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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 CHANGER: 편집 1-폴 슈레이더

정성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3.25 21:3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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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의 기원은 매우 단순하다. 카메라가 필름을 충분히 담을 수 없었던 것이다. 만일 가능했다고 치더라도, 주어진 "좋은" 테이크는 오래 이어지지 않는다. 한 테이크나 필름 한 롤 길이보다 더 오래가는 영화를 만들고싶으면 서로다른 두 조각들을 이어붙여야한다.
사용하고싶은 테이크 부분을 잘라내서 다른 필름 조각에 접착제로 붙여넣으면, 그게 바로 편집이다. 두개의 상반된 액션을 하나로 합쳤다면, 당신은 방금 (그리피스가 스위치백이라 불렀던) 인터커팅 편집을 한 것이다.


편집기술은 간단하다. 카메라 움직임의 역학이나 셀룰로이드필름 또는 렌즈의 기술들과 달리, 편집의 역사에는 그다지 큰 변화가 없다. 편집의 역사는 5단계로 나눌 수 있다 . "편집기사"들이 컷을 위해 프린트된 장면(footage)들을 검토하던 첫번째 단계에는 사실 전혀 기술적이지 않았다. 실상 필름을 들어올린채 맨눈을 부릅뜨고 보는 일이었다.

편집기사들이 푸티지를 더 가까이서 보고 원하는 만큼 정확한 프레임에 자를 수 있게해주는 라이트박스가 등장하자 편집은 더욱 세련돼졌다. 그러나 접착제로 접착하는건 여전히 문제였다. 접착을 위해 네 스프로켓(sprocket)당 하나는 희생당해야만 했다. 만일 중간에 단 한 프레임만 틀리게 붙였더라도 되돌아가서 틀린 프레임만 빼는건 불가능했다. 돈을 주고 푸티지를 다시 사지 않는 한 진퇴양난인 것이다. 그래서 초창기 영화에서 필름의 연결은 오늘날처럼 정교하지 못했다. 오늘날 우리는 프레임별로 연구하고, 연속성을 분석해서 정확히 작업할 수 있다. 라이트박스와 접착제를 쓴다면 기대하기 힘든 일이다.

무비올라(Moviola)는 1924년에 등장했고 60년대까지도 편집시스템의 표준으로 남아있었다. 그 기계는 편집계의 역군이었지만 사용하기는 어려웠다. 페달과 그립이 달려있었고 필름은 작은 입구를 통해 빠르게 통과하는 기계였다.

다루기 어렵다는 사실이 스튜디오의 구미에 더 잘 맞았다. 1920년대부터 스튜디오는 점점 감독을 편집실 밖으로 내쫒고싶어했다. 감독이 편집실에 오래 머물수록 스튜디오의 통제는 어려웠기때문이다. 스튜디오는 감독을 고용하고 감독은 일년에 두세편의 영화를 찍는다. 그럼 스튜디오는 편집기사를 배정한다. 영화가 편집될동안 감독은 다른 일을 하고 있을 것이다. 감독과 편집기사 사이에 스튜디오가 군림한다. 감독은 영화가 다 편집된 후에야 영화를 볼 수 있다. 그 반향으로 많은 감독들이 "카메라 편집"이라는 관행을 생각해냈다. 포드나 히치콕(특히 셀즈닉의 스튜디오에 있던 시절)은 편집권을 행사할 수 없자, 그들이 쓰지 않을 숏은 아예 찍지 않았다.

그리고 당연히 편집기사들은 일종의 직업비밀인 무비올라의 사용법을 절대 가르쳐주지 않는다. 헐리우드의 역사는 때로는 비밀의 역사이다. 조명의 비밀도 있고, 커팅의 비밀도 있고, 그리고 오직 마스터만이 그 비밀을 안다. 혹은 그렇게 믿도록 만든다. 잘 지켜진 편집의 트릭 역시 전혀 난해하지 않았다. 기존의 편집기사들은 감독, 프로듀서, 스튜디오 중역에게 겁을 주고 자신들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편집에 비밀이 있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상황은 제조사명을 따라 스틴벡 또는 KEM이라고도 불리는 평판 편집기(flatbed editor)의 등장과 함께 변했다. 첫 평판편집기는 1930년대에 독일에서 발명되었지만 50년대에 더 발전된 모델들이출시되었고 60년대에는 광범위하게 사용되었다. 평판은 모비올라보다 훨씬 사용하기 쉬웠다. 이유중 하나는 이미지가 더 선명하게 보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기본적인 손재주만 있으면 누구라도 쓸 수 있었다. 두개의 픽쳐릴과 하나의 사운드릴, 또는 두개의 사운드릴과 하나의 픽쳐릴을 재생시킬 수 있게하는 여섯개의 판이 달린 하나의 탁자로 이루어져있었다. 그리고 버튼으로 재생과 정지를 할 수 있었다. 매우 단순하다.

평판은 매우 시의적절한 기술이었다. 딱 내 세대가 감독이 되기 시작할때쯤에 널리 사용되게 되었다. 우리 세대는 첫 non-스튜디오 세대이다. 우리는 필름스쿨 세대이다. 우리는 스스로의 작품을 어느정도 편집할 수 있었기때문에 그 기계는 우리에게 완벽했다. 우리는 "그 컷은 전혀 효과적이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프로 편집기사에게 휘둘릴 필요가 없었다. 내 첫 영화에서 6프레임 길이의 숏을 이어붙이자 편집기사가 "그럴 순 없어요. 사람의 눈은 6프레임을 못봅니다."라고 말했다. 나는 "암튼 그냥 하세요" 라고 응수했다. 그리고 이즈음에 테이프가 접착제를 몰아냈다. 접착제는 직접 편집하는 감독의 또 하나의 골칫거리였다. 어느정도 이상의 손재주를 필요로하는데다가 시간을 엄청 잡아먹고 매우 짜증나는 작업이었기때문이다. 테이프가 표준이 된 이후, 감독이 편집실에 들어가 아이디어를 내고, 숏들을 붙여보고, 결과를 확인해보고, "이거 잘나왔네"라고 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다음날 편집기사에게 결과물을 가져가는 것이다.

그 모든 실용적인 변화는 기술 덕분이다. 그러나 편집의 역사에서 양자도약급의 기술은 단 한번 나타났다. Avid가 그것이다. 비선형적 전자편집시스템은 필름메이킹을 완전히 바꾸어버렸다.

오직 소수의 영화만이 편집의 역사를 변혁할만한 임팩트를 남겼는데, 그중 하나는 세르게이 에이젠시타인의 '전함 포템킨' (1925)이다. 무성영화 시대에 헐리우드의 예술가들은 전세계의 많은 나라의 영화를, 오늘날의 예술가들보다도 훨씬 자주 향유했다. 그리고 헐리우드 사람들이 그 영화를 본 이후로는 그들이 이전에 하던 편집방식으로는 돌아갈 수 없었다.

ㅡㅡㅡ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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