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일차적으로는 성욕의 노예라고 보는게 타당하겠지만

더 깊이 들어가면 그것은 결국 언어=이름=상징의 노예다

남자의 성욕은 보통의 경우 여자를 대상으로 일으키는데

남자와 여자의 차이는 무엇인가

생물학적인 차이를 차치하고서 여자의 페로몬 부위는, 성기를 제외하면 남자와 그 구조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 남자가 남자의 겨드랑이 혹은 발을 보면 아무렇지 않거나 오히려 혐오스럽게 느끼는 반면

여자의 겨드랑이와 발을 보면 쉽게 흥분한다 그 까닭은 무엇인가

그것은 단지 여자라는 상징과 이름에 함몰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령 사진으로 겨드랑이와 발을 보고 흥분했는데 알고보니 남자일 경우 우리는 배반감과 함께 이내 흥분을 가라앉힌다

우리는 여자의 발과 겨드랑이를 좋아하는 것이지 남자의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은 마치 아무리 예쁜 옷이라도 보세라는 걸 아는 순간 안예뻐보이고

별로 안예뻐보였는데 명품 로고를 본 순간 예뻐보이는 것과 같은 것이다

한마디로 우리의 성적 흥분은 원초적인 욕망을 넘어선 보다 복잡한 단계에 있는 상징이라는 매커니즘을 거친 성적 흥분이다

우리가 여자를 보고 이 여성의 육체도 그저 남자와 다를 것 없고 더 나아가 그저 고깃덩어리일 뿐이다 라는 인식에 다다라

성적 욕망에 끄달리지 않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언어(상징) 체계를 벗어나야 함을 뜻한다

여하간 보통 어려운 일은 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