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글이야. 자기가 감당할수 없을 것 같거나 괜히 부담이 생기거나 덩달아 우울해질것 같다면 차라리 보지 말아줘. 이런 글을 보는게 아니라 책이라도 한번 더 읽고 좋아하는 일이라도 하나 해봐.

나는 차라리 죽어 없어지면 좋을거야. 어쩌면 내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나 대신 다른 누군가가 살아가고 있었을지도 몰라. 적어도 그 사람은 나보다는 훨씬 나은 삶을 살았겠지. 어쩌면 그 사람은 대단한 천재여서 수많은 사람을 살렸을지도 모르고, 뛰어난 예술적 소양으로 많은 사람을 치유해 줬을지도 몰라. 어쩌면 환경오염이나 빈부격차 같은 문제를 해결했을지도 모르고, 이 세계를 훨씬 나은 세상으로 만드는데 기여했을지도 몰라. 그런 수많은 가능성을 밟고 태어났어. 나 따위의 보잘것없고 하찮은게 감히 어쩌면 내가 됐을지도 모르는 수많은 대단한 가능성들을 누르고 감히 태어나 버렸어. 나 대신 다른 훨씬 좋은 내가 태어났다면 좋았을텐데. 내가 태어나버린건 분명 잘못된 일일거야.

내가 죽으면 분명 누군가에게는 이득일거야. 우리 가족은 지금 그다지 형편이 좋지 않아. 내가 죽으면 부모님은 공부도 잘 못 하고 어떤 재능도 없는데다 사교성도 없고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해주지도 못하는 부정적이고 소극적이고 내향적인 나 따위에게 신경쓰지 않고 귀엽고 밝은 내 어린 동생에게 온전히 신경쓰실수 있을거야. 내가 먹고 자고 입고 공부하는데 드는 쓸모없는 비용도 절약할수 있을거고 그걸 동생이나 자기 자신에게 쓸 여유도 생길거야. 동생도 오로지 부모님의 관심과 애정을 분할되지 않은 상태로 그대로 받을 수 있겠고 동생이 가질수 있고 할수 있는것도 많아질테지. 내가 살아있어서 생기는 모든 마음고생과 부정적인 일들 감정들 스트레스들도 다 사라질테고 그러면 서로 싸우는 일도 줄거야. 부모님 사이도 어쩌면 좀 더 좋아져서 이혼하겠다는 말은 입에 올리지도 않게 될지도 몰라.

나는 어차피 죽어봤자 그 누구도 슬퍼하지 않을거야. 나는 한심해. 하잘것 없고 무력하고 한심하고 무기력해. 신경질적이고 날카롭고 우울한 주제에 쉽게 자기비하적이 되지. 이런 나를 좋아해줄 사람 따위는 없어. 나는 쓰레기만도 못해. 쓰레기는 적어도 한번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됐었던 거잖아? 나는 단 한번도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된 적 따위 없어. 내 가치는 딱 벌레 정도일거야. 평소에는 별로 신경쓰지 않지만 짜증나거나 우연히 발견되면 혐오받고 멸시받으면서 짓밟고 눌러서 죽이는 그런 벌레. 그 정도의 화풀이 수단 정도라면 내 목숨에 걸맞은 가치일까. 배를 째고 안구를 적출당하면서라도 누군가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그건 내게 분에 넘치는 일일지도 몰라. 내 목숨 같은건 어차피 누구에게도 원해지지 않고 아무런 필요도 없어. 나는 죽음으로도 남에게 도움을 주지 못할거야.

나는 한심해. 지금도 고작 조금 우울하다고 배게에 얼굴을 묻고 눈물을 쏟으면서 자기비하를 늘어놓다가 결국에는 화면 너머에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까지 내 우울함을 나누려 하고 있어. 나는 정말로 한심하고 염치없는 사람이야. 언제나 남에게 폐만 끼치지. 이렇게 본인의 문제점을 자각하고 있다면 차라리 얼른 뛰어내리거나 목을 메거나 해서라도 죽어버리지 그럴 용기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뻔뻔하게 계속해서 살아가고 있어. 미안해. 나 때문에 너희의 시간을 뺏고 기분을 망치게 해서 미안해. 이런 글 따위를 읽고 싶지 않았을텐데 내 기분 때문에 칭얼칭얼 투정이나 부려서 미안해. 이렇게 미안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결국 글을 올릴거니까 그것도 미안해. 나는 정말 한심한 사람이야. 이런 내 자신이 혐오스러워. 이렇게 제 감정 하나 감당 못하고 다른 사람을 힘들게 해놓고서도 내일이면 아무 일 없다는듯 다시 눈을 뜨고 살아가겠지. 그런 염치없는 사람이라서 미안해. 그냥 차라리 잊어줘. 미안, 그냥 재수가 없었다고 생각하고 그냥 할 일이나 해줘. 뭘 바라고 쓴 것도 아니니까 그냥. 다시 한번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