리할 수 없는 덩어리가 되어버린 그 오해를 자기 마음속의 진리로 둔갑시켰다자신의 빈 구멍을 채워줄 무언가의 역할을 여자아이에 억지로 부여하려했다그 무언가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채프먼 자신은 모르고 있었음에도.

  그 자신에게만큼은 그가 죽인 소녀가 곧망상이라는 환영이었던 것이다.

  그의 손은 크리스마스카드 복사본을 쥐고 있다손가락의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카드를 받은 것은 채프먼만이 아니었다메그에게 사랑받고 있었던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아빠엄마랑 비교당하는 거 싫어?”

  “싫은데어쩔 수 없어.”

  그렇게 말하는 그 또한 비교를 하고 있었다.

  “그녀에 대해서 생각하면 괴로운 거잖아.”

  [그녀]는 채프먼의 마음을 미리 읽어서 마음이 편해지는 대답을 해준다.

  “괴로워도 호감은 비교가 가능한 거야역시 가장 사랑 받는 게 아닌 건 싫어하나로 충분한 걸.”

  “호감은 절대치가 아닌 다른 호감들과 비교할 수 있는 것이다그래서 호감의 영역에서 자신이 죽인 메그와의 추억과 실제로는 존재하지도 않는 [그녀]를 그 자신도 비교하고 있었다.

  용기를 북돋워주듯 체온이 찰싹 등에 밀착해왔다채프먼이 빠져있는 것은 현실의 여성과는 관계를 맺지 않았던 자기 자신이 만든살아있는 이성이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충족되어있는 듯하면서도 황폐한 삼각관계다그렇다고 해도 가해자가 두 소녀를 저울질하는 것은 메그에게 너무나 가혹했다.

  불성실함을 채프먼 자신의 유치한 면인 [그녀]가 나무랐다.

  “어린아이가 둘 있으면 하렘이 아니라 가족이 돼버린단 거네그래도 본격적으로 아빠가 돼서 어른 역할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는 건 싫은 거잖아.”

  [그녀]는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 하는 그를 질타하면서도 실체 없는 열기만은 밀착한 그대로였다.

  “알겠어하나만 할게.”

  속삭이자 심장에 한 조각 달라붙어 있던 인간성이 눈물을 북받치게 했다원한다고 생각해서 죽이고 만 소녀는 스스로에게 있어서 그저 부품이었다학대를 했다고 해도 8년이나 그녀를 키운 부모에게서그런 그가 딸을 빼앗은 것이다.

  채프먼은 그녀를 죽이고 말았다는 사실에 처음으로 오열했다.

  이유는 머릿속으로는 더 이상 찾을 수 없었다그가 몸에 지니고 있었던 도덕성이소녀를 좋아하게 만든 호감의 배경이었던 사회성이문화가온갖 형상으로 이유가 돼서 불꽃의 비로 그를 두들기는 것 같았다몇 시간이나 그러고 있었고그럼에도 메그가 마지막에 무엇을 말했었는지를 기억해낼 수 없었다그저 한 가지그에게 있어서 처음으로 그녀가 인간이 되었다고 하는 사실만은 분명해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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