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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드레이즈의 가장자리(上)

장기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0.20 00: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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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갤에는 이미 올렸던 거지만


비봉갤에도 이전까지 쓴 건 다 올려본다


우울하기도 해서 기분전환겸도




“그래, 너흰 육신을 가진 인간이구나. 뭐랄까, 여기선 더없이 흥미롭고...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존재지. 좀처럼이란 말로도 충분할지 모르겠네. 이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거라곤... 그래, 육신 없는 인간들의 영혼과 우리 동물들, 그리고 영혼 없는 인형들뿐이거든.”


참으로 위안이 되는 이야기다. 긴장되었던 이 자리의 분위기를 가볍게 만들 수 있는 정말 적절한 발언이다. 이곳에는 육신을 가진 인간은 없고 영혼만 있고, 그리고 동물들이 있다라. 영혼 없는 인형은 또 뭐람? 그보다 그럼 우리 눈앞에서 그렇게 유익한 설명을 해주는 이 친절한 분은 대체 어느 쪽일까? 방금 자기 입으로 우리 동물들이라고 한 건가? 정말이지, 정말이지 유익한 정보다. 알아두면 언젠간 써먹겠지. 써먹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그 언젠가의 미래가 꼭 와주었으면 한다.


“육신 없이 영혼뿐이라고요? 인간이 정말 영혼이 있었던 건가요? 메리, 대단하지 않아? 인간이 영혼이 있다잖아! 철학의 역사적인 질문이 지금 풀렸어!”


그리고 내 옆에 앉아있는 친구, 우사미 렌코에게는 그 발언이 정말로 유익했던 모양이다. 다행이지 뭐야. 그게 도대체 지금 우리에게 어떻게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만 말이지. 나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래도 내가 얼마나 긴장했는지는 드러내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답했다.


“그래, 영혼이... 있네. 육신은 없고...”


글러 먹었다. 내 맞장구는 너무나 어설프다. 하지만 내 친구의 저런 반응엔 도대체 어떻게 맞장구를 쳐줘야 했던 걸까. 그리고 우리 앞에서 가볍게 키득 소리가 들려왔다. 적어도 우리들의 그런 대화를 듣고 있던 쪽에선 재밌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나마 다행이지 뭐야. 그래, 제발 다행이라면 좋겠어.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웃음소리의 주인공은 건너편 소파에 몸을 옆으로 기울여 앉은 채로 나와 렌코를 빤히 바라보고 있다. 그 표정으로 보건대 우리에게 큰 관심이 있는 모양이다. 아까 직접 친절하게 설명해준 것처럼 우리는 여기서 무척 흥미로운 존재라고 하니까. 그걸 친절하게도 잘 설명해주신 저분을 대체 뭐라 불러야 할까? 사람? 무척이나 그러고 싶지만, 도저히 그럴 수가 없는 이유가 있다.


"고작 영혼 이야기로 이렇게 들뜨다니, 육신이 있는 인간들은 정말 재밌네. 영혼이 있어도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다니. 다른 동물들은? 그 동물들의 영혼도 볼 수 없으니 영혼에 대해 잘 모르는 걸까?"


나와 렌코의 눈앞에서 그렇게 묻는 이의 겉모습은 인간 같으면서도 인간 같지 않았다. 짧은 금발과 날카로운 이목구비, 목선 밑으로 드러난 쇄골, 가늘어 보이는데도 힘이 느껴지는 팔다리는 다른 인간과 다를 바가 없었지만 그래도 그녀를 도무지 인간이라 생각할 수가 없다. 얼핏 인간과 똑같아 보이는 그녀의 몸에는 보통 인간이라면 가지고 있지 않을 요소들이 너무 확연히 눈에 들어와 버리니까. 일단 그녀의 머리카락 사이에서는 한 쌍의 사슴뿔이 뾰족 튀어나와 머리 하나만큼 위로 높게 솟아있고. 등에는 날카로운 비늘들이 마치 거북이 등껍질처럼 붙어있어 마치 용의 꼬리처럼 밑으로 길게 이어져 있다. 마음속으로는 정말 감쪽같은 분장이라고 믿고 싶지만, 마치 자신이 우리 둘과는 다른 존재인 것처럼 말하는 게 너무나 신경이 쓰인다. 너무나 신경이 쓰이는 나머지, 우리가 어쩌다가 여기로 오게 됐는지, 왜 이런 존재를 눈앞에 두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대화를 나누는지, 아니 왜 그런 분위기를 강요받고 있는지까지는 도무지 고민할 여유가 나질 않는다. 나의 친애하는 친구, 우사미 렌코는 다른 의미로 거기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는 것 같다. 바로 이렇게 신을 내며 질문했으니까.


"동물들도 영혼이 있나요? 하긴, 인간이 있다면 동물들도 마찬가지겠네요. 언제나 말이 많은 주제였죠. 사람과 동물은 얼마나 다를까? 동물도 인간과 같은 감각을 지니고 있을까? 그렇다면 인간과 동물은 대등한 걸까? 우리에게 영혼이 있다면 동물은? 동물에게도 있다면 우리와 동격일까?"


렌코의 그 열성적인 반응이 마음에 들었는지, 우리 눈앞의 그녀는 입꼬리를 가볍게 들어 올렸다. 웃어주어서 다행이지만, 저건 결코 그냥 재밌어서 짓는 웃음이 아니다. 다른 생각이 있고, 또 그걸 결코 숨길 생각도 없어서 짓는 웃음. 게다가 가늘어지는 눈꼬리에서는 거의 명백한 악의가 느껴져서 나는 흠칫 몸을 떨며 시선을 살짝 옆으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 인간과 동물은 대등한 걸까? 설사 똑같이 영혼이 있어도, 과연 동격인 걸까? 재밌는 주제야. 나도 비슷한 주제로 관심이 많거든. 그리고 너희가 여기까지 오게 된 이유도 비슷하지 않니?"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오른쪽에 놓인 탁상을 슬쩍 바라본다. 거기엔 우리가 여기에 온 목적, 자그마한 철창에 갇힌 한 쌍의 귀여운 토끼가 입으로 무언가를 냠냠 씹고 있다. 그 태평한 모습을 보아하니 토끼들에게는 지금 이 상황이 그다지 불안하지 않은 걸까. 그녀는 그 토끼들을 보고 눈웃음과 함께 우리에게 잘 들으라는 듯이 중얼거렸다.


"인간들이 실험용으로 쓰는 동물을 찾다가 축생계로 오게 된 인간들이라. 그것도 인간들이 아닌 우리 동물들에게 이렇게 잡혀 오고. 정말 재미있는 대화가 되겠어."


이번에는 렌코도 별다른 맞장구를 치지 않는다. 지금까지 렌코가 속 편하게 답한다고 뭐라 했던 나지만, 이젠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으니 오히려 더 불안하다. 부디 그녀의 말대로, 정말 재미있는 대화로 끝났으면 한다.


그보다, 방금도 자기 입으로 자신이 동물이라고 한 거지? 실험용 동물을 잡으러 와서 동물들에게 붙잡힌 인간, 재밌는 대화 소재일지는 몰라도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재임은 분명하다. 우리가 당사자만 아니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말이지. 이렇게 축생계에서 탈출하기 위한 우리의, 아니 사실은 거의 렌코만의 말장난이 시작되었다.




일단 상황 설명을 해두자. 우리 눈앞에서 자신을 동물이라고 하신 친절한 분이 설명해주시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여전히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으니까. 일단 나는 마에리베리 한, 교토 대학을 다니는 학생이다. 그리고 내 옆에서 담대하게도 눈앞의 존재와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는 내 친구는 우사미 렌코. 우리 둘은 교토 대학을 같이 다니면서 비봉구락부라는 불량 써클 활동도 겸사겸사하고 있다. 구성원이 우리 둘뿐이고, 어쩌면 위험할지도 모르는 다른 세계를 찾아내기 위해 열심히 활동한다는 점에서 비봉구락부는 실로 불량한 써클이라고밖에 할 수가 없다. 주로 내가 렌코에게 이리저리 끌려다니면서 고생을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지만 남들 눈에는 과연 어떨는지.


그렇게 불량한 써클 활동을 열심히 구상해내는 렌코이니 모든 게 대담하다. 지금 내 눈앞의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와도 이렇게 태연히 대화를 나누는 것도 그런 대담함의 산물이리라. 무려 내 이름을 자기 마음대로 메리라고 줄여서 부를 정도니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겠지. 아마도 그럴 테다. 그렇게라도 믿지 않으면 내가 미쳐버릴지도 모른다. 모처럼 서클 활동으로 건전하고 안전하기 그지없는, 적어도 그렇게 믿고 있던 일을 하던 중에 이렇게 되어버렸으니 제발 그렇게 믿고 싶다.


이렇게까지 렌코에 대해 나쁜 소리를 하긴 했지만, 적어도 일이 이렇게 된 건 놀랍게도 렌코 탓은 아니다. 다른 때야 모르지만 적어도 이번은 아니니, 나도 조금은 좋은 말을 해줘야겠지. 렌코는 그저 비봉구락부 활동자금을 확보할 요량으로 이상한 소일거리를 하나 얻어왔을 뿐.


“탈출한 토끼를 되찾아달라고? 별난 의뢰도 다 있네.”


렌코의 간단한 설명을 들은 나는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 지금 생각하면 크나큰 실수. 물론 그때야 그 간단한 의뢰가 얼마나 꼬여버릴지 나도 렌코도 알 길은 없었지만.


“우리 대학의 유명한 괴짜 교수님 알지? 그분 실험실의 토끼 한 쌍이 탈출했다나 봐. 대단한 실험에 쓰인 건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대학의 비품이라 이리저리 찾아보고 있다네.”


괴짜 교수님이라고 하면 머릿속에 퍼뜩 스쳐 지나가는 몇 명이 있었지만 과연 그중 누구였을지는 그때 미처 생각하지 않았다. 렌코가 말한 그 괴짜 교수가 그 유명한 오카자키 유메미 교수였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손을 뗐다면 지금 이 사태는 피할 수 있었을까? 안타깝게도 지금은 알고 그때는 모르는 것들은 언제나 그 중요성이 과대평가되기 마련이다. 아마 그 교수가 유메미였다는 사실을 알았다 해도 토끼 한 쌍을 찾는 일쯤이야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겠지. 오히려 그때 내가 궁금했던 것은 따로 있었다.


“그런데 왜 하필 우리한테 의뢰한 거야? 토끼 찾는 일이야 경비업체 쪽에 요청한다던가 하면 될 거 아냐.”


“그게 있지 메리, 사실 이미 의뢰할 수 있는 쪽엔 다 의뢰해봤대. 일주일 전에 있었던 일이거든. 그런데 아직도 되찾지 못했다는 거야.”


“그것참 은밀한 토끼네. 일주일이나 숨어지내고. 애초에 실험실을 그런 식으로 탈출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웃겨. 보통 동물실험은 주의 깊게 하지 않나?”


“정확히 어떻게 빠져나갔는지도 마찬가지로 아직 밝혀진 게 없어. 그야말로 슈뢰딩거의 토끼라고 해야 할까?”


아마 그건 렌코 나름의 농담이었겠지. 토끼나 고양이나 일종의 실험에서 쓰인 동물이라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사고실험에 불과하기는 하지만. 하지만 그게 내 질문의 답은 되질 못 했다.


“어쨌든 그래서, 그런 난제가 어쩌다가 우리한테까지 온 건데?”


“그게, 경비 업체나 교직원, 다른 학생들도 다 찾아낼 수 없다면 우리는 과연 어떨까...하는 우스운 사고의 전개였다는 듯한가 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비봉구락부가 세간에서 어떤 인상인지 새삼 다시 느낄 수 있는 이야기였다.


“다들 못 찾았는데 우리는 과연 어떨까요? 우리도 당연히 못 찾겠죠. 누가 의뢰했는지는 몰라도 그렇게나 기대해줘서 거참 고맙네.”


내가 그렇게 비아냥거렸지만, 어째선지 렌코는 별로 동의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우리끼리 의견이 다른 일이야 워낙 일상적이었지만, 그땐 어째선지 렌코가 아직 못다 한 말이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거기서 어쩐지 불안감을 느낀 나는 바로 렌코를 추궁했다.


“뭐야, 그거 말고도 다른 이유가 있는 거야?”


“글쎄, 이건 우리한테 맡긴 이유라기보다는... 우리가 꼭 해야만 하는 이유인데...”


“꼭 해야만 하는 이유라고?”


나는 눈썹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아아, 그때부터 모든 게 잘못되었다. 아니, 이전부터 잘못되었지만 그때 처음으로 그 편린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애초에 이 일의 원인 제공자가 유메미 교수라는 사실을 이미 알았다 하더라도 지금 이 사태에 이르는 건 막지 못했을 법하다. 렌코는 미묘하게 시선을 피하고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면서 그 이유를 밝혔다.


“그게, 말을 그대로 옮기면... 이 일을 맡지 않으면 우리가 부실에서 토끼들처럼 무슨 짓을 벌였는지... 다 폭로하겠다고... 어, 메리 괜찮아?”


나는 그 말에 목이 메여서 켁켁 기침을 내뱉고 말았다. 부실에서 토끼처럼이라니, 너무나 적나라한 표현도 표현이었지만, 아니, 그걸 누군가 알고 있었다고? 나는 화끈거리는 얼굴로, 렌코를 노려보면서 물었다.


“...그걸 어떻게 다른 사람이 알고 있는 거야?”


“...그러게, 토끼가 어떻게 실험실에서 탈출했는지만큼이나, 알 길이 없네.”


대체 부실에서 무슨 일을 벌였느냐고 물으신다면, 토끼란 생물은 참으로 간단하게 개체 수를 늘리곤 한다는 설명으로 대답할 수밖에 없다. 분명 그 남사스러운 광경을 본 사람도, 적어도 그 부산물을 들을 사람도 없었을 텐데, 대체 어떻게 그 사실을 아는 거지? 나는 그저 눈물을 글썽이고, 부들부들 떨면서 렌코 탓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다 렌코 때문이야. 왜 하필 우리 부실에서 그런 짓을...”


“아니, 메리도... 분명 좋다고...”


“무조건 네 탓이야! 무조건!”


다행히도 비봉구락부는 토끼처럼 부원수를 마구잡이로 늘릴 수는 없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달까. 그보다 일이 이렇게 된 게 렌코 탓이 아니라고 했던가? 역시 렌코 탓이었다고 생각하는 편이 마음이 편할 것 같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반강제로, 나머지 반은 그래도 보수를 받는다는 이유로 토끼들을 찾아 나서게 되었다. 그 의뢰자가 유메미 교수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나는 더욱 불안해지긴 했지만 그땐 이미 의뢰를 물릴 수 있을 상황이 아니었다. 이 일이 끝나면 유메미 교수가 대체 어떻게 우리 부실에서 있었던 그... 차마 말로 할 수 없는 일들을 알고 있었는지를 꼭 알아내고 말겠다는 다짐이 그나마 마음속의 위안 아닌 위안이랄까. 도망친 토끼 한 쌍을 되찾아오는 정도로 해결된다면 못할 거야 없다. 물론 그게 결계와 관련되어 있다는 걸 알고 나자 또 생각이 날라졌지만.


“어째서 학교 안에 이런 게 있는 건데? 이거 혹시 소설인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신경이 날카로워질 대로 날카로워진 나는 눈앞의 토끼굴을 앞에 두고 그렇게 한탄했다. 그냥 토끼굴 정도였다면 그렇게 신경질적으로 반응하진 않았을 테다. 물론 몇 주 뒤면 학교 전체가 토끼로 뒤덮일지도 모른다는 점은 꽤나 중대한 문제일지도 모른다만, 그건 학교 측에서 분명 어떻게든 해줄 테다. 내가 정말 곤란했던 건, 그 토끼굴에서 결계가 보인다는 사실이었다. 아니, 연구실에서 내 눈에만 보이는 이상한 자국이 있어서 따라왔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물론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결계가 내 눈에는 보인다는 사실을 유메미 교수에게 밝힐 순 없었으니 대충 얼버무리고 나와야 했다. 학계에서 이단적인 주장을 마음껏 펼쳐서 유명한 그 교수가 나와 렌코의 눈이 특별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과연 무슨 짓을 벌일지 가늠이 되질 않으니까. 사실 살짝은 가늠이 돼서 더 무섭다.


"이러니 지금까지 못 찾았던 게 당연하네. 남들이 못 찾는다면 역시 우리인가."


렌코는 토끼굴에서 결계가 보인다는 내 설명을 듣고 고개를 빼꼼 내밀어 그 안을 내려다보았다. 학교 연구동의 구석진 곳에 자그맣게 뚫려 있는 토끼굴이니 역시 찾기 어려웠던 걸까. 아니면 그냥 다들 건성으로 수색했던 걸까. 유메미 교수의 평판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후자 같다. 이제 남은 문제는 이 토끼굴을 어쩌느냐다. 토끼굴의 존재를 유메미 교수에게 알리고 그 뒤를 맡길 것인지, 아니면 토끼굴 속에서 어떻게든 토끼를 꾀어낼 것인지... 안타깝게도 내 친구는 전혀 다른 방안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역시 들어가 봐야겠지?"


렌코는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내게 그렇게 제안한다. 나로선 돌려줄 건 한숨뿐.


"대체 어떻게 그런 결론이 나는 건데? 토끼를 찾으려고 토끼굴에 굳이 들어갈 필요가 있어?"


내 질문에 렌코는 되려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 기울인다.


"토끼를 찾자는 게 아니야. 우리 서클 활동이잖아? 결계 탐구."


"이제 토끼는 뒷전인 거야?"


"겸사겸사지. 토끼를 찾아오면 조금 얼버무리긴 해야겠지만. 설마 토끼가 다 일러바치기야 하겠어?"


"토끼가 일러바치는 게 문제가 아냐..."


내가 그렇게 눈썹을 찌푸리면서 투덜대는 와중에도 렌코는 토끼굴 앞에 쪼그리고 앉아 그 안을 요리조리 계속 살펴보았다. 그 안은 어두컴컴해서 아무것도 안 보일 것 같은데, 뭐가 그리 궁금한 건가 싶다. 렌코가 그러니 나도 덩달아 궁금해져서, 렌코의 위에서 살짝 고개를 숙여 그 안을 들여다본다. 하지만 어두컴컴한 굴 속에서 보이는 것이라곤 날카로운 결계의 흔적뿐.


"애초에 우리 이 안에 들어갈 순 있는 거야? 너무 좁아 보이는데... 어?"


렌코의 제안을 그렇게 반박하던 중에, 나는 무언가가 내 몸을 갸우뚱 미는 감각을 느꼈다. 간신히 균형을 잡고 뒤를 돌아봤지만 주위에는 나와 렌코 외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게 바로 마지막 기회였다. 그때 바로 렌코의 목덜미를 붙잡고 돌아왔어야 했는데. 내가 다시 토끼굴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렌코의 멍청한 비명이 바로 들려왔다.


"어어, 메리, 밀지 마!"


"무슨 소리야, 나 안 밀었... 아, 아!"


내가 렌코의 추궁에 그렇게 대꾸하자 또다시 등 뒤에서 어떤 힘이 나를 밀기 시작했다. 아니 정확히는, 무언가가 나를 토끼굴 속으로 끌어당겼다. 내 눈앞에서 렌코도 여전히 쪼그려 앉은 채 균형을 잃고 토끼굴 위에서 두 팔을 허우적거렸다. 나노 어떻게든 그 힘에 저항해보려고 몸버둥을 쳐보았지만, 이내 발을 헛디디고 렌코를 위에서 덮치는 모양새로 무너져내렸다.


"뭐, 뭐야 이거!"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좁디좁아 보이는 토끼굴 속으로, 정확히는 그 안에 열려있는 결계 속으로 끌려가 버렸다.




그렇게 어처구니없게 토끼굴 속으로 끌려 들어와서, 어딜 다치지도 않고 딱딱한 동굴 바닥에 고작 엉덩방아를 찧은 정도로 끝난 건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었다고 할 수 있을까? 놀랍게도 우리 비봉구락부 활동에서 그 정도는 행운이라기엔 너무 일상적인 일이었다. 그래서 평소대로였다면 몸을 어찌어찌 추스르면서 이게 누구 탓인지 렌코와 또 티격태격했겠지만, 이번엔 그럴 수가 없었다. 신음을 내면서 주위를 둘러보자마자 희미한 빛 사이로 무언가가 우릴 빤히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그 시선의 주인이 우리가 찾고 있던 토끼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두 발로 몸을 뻣뻣이 세운 채로 우릴 바라보고 있던 건 토끼가 아니라 일군의 수달 무리였다. 분명 토끼굴인 줄 알았는데 여긴 수달굴이었던 걸까, 애초에 수달이 그렇게 땅속에 굴을 파기는 하는 걸까, 그런 잡다한 궁긍즘들이 솟아났지만 수달들은 그런 질문을 할 틈도 주지 않고 달려들어 우리 주위를 빡빡하게 둘러쌌다. 여기서 애초에 수달들에게 그런 질문을 하려고 했다는 게 이상하다고 여길지 모르지만, 그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안다면 누구도 뭐라 할 수 없을 테다.


"인간들, 따라오세요."


오해가 생길까 봐 첨언하자면, 그렇게 말한 건 나도 렌코도 아니었고, 내가 지금까지 설명하지 못했지만 지금까지 같이 있었다던가 하는 제3의 사람도 아닌, 우릴 포위한 수달 중 하나였다. 존댓말을 하긴 했지만 그게 반가움이 담긴 초대는 아니었으리란 건 너무나 명백했다. 그런 상황이니 여기가 토끼굴인지 수달굴인지 질문을 할 수나 있었을까? 나와 렌코는 잠시 시선을 교환한 뒤, 바로 두 손을 들고 고개를 끄덕였다. 말이 통하는 수달이니 그 정도 몸짓도 충분히 알아들었겠지. 수달들과 그렇게 말과 몸짓으로 대화한 건 참으로 특별한 경험이었다. 그에 맞먹는 경험이라면 수달들에게 발목과 다리를 떠밀려서 엉거주춤 걸어간 것 정도일까? 놀랍게도 우린 그 두 가지를 모두 경험해보았다고 해두겠다. 정말이지 대단해.




이야기는 이렇게 겨우 시작 지점으로 돌아왔다. 수달들은 도무지 토끼굴이라고는 할 수 없는, 거대하고 깔끔한 석벽 통로를 따라 우리를 어느 방으로 안내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릴 기다리고 계셨던 친절한 분은 자신을 킷초 야치에라고 소개하면서 우리들이 지금 지옥, 그것도 축생계에 있으며 이곳에 육신을 가진 인간들은 없다는 사실을 참으로 친절하게 설명해주셨다. 아, 그리고 이곳에선 자신이 속한 동물령들이 인간령들을 노예처럼 부리다가 지금 싸움이 일어났다는 사실도 잊어버리지 않는 배려심을 보여주셨다. 그 친절함과 배려심에 나는 너무나 감격해서 자칫하면 눈물을 흘릴 뻔했다.


정말 안타깝게도, 우리는 그 사실을 알기 전에 우리가 토끼들을 찾다가 여기까지 왔고, 그 토끼들은 우리 인간들을 위해 실험 대상이 되어왔다는 사실을 이미 말해버렸다. 그 배려심을 조금만 더 일찍 부려주셨다면 우리도 그런 무례한 사실까지는 밝히지 않았을 텐데.


"역시 지상은 변하지 않았구나. 인간들은 오만하게도 자신들이 우리 동물들보다 위라고 생각하지. 그래서 우릴 사육하고, 우릴 짐꾼으로 부려먹고, 우릴 도축해. 그런데 이젠 자신들의 지식을 얻기 위한 실험 도구로까지 쓰는구나."


친절한 킷초 씨는 그렇게 말하면서 키득 웃었다. 아, 위험해, 위험해 이거. 나는 머릿속이 새하얘졌지만 렌코는 그게 재밌다는 듯이 씩 웃으며 답했다.


“사실 모든 인간이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에요. 인간들이 동물들에게 함부로 그런 짓을 하면 안 된다는 사람들도 있죠. 정말 재밌는 건 그 이유도 가지각색이란 거지만요.”


킷초는 렌코의 대답이 흥미가 있는지 왼쪽 눈썹을 살짝 치켜들었다. 그 와중에 수달 하나가 두 발로 서서 쟁반 위에 무언가 먹을 걸 들고 와 우리와 킷초 씨 사이의 테이블에 나름대로 늘어놓고 있다. 킷초 씨는 그 정체 모를 음식 중 하나를 집어서 야금야금 씹어먹으며 물었다.


“그래? 정말 궁금하네. 도대체 어떤 위선적인 발상으로 그렇게 생각할까? 나도 듣고 싶은걸. 동물이 인간에게 그렇게 함부로 해선 안 될 이유를... 아니, 미안해. 반대지? 인간들이 동물들을 그렇게 함부로 대해선 안 될 이유를 말이지.”


아아, 그럼요. 인간은 동물에게 함부로 하면 안 되죠. 동물도 인간을 함부로 부리면 안 되고요. 그렇죠? 그냥 말실수죠? 내가 그렇게 혼자 눈물 없는 눈물을 흘리는 동안 렌코는 놀랍게도 킷초 씨의 그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이 목소리에 살짝 흥을 담아 답하기 시작했다.


“가장 간단한 논리는 동물들에게도 인간 같은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인간이 인간에게 함부로 대해선 안 되고 각자 보호받을 수 있듯이 동물에게도 그런 권리가 있다는 발상.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받아들이기 어렵죠. 왜냐하면 인간에게 영혼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동물에겐 없다고 생각하거나, 있어도 인간보다 격이 낮다고 생각하곤 하니까요. 인간은 동물과는 전혀 다른 생물이니 똑같은 권리를 인정할 수 없다는 거죠.”


“그것참. 여기에 꼭 초대하고 싶은 사람들이네. 동물령과 인간령을 직접 보면 어떻게 생각할지 정말 궁금해.”


아아, 그러게요. 저도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게 그분들이고 제가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렌코는 그 와중에도 흥을 잃지 않고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동물도 인간과 동등한 영혼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동물을 인간과 동격에 두진 않기도 하죠. 대신 동물들에 대한 무분별한 박해에 동의하지도 않지만요.”


“그 사람들은 왜 그러지? 인간과 동격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왜 동물들을 신경 쓰는 거야?”


“후생을 중요시하거든요. 세상의 모든 존재는 편익과 고통을 느낄 수 있고, 그중에서 편익을 극대화하는 게 가장 윤리적으로 중요하다는 거죠. 동물들이 인간과 동격은 아니라 하더라도, 아무런 편익이 없이 그들에게 고통을 주어선 안 된다는 거예요.”


렌코의 이야기를 흥미로운 표정으로 듣고 있던 킷초 씨가 갑자기 손짓으로 흐름을 끊었다.


“잠깐, 그렇다면 모든 편익과 고통을 계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물론 수학적으로는 힘들지만, 적어도 어떤 행위를 할 때 판단을 내리는 잠정적인 기준으로서 생각하는 거죠.”


“그것참 합리적이네. 인간들이란 언제나 흥미로워. 실상 자신들이 도달할 수 없는 이상과 우상을 만들고는 거기에 얽매이지. 하지만 재밌어. 동물들의 고통도 고통이니 늘려선 안 된다니.”


“하지만 그래서 정반대의 결론을 내기도 해요. 만약 동물이 고통을 받는다고 해도 인간이 얻을 수 있는 편익이 그보다 크다면 정당화된다는 거죠.”


킷초 씨는 렌코의 그 말에 다시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이제 이해하겠어. 사실은 어느 쪽으로도 쓰일 수 있는 거구나. 동물들을 함부로 대해서도 안 된다는 논리이지만 동시에 인간이 동물들에 하는 모든 짓을 정당화할 수 있는 논리. 나는 마음에 들어. 우리 동물이 이득을 얻을 수 있다면 마찬가지로 인간들의 고통도 정당화되는 거니까.”


“그렇죠. 하지만 아마도 인간들이 동물들에게 행하는 잔혹한 짓거리들이 줄었다면 바로 이 논리 덕분이기도 했을 거예요. 어쨌거나 사람들은 동물들이 자신과 동일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얻을 것도 없이 구태여 고통을 줄 필요도 없다는 생각에 더 동의하기 쉬우니까요.”


렌코는 눈치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킷초 씨의 조소에도 오히려 더욱 신을 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아아, 우리는 과연 여기서 살아나갈 수 있을까? 지금 내 속이 바짝 타들어 가는 고통보다 킷초 씨가 얻는 즐거움이 더 크다면 그게 윤리적으로 옳은 거겠지. 물론 내게는 전혀 위안이 되지 않는다. 그 와중에 갑자기 방 너머 우리가 걸어온 통로가 갑자기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그 소란과 함께 지금까지는 적어도 우리에게 웃어 보이고는 있던 킷초 씨가 갑자기 인상을 구긴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좋은 일은 아닌 것 같다.


“하아, 그 바보 귀까지 벌써 들어갔나...”


그렇게 킷초 씨가 혼잣말을 하는 와중에 복도의 소란은 점점 더 시끄러워지더니, 갑작스레 뚝 끊겼다. 무슨 일이었는지는 몰라도 이제 끝난 건가 싶었던 순간, 방문이 가볍게 휙 하고 킷초 씨와 우리 사이를 가르며 방 안쪽으로 날아갔다.


“어이, 망할 수달 대장! 인간들을 잡아 왔다면서? 나한테 말도 없이 혼자 그놈들을 괴롭히면 섭하지!”


그리고 문이 있던 자리에는, 검은 머리카락과 날개를 휘날리고, 넓은 챙 모자를 쓴 누군가가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그 자세가 워낙 박력이 넘치는 데다 목소리까지 방안에 쩌렁쩌렁 울려서, 우리를 괴롭힌다는 소리는 별로 중요치 않게 느껴진다.


아니, 사실 그렇게 믿고 싶을 뿐이다. 우리 돌아갈 수는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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