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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에 관한 오해

맥루한(218.38) 2022.06.15 21:59:32
조회 19689 추천 25 댓글 2
														

이런 게시판도 있네요. 신기해서 글을 남깁니다.


안녕하세요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졸업생입니다.


미디어커뮤니케이션 분야에 대한 열정으로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아마 주로 고등학생들이겠지요)을 위한 몇 가지 조언을 남기려고 합니다.


아마 여러분 중 어떤 분들은 다음과 같은 오해를 하고 계실 확률이 높습니다.


1. 나는 기자, PD, 영화감독, 작가, 콘텐츠 크리에이터 등 미디어커뮤니케이션 분야 종사자가 되고 싶으니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에 진학해야겠다.


오해십니다.


저는 나름 좋은 학교의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를 졸업했습니다. 그러나 제 동기들을 보면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인데도 기자, PD, 영화감독, 콘텐츠 크리에이터 등등등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직종에 종사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가 아니었는데도, 좋은 기자, PD, 등등등 되어 잘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특히 다른 학과임에도,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을 부전공, 복수전공, 연합전공 등의 형태로 second major로 택한 다음에, 미디어커뮤니케이션 분야에 진출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실제로 여러분이 기자나 PD나 영화감독이나 이런 사람들의 프로필을 찾아 보시면, (여러 번 찾아 보세요)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출신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드뭅니다. 특히 네임드 기자, 네임드 PD, 네임드 감독 등은 전혀 다른 학과 출신인 경우가 정말 정말 많습니다. 여러분 머리 속에 생각나는 기자, PD, 작가, 감독 등등의 이름을 검색해 보세요.(예를 들어 볼게요. 손석희 앵커. 국문과입니다. 나영석 PD. 행정학과입니다. 봉준호 감독. 사회학과입니다.)


전해 듣기로, 조선일보는 오히려 법대 출신을 선호한다고 합니다. 또한 문학과, 사학과, 철학과, 경제학과, 정치학과 출신들도 기자가 될 수 있고, 오히려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출신들보다도 더 잘할 수 있다는 건 제가 직접 보고 듣고 있는 바입니다. PD, 감독 등등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라고 해서 이러한 직종에 진입하는 데 가산점이 되는 것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해당 분야의 채용담당자들도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출신들이 더 잘할 거라고 딱히 뭔가를 더 기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여러분이 여러분이 원하는 직종에 진입하는 데 현실적으로 장벽이 되는 것은 '학벌'입니다. 냉정하게 말해서, 서울대 영문학과 출신이 기자, PD 되기가, 서울대 아닌 대학의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출신이 기자, PD 되기보다 10배는 더 확률이 높을 것입니다. 여러분이 정말 메이저 언론의 기자나 PD가 되고 싶다고 한다면 '학과'는 변수로 생각하지 마시고 '학벌', 오로지 학벌을 고려하셔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스카이캐슬입니다.


현장의 종사자들도 인재를 채용할 때 학과보다도 학벌을 훨씬 먼저 볼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요즘 고대 나와서도 기자 하나?'라고 생각하는 이회창 전 대법관 같은 분들의 사고가 통용되는 나라입니다.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플랫폼 기업에 가고 싶다고 하더라도 학과보다는 학벌이 중요합니다. 학과는 거의 의미가 없습니다. 차라리 이과면 유리할 것입니다. 컨텐츠 기업에 가고 싶다고 하더라도 역시 학과보다는 학벌이 중요합니다.


2.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을 열심히 공부하면 더 대단한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분야 종사자가 될 것이다.


오해까지는 아니어도, 꼭 그렇지 않습니다. 그럴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냥 뭐든지 열심히 하는 사람이,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공부도 열심히 할 것이고, 나중에 해당 분야에서 일도 열심히 잘 할 것입니다. 그래서 '상관관계'는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인과관계'인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한국의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은 '사회과학적'입니다. 그리고 '이론적'입니다. 즉 직업 교육이라기보다는 이론적 연구를 위한 교육인 측면이 큽니다.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을 열심히 최선을 다해 공부하면 훌륭한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훌륭한 기자, 훌륭한 PD, 훌륭한 작가, 훌륭한 출판인, 훌륭한 컨텐츠 크리에이터, 훌륭한 플랫폼 회사 멤버 등등이 될 수 있는지는 매우 물음표입니다. 물론 요즘에는 다량의 데이터를 활용하는 능력이 중요하고, 사회과학 공부는 그 능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기는 합니다만.


한국의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은 미국의 커뮤니케이션학의 영향을 받았고, 특히 미국의 아이비리그의 연구 중심 대학들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물론 미국은 땅이 넓은 나라라서 실용적인 직업 교육을 하는 대학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미국 커뮤니케이션학의 이런 실용적 직업 교육보다는 아무래도 연구중심대학들의 학풍이 한국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에 주된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연구중심대학의 커리큘럼은 훌륭한 연구자를 길러내는 것을 상정하고 있습니다. 이 커리큘럼들을 완벽히 소화하면 여러분을 훌륭한 연구자가 되겠지만, 그것이 여러분을 훌륭한 직업인으로 만드는지 그건 의문입니다.


3.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에 가면 미디어커뮤니케이션 분야로 가야지, 다른 분야의 종사자는 되지 못할 것이다.


이것도 오해입니다.


여러분이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로 가더라도, 다른 진로는 열려 있습니다. 고시, 공무원, 자격증, 로스쿨, 일반 대기업, 중소기업. 여러 진로가 열려 있습니다. 제 경우도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다른 직역에 와서 잘만 종사하고 있습니다.


낙관적으로 말하면, 여러분이 좋은 학교를 졸업하게 되었고, 학점이 좋다면, 여러 분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라고 하더라도, 전혀 상관없는 다른 진로로 잘만 갈 수 있습니다. 비관적으로 말하면, 여러분이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를 졸업하게 되었다면, 문과이므로, 어느 학교를 나왔건 간에, 첫 직장 구하기가 아주 힘들 것입니다.


4.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에는 통일된 커리큘럼이 있다. 이 학교와 저 학교가 같은 것을 배운다.


이것도 오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은 일단 이름부터 학교마다 다채롭습니다.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언론정보학과, 신문방송학과, 광고홍보학과, 언론영상홍보학과 등으로 천차만별입니다. 이름은 같더라도 통일된 하나의 실체가 있지 않은가? 그것도 의문스럽습니다.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은 미국에서 주로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학문을 수입해 온 것입니다. 미국이라는 커다란 땅덩어리에는 50개의 주가 있고, 20세기 후반에 걸쳐 각 주마다 대학들이 우후죽순 등장하면서,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도 함께 급 성장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학문 전통이 섞이면서 '분야'가 형성되었습니다.


가령 미국의 어떤 대학에는 저널리즘 학과가 있습니다. 퓰리쳐의 기부로 세워진 학과로, 퓰리쳐가 후배 언론인들을 양성하기 위해 설립한 학과이고, 그래서 기자 양성이 주로 이뤄졌다고 합니다. 미국의 다른 어떤 대학에는 수사학과가 있습니다. 영국의 옥스퍼드 케임브리지의 수사학 교육의 전통을 잇는 학과입니다. 그 목표는 인문학적 교양인의 양성입니다. 또 어떤 대학의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는, 국방부의 연구 사업을 수주해 군인들을 대상으로 영화 실험을 하던 곳이고, 어떤 대학의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는 미국 행정부의 연구 사업을 수주해 텔레비젼 시청자 조사 연구를 하던 곳입니다. 어떤 학과에서는 사회학이나 인류학과 오히려 더 비슷하다고 해야 할 문화 연구의 학풍이 강합니다.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의 학통은 이처럼 '다양'합니다. 그래서 하나의 '통일'된 커리큘럼이 없습니다. 이러한 특징, 좋게 말하면 '다양성', 나쁘게 말하면 '비통일성'은 우리나라의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에서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그래서 아마 여러분이 어느 대학의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를 가든 여러분은 '내가 뭘 배우고 있는 거지. 뭔가 열심히 하긴 했는데 뭘 배웠는지 모르겠네'라는 생각으로 졸업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리고 만약 여러분이 진학한 대학의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에서 여러분이 어떤 통일된 커리큘럼을 배우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아마 여러분은 여러분의 학교의 독특한 특성 때문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의 아주 일부분만 경험하고 있는 겁니다.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은 정치학, 경제학, 심리학, 사회학, 인류학 등등의 다양한 학문 분야들의 '교차로'인데 '용광로(멜팅 팟)'은 아니고 '샐러드 보울'과 같아서 서로 다른 학문들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은 이 모든 것이지만, 이 중 어느 것도 아니기도 합니다. 좋게 말해 가능성이 사방으로 열려 있고, 나쁘게 말해 어정쩡합니다. 여러분은 그 어정쩡함의 와중에 있게 될 겁니다. 이 점을 좀 고려하고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에 진학해야 합니다.


여러분이 많은 오해를 하고 있는 만큼, 저도 많은 오해를 하고 있을 겁니다. 그래도 이 글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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