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종류의 소설은, 특히 최근의 소설은 행복한 결말을 가지며 끝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이렇게 끝나는 것은 나를 슬프게 만든다.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어차피 익명으로 이루어진 곳이며 다시는 이 곳에 들어오지 않기에 적는데, 가장 최근에 읽은 소설 "죽지않는 엑스트라"를 읽고 이런 생각이 든 것이다. 내 생각의 촉매가 된 소설.

작가의 피조물인 여러 등장인물들은 어떤 종결을 가지는지 알 수 없다. 어쩌면 최후는 비통함일 수도 있다. 행복한 인생을 살게 설계된 그들의 종결. 돌이나 의자같은 것을 등장인물로 삼지 않는 이상, 혹은 모든 등장인물을 불사불멸의 존재로 만들어 살아가게 만들지 않는 이상,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남겨지리라. 그렇다면 남겨진 자는? 그가 망각하지 않는다면 죽은 자에 대한 그리움과 미련, 또 거기에서 나오는 슬픔으로 점철되어 불행한 또 쓸쓸한 인생을 살아가지 않겠는가? 그가 망각을 한다면 이 소설에는 의미가 있는가, 주인공이 잊어버리는 모든 일련의 사건들이 작가의 손에서 탄생한 이유는 무엇인가하는 의문만이 남게 된다.

결말이 없는 세상에서 영원히 웃음을 지은 채 존재하는 주인공을, 책을 닫음으로서 세계에서 분리시킨다는 일이, 비록 생명을 지니지 않았다한들 틀림없이 존재하는 자를 멈추어내는 냉정한 작가라는 이름의 창조주의 손짓이 가지는 힘을 나에게 알려준다. 허무하도다, 입자로서 존재하는 우리의 존재도 이와 다를 바가 없나니.

어쩌면 작가는 이렇기에 더더욱 소설의 끝은 서술하되 소설에 등장하는 등장인물의 끝을 서술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