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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연작] 너를 만나는 시간은 짙은 코랄(4)

코코호두(175.210) 2019.12.15 22:45:47
조회 190 추천 17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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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처음 봤을 땐 이성(異姓)적인 관심보다는 그저 신기했다.


나와 같은 인류가 맞나, 저 사람은 어떻게 저렇게 생겼을까?


눈은 왜 이렇게도 예쁠까, 얼굴뿐만 아니라 머리부터 발 끝까지 예쁜 게 가능할까와 같은 의문의 연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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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역은 재송, 재송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그러한 물음에서 겨우 빠져나와 정신이 들었을 즈음, 그녀의 연락처를 물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조금씩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뭐, 벌써 재송이라고? 앞으로 3 역 남았고, 쟨 어디서 내릴까?


전화번호 물어 보면 부담스러워하겠지? 그럼 인스타 아이디 물어볼까?


지금 당장 아니면 그냥 같이 내릴까? 아 어쩌지...'



이렇게 고민하는 와중에도 몇 가지 분명한 건 있었다.


얼마 동안은 문득 그녀가 떠오를 것 하나와, 


지금 용기를 내지 못하면, 그 때마다 나는 오늘의 나를 나무랄 것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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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역은 벡스코, 벡스코역입니다."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마도 벡스코역에서 내리는 거겠지.


아직 물어볼 용기는 안 났지만, 나도 우선 일어섰다.


조금씩 나를 부추겨 출입문 근처에 서있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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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누가 내 목소리에 자물쇠를 채운 것일까?


더 이상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저라는 외마디도 너무 초라한 나머지 그녀에게 닿지 못했다.


나를 보기는 커녕, 의식하지도 않은 것 같았다.


그리고 문이 열렸고 내렸다.


그녀 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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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그렇지, 내가...


또 어차피 물어봐도 까였겠지하고 스스로를 위안해 보기도 했다.



그렇지만 오늘도 작아진 나는 


내가 조금 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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