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쿠르의 공정성은 기본적으로 투명성과 심사 구조에 달려 있음. 폐쇄적인 콩쿠르일수록, 심사위원 수가 적을수록 특정 개인이나 세력의 정치력이 좌지우지하기 쉬운데, 쇼팽 콩쿠르는 구조적으로 조작이 어려움. 예선부터 본선까지 전 과정이 생중계되는 데다가 심사위원단 규모도 큰 편이기 때문임. 게다가 대회가 끝나면 채점표를 공개하고 심사위원들끼리 점수 놓고 갑을논박함. 결과가 뚜렷하게 나오면 상관없지만 그렇지 않으면 꽤 오래 논쟁하는 경우가 생김.
뭐, 자기 제자 챙겨주기 같은 요소가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근본적으로는 전문가마다 음악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의견이 갈리는 것임. 어떤 심사위원은 기교의 완성도를 중시하고, 어떤 심사위원은 해석의 독창성을 더 높게 평가하고, 또 어떤 심사위원은 음악적 서사의 설득력을 중요하게 봄. 이런 차이는 당연한 건데, 이걸 이해 못 하는 사람들이 많음.
특히 가관인 게, 수십 년간 글로벌 평단에서 검증된 평론가를 자기 취향과 안 맞는다고 성땡땡이니 막귀니 하면서 인신공격하는 거임. 그렇게 잘 났으면 본인이 이름 걸고 음악적 근거를 들어 평을 올리면 됨. 나도 그 사람 평에 전부 공감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일관적인 평가 포인트는 있어서 어느 정도 참고는 하고 있음. 전문가의 의견과 내 취향이 다른 건 자연스러운 일인데, 그걸 전문성 자체를 부정하는 근거로 삼는 건 논리적으로 맞지 않음.
한국에서는 이상하게 과거 음반, 과거 연주자를 기준으로 삼아서 거기서 벗어나면 평가가 박한 경향이 있더라. 아브제예바가 우승했을 때도 "저게 왜 우승이냐"고 그랬고, 브루스 리우도 "요란하다"고 까는 글들이 많이 올라왔음.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쇼팽 콩쿠르 과거 우승자들도 당시에는 개성적인 해석을 들고 나온 케이스가 많음. 그게 레퍼런스가 되고 우리 귀에 익숙해졌을 뿐임. 결국 지금 "전통적이다"라고 생각하는 연주도 과거엔 논란의 대상이었다는 얘기임.
콩쿠르는 자기 기준을 갖고 즐기되 과열하지 말았으면 함. 내 느낌과 어긋난다고 극단적으로 반응할 필요도 없고, 정말 결과가 이상하게 나오더라도 대회 전체가 영상으로 기록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재평가됨. 결국 손해 보는 건 대회 위상일 뿐임. 전문가의 평가와 대중의 취향은 다를 수 있고, 그게 정상임. 그 차이를 인정하고 여러 관점을 참고하면서 본인만의 감상 기준을 세워가는 게 건강한 팬덤 문화라고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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