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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사보타주앱에서 작성

은발적안중졸빈유미소녀여중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7.27 00:2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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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작. 퇴고 없음. 습작.





살갗에 어둠이 스며든다. 땅 속의 젖은 흑토에 스미는 어둠이 내 몸에도 똑같이 스몄다. 최대한 보이지 않게 은닉한 비트, 내 한 몸이 꾹 들어가는 땅 속 공간 아래서 저 멀리 모든 곳에 확실한 어둠이 스미길 기다린다. 은거지가 완전히 숲과 동화하고, 나의 몸이 옆을 지나가는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을, 그 시간을 기다렸다.

그리고 기다림은 길지 않았다. 땅이 어둠에 숙성되었다. 그걸 충분히 느끼고 나는 내 굴에서 나왔다. 주변을 나뭇가지로 위장하고, 묻어둔 군장을 파헤쳐 꺼냈다. 낙하할 때 가져온 군장보다는 훨씬 가벼웠다. 거의 남지 않은 물자가 눈에 자꾸만 쓸렸다.

손에는 탄환이 잡혔다. 탄창에 한발씩, 조용히 삽탄된다. 폭파조끼에서 꺼낸 알미늄 탄창은 사람의 온기를 머금었다. 장갑 너머로 느껴지는 온기를 잡고 땅에 묻혀 차가운 구리탄피가 서로를 밀고 입구로 들어간다.

탄창이 묵직해지고, 조끼의 주머니가 묵직해지고, 나는 머리에 쓴 부니햇을 방탄모로 바꿔썼다. 등이 원래보다 무겁게 느껴지는 폭약을 지고, 가슴이 하나씩 회수한 뇌관을 짊어졌다. 무전기와 헤드셋은 군장 옆에 같이 묻혔다. 스피커 너머로 이야기 해줄 사람이 없었다.

"후읍."

숨을 마셨다. 수통에 여남은 물이 찰랑거리는 소리가 유난히 컸다. 귀는 그리로 향했으나 머리는 필사적으로 산 아래를 향했다. 낮서부터 봐둔 중공군 전초기지가 눈에 보였다. 원래라면 지엯대서 네 팀이 모두 모여 사보타주 했어야 할 목표였으나. 어째서인지 우리 팀은 아예 증발했다.

오면서 어지럽혀진 은거지를 발견했고. 핏자국을 발견했으니 상황검증이 그리 어렵다거나 한 건 아니였다. 은거지를 습격당한 중대는 모두 와해됐다. 한 둘은 퇴출했을지도 모르니 나는 그것에 희망을 걸고 시간을 지켰다.

온통 민둥산인 북한 땅에서. 땅바닥에 널린 풀은 유난히도 바삭거렸다. 트럭에 밟혀 으스러진 풀때기조차 내 신경을 앗아갔다. 조금씩. 고양이처럼. 사람이 가장 피곤한 시간에 나는 모든 정신을 곤두세우고 기었다.

무겁게 느껴지는 무릎보호대는 이미 버렸다. 마지막 남은 건전지가 마지막 수명을 불태우면서 붉은 광점을 띄웠다. 손으로 더듬으며 높낮이를 파악하고. 저 먼 산과 하늘의 경계를 보고 위치를 가늠한다. 이 섹터의 지형은 백지에도 그릴 수 있다. 머릿속으로 하는 독도법도 정확도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얼마간을 더 기어서 고가초소 밑으로 왔다. 초소 위로 올라선 군인들의 기척이 없다. 그들은 자고 있는가? 알 수 없었다. 몸을 숙이고, 군홧발을 조심스럽게 옮겼다. 얼설한 계단의 프레임이 허튼 소리를 내지 않도록. 차분히 눌러가면서.

초소 위론 둘이 있다. 하나가 굳은 몸으로 앞을 보고있다. 검은 윤곽에 헬멧으로 뭔가 튀어나왔다. 야시경이다. 월광이 적어서 유효한 가시거리를 얻기에는 역부족일테다. 미군의 폭격으로 등화관제가 더 엄격해졌으니. 불을 킬 수도 없을 것이고.

몸이 풀어져 자고 있는 놈에게 다가갔다. 가슴팍에 놓은 대검을 오른손에 잡고. 어둠 속에서 목의 위치를 가늠했다. 혈관이 흐르는 곳. 빠르게 찌르고 뽑아야 한다. 일부러 전투복을 냄새가 덜 나는 것으로 입었다. 내 것이 아닌 다른 이의 것이었다.

놈의 몸은 꽤나 무거웠다. 대검을 머리와 어깨 사이로 내질렀다. 뼈에 박히지 않도록 조심한 일격이었다. 놈의 입이 아주 뻐끔거렸다. 손 너머로 입의 움직임이 읽힐 것 같을 정도로. 거칠고 따뜻한 숨이 끈적한 액체와 함께 뿜어져 나온다.

비릿한 핏내가 바로 풍겼다. 나머지 하나와는 초소 안에서도 꽤 거리가 있었다. 대검을 고쳐잡았다. K7을 갈기기엔 아직 일렀다. 이 놈은 몸이 굳었다. 비슷한 방식으로 주변에 피를 뿌렸다.

다시 내려가다가. 언뜻. 야전 유선전화기가 보였다. 초소마다 설치된 물건일 것이다. 지나치려다가 흠칫 멈췄다.

수화기를 들고 귀에 댔다. 수화기 너머로 나직한 목소리가 퍼졌다.

​대한민국 만세. 착한 짱개는 죽은 짱개다.

나는 비로소 몸이 탁 풀리는 것을 느꼈다. 내 조끼의 폭약을 툭툭 쳤다. 이제서야 그것들이 제 무게로 느껴지는 것처럼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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