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결말은 쓰레기다.

우선 나는 나만이 없는 거리를 앞부분과 뒷부분으로 구분한다.

앞부분은 사토루가 식물인간이 되기 전까지, 뒷부분은 사토루가 식물인간이었던 15년을 포함한 그 뒷이야기 전부.

한 번 더 나누면 뒷부분을 식물인간 15년과 사토루가 깨어난 후의 이야기로 나누는 것이다.

사토루와 카요의 관계를 중심으로 봤을 때, 애니는 뒷부분으로 들어가면서 앞부분에서 끌고오던 흐름을 버렸다.

이게 관객이 배신감과 NTR을 당했다는 느낌을 받는 이유다.

이야기의 앞부분부터 살펴보자.

앞부분은 2개의 흐름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메인 스토리인 '카요를 비롯한 3명과 엄마 구하기'(사토루의 내면적 성장),

또 하나는 '사토루-카요의 관계'.

여기서 주목할 것은 '사토루-카요의 관계'다.

애니에서 '사토루-카요의 관계'는 분량을 많이 투자하여 비중있게 다뤄졌다.

사토루가 구할 3명 중에 카요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고 나머지는 들러리에 가까웠다.

범인을 예상하는 것이 쉽다는 점은 관객이 추리 그 자체에 큰 관심을 쏟지 못하게 했다.

거기다가 줄어든 아이리의 비중, 계속해서 강조된 사토루와 카요 사이의 달달한 분위기.

관객이 '사토루와 카요가 이어질 것이다' 라고 기대하는건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애니가 의도했다고 봐야겠지.

이 때문에 카요가 가버린 후 이야기가 루즈해졌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는 것이고.

어쨌든 결말에 가서 이 흐름이 완성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메인 스토리의 흐름을 따라가며 애니를 계속 봤다.

그런데 뒷부분이 어땠지?

앞부분에서 가져오던 '사토루-카요의 관계', 이 흐름을 완전히 내던져버렸고,

관객의, '사토루와 카요가 이어질 것이다'라는 기대를 배신했다.

'왜 둘이 이어지지 않았는가?'에 대한 관객이 납득할 만한 이유를 제공하지 못했다.

이것을 "15년이나 지났으니 사토루 포기하는게 현실적"라는 말로 반박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건 '식물인간 15년'이 뒷부분에 포함된다는 점을 놓친것이다.

확실히, 식물인간 15년만 생각해보면 사토루와 카요가 이어지지않는건 '현실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허나 그렇기에 그건 뒷부분에 포함되는 이야기다.

앞부분은 계속해서 사토루가 카요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주지만, 뒷부분은 그 흐름을 부인한다.

식물인간 15년은 앞부분보다 뒷부분에 더 어울리는 이야기이고,

뒷부분에 포함되기에 앞부분과 뒷부분의 끊김에 대한 이유가 될 수 없다.

그럼에도 식물인간 15년까지는 앞부분의 흐름을 되찾을 가능성을 가지고있긴 하다.

이게 내가 뒷부분안에서도 식물인간15년과 그 후의 이야기를 구분한 이유다.

식물인간 15년 후에도 사토루가 카요가 이어질 수 있었다.

대신 이어졌다면, 앞부분과 식물인간 15년 사이에 존재하는 괴리 때문에 '그건 삼류 로맨스다' 같은 소리를 들었겠지.

그러니, 애초에 식물인간 15년부터가 잘못된 이야기라는 거다.

하지만 애니를 보면서는 앞부분과 식물인간 15년 사이의 끊김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

키요가 애를 들고 올때에야, 앞서 유지해오던 흐름이 끊어졌다는걸 안다.

그건 관객이 '메인스토리'의 흐름을 따라가던 상태였기 때문이다.

카요가 구해지고 떠난 뒤, 관객은 사토루-카요의 흐름은 잠시 내려놓고 범인을 잡는 메인스토리의 흐름을 따라간다.

카요와의 관계는 결말에 가서 메인스토리와 함께 완성될 것이라 기대하는 상태로 우선은 메인스토리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식물인간 15년과 메인스토리와의 괴리는 그리 크지가 않다.

거기다가, '사토루-카요의 관계' 흐름에 덜 집중하고 있었다는 점,

식물인간 15년이 앞부분의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 때문에 당장에 이 끊어짐은 가려지고

카요가 등장할 때로 가서야 끊김을 느낀다.

이것 때문에 "머리로는 이해하는데 마음으로 받아들이지는 못한다"라는 말이 나온다.

사토루는 식물인간으로 15년을 지낸 후 깨어난다.

관객은 아직 끊김을 인식하지 못했다.

그리고 카요는 히로미와 결혼하여 애를 안고 들어온다.

흐름이 끊어졌다. 관객은 배신감을 느낀다.

여기서 식물인간 15년만 생각해보면

사토루-카요가 이어지지 않는 흐름이 더 '현실적'으로 보이고, 당연히 그걸 머리로는 이해한다.

이해할 수밖에 없지. 식물인간 15년은 애초에 뒷부분에 속하는 이야기인데.

그리고 뒷부분에 속하는 이야기라서 앞부분과 뒷부분의 끊김을 납득시키지 못한다.

여전히 끊김이 존재하기에 이 결말을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애니는,

앞부분에서 기대를 주고 끝까지 이어가서 완성시키던가,

그게 아니라면 관객이 기대하게 만들지 말던가,

이 둘 중 하나를 선택했어야 했다.

아니, 기대를 준 후에 식물인간 15년을 굳이 넣었다 해도 앞선 흐름을 이어갔어야지.

하지만 애니는 이 중 어떤 것도 선택하지 않았다.

그냥 앞부분을 내동댕이쳤다. 관객을 배신했다.

애니결말은 쓰레기다 ㅅ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