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회에서 왔습니다."
다도회가 끝날즈음 트럭이 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사무소주변과 길을 채울정도로 큰 수송트럭이 나타났다.
"약간 늦은것 같네?"
이고설이 마사회에서 온 손님들을 맞이하고 마굿간이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이미 어제 이고설이 닉스에게 얘기해 주어서인지 닉스를 제외한 말들이 조금 긴장하고 있을뿐 당황하거나 흥분하진 않았다.
"지시사항들은 들으셨죠?"
"네. 일주일동안은 이곳에서 관리한만큼이나 좋은 대우를 약속드리겠습니다."
마사회직원들은 거의 애완용에 가까운 수준으로 말들을 관리했다는 말에 감탄하면서도 대단한 재정력을 지녔다며 속으로 놀라고 있었다.
'역시 헌터는 일반인들과 재력수준이 다르군. 그것도 한 길드의 길드장이라면 말야.'
이고설은 제일 먼저 닉스를 마굿간에서 나오게 문을 여는 순간 마치 작별인사를 하는 것처럼 닉스를 껴안으며 귓속말을 해주었다.
"닉스, 그곳에 가면 다른 말들이 다가와도 조심해야해."
닉스가 예전부터 사람수준으로 상당히 똑똑하다는 것을 알기에 직언이 아니라 약간의 은유적인 말로 속삭여주었다.
"푸릉,"
이고설이 마사회직원들에게 맡기자 고삐도 달지 않은 말들을 보며 걱정하다가 상당히 영리하다는 것을 들어서인지 자신들의 트럭으로 손짓하자 닉스가 앞장서며 말들을 이끌고 트럭으로 향했다. 이미 모두들 버림받은 트라우마가 아직도 있었지만 자신들의 주인에 대한 믿음은 확고해서였다.
"히야~ 상당히 얌전한 애들이네? 사나운 서러브레드품종이 아니라고 해도 일꾼용 말들보다도 차분한 말들이야."
"검은 말은 상당히 강해보여서 난동을 피웠다면 곤란했을텐데.."
직원들은 안내만 해주는 것으로 별다른 고생을 하지 않고 일을 끝낼수 있었다. 이때 성지를 제외한 길드원들이 모이기 시작하면서 이미 길드장님에게 듣긴 했지만 잠시동안 말들과의 이별에 아쉬움을 보내고 있었다.
"닉스. 또 만나자."
예나가 닉스를 비롯한 말들에게 손을 흔들면서 성경의 한구절(요한복음14장 1절-3절 일부)을 라틴어로 읊으며 축송해 주었다. 그리고 말들의 주인이 된 안시열과 김용찬, 양수진이 자신들의 말을 바라보면서 손을 흔들었다. 얌전하고 말을 잘 듣는 말들이어서 마사회소속 트럭은 금새 말들을 다 싣고 떠났다.
"이제 길드 공사건이 남아있긴 하지만, 일주일동안 던전에 있으려면 수요일 당일에 새로 발견된 C급게이트에 대한 정보를 바로 얻어야 하니까 협회에 다녀와야겠다."
잠깐 헤어지는 것이지만 이고설은 아쉬움을 업무로 달래려고 직접 협회로 방문하기로 했다. 길드원들은 던전레이드에 필요한 준비를 하면서 각자의 짐을 미리 준비하기로 했는데 어느새 다도에 쓰이는 다기들을 정리한 시열은 영희에게 공손한 자세로 부탁을 드렸다.
"가르침을 받고 싶습니다."
영희는 엄연히 사범대리의 직위인데다 시열은 제자도 아닌데도 타 유파의 기술에 대해 가르침을 받고 싶다는 말을 한 것이다. 특히 아이기도의 기술자체는 함부로 유출되어서도 안되고 함부로 가르칠수도 없는 것이었다. 시열은 돈이나 조건보다는 공손한 자세만을 대가로 영희에게 가르침을 부탁했다.
"알겠습니다. 부족한 실력이지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영희는 거리낌없이 승낙했다. 같은 문하생은 아니지만 같은 길드원인데다 C급던전이라는 E급헌터에겐 상당히 위험한 장소로 가는데 생존에 도움을 줄수 있으면 기꺼이 기술이나 경험을 전수해줄수 있었다. 시열은 감사의 답례를 하고 칼을 차고 다닐수 없어서 사둔 목검을 들고 영희와 같이 옥상으로 올라갔다. 영희의 신기한 기술을 전에 본적이 있었던 길드원들도 옥상에 따라가 견학하기로 했는데 옥상에 모두 모이자마자 시열의 목검이 과감하게 휘둘러졌다. 제대로 맞으면 일반인을 즉사시킬 공격이었지만 시열은 영희의 기술을 제대로 체득하려면 진지하게 공격을 가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야아아아앗!"
바위라도 두동강낼것 같은 검격이 영희에게 닿으려는 순간에 영희는 그저 왼손을 들었고 그것으로 시열은 갑자기 공중을 한바퀴 돌고 나서 착지를 했다.
"?!"
일반적인 아이기도 기술이라면 손목을 잡거나 몸을 기울게해서 쓰러뜨리지만 영희는 자신의 기(氣)를 시열의 기와 합쳐 분자단위로 각도를 미세하게 비껴가게 하면서 검을 휘두르는 몸짓을 몸을 회전하는 것으로 바꾸었다. 말그대로 아이기도(合氣道)라고 부를수 있는 컴퓨터의 계산같이 이론상으로만 가능할것 같은 기술이었다.
""이야~?!""
길드원들은 영희의 기술을 제대로 볼수 있게 되면서 왜 길드장님이 항상 존칭을 하고 극진하게 대우했는지 알수 있었다. 물리공격을 하는 인간형 마수라면 영희의 등급과 상관없이 누구도 공격을 성공시킬수 없을 것이다.
"스읍.."
시열은 이고설과의 첫 대련때 자신의 검을 완벽하게 비껴내는 것이 기억났지만 이건 그러한 것과 차원과는 달랐다. 맨손으로, 그것도 분자단위로만 닿은채 자신의 검격을 무효화시킨 것이다. 그래서 시열은 직접 닿지는 않는 허상으로 공격하기로 하면서 영희의 주변을 찔러넣었다. 영희는 공격을 전부 간파하고 있어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지만 페이크공격이 목적이 아니었다. 시열은 이고설이 했던 것처럼 검을 휘두를수록 점차 속도를 높히면서 속도로 제압하려고 한 것이다. 날카로운 검풍을 일으킬 정도라면 맨손으로 건들면서 기술을 쓰긴 어려울 것이다. 시열은 영희가 보인 빠른 속도를 기억하고는 그 속도에다 영희의 감으로 예지하는 것까지 넘는 속검으로 빠르게 휘두르는 순간 한점에 집중하여 일격을 날렸다. 어지간한 발검술보다도 빠른 공격이었기에 기술로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영희야!"
예나가 놀라며 소리치는 순간 분명히 직선으로 찌른 공격은 대각선 방향으로 비틀어져 있었다.
"어째서?!"
미세한 움직임도 없었던 영희였기에 무슨 마법에 걸린것 같았다. 아니, 진짜 실드마법이라고 해도 그 검격이라면 뚫고도 남았다. 자신의 마력과 전신근육을 비틀어 짜낸 일격이었기 때문이다. 그 증거로 목검은 어딘가에 닿지 않았음에도 터져있었다.
"찌르기를 하는 순간 시열님의 시선이 향한 시점을 미세하게 흐트렸습니다. 그리고 제 발밑을 보시면.."
시열은 가만히 있었다고 생각한 영희의 발을 봤는데 바닥의 먼지나 모래가 미세하게 흐트러진 것을 보면서 이동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무박자?!"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상대에게 다가가는 유술계에 전설로 내려오는 기술이었다. 시열의 검이라면 검에 담긴 검풍까지 피해야 했기 때문에 이동한 것이다.
'아이기도의 최상위기술은 상대를 건들지 않고 호흡만으로 쓰러뜨린다는데 이미 영희씨와 맞닥뜨린 상황에서 패배한 것이었어..'
과분하게도 한 유파의 보여져선 안되는 비기수준인 최상위급의 기술을 자신에게 보여주었기에 승패같은건 떠오르지 않았다. 시열은 부서진 목검을 역수로 잡고 인사를 하는 것으로 패배와 경의를 표했다. 이미 부서진 목검이지만 명검을 다루듯이 땅에 조심스레 놓은후 다시 한번 가르침을 청했다.
"괜찮으시면 적을 상대하는 법을 가르쳐 주십시요."
영희는 이미 시열이 기본적인 체술과 검의 검날이외의 부위로 싸우는 법과 간단한 유술까지 습득한 상태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시열의 검술도 유술의 원리와 비슷해서 가르쳐줄건 없어보였다.
"순발력과 체력이 좋으셔서 그것을 바탕으로 기술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적의 기와 합칠때 비로소 자연스러운 유(柔)가 나옵니다."
영희는 어느새 시열에게 다가가서 품에 안기듯이 몸을 밀착했는데 시열이 영희의 몸을 잡아 떼어놓으려고 할때 영희의 몸이 자연스럽게 움직이면서 시열을 주저 앉혔다. 그러자 길드원들중에 누군가 영희가 안긴 시열을 보고 부럽다는 생각을 갖자마자 시열이 주저앉자 다들 당황했다. 시열은 자신의 미세하게 움직이는 근육만을 이용해 주저 앉히는데 놀랐다. 그러나 곧 일어서서 정중히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배운다고 하기에도 격차가 크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도장에선 이상하게 아무것도 안하고 손만 잡았는데도 주저앉은 문하생들이 많았지만..'
사람을 거의 완벽하게 파악하는 영희도 그 이유는 알수 없었다. 다들 얼굴까지 빨개지고 물어봐도 입을 다물고 있어서 더더욱 알수는 없었다.
"우와! 대단해!"
예나와 수진이 감탄해서 제일 먼저 영희에게 안기자 그렇게 뛰어난 실력을 가진 영희도 여자애들에겐 약해서인지 물리치거나 피할수가 없었다.
"그, 그만해주세요.."
영희는 그만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해질녘-
해가 서쪽너머로 가라앉는걸 보면서 길드로 돌아온 성지는 옥상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서 보니까 인기가 영희에게 여러번 덤비면서도 나가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영희가 다치지않게 던져주고 인기의 낙법실력도 좋아서 다치진 않았고 마치 놀이를 하는것 같았다.
"영희군, 정말 대단해! 한번 더!"
"저, 저녁먹을 시간이 아닌가요?"
인기가 영희의 말에 그제서야 해가 저무는 것을 보자,
"그렇네? 오늘은 뭐 먹지?"
라며 갸우뚱하는 것까지 보였다. 길드건물의 북쪽이 오르막이라서 더욱 잘 보였던 것이다.
"얘들아! 아예 장을 보러 갈까?!"
옥상의 길드원들은 목소리가 들리는 곳을 보니 부길드장인 성지가 보여서 손을 흔들어주었다.
"성지언니! 어서와요!"
"누님, 집에서의 볼일은 끝났습니까?!"
예나와 인기의 말에 성지는 고개를 간단히 끄덕이는 것으로 답했다.
'길드.. 그리고 우리 사람들..'
성지는 하위길드지만 가족처럼 지낼수 있는 길드원들과 함께라서 행복했다. 다시 이렇게 북적거리면서 지내게 될줄은.. 성지는 핸드백에 넣어둔 사진을 매만지며 길드원들을 바라보았다.
-그날 저녁-
길드엔 식재료가 꽤 남아있었지만 레이드를 위한 식량들이라서 저녁은 장을 봐서 차렸다. 마침 제철인 고등어와 갈치를 샀는데 길드에서 생선을 요리하긴 처음이었다. 성지는 영희를 위해 두부를 잔뜩 사서 두부로 요리할수 있는 온갖 것을 만들어냈다.
"철우씨, 요리 꽤 잘하네요?"
"혼자 살다보니까요."
식재료를 아껴야 했지만 중노동에 가까운 짐꾼일을 위해선 단백질섭취는 필수라 철우는 집에 있을땐 생선위주로 해먹었었다. 그래서인지 생선요리를 잘하게 되었다.
'치이익~'
'치익~'
철우가 던전에서 가져온 후라이팬으로 갈치를 굽고 있을때 성지는 아예 후라이팬을 하나 더 사서 영희전용으로 두부를 굽고 있었다. 채식만 하는 사람들에겐 같은 주방도구를 쓰면 안된다는 것을 들어서였다.
"네. 여기서 저녁먹고 가요."
영희가 작은 핸드백에서 폰을 꺼내어 사범인 친척분에게 전화를 하고 있었다. 영희는 통화할때만 폰을 꺼내서 사용후에 넣었는데 폰하나도 들고 있기 힘들 정도의 근력을 지녔으면서도 아까 날카롭고 무시무시한 시열이의 공격을 무효화시켰다는 것이 신기했다.
'시열이놈. 큰코다쳤겠군.'
성지는 이렇게 남이 골탕먹는 것에 기분이 좋아진 적은 처음인것 같았다. 요샌 시열이놈이 말을 잘 드는것 같긴 했지만 대놓고 자신의 말을 듣지 않을때가 많아서였다.
'길드장님은 충성이고 부길드장은 우습냐? 시열이놈, 이번엔 무알콜도 안 봐줘.'
그때 한동안 보이지 않았던 시열이 옆에서 밤껍질을 손질하고 마른 다시마를 불에 불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직접 사온것인지 전복을 애지중지 옆에 두었다.
"그건 뭐냐?"
성지가 물어보자 시열이 대답했다.
"내일 사용할 것입니다. 하나라도 건들면 안됩니다."
뭐에 사용하는지 모르겠지만 길드원들중에서 몇명은 눈치챈것 같았다. 영희,용찬,은성이의 눈이 빛났지만 깜짝파티라도 되는지 설명해주거나 하지 않았다.
"자 다함께 먹자!"
"감사합니다!"
길드원들이 저녁식사를 시작할 즈음에 뭔가 잊은게 있어서 떠올려보니 길드장님이 아직 오지 않으셨다. 그래서 성지가 연락해 봤는데
'마침 나도 전화를 한다는게.. 먼저 먹어둬. 난 협회문제때문에 알아서 저녁먹을게.'
라는 답변이 들어와서 바로 식사를 시작했다.
"두부가 너무 많지만 잘 먹겠습니다."
영희는 소식을 하는것 때문에 10개만 굽거나 삶아서 만들었는데도 두개만 먹고 주위사람들에게 전달했다. 특히 밥그릇도 작아서 사실상 간장종지수준이었다. 모두들 너무 적은 것은 아닌가 생각했지만 그마저도 무척 천천히 식사를 했다.
'어느 프로그램에 밥숟갈하나만으로 식사를 끝내는걸 본적이 있는데 사실이었네..?'
성지는 세상이 넓다는 것을 새삼느꼈다.
-헌터협회-
"그러니까 수요일당일에 C급던전이 나오는 게이트가 나오면 연락해달라는 것이죠?"
"그렇습니다."
이고설은 그날따라 협회가 바쁘다보니 저녁때가 되어서야 직원을 만날수가 있었다. 협회직원은 비교적 신인이었는지 이고설의 체렉길드가 특수한 길드라서 1년간 세금면제고 C급던전도 1년간 무료로 이용할수 있다는 정보를 보면서 기가 찼다. E급길드니까 상징적으로만 C급출입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타길드의 힘을 빌려서 들어간다고 한다.
'규정이 어긋나는건 아니지만 협회에서도 손해인데? 안그래도 C급던전을 구하려는 길드가 많아서 경쟁이 장난아닌데 공짜로 들어간다고?'
물론 체렉길드는 C급던전엔 공짜로 들어가더라도 의뢰한 두곳의 길드에 의뢰비를 주고 나면 허가비보다도 돈이 든다. 하물며 의뢰한 길드에서 전원이 참가한다고 본다면 오히려 적자라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E급따위가 C급에 들어가려 하냐며 배알이 꼴렸다. 게다가 새로 생긴 것도 알려달라고 한다. 허허.. 참,
"알겠습니다. 하지만 C급던전이 매일 생기는 것도 아니니까 당일 게이트가 생성되지 않아도 이해부탁합니다."
협회직원은 수요일에 C급 게이트가 생성되건 말건 다른 곳에 팔고 돈도 안되는 체렉길드의 부탁은 무시하기로 했다. 물론 체렉길드가 따로 알아보고 따지면 타길드에서 압력이 들어왔다고 둘러대면 될 것이다. E급뿐인 길드는 체렉 한곳뿐이니까 타길드들은 전부 상위길드라서 따지기도 힘들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후원금입니다. 협회장님에겐 괘념치않고 받아달라고 해주십시요."
봉투를 건네주는 그자가 협회장님을 거론하는 것을 보니 친분이 있어보였다. 그렇다면 E급에겐 과분한 특수길드의 혜택도 이해가 가기 시작한 협회직원은 서둘러 생각을 바꾸었다.
"요새 재정상황이 좀 힘든편이라 흔쾌히 받으실 것입니다."
"그럼,"
이고설이 사라지자 봉투를 살펴본 협회직원은 5억원의 수표가 담긴 것을 보게 되었다.
"세상에나?!"
5억원정도면 C급던전을 5개나 사들일수 있는 금액이었다.
-구로동 스테이크전문점 '오케이목장'-
이고설은 오랜만에 이곳에서 스테이크를 저녁으로 먹기로 했다. 마치 서부배경을 한 컨셉의 스테이크점이라서 상류층들이 찾는 딱딱한 곳과는 다른 동네고깃집 느낌이라 더 좋았다. 카우보이복장을 한 주인과 스테이크만 아니었다면 평범한 삼겹살집으로 생각해도 될 정도였다. 이고설이 저녁을 스테이크로 삼는 이유는 고향땅에서 살때는 고기가 밥이었기 때문이다. 빵과 야채등은 반찬이었고 최소 1kg에 달하는 고깃덩이가 밥이었다. 물론 고려인 집안이기 때문에 집에선 쌀밥이나 빵을 주로 먹었고 고기가 반찬이었지만 말이다.
"다른 곳은 미식이라며 짤막하게 나오는데 여긴 호쾌하게 나오네?"
"그렇죠? 고기는 아끼는게 아닙니다. 손님,"
카우보이복장의 주인은 만화에서만 나올것 같은 나무토막크기의 T본스테이크를 내놓았다. 크기만큼 비싸서 쉽게 사먹는 사람들은 적었지만 이고설에겐 아무 문제가 없었다.
"우읍, 한국에서 살면서 제대로 된 스테이크는 처음이야!"
"손님, 귀화외국인이신가 보죠?"
열심히 칼질을 하며 먹고 있는 이고설은 항상 듣던 질문이지만 고기맛에 감탄해서 개념치 않고 대답해 주었다.
"집안이 고려인인데 오래전에 이곳으로 와서 살고 있소."
"그러시군요."
주인은 더는 묻지 않고 스테이크전문점이면서 서부요리점이라고 알려주면서 서비스로 카우보이들이 즐겨먹던 콩요리를 내놓았다. 마트에서 흔히 볼수 있는 케찹을 넣어만든 콩통조림하고 비슷했는데 메이플시럽이 들어간 것이 좀 더 달랐다. 그리고 빵도 오븐에서 구운게 아니라 서부전통식으로 화덕의 재로 구운 것으로 대접했다.
"고기를 좋아한다면서 정작 이렇게 큼지막한 것을 먹는 분은 드물었죠. 정말 잘 드십니다. 손님,"
"고맙소."
이고설이 나무그루터기수준 크기의 스테이크를 썰고 있을때 새로운 손님들이 들어왔는데 5명의 여성손님이었고 그중 4명이 주인장처럼 카우보이복식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한명은 농구선수처럼 키가 컸고 일본제국 시절 해군복하고 비슷한 것을 입고 있었는데 하의가 치마라서 제독옷을 여성용으로 리폼한것 같았다. 그래서 처음엔 손님이 아니라 이곳에 새로 들어온 직원인줄 알았다. 그런데..
"이야~! 카우보이, 아니 카우걸아가씨들이 이곳을 방문하다니 놀랐네요. 어서오세요."
라고 주인장이 말해서 손님인 것을 알았다. 5명중 제독옷을 입은 여성과 카우보이복장을 한 한명은 동양인으로 보였는데 이 나라에서 이 정도로 특이한 옷을 입는다는 것은 거의 외국인일 것이다.
"무츠미=쨩, 나니가 타베루?"
일본어가 나온 것을 보니 외국인이 맞았다. 예전에 일본인은 무조건 사무라이복장을 해야 한다는 편견은 버리라는 말을 지인에게 들은 적이 있는데-이미 시열군때문에 편견이 깨진..- 눈앞의 아가씨가 딱 그랬다.
"와타시노 나마에와 무츠! 무츠미가 아리마셍!"
"예스. 예스."
이고설은 일본어를 대략적으로 알고 있어서 카우보이, 아니 카우걸 아가씨가 메뉴주문하다가 친구(?)의 이름을 잘못 불러서 싸웠다는건 알수 있었다. 하지만 일본어보다 더 잘알수 있었던 것은 손님들이 전원 헌터라는 것이다. 그중 카우걸 복장의 동양인 아가씨 마력이 제일 높아서 A급 최상위는 되어보였다. 그리고 전원 권총등의 총을 지니고 있었고 무츠라 불린 아가씨는 여기에 기병도까지 착용했다. 권총? 총?! 총기불법국가인 한국에서?!
댓글 영역
획득법
① NFT 발행
작성한 게시물을 NFT로 발행하면 일주일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최초 1회)
② NFT 구매
다른 이용자의 NFT를 구매하면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구매 시마다 갱신)
사용법
디시콘에서지갑연결시 바로 사용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