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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PBP 1200K 후기 - 完 누군가의 영웅앱에서 작성

우치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9.08 01:38:09
조회 1149 추천 62 댓글 24
														


PBP 하는동안 가장 많이 들은 노래와 함께




초스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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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발!


일어났다
다행히 몸은 완전히 회복됐다. 역시 젊은 티가 난다


남은시간은 27시간 남은거리 420km정도
아 못할거리는 아니지만 느긋하게 갈 수있는 수준은 아니다


후다닥 밥먹고 또 진통제도 챙겨먹고 바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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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일어난 덕에 풀 컨디션이 되서 정신없이 빠르게 달리다보니 금방 다음 CP 틴태니악에 도착했다


후 이제 쫌 쉬어볼까 하고 물통을 잡으려니까 없다

아 시발 2.5만원짜리 라파 브레베 물통 두고왔다
알고보니 그냥 내 영원한 친구 이부프로펜도 다 두고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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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ㅓ)영!

그래도 한국을 알아주니 고마울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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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유로씩이나 주고 맘에안드는 물통을 삿다

마침 한국분들 팩을 만나서 같이 가자 권유를 들었지만
뭔가 이제는 혼자가고 싶었다.
당연히 다른 사람과 함께가면 빠르고 쉽게 갈 수 있지만
그건 내가 추구하는 브레베의 본질과는 벗어나는것 같았다


빠르게 음료수만 들이키고 다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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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 나와있는 꼬마들이 젤리도 나눠주고 자두도 나눠줬다

프랑스 과일이 정말 맛있긴 하지만 집 앞에서 기르던 자두 라고 하니까 너무 맛있었다
더 먹어도 되냐고 하니까 웃으면서 가져가라고 한다

푸드파우치에 가득 채워서 가니 든든하다


또 커피를 나눠주는곳에서 혹시 먹을건 없냐니까 없다고하는데 '아? 혹시 설탕이라도 드실? ㅋㅋㅋ'
하고 각설탕을 줘서
주절먹 하고 입에 5개 쑤셔박았다


내 생각에는 그들의 호의를 최대한 염치 불구하고 받는것이 그들의 호의에 대한 최대의 보답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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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듯이 달려서 CP10 927km 푸제흐에 도착했다
졵나졸리다
드디어 레드불을 팔아서 콜라랑 섞어서 뒤지게 마셨다.






기본적으로 CP는 먹고 식판은 그 자리에 두고가면 봉사자분들이 치워주는 형식인데
나는 조선인이다 보니 그게 너무 껄끄러워서 직접 치우고 가져다줬다.



이렇게만 해도 그분들은 너무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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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인이
이탈리아 브랜드 비앙키를 타는데
일본 시마노 구동계를 쓴다

주축국 조합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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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CP로 달려가는길

인상에 남는 마을 보급소가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직접 구운 쿠키를 나눠주고
뭔가 직접 만든 음료수를 주고있었다


솔직히 색이 쫌 무서워서 쪼끔만 달라고해서 마셧는데
윽 시발 그냥 치약맛이다.

그래도 'BRAVO!!! give me all of that!!!'  한다
모두가 아주 박장 대소를 한다
즐겁다.   그들에게는 나같이 얼탱이 없는 외국인들이 그들이 봉사하는 재미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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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을 보급소는 상당히 역사가 있는곳 같았다

지금까지 PBP 봉사를 하면서 참가자들의 인증샷들을 모아놓고 전시하고 있었다



'japonais? japonais?'
'non! coree!'

일본인인줄 알은것 같다 태극기를 보여주니 아~  한국~  하는 분위기였다

아쉽게도 한국 항목은 보이지않았다



그러면 한국도 만들어주세요!
하니까 알겠다고 사진찍어달라고 한다.




이런 큰 마을 보급소 같은 경우 본인들에게 귀국후에 엽서를 보낼 수 있도록 주소를 알려준다

누가 내 편지를 보고서 뿌듯해 할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써서 보내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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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서 와장창 하는 소리가 들린다

독일 랜도너가 졸았는지 단차를 밟고 넘어진듯 하다


마을 주민분들이 달려가서 일으켜주고 살펴봐준다

별거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정말 감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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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CP로 부지런히 달려간다

프랑스 형님의 대나무 프레임을 봤다


뻐킹 어썸 프레임이네요 해줬더니 고맙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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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후반부에 가까워지니 길가에 시체들이 많이 보인다


저렇게 풀숲에 드러누워서 자는것도 경험인데 한번 해보고싶긴 하다


하지만 난 여유가 없으니 눕는순간 좆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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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후반부는 확실히 지형이 편했다

여전히 엄청난 낙타등이지만
다운힐이 길어지고 급경사 업힐이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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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까지 30KM쯤 남긴 시점
또 마을 주민분이 깔아둔 의자에 앉아서 쿠키나 먹고있었는데


어떤 영어가 서툰 아시아 사람이 와서 거의 뭐 울기 직전인 상태로 막 여기가 어디냐고 마을주민분한테 물어본다

둘다 영어를 못해서 소통이 안되는데 암만봐도 일본인 같아서 일본어로 무슨 문제냐고 왜그러냐고 물어봤다



진짜 무슨 당장이라도 울거같았던 사람이 ああ~ よかった~ 하면서 자기 상황 설명을 하는데

들어보니 코스를 이탈했던 것 같다.
그냥 정신없이 가다보니 뭔가 사람들이 안보인다는걸 눈치챘고 이미 코스에서 벗어난지는 1시간이 넘은거다


심지어 가민이랑 브라이튼을 둘다 가지고 있었는데 코스가 먹통이 되어있었다.

그래서 지금 여기가 어디인지. CP를 지나쳐버린건 아닌지 코스를 되돌아서 가고있었던거다


일단 브레베 카드를 보여달라고 하고 보니 CP를 지나치지는 않았다

괜찮다고 이제 다시 코스 따라서 가면 된다고, 나도 어처피 가는길이니까 같이 가자고 하니까 너무 고마워한다


같은 H조인 하나다 씨 이다.



여러모로 나도 심심해서 떠들면서 같이 가다보니
확실히 정신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지쳤는지 많이 느려지신다


브레베의 세계는 냉혹하다
동료가 느려지면 과감하게 버리고 가는게 서로에게 이득이다.



저도 이제 시간이 별로 없어서요... 죄송합니다 먼저 가보겠습니다.

하니까 일본인 특유의 앗!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먼저 가시죠!  하니 내가 더 미안해진다


어쩔수없다 나도 갈길이 머니까


그래도 인스타나 스트라바는 교환할걸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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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하시는 분들한테
유럽 귀족식 인사? 그런거 해주면 정말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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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나덥다

pbp기간동안 가장더웠던거 같다


그래도 내리막이니까 빠르게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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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11  빌랑 라쥬엘은 정말 살면서 다시는 해보지 못할 경험을 했다
브레스트 CP만한 CP였는데 입구에 주민들이 엄청나게 와서 Allez!!! Bravo!!!를 외처준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응원받아본적이 있는가? 일단 최소한 나는 살면서 처음이다

기껏 해봐야 나는 존나 무식하게 자전거 타는건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내 도전을 응원해준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누구한테 이렇게 응원받아본적이 처음이라 쪼금 울뻔했다 이렇게 까지 누가 나를 응원해주는데 도저히 포기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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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랑 라쥬엘 CP는 꽤나 복잡했다


도장을 받고 밥을 어디서 먹냐 물어보니
어려보이는 여학생이 나를 1대1로 대리고 다니면서 밥을 사고 식당에 대려다줬다

아쉽게도 영어를 잘 못하는거 같아서 얘기는 많이 못했다
팁이라도 쫌 쥐어줄걸 그랬다




밥에 당근을 받았는데
난 씨발 페퍼로니같은건줄 알았다

내가 씨발 당근을 돈주고 사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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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나페티

맛있게 먹으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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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은 더웠다


슬슬 나도 졸려와서 콜라랑 레드불을 한캔씩 더먹는다

쫌 드러누워서 열좀 식히고 가고싶지만 그럴시간이 없다


빠르게 들이키고 소염제를 먹고 다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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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하려 나와보니
방금 본 하나다씨의 자전거가 있었다

아 다행이다 무사히 여기까지는 왔구나



그런데 쫌전의 페이스를 보면 슬슬 위험해보였다

너무 걱정되서 두개 있던 크램픽스 카페인샷 파워젤을 하나 자전거 위에 올려두고 왔다

그리고 볼펜을 빌려서 아무 영수증 뒤에
Gift from Korea,   がんばれ!!! 라고 써주고 왔다


잘받았을란지 모르겠다




여담이지만
완주후에 하나다씨의 번호를 조회해보니 빌랑 라쥬엘 CP이후의 기록이 남아있질 않았다

DNF한것이다.
쫌 마음이 착잡해졌다. 내가 무리해서 같이 갔으면 완주할 수 있었을까 싶기도 하고
마주치는 일본인들마다
혹시 H191의 하나다씨 라고 아냐, 소식이 있냐 물었지만
역시 참가자가 많은지라 아는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도 혹시몰라 일본인들한테 부탁해서 랜도너 커뮤니티가 있으면 '그 한국인'이 찾고있으니 연락해달라고 글좀 써달라고 이메일을 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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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랑 라쥬엘 CP는 1017km

내 목표는 오늘 새벽2,3시까지 1100km까지타고
2시간정도 자서 5시에 일어난 다음
다음날 자고 일어나서 100km를 5시간 내에 주파해서 89시간 피니시를 하는거다

시간은 오후 8시, 새벽 2시에만 도착하면 되니 6시간이 남았다

체력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100km 6시간 주파는 가능할 것 같았다


40km씩 끊어서 타기로 하고 달려갔다





40km쯤 탓을 때 슬슬 약효가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무릎에 극심한 고통이 느껴지고 주행이 힘들어졌다

아무리 약을 ㅈㄴ먹었다더라도 소염진통제는 빈속에 먹으면 위험하다. 뭐라도 배를 채워야 한다.

마침 큰 마을에 진입하면서 마을 보급소를 기대하고 이악물고 버티면서 갔다






마을 보급소는 없었지만 집앞에 나와서 물을 나눠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잠시 멈춰 혹시 먹을건 없는지 염치 불구하고 물어봤다


어.... 없긴한데 잠시만 기다려봐
하더니 집에서 누텔라 과자랑 젤리를 가지고와서
이거 밖에 없는데 이거라도 먹을래? 한다




아, 다줘요, Ple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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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씨 가족이다.

데미안씨는 영어를 엄청잘하는데 PBP시즌이라 여동생 집에 놀러와있는거라고 한다


과자를 나눠주고 의자도 깔아주고 담요도 줬다

여기 마을 이름이 뭐에요? 물어보니 무슨 마을이라는데 프랑스 최고의 마을이라고 드립도 친다
다른분들이 개소리하지말라고 퍽 치는데

아니? 최고의 마을이 맞는듯? 여기 누텔라 과자 있잖아, 존나 쩌는곳임 여기
라고 해주니까 너무 좋아한다

여러모로 몇살이냐 PBP는 처음이냐 한국은 어떠냐 많은 얘기를 나눴다



어떤 꼬마 여자애가 있었는데 그친구가 나를보고 신나서 데미안한테 이사람 일본인이냐고 물어보는데

아니? Coree인데? 보셈. 하고 태극기를 보여주니 아.... 하고 실망한 눈치였다


뭐야!  왜 실망해!!  얘 왜 한국이라니까 실망해요?
하니까 다들 박장대소를 한다

왜 일본인을 보고싶어하는지는 모르겠단다

근데 마침 어떤 아시아사람이 오더니 물을 받는데 영어 발음이 일본사람 같아서

어? 님 혹시 일본인이에요? 하니까 맞단다

그래서 야, 이사람 일본인이래 하니까 또 그 꼬마가 존나 신나서 japonais? japonais?  한다


한국은 패배했다

일본인은 스즈키씨 라는데  이 꼬마가 일본 ㅈㄴ좋아하는거 같다니까 자기가 찍은 일본사진을 보여준다

나는 영어와 프랑스어 일본어 한국어가 혼재된 사이에서 중간통역을 해주느라 정신 나갈번 했다



아무튼 그렇게 다같이 사진도 한번 찍고 이메일주소를 주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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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데미안에게 찍은 사진과 감사인사를 보내니 답장이 왔다


그들에게 내가 하나의 즐거운 추억이 됐다는 것 만으로도 나는 만족한다


나중에 다같이 가족끼리 모였을때
"야ㅋㅋ 그때 그 한국인 기억나냐? pbp 그 과자먹고 간놈ㅋㅋ"  이라고 나를 떠올리면서 즐거워만 해줘도 나는 행복하다.



나는 PBP를 하면서 입에 달고 다닌 말이
'아 저는 이거 다시는 안해요. 돈 너무 많이들고 힘들어요'
였는데 데미안 가족을 만나고 생각이 바꼈다.



나는 데미안을 만나러, 나를 응원해주고 도와준 모두를 만나러 다시 한번 가고싶다
그때는 지금처럼 도움만 받고 쓱 사라지는게 아니라
쫌더 그들이랑 얘기를 하고 그사람들에게 인상에 남을 추억거리를 만들어 주고싶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보답이다.

그리고 그 꼬마애가 그때는 한국인도 신나게 반겨줄 수 있었으면 좋겠으니까



근데 다음엔 프랑스어좀 더 배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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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가족에게 인사를 전하고 또 다시 갈길을 떠났다

CP까지는 40KM
뭔가 체력이 멀쩡해서 일본인 스즈키씨랑 고속팩을 이끌고 선두로 빠르게 치고나갔다

어느순간 보니 내 뒤로 수십명이 따라오고있었는데
유독 한명이 내 옆에 딱 붙어서 이악물고 따라오고있었다

이새끼 위험하게 왜이러지 싶었는데
'님;;; 쫌만 천천히 가죠 무슨 프로선수임???  나 전조등 빠때리가 나가서 나 너꺼좀 같이 보고갈게'  라고 한다


태국에서 온 여자 랜도너 Poon이다.

캐논데일 슈식에보 라파를 타는데 심상치않게 잘탄다
나랑 비슷한 경량 펀처같은 느낌이다.

여러모로 심심하기도 해서 poon이랑 떠들면서 가는데 영어 존나잘하고 일본어도 할줄알고 프랑스어도 하길래
'님, 왤케 할줄아는 말이 많음;  영어 ㅈㄴ잘하네' 하니까
'어... 그게 내 직업이니까'  란다. poon은 통역사라고 한다

그냥 통역사도 아니고 태국 국가기관에서 일하는 통역사라고 한다. 어쩐지 영어를 너무 잘했다.




poon이랑 같이 다음 CP로 가는길에 자꾸 좆같은 업힐이 나왔다. 슬슬 나도 힘들어서 '씨발....'  하고 중얼거리니까
그걸또 듣고 '어, 나 그거 들어봄 그거 korean f word 맞지'  란다.




새벽 2시에 CP12 모흐타뉴 1098km지점에 도착
poon은 상당히 유쾌한 사람이어서 스트라바 아이디도 교환하고 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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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2시간 기절.


아 이제 슬슬 일어나는게 지옥같다
정말 다시 누워서 자고싶지만
씨발 어뜩해 가야지뭐...  하고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는다.
그리고 진통제도 먹는다


옆자리 형님이 깻는데도 앉아서 그대로 졸고있다
'어이 형씨. 가야지 lets go man~' 하니
어디나라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대충 '아 시벌...'  그래 가야지 하고 일어난다




추울것으로 예상했지만 새벽내에 살짝 비가온 탓인지 춥지않고 오히려 더웠다


하지만 더워서 쫌 졸려서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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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뒤질것 같을 때 또 마을보급소가 나온다

커피랑 빵을 나눠줘서 커피를 두잔 마신다

덤으로 설탕을 입에 꾸겨박으니 그래도 정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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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뜬다

나는 이제 또 다리의 한계가 보이기 시작했다.
무릎의 문제가 아니라 허벅지 근육이 한계인지 파워를 낼 수가 없었다

더이상 선두로 나가서 끌지 못하고 형님들 뒤에붙어 졸졸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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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베 하면서 가장 힘이 나는 순간을 꼽자면

나는 춥고 무섭고 힘든 새벽이 지나고 해가 뜨는걸 볼 때라고 하고 싶다.

일종의 희망의 상징 같은거다. 그래 씨발 해보자! 라는 생각이 들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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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CP 드휴 1176km에 도착했다
시간은 오전 8시

남은시간 3시간동안 50km만 가면 된다
사실상 사고만 없으면 완주는 확정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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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피니시로 가는길은 역풍도 강하고 약간 비가 왔다

이제 내 다리는 약으로도 회복되지 않았다
드휴에서 한알 먹고 출발했지만 얼마가지않아 한알을 더먹었다.



그냥 대가리를 처박고 달리는데 뒤에서 누가 부른다

처음 출발할 때 기차에서 만난 캐나다 랜도너 빅터다.


이야 여기서 만나네 반갑게 인사를 한다
빅터는 O조였나 그랬는데 잠안자고와서 많이 피곤하다고 한다.


'so...  how was your fisrt PBP?'
라고 빅터가 묻는데


대답을 한참 고민했다.

힘들었다. 좆같았다. 졸리다. 여러말이 생각났는데

'뭐.... 행복했네   또 오고싶다.'가 내 대답이었다.
즐거움을 넘어서 나는 PBP를 하면서 행복했던거 같다



누가 내 자전거 타는거를 이렇게 응원해준 적이 처음이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난것도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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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찍은 사진은 아니지만


All of you are unknown heros
이 말이 정말 나한테는 감동이었다.




피니시에 가까워질 수록 많은 사람들 나와서 박수를 쳐줬다.


마지막 피니시는 진짜 내 최선을 다해서 들어가고싶었다
다리는 개박살이 나서 엄청나게 아프지만
속도를 올려서 35로 달렸다.



다리는 버틸수 없는지 아무리 힘을 줘도 심박을 140이상으로 올릴수 없었지만
이젠 알빠가 아니니까 오랫만에 드랍바를 잡고 존나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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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헝부이에성에 도착



1200km가 이렇게 길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첫날 첫 CP에서 200KM타고 1/6 밖에 못왔다는 사실에 절망했고
브레스트에서 다시 이걸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에 절망했지만

이게 가다보면 언젠가는 도착하기는 한다




내가 브레베, 장거리를 시작한 이유는
자전거타는게 너무 좋아서 라이딩이 끝나는게 너무 아쉬워서 였다. 장거리를 타면 끝도없이 계속 갈 수 있으니까


분명히 탈 때는 아 시발 집가고싶다. 그만 타고싶다 싶어도
막상 1200KM를 완주하고 끝이 눈앞에 보이면 아쉬워지는게  랜도너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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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1230km의 여정이 끝났다.


마냥 재밋었던거 같은데 힘들기는 많이 힘들었나보다
완주하고 눈물이 나오기는 했다.


있었던 모든일들이 스처지나가면서 힘들었구나 싶다.
그래도 진짜 재밋었고 내 인생 최고의 4일이었던건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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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시간 33분 1230km 완주




대학교 1학년때부터
그냥 말로만 '아 저는 PBP갈거에요 ㅋ'  하고 깝치던 애새끼가 어찌저찌 여기까지 와서 진짜 완주했다


뭔가 시원섭섭한 느낌이었다

많은 위기가 있었고 아슬아슬하게 완주했지만
누구 부럽지않은 pbp 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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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내 20대 초반의 도전, 모험기는 끝이난다.

이제 뭐하지? 끝판왕을 깨버렸네?
싶지만 이번 여행으로 쫌 배운점이 있다

세상이 진짜 생각보다 많이 넓다는것이다.
비행기 타고 오면서 잠깐 본 중앙아시아의 풍경이 기억에 남는다.

아직 한국조차도 다 못돌아봤지만 쫌더 넓은 세상을 구경해보고 많은 사람을 만나보고싶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아 그 사람 참 멋있는 대단한 양반이지.'  라고 기억되고 싶다
프랑스 사람들이 날 도와준 것 처럼
국내에서 브레베 하면서 뉴비들을 돕는 '히어로' 가 되고 싶다.
그게 선순환이 아닐까 싶다


앞으로 뭐 어떻게 살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다음은 어디갈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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