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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영제국의 통치

산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9.21 21:2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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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영국이라고 하면, 철도, 문명, 법률과 같은 것들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고 사실 앞서 말한것들도 중요하다. 하지만 21세기의 현대 국가들과 비교하면 이러한 대영 제국의 장점들은 빛을 잃게 된다. 아무래도 현대의 철도, 군대, 법률등이 훨씬 우월하니까. 역사가 발전하고 과학이 발전한 당연한 결과이다. 하지만 단 하나, 현대 국가들조차도 따라올 수 없는 것이 있으니 그건 피정복민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능력이었다.


서기 19세기 중엽, 영국의 식민지 출신의 한 관료는 영국 통치의 특징을 묘사하는 영국 송사(頌辭) 라는 연설문을 남긴다. 이 글은 대영 제국에 대한 동시대인의 증언이자, 정복자가 아닌 식민지 지식인의 논평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그렇 지만 영국의 통치 원리에 대한 그의 설명은 정작 영국인에게는 익숙한 것이 아니었다. 예를 들어 그는 ‘보편 시민’을 구현하려는 시민권 정책의 개방성 원리를 칭찬하지만, 영국인은 그 정책 배후의 이념을 숙고하지 않았다. 영국인에게 식민지 엘리트들에 대한 시민권 개방은 분리 통치를 위한 ‘지배 비결’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영국의 정책을 이념의 측면에서 볼 필요가 있었다. 이미 300여 년간 영국 권력의 속성과 영국 통치에 관해 취할 태도에 대한 담론을 지속해 왔기 때문이다. 우선 영국의 지배에 들어간 이래 수많은 식민지 지식인들은 식민지인의 대처 자세에 대해 고민했다. 그리고 내세운 논리는 최선자(最善者)의 지배가 약자에게 유익하다는 것이었다. 그로써  영국인 에 대해 지배의 도덕적 정당성을 인정하면서 ㉠ 순응주의를 드러 냈다. 하지만 과연 영국인은 최선자였던가? 식민지에 배치된 군 지휘 관과 관리들에 대한 식민지민의 고발이 잦았던 당시 현실에서 보면 그 대답은 어렵지 않다.


한편 영국의 정체(政體)가 바뀐 뒤, 그때까지 통치하기보다는 그저 점령해 온 지역에서 실질 적 행정이 시작되었다. 그 결과 영국의 통치가 공고해지고, 영국이 가져온 평화의 혜택이 자명해졌다. 식민지 문화를 존중하는 영국 황실의 배려가 늘어가면서, 식민지인의 자유 상실감은 상당히 약화되었다. 이제 그들은 문학과 철학에서의 문화 권력을 인정받 는 대가로 권력과 타협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를 ㉡ 타협주의 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한 역사가는 실체적 근거도 없이 자신들의 뿌리는 사실 영국인 이라며 일종의 동조론(同祖論)을 제기했다. 그렇지만 이는 영국인 에 대한 아부가 아니라 식민지인을 위한 타협의 신호였다. 정복 자로 성공한 영국인을 불편하게 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거의 같은 시기의 수사학자는 영국이 타락하지 않으면, 영국이 관대한 통치를 펴고 식민지인의 이상인 ‘화합’을 실현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아직까지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치가는 자신과 출신 도시가 영국 통치자들에게 책잡히지 않도록 해야 함은 물론, 영국의 고위 인사 중에 친구를 가지도록 해야만 한다. 영국인은 친구들의 정치적 이익을 증대시켜 주는 데 열심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거물들과의 우정에서 이득을 보게 되었을 때, 그 이점이 우리 도시의 복지에 이어지도록 하는 것도 좋다. …… 우리 도시들이 누리는 축복들인 평화, 번영, 풍요, 늘어난 인구, 질서, 화합을 생각해 보라. 우리가 외부인 들과 싸우던 모든 전쟁은 자취를 감추었다. 자유에 관한 한, 우리 도시 주민들은 통치자들이 허용해 주는 커다란 몫을 누리 고 있다. 아마 그 이상의 자유는 주민들을 위해서도 좋지 않을 것이다. - 정치가 지망생을 위한 권고]


정치가 지망생을 위한 권고는 타협주의 시대에 작성된 것으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키기를 포기하지 않으면서 영국의 통치를 받아들이는 그 시기의 특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더 후대의 시기에 이르면 식민지 지식인들의 기조는 ㉢ 동화주의로 변했다. 수많은 역사가들은 대영제국이 안정과 평화, 풍요를 안겨 주었다고 보았고, 그런 의미에서 영국의 지배를 축복이라고 묘사했다. 이는 그가 아직도 옛 정체에 대한 향수를 짙게 간직하고 있던 영국의 전통적 지배 계층보다 새로운 체제와 일체감을 더 지녔음을 보여 준다. 그리 고  영국 송사 에서 식민지에 대한 혜택과 배려 를 더 이상 논하지 않고, 제국 시민으로서의 관점을 강조한다. 그 리고 제국 통치가 가져다 준 평화의 전망 속에서 식민지의 지역 엘리트들은 더 이상 통치할 권리를 두고 서로 싸우지 않는다고 말한다. 요컨대 많은 학자들은 식민지 엘리트들의 탈정치화를 상정하고 있다. 그들은 모든 식민지의 정치적 자립성이 세계 제국 안에서 소멸되는 상태를 꿈꾸는 것이다.


게다가 그가 보기에 대영제국은 이전의 다른 제국들에 비해 행정 조직과 지배 이념에 있어서 비교 우위를 지녔다. 영국의 행정 조직은 거대하지만 동시에 체계적인 점이 특징이라는 것이다. 이 체계적인 면이란 곧 통치의 탈인격성을 가리키며, 바로 수많은 황제들의 전횡과 대척을 이루는 것이다. 이렇게 영국 송사 는 ‘팍스 브리타니카’가 절정에 달해 있던 서기 19세기 중엽의 영국 정책에 대해 공감하고 동조하며 결국 동화되었던 식민지 지식인들의 자세를 잘 보여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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