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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약한 인간의 카데바앱에서 작성

하니모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1.13 01:38:04
조회 43 추천 0 댓글 0
														

묵직한 소리와 함께 굳게 닫혀있던 철문이 열린다.

포르말린의 아찔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후각은 쉽게 피로해진다 했던가. 금새 냄새는 거의 느껴지지 않게 된다.

실습생들은 긴장한 채로 방 내부로 들어선다.

카데바를 둘러싸듯 원 형태로 모여 선다.

모두 잠시 묵념한다.

이윽고 카데바를 덮은 비닐이 벗겨지고-이미 수 차례 열린 자국이 남은 서늘한 어린 카데바가-한때는 살아 움직였을 표면을 드러낸다.

한 꺼풀.

한 꺼풀.

겉에서부터.

깊은 곳까지.

서서히 카데바의 내면이 드러난다.

이 카데바는 나약하기 짝이 없는 사람임에 틀림이 없다.

고작 2년의 우울을 참지 못하고 약에 의존하게 된 사람이기에.

가족묘에 묻히기를 원치 않으나 이를 가족에게 말할 수 없는 사람이기에.

몸도 제대로 가누기 힘들 지경까지 술을 마시고도, 몇 안되는 친구들에게마저 진솔한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사람이기에.

손목에 칼끝을 가져다 대기까지 해놓고 정작 베지는 못한 사람이기에.

막연히 유서를 쓸 생각만 해놓고 실제로 쓴 적은 없는 사람이기에.

고등학생 동창 중 그 누구와도 연락을 하지 않는 사람이기에.

자신이 선택한 길에도 확신 없이 두려움에 떠는 사람이기에.

내일도 어제와 같은 하루를 살아야 한다는 것에 좌절하는 사람이기에.

자신의 철학을 겉으로 완전히 드러낼 수 없는 사람이기에.

자신이 힘들다는 것을 겉으로 나타내려 하지 않으면서 타인이 알아주었으면 하는 사람이기에.

돌아오지 않겠다는 의지를 갖고 집을 뛰쳐나가놓고 마지막 전화에 마음이 약해져 돌아간 사람이기에.

5년간 만든 노래에 고작 4개의 좋아요를 받음에 더할 나위 없이 기뻐하다, 하나의 싫어요가 달린 것에 좌절하고 이런 글을 쓰기 시작한 사람이기에.

이런 나약하고 어린 인간상의 카데바를, 우리는 인간으로서 대우해주어야 하는가.

그러나 죽음은 그 자체로 존중되어야 하기에.

다시 짧은 묵념을 했다.

이전과 다른 점이라면, 홀로 하는 묵념이었다.

모두들 긴장했던 모습은 오간 데 없이, 파헤쳐진 장기들을 만지며 신기해하고 있었다.

모두가 실습에 열중인 사이 홀로 묵념 중인 나를 교수가 측은히 바라보았다.

나는 문득 구역질이 났다.


==

짧게 하나쓰고 자러감

한달안에 누군가 읽긴하려나

약빨 없을때 쓴거라 나중에 봤을때 쪽팔리면 지울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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