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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아이젠슈타인 호의 탈출 15장 (1) - [흑선]

Fra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2.06 01: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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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장


[70인의 운명]

[위기의 바다]

[부활]



데스 가드 군단의 중대장, 가로는 요새의 거대한 의무실을 구성하는 층들로 들어섰다. 그 내부에서 가로는 데시우스가 수용되어 있는 곳으로 향하는 길을 찾아내었다. 가로는 격리실로 걸어갔다. 그 격리실은 카리야가 함께 들고 나온 기념 명판과 함께, 아이젠슈타인 호가 파괴된 이후에 그 우주선이 남긴 유일한 구성요소였다. 커다란 적재용 서비터들은 아이젠슈타인 호의 발레튜디나리움에서 격리실 모듈을 힘으로 분리시킨 뒤, 이곳으로 이식시켜주었다. 이곳이라면 돈의 휘하의 의무관들이 그들의 기술을 사용해 데시우스의 부상을 치료해줄 수 있을 터였다.


임페리얼 피스트 군단의 아포세카리들은 데스 가드 군단의 아포세카리들이 거둔 것 이상의 진전을 거두지는 못했다. 유리 포드의 벽 너머로 보이는 데시우스는 그 어느 때보다도 죽음에 가까워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검푸른 자상부위는 그 피부색을 잃고 있었고, 그 상처부위로부터는 시체처럼 창백한 색채가 주변으로 뻗어나가고 있었다. 데시우스의 콧구멍 주위와 입가에는 종기들이 잔뜩 난 채 고름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그의 두 눈은 말라붙은 고름으로 딱 달라붙어 있었다. 그룰고르의 타락한 칼날을 적시고 있던 그 독이 무엇이었건 간에, 그로 인한 감염은 고통스러운 매 순간마다 이 젊은 아스타르테스의 저항을 압도하고 있었다.


가로는 누군가가 자신의 곁에 가까이 다가선 것을 깨달았다. 가로는 유리벽에 반사된 보옌의 얼굴을 보았다. "한두 번인가는 말을 했었습니다. 대개는 지리멸렬한 헛소리들이었지만 말입니다." 보옌은 마치 가로 중대장에게 말을 걸기가 무섭다는 듯이 입을 다물었다. "정신 착란 상태에서 전쟁의 함성과 전투 명령을 외치더군요."


가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적들과 마찬가지로 저 질병과도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겠지."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이 얼마 없습니다." 보옌은 그 사실을 인정하였다. "최근 들어 바이러스가 공기를 통해 감염되는 수준까지 도달하였습니다. 완벽히 봉쇄된 파워 아머를 입더라도 격리실 안으로 들어가 데시우스를 간호해줄 수가 없습니다.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았습니다만, 데시우스는 홀로 저 질병에 맞서 싸워야만 할 겁니다."


"황제 폐하께서 데시우스를 가호해주실 것이다." 가로가 중얼거렸다.


"그러시기를 바랄 수밖에요. 지기스문트 중대장님께서 팔랑크스의 의료진들에게 데시우스가 앓고 있는 질병의 모든 면면을 다 조사하고 기록해놓으라고 명령을 내리셨습니다. 만약에.... 저희가 아이젠슈타인 호에서 마주쳤던 침입자들이 다시 나타날 경우를 대비해서요. 제가 목격한 모든 것들을 다 그들에게 말해주었습니다."


"잘하였군." 가로가 그곳에서부터 떠나기 위해 몸을 돌렸다. "계속 노력하도록."


"중대장님." 보옌이 고개를 숙인 채로 가로의 앞을 가로막았다. "중대장님과 대화를 나눠야 하겠습니다." 보옌은 가로 전투 중대장에게 자신의 컴뱃 블레이드를 내어주었다. "중대장님께서 워프 플레어를 일으키시기 전에, 함교에서 저는 중대장님께 항명을 하였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저는 제가 그리한 것이 잘못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중대장님께서는 저희에게 구조대가 올 것이라고 약속하셨고, 실제로 그 구조대는 도착하였습니다. 제가 저지른 항명 행위는 견책을 받지 않고 그냥 넘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보옌은 고개를 들어 올렸다. "저는 중대장님의 신뢰를 두 번이나 배신하였습니다. 중대장님께서 그 어떤 벌을 내리시더라도 달게 받아들이겠습니다. 제 목숨은 중대장님의 것입니다."


가로는 보옌의 컴뱃 블레이드를 받아들고는, 그것을 한참동안 들고 있었다. "메릭, 네가 전사회와 아이젠슈타인 호에서 한 일은 네 인격에 약함이 있기 때문이 아니었다. 네가 저지른 일들은 네가 공포 때문에 벌인 일들이었지. 미지의 것들에 대한 공포 말이다." 가로는 보옌에게 컴뱃 블레이드를 되돌려주었다. "나는 그 일들로 너를 처벌하지 않을 것이다. 너는 나의 배틀 브라더이며, 너의 그 반항정신이야말로 내가 너를 내 곁에 두는 이유이다." 가로는 보옌의 어깨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다시는 두려움에 빠지지 말거라, 메릭. 내가 그랬던 것처럼 황제 폐하를 바라보거라. 그분에 대해 깨달음을 얻게 되면, 너는 결코 두려움을 모르게 될 것이다." 가로는 충동적으로 칼렙의 팜플렛을 품에서 꺼내, 그것을 보옌의 손바닥 위에 건네주었다. "어쩌면 너도 내가 그랬던 것처럼 이 안에서 어느 정도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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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된 아스트로텔레파시 신호가 팔랑크스로부터 보내졌다. 태양계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제국 병력의 보안 레벨에 경보를 내리는 상급 프로토콜이었다. 돈의 직권은 함선들을 움직이고, 부대들로 하여금 더 높은 대비 태세를 갖추도록 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우주 요새 팔랑크스와 그것이 싣고 있는 귀중한 화물의 도착을 감지한 기관들 또한 활동에 들어갔다.


에리스-Eris의 궤도 안쪽에서 수 광분 위치에서, 팔랑크스가 격렬한 진동과 함께 워프 게이트로부터 튀어나왔다. 팔랑크스의 출현은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이계의 번개 다발들을 공허 속으로 방출하였다. 태양계 제 10 행성의 지면에 점재하는 예민한 감지 장치들은 새로이 도착한 요새의 존재를 등록하고, 즉시 그에 대한 보고들을 명왕성과 천왕성의 중계 기지들에 통보하였다. 보고가 전해지고 나면, 그곳의 아스트로패스들은 테라와 그 정부에게로 즉시 그 보고를 전달할 것이었다. 임페리얼 피스트 군단의 인류의 요람으로의 귀환은 너무도 늦어 있었다. 일반적인 상황 하에서였다면, 태양계 외곽의 많은 식민지들에서는 그들의 귀환을 기념하기 위해서 축전 의식과 대규모 행사들을 벌였을 것이었다. 그러나 팔랑크스는 그러한 행사들에 참여하는 대신, 무정한 목적을 가지고 서둘러 이동하였다. 그들은 위엄 있게 태양계 외곽의 행성들을 순항하고자 온 것이 아니었다.


그 거대한 우주선은 그 영웅적인 전함의 개선에 어울리는 깃발은 내걸고 있지 않았다. 그 대신, 팔랑크스의 마스트와 요새 주위의 레이저 램프들은 긴급한 용무를 뜻하는 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초계함들은 팔랑크스의 길을 열어주었고, 그 어떤 선장들도 감히 임페리얼 피스트 군단의 주인이 서둘러 향하고 있는 앞길을 가로막고자 하지 않았다. 팔랑크스의 추진기들은 마치 우리에 가두어진 별들처럼 섬광을 뿜어내었고, 그 요새 전함은 광속의 4분의 3 가량이나 되는 속도로 르트 성운-Oort Cloud의 거친 외곽 지대를 뚫고 지나갔다. 번쩍이는 복사 에너지의 섬광에 휩싸인 채, 팔랑크스는 황도의 수평면으로 하강하여 해왕성의 궤도를 가로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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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는 다시 한 번 돈의 개인실로 호출을 받았다. 거대한 홀의 뒤쪽에서 거대한 철제 패널들이 화려하게 장식된 벽 속으로 접혀 들어가며, 아래쪽의 요새 지휘 연결부를 내려다볼 수 있는 우묵한 유리창을 드러내었다. 그것은 마치 여느 우주선의 함교와 같은 형태를 지니고 있었지만, 그 크기와 범위는 일반적인 함교의 백배는 되는 것이었다. 가로는 그 유리창을 보고 원형 극장을 떠올렸다. 그 중앙에 있는 무대 위에 오퍼레이터 콘솔들이 동심원을 이루고 층층이 맞물려 있는, 그런 극장을. 지휘 갑판의 중심부는 홀로리튬 디스플레이 장치들이 설치되어 있는 하나의 회랑 구조로 되어 있었다. 홀로리튬 영상들 중 어떤 것은 4층 높이나 되었고, 영상들은 계속해서 빛을 발하며 그 형태를 바꾸었다. 임페리얼 피스트 군단의 파워 아머를 입고 있는 아스타르테스들의 조각상들이 지휘 연결부의 측면을 따라 배치되어 있었다. 조각상들은 마치 손가락 끝으로 돈의 관측구들을 내밀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팔을 뻗고 있었다.



이 층에는 프라이마크와 그의 지휘관들이 단 한 마디의 지시만으로도 지휘 연결부의 모든 초소들로부터 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자동 중계 콘솔 장치들이 배열되어 있었다. 가로는 이처럼 유리한 위치에서라면 단 한 명의 사령관이 수백만의 병사와 수천 척의 우주선들이 벌이는 전쟁 전체를 지휘할 수 있으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가로는 에프리드 중대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크루제에게 아는 척을 하고는, 돈에게 몸을 숙여 보였다.


"저를 호출하셨습니까, 전하?"


"네가 보아야 할 것이 있다." 프라이마크는 헬브레히트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헬브레히트는 키가 큰 임페리얼 피스트 군단원으로서, 날카로운 얼굴에 바짝 깎은 머리카락을 지니고 있었다. "전투 중대장에게 우리의 새로운 호위함을 보여주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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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브레히트는 제어 장치에 손을 가져다 대었고, 넓은 콘솔 장치로부터 하나의 픽트 스크린이 떠올랐다. 가로는 팔랑크스의 선체 외부의 공허와, 공허의 어둠과 동화되어 움직이고 있는 크고 검은 실루엣의 모습을 보았다. 또 다른 전함의 구조는 오직 별빛으로 드러난 부분들로만 그 윤곽이 나타나고 있었다. 흑선이었다.


"아에리아 글로리스 호." 그 전함을 잘못 알아보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 전함의 형태를 파악한 즉시, 가로의 머릿속에서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그 전함이 이오타 호롤로기에서 나타났던 함선과 같은 것이라는 것을 가로는 확신하였다.


"정확하다." 돈이 말했다. "저 유령선은 우리가 해왕성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무섭게 우리와 합류하였다. 그리고 나서는 우리와 침로와 항속을 맞추기 위해 정렬하였지. 아에리아 글로리스 호는 테라 의회로부터 직접 내려진 명령과 정박 지시를 가지고 왔다. 그 명령에는 가로 중대장, 너와 킬러라는 여성이 특별히 명시되어 있더구나. 내게 그 이유를 설명해줘야 할 것이다."


가로는 어떻게 말을 이어나가야 할지 애매해하며 머뭇거렸다. "침묵의 자매단의 망각의 상급 기사인 아멘데라 켄델과 교제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가로가 말을 떼었다.


돈은 다시 한 번 고개를 젓고는 무뚝뚝한 손짓으로 지시하였다. "네가 저 언터쳐블들과 교제하였다는 것은 내게 있어 근심거리가 되지 않는다, 가로. 내가 근심하는 것은 저들이 킬러가 내 배에 타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과, 저들이 내게 그녀를 격리시킬 것을 지시하였다는 것이지."


가로는 근심이 밀려드는 것을 느꼈다. "유프라티 킬러는 팔랑크스에 있어 위협적인 인물이 아닙니다, 전하. 그녀는.... 아주 재능 있는 개인입니다."


"재능이라." 돈은 으르렁거리듯 그 단어를 말하였다. "나는 자매단이 찾으러 올만한 재능이 어떤 것인지를 알고 있다. 너는 나의 요새에 정신을 조종하는 마녀를 데리고 온 것이더냐, 데스 가드여? 그 리멤브란서가 사이커의 특징을 가지고 있느냐?" 돈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나는 황제 폐하께서 니케아에서 제국의 이익을 위해 워프에서 발생한 그 힘의 사용을 금하셨을 때, 그 자리에 있었다! 나는 그와 같은 힘이 통제받지도 않고 내 전사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


"킬러는 마녀가 아닙니다, 전하!" 가로가 대답하였다. "오히려 그 재능 덕분에 그녀는 황제 폐하의 손길을 저희들 중 그 누구보다도 더 예민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가로의 목소리에 담긴 떨림은 크루제의 주의를 끌었고, 크루제는 두 사람에게로 가까이 다가왔다.


"그것은 두고 보면 알겠지. 아멘데라 자매는 내게 킬러를 가두라고 요청하였다. 그리고 헬브레히트의 부하들이 그녀를 감시하고 있지. 우리가 달의 궤도에 도착하게 되면, 그 여자와 그녀의 동료들은 침묵의 자매들에게 넘겨지게 될 것이다."


"전하, 저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가로가 스스로를 막아서기도 전에, 그 말은 그의 입으로부터 흘러나왔다. "그들은 저의 보호 하에 있습니다."


"그리고 저의 보호도 받고 있습니다!" 크루제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로켄은 제게 직접 그들의 신변을 위탁하였습니다!"


"그대들이 무엇을 바라고, 무엇을 받아들일지는 임페리얼 피스트 군단이 상관할 바가 아니오!" 헬브레히트가 걸어 나와 가로와 마주보며, 사납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Ⅶ군단에게 있어 손님에 불과하며, 그대들 또한 그렇게 처신하여야 할 것이오."


"너희 두 사람은 오해 속에서 헛고생을 하고 있구나." 돈이 창가로 걸어가며 말했다. "너희는 스스로가 내게 무어라 말을 했는지도 잊어버렸느냐? 데스 가드 군단과 선 오브 호루스 군단이 황제 폐하께 등을 돌렸다. 그리고 그것이 사실이라면, 너희의 군단들은 곧 반란군으로 선언되겠지. 그 군단에 소속된 모든 전사들과 모든 보호령들, 그리고 그 군단을 섬기는 모든 승조원들까지 함께 말이다."


"저희는 그 반란의 경고를 전하기 위해 모든 것을 무릅썼습니다!" 가로가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이제는 저희를 반역자라고 칭하시겠다는 겁니까?!"


"나는 그저 이미 일어난 일과, 일어나게 될 일들에 대해서만 말하였을 뿐이다. 어째서 우리가 바로 테라의 궤도로 진입하는 것이 아니라 달의 기지에 정박하러 간다고 생각하느냐? 나는 테라 의회와 황제 폐하의 목숨을 일시적인 변덕으로 위태롭게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크루제는 분노하여 침을 내뱉었다. 그 노전사가 평소 보이곤 하는 과묵한 태도는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용서하십시오, 돈 전하. 허나 전하께서는 올리톤 양의 기억 기록 영상을 보지 않으셨습니까? 70인의 아스타르테스들의 맹세가 전하께는 증거로써 불충분하다는 말씀이십니까?!"


"테라에 등을 돌린 군단들에 소속된 70인의 아스타르테스들이지." 에프리드가 엄격한 목소리로 말했다.


프라이마크 돈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 위치를 이해해다오. 너희가 내게 가져온 그 모든 증거들에도 불구하고, 나는 임페리얼 피스트 군단의 측면에서 이 일을 직접 보기 전까지는 이 일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없다. 너희가 거짓말을 하였다고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형제들이여. 허나 나는 반드시 이 일의 모든 면면들을 살펴보고, 모든 가능성을 고려해야만 한다."


"만일 그대들이 반역자라면 어쩔 텐가?" 헬브레히트가 거칠게 물었다. "만일 호루스 전하께서 자신의 부하들이 꾸민 일종의 음모에 의해 쓰러진 것이라면, 그리고 그대들은 황제 폐하를 암살하기 위해 보내진 것이라면?"


가로의 손이 리베르타스의 손잡이로 내려갔다. "나는 그보다 못한 모욕을 가한 자들도 죽여보았다, 임페리얼 피스트! 제발 말해다오. 어떻게 우리가 그런 불가능하기 그지없는 일을 해낸단 말인가?!"


"비밀리에 테라로 마녀를 데려오는 것으로써, 일 수도 있지." 에프리드가 말했다. "아니면 그 어떤 약으로도 물리칠 수 없는 역병으로 감염된 부하를 데리고 오는 것으로 그럴 작정이었나?"


가로의 가슴속이 얼어붙었다. 그리고 가로는 분노로 싸늘한 기운이 밀려드는 것을 느꼈다. "아니.... 아니야." 가로는 돈에게로 몸을 돌렸다. "전하, 만일 제가 전하께 말씀드리고 보여드린 것들이 전하를 납득시켜드리기에 불충분했다면, 부디 제게 대체 어떤 증거가 있어야 전하께서 납득하실 수 있을지라도 말씀해주십시오! 전하께서 저를 믿으시도록 하기 위해 제가 제 칼로 자결이라도 해야 하겠습니까?!"


"방금 전 나는 머신-콜 복스를 통해 제국의 섭정, 말카도르 인장관 각하와 대화를 나누었다." 프라이마크가 말했다. "나는 각하께, 너희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경고의 메시지를 가져와 준 것으로 황제 폐하께 보인 너희의 헌신에도 불구하고, 너희의 충성심이 궁극적으로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테라 의회가 완전히 확신하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였다." 돈의 목소리는 딱딱하게 굳어 있었지만, 가로는 그때 처음으로 돈의 목소리에서 긴장감을 감지하였다. "내가 받은 명령은 행성의 방어를 견고히 하기 위하여 테라로 귀환하라는 것이었고, 지금 상황으로 보아 나는 어쩌면 내 형제들을 막기 위해서라도 그 명령을 수행하게 될 지도 모른다." 돈은 가로를 곁눈질하였다. "나는 황궁으로 입궁하여, 황제 폐하께 이 중대한 소식을 전해드릴 것이다. 그리고 너희, 벤지풀 스피릿 호로부터 탈출한 난민들과, 아이젠슈타인 호에 승선하고 있던 아스타르테스들 전원은, 우리의 주군께서 너희들의 운명을 결정하실 때까지 달에 있는 솜누스 요새-Somnus Citadel에 구류되어 있게 될 것이다."


가로는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레 검을 뽑아, 그것을 역수로 쥐었다. 그런 뒤 그는 보옌이 그에게 자신의 컴뱃 블레이드를 바쳤듯이, 자신의 검을 돈에게 내밀었다. "전하, 청컨대 만일 제가 기만을 하였다고 생각하신다면 차라리 제 검을 받으시고 저를 죽여주십시오. 저는 계속해서 저희의 어깨 위로 쌓여가는 이 시련들에 이제는 진절머리가 납니다! 그 모든 거짓과 불신이 저에게 퍼부어졌건만, 이제는 제가 친족이라 부르는 이들로부터도 그러한 의심을 받게 되는 것을 저는 더 이상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가로는 빈손을 자신의 가슴으로 뻗어, 자신이 입고 있는 독수리 흉갑 위에 손을 올렸다. 가로는 프라이마크 돈의 갑주와 거기에 달린, 그의 것과 유사한 독수리 장식을 고갯짓으로 가리켜 보였다. 그들의 두 갑주는, 모두 인류의 주인이 입고 있는 갑옷과도 유사성을 지니고 있었다. "저희 모두는 황제 폐하의 아퀼라 문장을 지고 있습니다. 그것의 가치가 이처럼 사소하기 그지없는 것이었다는 말씀이십니까?!"


"이처럼 암울한 시기에는 그 어떤 것도 확신을 받을 수 없는 법이다." 돈의 표정이 다시 한 번 돌처럼 딱딱해졌다. "네 무기를 치우고 입을 다물거라, 가로 전투 중대장. 잘 알아두거라. 만일 네가 어떤 방식으로든 인장관 각하의 명령에 저항한다면, 임페리얼 피스트 군단의 완전한 분노가 너와 네 무리들을 향해 쏟아질 것이다."


"저희는 저항하지 않을 것입니다." 가로가 좌절하며 말하였다. "만일 이것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면, 마음대로 하십시오." 리베르타스는 조용히 제 칼집으로 되돌아갔다.


프라이마크는 그들로부터 몸을 돌려버렸다. "수 시간 내면 목적지에 도달할 것이다. 네 부하들을 집합시키고, 하선할 준비를 해두어라."


가로는 걸음을 옮길 때마다 부상당한 다리로부터 환상통을 느꼈고, 그의 다리는 그때마다 긴장으로 뻣뻣해졌다. 가로에게 그가 서있는 대리석 바닥으로부터 개인실의 문까지의 거리는 마치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처럼만 보였다.



──


뭐 상황이 상황인 만큼 로갈 돈이 신중해지는 것도 당연하긴 한데, 지금까지 가로한테 몰입하면서 번역해온 입장에서는 로갈 돈이 진짜 깝깝해보이는 것도 어쩔 수 없는 거 같다. 자꾸 의심받는 거 더 이상 못 참겠으니 차라리 죽여달라는 가로의 말이 절절이 와닿는 파트.

과연 로갈 돈은 괜히 로갈 돈이 아니었다.

p.s. 그러고보니 내가 맨 처음 이거 번역할 때에는 말카도르랑 프라이마크들 상하관계를 서로 비슷하거나, 프라이마크가 좀 더 높다고 생각해서 프라이마크들은 말카도르를 그냥 인장관이나 말카도르, 라고 부르도록 썼었는데, 요즘 나오는 거 보면 오히려 반대인 거 같더라고. 그래서 로갈 돈이 말카도르를 지칭할 때 인장관 각하, 라고 부르도록 호칭을 좀 바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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