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4일자 생활이 춤추는 노래 팟캐스트 방송)
(의/오역 다수 포함, 장문의 글)
전반부는 호시노 겐과 가스펠 소울의 관계, 후반부는 가스펠 소울 입문편을 담은 팟캐스트 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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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카하시) 아마존 뮤직 독점 방송 팟캐스트 프로그램 ‘TBS 라디오 presents 타카하시 요시야키 & 제인 수, 생활이 춤추는 노래’ 퍼스낼리티의 음악 저널리스트 다카하시 요시야키입니다.
제인 수) 칼럼니스트 제인 수입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요시야키 씨가 ‘TBS 라디오 생활을 추는 음악칼럼’에서는 전하지 못한 음악이나 악곡에 대해 해설합니다.
타카하시) 그러면 이번 특집은 이쪽입니다. 호시노 겐 ‘생명체(Life)’와 가스펠 소울.
2025년 정규 6집 음원)
2023년 MV)
(*참고 – 믹싱이 다르다)
타카하시) 2023년 8월 14일에 발매되었습니다. 호시노 겐 씨의 1년 만의 신곡이네요. 생명체 특집을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가스펠의 에센스를 함유한 생명체의 매력을 바탕으로 하면서 말이죠. 가스펠의 요소를 확인할 수 있는 호시노 씨의 작품 편성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게다가 생명체를 계기로 가스펠에 관심을 가진 분들을 위해 입문편으로 가스펠의 영향을 받은 소울 뮤직, ‘가스펠 소울’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해설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특집에서 다룰 곡은 기본적으로 *플레이리스트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링크는 상세란에 붙어있습니다만 총 10곡, 시간으로 해서 38분 정도 되네요. 전반 5곡이 생명체를 비롯하여 가스펠 요소를 포함한 호시노 씨 작품, 후반 5곡이 가스펠 소울의 대표 추천곡이 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잠시 후에 알려드릴게요.
(*아마존 뮤직 플레이리스트 -
타카하시) 우선은 부다페스트 세계 육상과 항저우 아시안 게임의 TBS계 테마송으로서 써내려간 호시노 겐 씨의 신곡 ‘생명체’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요. 저는 이 곡에 관해서는 호시노 씨의 멤버십 사이트인 *옐로 매거진 플러스에 리뷰 기사를 투고하고 있으므로 꼭 그쪽도 체크해 주셨으면 합니다.
(* 영혼을 해방하다, 생명찬가 - ‘생명체’ 가장 빠른 리뷰
그런데 말입니다만, 일단, 수 씨 어떠셨어요? 이번에 생명체를 어떻게 들으셨을지...
제인 수) 뭔가 되게 의외였습니다. 생명체라는 제목도 그렇고 가사 내용도 그렇고요. 그리고 아시안 게임을 위해 써 내려갔습니다 라고 하는 것도 그렇고요. 왜냐면 이런 건 더더욱 ‘달려라~ 힘내라~ 모두의 꿈을 싣고 예~이!’ 같은 걸 좋아하잖아요. 근데 전혀 다른 곡을,
타카하시) 그 얘기는 저도 나중에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제인 수) 지금 하죠! 왜 나중이에요
타카하시) 역시 이른바 *스포츠앤셈(スポーツアンセム)적인 면에서 거리를 둔 느낌이 드네요.
(*스포츠앤셈(スポーツアンセム) - 스포츠 이벤트에서 선수나 팀을 응원하기 위해 사용되는 곡. 일반적으로 고양감이나 일체감을 높이는 가사나 멜로디를 가진 악곡이 사용된다.)
제인 수) 맞네요. 왜냐하면 겨루는 거 자체에 대한 의문이라는 걸 일단 처음에 한 그런 가사고, 음악적으로도 굉장히 의외였던,
타카하시) 가스펠. 애당초 스포츠 프로그램의 테마송으로 가스펠을 가져왔다는 점이 의외이기도 하죠. 저 역시 의외의 가스펠이라는 점에서 깜짝 놀라긴 했는데요. 뭐 아마 호시노 씨의 디스코그래피 중에서도 지금까지 가장 가스펠의 영향이 강한 곡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그 호시노 씨가 가스펠을 도입한다는 것 자체에는 놀라움이 없다고 할까요.
지금까지라도 호시노 씨가 가스펠의 영향을 받은 곡들은 종종 만들어오고 있고, 가스펠에 대한 애착도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여러 가지 형태로 표명되어 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가스펠 하는데요. 단지 정형적인 그 가스펠 스타일을 빗댄 곡도 아닌 뭐라고 생각하고 있고, 그 가스펠을 내세우는 방법 자체도 신선하죠. 그 스포츠 프로그램의 테마곡으로서 가스펠을 들고 온 것도 신선한 일이지만,
제인 수) 역시 대부분의 가스펠 음악에 그렇게 친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생각하기에는, 가스펠과는 좀 다르다고 해야 되나, 좀 더 모두 이렇게 할렐루야적인 걸 상상할 것 같은데, 사운드적으로는 또 다른 접근 방식의 틀림없는 가스펠인데요. 근데 이런 것도 있구나 이런.
타카하시) 그렇죠, 확실히 가스펠의 영향을 알아들을 수 있고, 그 가스펠에서 유래된 원초적인 파워가 곡에 깃들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호시노 씨도 단순히 모방한 것 같은 가스펠링은 하고 싶지 않았다는 말씀은 하셨어서, 역시 보통 방법으로 가지 않는 것이랄까, 호시노 씨의 필터를 통과한 것으로 되어있다고 생각하고. 후렴구의 코러스, 콰이어(choir)가 역시 곡의 가스펠 이미지를 결정짓는 것 같은 부분도 있습니다. 이 곡에 UA 씨(일본의 여성가수)도 참가하고 있거든요
제인 수) 와! 그렇군요.
타카하시) UA 씨와 나가오카 료스케 씨와 호시노 씨 3분이서 합니다. 그래서 직설적인 가스펠이라기보다는, 가스펠의 에센스를 머금은 50년대 ~ 60년대라던가 리듬 앤 블루스라던가, 소울 음악이 기반이 되는 느낌이랄까요. 그 비트 느낌이라던가, 그리고 호시노 씨랑 마바누아 씨가 치고 있는 업라이트 피아노 어택의 강한 느낌이라든가, 그쯤에서 그런 소울 음악의 이미지가 환기되고 있는 곳도 있습니다. 정말 그러니까 ‘가스펠 소울’ 같은 느낌이죠.
그리고 호시노 씨의 최근 몇 년의 싱글, 創造(창조, Create)나, Cube 같은 좀 얼터너티브하고 경계가 없는 느낌도 (이 곡에) 은근히 있을까 하는 생각과, 음처리? 음질? 약간 뭔가 까칠하다는 걸까요? 스모키한 느낌이 있어서 굉장히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게 굉장히 쩔고, 곡의 멋짐에 박차를 가하고 있구나라고 생각이 들어서요. 그러니까 악곡 전체의 음상(音像)으로서 ‘개러지(garage) 소울’이랄까, 이런 개러지(garage) 느낌 같은 뉘앙스가 잘 맞나 하는 부분도 있고, 보컬까지 포함한 모든 음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뛰어가는 느낌도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가스펠을 이 자리에서 이런 기회로 선택한, 이 스포츠 프로그램의 테마송이라고 하는 기회에 선택한 호시노 씨의 스포츠 느낌이 엿보이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아무래도 스포츠는 개인의 의사가 경시되거나 전체주의적인 방향으로 향하거나 하는 부분도 좀 얽혀 있잖아요. 그런 집단적인 연대감을 환기(anthemic)하는 부분에서 조금 의식적으로 거리를 둔 것일까하는 그 부분은 이미 가사의 마디마디부터 느껴지네요. 대체로 가스펠은 단적으로 영혼의 해방 음악이고, 그래서 생명체라는 타이틀의 곡을 부르고 있기 때문에 역시 그 에고라든가 자의식 같은 것을 넘어선 그런 경지 같은 것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후렴 부분 등에서 반복되는 ‘바람에 깃발이 섞여서 녹아들어’라는 가사는 그런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 점도 있고, 스포츠 프로그램의 테마곡이면서도 살아가고 있는 것을 축복하는 노래라고 할까, 그 생명의 발생으로서의 보편성도 있는 굉장히 넓은 곡이 되어있습니다. 스포츠 프로그램의 곡으로서는 대단한 도전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처음에 수 씨가 말한 대로군요, 스포츠 프로그램의 테마송의 공공 이미지와는 분명히 다릅니다. 사운드도 그렇고 메시지를 냈구나라는 느낌은 들었습니다.
이번 기회에 잠깐 이 흐름에서 호시노씨와 가스펠의 관계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보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호시노 씨의 첫 가스펠은 초등학생 때 본 영화 ‘블루스 브라더스(The Blues Brothers)’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호시노 씨의 바이오그래피와 보면, 블루스 브라더스는 1980년 영화네요. 존 랜디스 감독에, 주연이 댄 애크로이드와 존 벨루시 씨입니다.
블루스 브라더스 영화 트레일러)
(*호시노 겐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 TV에서 재방송으로 해주던 블루스 브라더스 영화를 보고 자신의 음악과 코미디와 연기에 엄청난 영향을 받았었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호시노 씨에게 있어서 블루스 브라더스는 지금에 이르는 여러 가지 표현활동의 출발점이 되고 있습니다. 매우 중요한 작품이라서 가스펠을 알게 된 계기도 블루스 브라더스라고 생각합니다. 블루스 브라더스를 보면, 제임스 브라운이 나와서 교회에서 가스펠을 부르고 그 모습을 본 존 벨루시 씨가 ‘빛이 보였다!’라고 말하는 *유명한 장면이 있는데, 호시노 씨도 바로 거기서 ‘빛을 보았다!’는 것 같네요.
(* 그 장면
)
(호시노 씨는) 가스펠에 관심을 가지고 중학생이 되고 나서 근처의 CD 가게 등에서 가스펠 CD를 사서 듣곤 했습니다. 실제로 뮤지션이 되고 나서 그 영향이 반영되는데, 이 팟캐스트에서 재작년이나 2021년 6월 후시기 발매 타이밍에 호시노씨의 디스코그래피에서 소울 음악이나 흑인음악의 영향을 느끼게 하는 곡으로 특집을 짠 적이 있었는데, 그 때에 그 호시노 씨의 활동은 그 소울음악이나 흑인음악을 요렇게 저렇게 해서 그 일본인의 정서(生理)를 통하여 표현해 나가는 그런 시도가 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 가운데 당연히 가스펠도 자주 도입되고 있습니다. 호시노 씨가 처음 가스펠에 접근한 것은 아마 2013년 3집 Stranger 수록곡 환생(生まれ変わり)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곡은, 코러스 어레인지를 타카노 히로시 씨가 담당. 코러스를 타카노 씨와, 카타오모이(片想い)의 오라리(オラリー) 씨, 키세루의 츠치무라 타케후미 씨, Your Song is Good의 사이토 준 씨, 그리고 싱어송라이터 아오바 이치코 씨가 같이하고 있습니다. 호시노 씨가 Stranger 발매 당시에 이 코러스에 대해서 가스펠과 비틀즈의 Let It Be를 섞은 느낌으로 하고 싶었던 걸 이야기하고 있었군요. Let It Be가 원래 굉장히 가스펠적인 거죠. 가사도 굉장히 가스펠에 영감을 받은 것 같고, 그런 배경도 있고 예를 들면 아레사 프랭클린이 이제 비틀즈의 Let It Be가 발매된 것과 거의 동시에 바로 커버하고 있어서 가스펠의 궁합화도 되어 있을 정도인데요. 그래서 나중에 호시노 씨는 그 Stranger 발매 당시의 일을 되돌아보고 가스펠은 계속 해보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나중에 만들 YELLOW DANCER의 Soul(2015)이라는 곡도 있고, 싱글 Family Song(2017) 이미지의 출발이라고 할 수 있는 곡이 아닐까 하는 이야기도 했었네요. 다만 이 환생(生まれ変わり)에서는 스트레이트 가스펠이라기보다는 코러스가 많은 아메리칸 굿 뮤직적인 분위기가 아닐까 하는 이야기도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가사는 이거 부모와 자식에 대해서 노래한다거나 약간 연인 관계를 연상시키는 그런 문구도 있는데, 전체적으로는 왠지 부모와 자식을 연상시키는 가사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에 대해서 호시노씨가 말하기를 '본고장의 가스펠은 신(神)적인 노래이지만 나에게는 신앙이 없기 때문에 나한테 가까운 테마로 가스펠을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런 스탠스는 뭐 비교적 (최근의) 생명체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스펠을 자신에게 끌어당겨서 표현하고 있는 느낌이군요. 나중에 가면 2015년 발매된 네 번째 앨범 옐로우 댄서에 수록된 Soul, 이 곡도 가스펠적인 스케일을 느끼게 하는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곡은 코바야시 하지메 씨가 연주하고 있는 하몬드 오르간(전자 오르간)과 이시바시 에이코 씨의 코러스와 핸드클랩이 가스펠의 에센스를 느끼게 합니다. 핸드클랩으로 손뼉만 치는데 대단한 가스펠이 나오더군요. 그 ‘오 해피데이-’적인 그리고 생명체로 멋진 색소폰을 선보인 타케시마 사토루 씨가 (여기서는) 플루트를 불고 있습니다.
이것도 굉장히 임팩트 있죠. 이 곡에 관한 호시노 씨의 발언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잠깐 인용하자면 ‘가사로 말하면 가장 의미없는 곡일지도 모른다. 사실은 베이스드럼과 스네어드럼과 스트링스로 처음부터 끝까지 가고 싶었다. 그 분위기를 깨지 않는 가사라고 해서 별로 의미를 두지 않았다. 임시로 붙인 제목이 Soul이었고, 이제 그대로이긴 하지만 그런 와중에 의미나 분위기를 연결하게 됐을 때 옛날부터의 유전자나 영혼의 기억 같은 이미지로 가사를 적었다. 이미지로는 아담과 이브의 신화적인 분위기다’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었고, 이런 말과 곡을 겹치다 보면 환생(生まれ変わり)이든 Soul이든 역시 가사의 세계관이 가스펠에 뿌리를 두고 있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곡과 가사의 관계가 굉장히 긴밀하다고 할까요, 가스펠이라 할 수 있는 말이랄까 메시지가 확실히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듭니다. 가스펠의 사운드를 도입함으로써 노래하는 것이 좁혀져 간다는 그런 부분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은 2018년 5집, POP VIRUS의 Get a Feel.
이 곡도 Soul에 이어서 고바야시 하지메 씨가 하몬드 오르간을 연주하고 있습니다. 코러스와 코러스 어레인지도 이시바시 에이코 씨, 혼 어레인지가 타케시마 사토루 씨죠. 그래서 Soul을 계승하는 듯한 풍경이군요. 이 곡에 관해서는 호시노 씨 자신에게서 가스펠이라는 단어는 아마 나오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제가 조사한 바로는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토착적인 소울 필링과 블랙 뮤직의 원초적인 부분이 곡의 밑바탕에 깔린 곡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거기서 가스펠의 에센스가 들려오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호시노 씨도 미터스(The Meters) 같은 70년대 초반의 그다지 격렬하지 않은 펑크(funk)의 이미지라고 설명했는데 바로 그런 느낌이네요.
그리고 그 가스펠 느낌이 있는 70년대 초의 토착적인 록, 예를 들면 조 코커(Joe Cocker)의 Feelin' Alright라든지 롤링 스톤즈의 You Can't Always Get What You Want라든지 비틀즈의 I’ve Got A Feeling이라든지, 엘튼 존(Elton John)의 Border Song이라든지 플레이리스트에 넣지는 못했지만 요즘의 브리티시 록과 비교해봐도 즐겁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비틀즈의 I’ve Got A Feeling은 빌리 프레스턴의 커버버전을 듣는 것보다 가스펠적인 뉘앙스가 넘쳐서 추천드립니다. Get a Feel도 역시 가사가 가스펠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제목부터가 딱 그런 느낌이 있는데요. 비교적 직설적으로 영혼의 해방이 불리고 있는 인상이 있고, 생명체(Life)로 이어져 가는 생명의 산화적인 뉘앙스도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억’같은 단어가 나오는 부분도 환생(生まれ変わり)이라던지 아까 소개한 Soul과 연결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가스펠을 느끼게 하는 호시노 씨의 악곡으로 최근 작품에서는 2021년 발매된 Cube도 꼽아두고 싶습니다.
이것은 스다 마사키 씨 주연의 영화 큐브로 써내려간 곡이고, 호시노씨는 발매 당시 곡의 이미지로 인터뷰에서, 제가 인터뷰를 했습니다만, ‘19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 초반 정도의 소울 밴드 혹은 시골 교회의 가스펠 밴드가 이미지로 떠올랐고, 드럼과 베이스와 오르간과 일렉트릭 기타가 있을 정도의 미니멀한 편성의 밴드가 프로그레시브한 연주를 상당히 광기적으로 하고 있는 느낌’이라는 꽤 구체적인 이미지를 그대로 가지고 제작에 임한 것 같습니다만, 곡이 상당히 진행될수록 가스펠감이 높아지는 느낌입니다.
특히 클라이맥스 2분 50초 이후에는 굉장히 처치감이 있고, 그 2분 50초 이후의 전개는 생명체(Life)와의 연속성을 느끼게 하는 곳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 템포 업 하는 데서 나오는 파트의 가사를 좀 인용하자면, ‘운명의 강 흐름에 지금 맞서 / 알지 못하는 어리석은 삶에 / 과거를 모두 실로 자아 밧줄로 엮어 / 출구까지 이어지도록’은 꽤 생명체와도 오버랩되는 가사라고 생각했습니다. Cube의 가사는 그 영화의 이야기 자체를 상당히 메타적으로 포착한 상당히 트리키한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만 이 클라이맥스 파트 때문도 있고 뒷맛으로는 약간 축제감이 있다고나 할까요. 삶의 그 celebration(축하) 느낌으로서 울려퍼지는 게 있고 역시 가스펠에 접근하면 자연스럽게 그런 느낌이 솟아오르는 느낌이 듭니다. 이것도 생명체가 발매된 후에 또 들리는 방식이 달라지는 곡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고요. (Cube는) 생명체로 연결되어 가는 매우 중요한 곡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럼 이 흐름에서 생명체(Life)의 뿌리가 되고 있는 가스펠 소울에 대해서도 플레이리스트에 따라서 간단하게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중략)
그러면 잠깐 플레이리스트에 따라서 제가 고른 곡을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만 첫 번째 곡, 플레이리스트의 여섯 번째 곡이네요. 영화 블루스 브라더스에도 출연하고 있는 레이 찰스의 What’d I Say. 1959년 히트곡입니다.
What’d I Say는 가스펠 소울을 넘어 소울 뮤직의 기원에 해당하는 유의미한(epoch-making) 곡이고 그 리듬 앤 블루스와 가스펠의 융합을 시도하여 보급시킨 거죠. What’d I Say에서의 그 리듬 앤 블루스와 가스펠의 융합은 교회에서 엄청난 반발을 불렀대요. 가스펠이 신성한 것으로, 블루스라던가 리듬 앤 블루스는 성애(性愛, 성 본능에 의한 애정) 때문에 그런 것들을 섞는 것은 어이가 없고 신에 대한 모독이라는 것으로 교회 관계자의 분노를 산 것 같습니다. 그 미국의 저널리스트인 넬슨 조지가 대표적인 저작인 ‘The Death of Rhythm and Blues(1988)’에서 What’d I Say에 대해 이렇게 쓰고 있는데요, ‘토요일 밤의 죄 많은 사람들을 위한 음악인 블루스와, 낮의 아침 교회참석자들이 부르는 음악인 가스펠을 레이 찰스는 대담하게 결합시켰다. 다만 갑자기 상반되는 양자는 대부분의 경우 같은 사람이었다는 점이다.’ 성(聖)과 성(性)은 이미 등을 맞대고 있는 것입니다 라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이 What’d I Say를 둘러싼 소동에 대해서는 (블루스 브라더스에서) 레이 찰스의 전경이 자세하게 그려져 있기 때문에 관심있는 분들은 꼭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What’d I Say 탄생의 대목이 영화의 한 하이라이트가 되고 있군요.
제인 수) 근데 저는 이걸 가스펠이라고 하면 굉장히 놀랐던 거죠. 뿌리로서 자라고 있는 건 알 수 있는데 저도 이건 타락의 길을 갔을 때의 음악같은 느낌이 들었구요.
타카하시) 레이 찰스의 창법 자체가 약간 앙- 같은 느낌으로.
제인 수) 확실히 이건 당시의 가스펠 성가대를 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깜짝 놀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이쪽이 인기가 많은 것도 굉장히 알 수 있습니다. 여러가지 갈등이 느껴지네요.
타카하시) 레이 찰스의 곡이 크로스오버되어 백인 청취자도 듣게 된 것은 역시 What’d I Say가 계기가 되고 있으니까요.
제인 수) 그렇지요. 팝 음악의 강함이라는 곳에 다다른 그런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타카하시) 이 What’d I Say와 같은 1959년에 대히트를 친 것이 플레이리스트의 7번째 곡이군요. 아이즐리 브라더스의 Shout. 그 발매는 What’d I Say 이후 두 달 후입니다.
제인 수) 이거 대단하고 되게 기억에 남는다고 해야 되나, 멋있죠. 아이즐리라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요.
타카하시) 그리고 약간 로큰롤 느낌이 납니다. 그린데이도 커버하고 있을 정도로. 레이 찰스의 영향도 보일 것입니다만, 하지만 애초에 아이즐리 브라더스는 가스펠 집안에서 자랐고, 아이즐리 브라더스 자체는 가스펠 그룹이 모체가 되어 있습니다. 이 곡의 샤우트 오르간을 연주하는 사람도 그들이 다니던 교회에서 오르간을 연주하고 있었던 허먼 스티븐스라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초기의 아이즐리 브라더스는 굉장히 가스펠 색이 있어서, 이 Shout 곡은, Shout! 앨범에 들어있는데 그 Shout!라는 앨범에 이어 1962년에 나온 2집 Twist & Shout. 이 앨범에는 아까 소개한 레이 찰스의 What’d I Say의 답곡도 들어있기도 합니다. 아이즐리 브라더스는요, 가스펠 집안에서 자랐지만 이제는 성(聖)과 성(性)이 등을 맞대고 있다는 것을 강하게 느끼죠.
제인 수) 최종적으로는 ‘침대에서 아이를 만드는 음악’의 왕처럼 되어버렸죠.
타카하시) 그쵸. 덧붙여서 말이죠, Shout도 What’d I Say와 같이 당시 교회로부터 탄압을 받고 있었습니다.
제인 수) 뭐 그렇겠죠. 그렇죠.
타카하시) 교회 단체들이 라디오 방송국에 Shout를 거는 것을 중단하도록 요청했습니다. 성명을 냈었죠.
제인 수) 와, 거기까지 갔었군요
타카하시) 그리고 블루스 브라더스의 연결고리로 가면, 존 벨루시 주연의 영화 Animal House. 블루스 브라더스보다 이전에 나온 1978년 영화인데 삽입곡으로 Shout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플래터니티의 무리가 댄스 파티에서 춤추는 *장면에서 Shout이 사용되고 있으므로 그쪽도 확인해 보는 걸 추천드립니다.
* 그 장면
다음은 8번째 곡, The Voices of East Harlem의 Simple Song of Freedom. 1970년 앨범 Right On Be Free의 수록곡입니다.
The Voices of East Harlem은 뉴욕 할렘 지역에 거주했습니다. 10대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가스펠 성가대에서 반주의 연주가 코넬 듀프리(Cornell Dupree)라든가 척 레이니(Chuck Rainey)라든가 리처드 티(Richard Tee), 랄프 맥도날드(Ralph MacDonald) 같은 당시 소울 음악의 저명한 세션맨이 참가하고 있습니다.
제인 수) 저 이 곡 제일 좋아해요. 이 중에서.
타카하시) 근데 ‘가스펠 소울’이라는 표현에 굉장히 충실한 사운드인가 하면 그건 아닙니다. 그 보컬은 완전히 그 가스펠성가대의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는데, 반주의 연주가 굉장히 그루비하기 때문에 듣기도 편하고, 저도 가스펠 입문편으로, 가스펠 소울 입문편으로도 The Voices of East Harlem의 앨범이 적합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Right On Be Free 앨범은 지금 CD나 스트리밍으로 들으면 10곡 정도 보너스 트랙이 들어있습니다만 그 대부분이 말이죠, 그 도니 해서웨이(Donny Hathaway)의 프로듀싱이기도 합니다. 도니 해서웨이의 가스펠이죠.
제인 수) 아직도 가스펠에서 나오는 R&B 가수들 많이 있잖아요
타카하시) 그렇죠. 교회 출신이라는 것은 좀 흔하죠. 좀 말입니다.
제인 수) 지금도 그러니까요.
타카하시) 그만큼 뭐 당연하다는 듯이 가스펠로 사는 습관이 있고,
제인 수) 엔카 사람들이 민요를 지나온 것 같은 것도 있잖아요. 민요 사람들이 거의 다 민요라든가 엔카 가수가 된다던가 하는 것과 가깝다는 느낌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좀 대담한 비유를 해버렸지만요.
타카하시) 그렇지만 R&B 가수에 한정하지 않고 칸예 웨스트라든지 챈스 더 래퍼도 *가스펠에 뿌리를 둔 곡을 만들었기도 하고요.
(*칸예 웨스트의 대표곡 중 하나인 'Jesus Walks(2004)', 그리고 가스펠 앨범 'JESUS IS KING(2019)'이 있다. 챈스 더 래퍼의 'Coloring Book(2017)' 앨범은 가스펠과 힙합을 잘 결합한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뭐 힙합도 그러니까 역시 블랙 커뮤니티 안에 있고, 역시 가스펠이라는 것은 꽤 친숙한 생활에 뿌리를 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만 The Voices of East Harlem은 1973년에 2집을 냈었습니다. 셀프 타이틀, The Voices of East Harlem이라는 앨범인데 이쪽도 훌륭해서요. 프로듀서가 커티스 메이필드(Curtis Mayfield)입니다. 그리고 그의 가족인 리로이 하토슨(Leroy Hutson)이 공동으로 프로듀싱하고 있습니다만, 이것도 꼭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가스펠색은 Right On Be Free가 강할지도요.
9번째 곡, 이것도 블루스 브라더스에 등장했습니다. 소울의 여왕, 아레사 프랭클린의 How I Got Over.
이 곡은 1972년 로스앤젤레스 교회에서 녹음한 라이브 앨범. 가스펠 베스트셀러군요. 영원한 베스트셀러인 Amazing Grace의 수록곡입니다. 이 앨범의 *다큐멘터리 영화가 2021년에 일본에서도 개봉을 했고, 같은 시기에 개봉한 아레사의 전기 영화이자, 제니퍼 허드슨이 아레사를 연기한 *리스펙트(2021)에서도 Amazing Grace의 레코딩 장면이 영화의 클라이맥스가 되었더군요. 아레사의 인생의 하나의 전기로서 그려져 있었습니다.
어메이징 그레이스)
리스펙트)
또한 How I Got Over라는 곡은 1951년에 가스펠계의 레전드 클라라 워드(Clara Ward)가 발표한, 가스펠 스탠다드라고 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1963년 워싱턴 D.C. 대행진, 민권운동의 상징적인 이벤트인데요. 그때 마할리아 잭슨(Mahalia Jackson)이 25만 명의 군중 앞에서 이 곡을 불렀다고 하는 그런 에피소드가 있기도 해요. 그래서 대단한 가스펠 곡인데요. 아레사에게도 그녀의 경력에 있어서 손꼽는 명연(名演)이라고 해도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Amazing Grace는 마치 캐럴 킹(Carole King)의 You've Got A Friend입니다. 그야말로 도니 해서웨이도 커버하고 있네요. 확실히 듣기 편할지도 모르겠네요. 추천합니다. 뭐 영화를 보는 것도 좋을지도 모릅니다. 영상이 붙어있으면 더 친해지니까요.
플레이리스트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은 말이죠, King James Version의 Meeting Up Yonder. 1974년 앨범 First Time We Met의 수록곡입니다.
King James Version은 남녀혼성의 6인조 가스펠 그룹인데 굉장히 소울 색이 강하군요. 이 앨범의 오프닝 곡 I'll Still Love You라는 곡은 굉장히 멜로 소울의 인기곡으로 인기가 많은데요.
제인 수) 이건 근데 제일 ‘가스펠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타카하시) 근데 그 The Voices of East Harlem의 흐름을 짜는 듯한 성가대에 그루브의 연주같은 곳일까, 비슷한 감각으로 들을 수 있는 곳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곡 자체도 The Voices of East Harlem과 관련이 있는 커티스 메이필드(Curtis Mayfield)가 thr한 임프레션스(The Impressions)의 1965년 곡(Meeting Over Yonder)의 커버가 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스타일 카운실(The Style Council)도 커버하고 있었습니다. 가사 내용상으로는 그래도 완전 가스펠 느낌이네요.
그렇기 때문에 호시노 겐씨의 싱글 ‘생명체(Life)’를 단면으로 하여 가스펠의 영향을 찾을 수 있는 호시노 씨의 작품을 복습하면서 말이죠, 그 뿌리라고 할 수 있는 가스펠 서울의 베이직한 악곡을 입문편으로 소개해 드렸는데, 이 근처를 발판으로 삼아 여러가지로 파고들어 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까도 살짝 언급했지만 그 호시노씨가 어떻게 그 흑인음악이나 소울 음악을 마주하고 왔는가를 정리한 특집을 2021년 6월에 방영한 특집, ‘호시노 겐의 소울 풀 월드’도 이번 기회에 다시 들어보시면, 생명체 소리에 깊이가 드러나는 곳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 때문에 확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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