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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리보위츠를 위한 찬송 작품해설 사태에 대한 추억

gksrud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8.03 16:47:20
조회 1609 추천 25 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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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작품의 해설 글 중 엽기적인 사례가 하나 있습니다.

시공사 그리폰1기로 나왔던 <리보위츠를 위한 찬송> 한국어 초역본의 해설글입니다.

사연은 이러합니다.

  

1990년대 중반 시공사는 번역자이자 출판기획자 K모씨와 손잡고 그린폰 북스라는 SF 시리즈를 만들었습니다.

이미 추리소설 시리즈 시그마 북스로 나름대로 좋은 평판을 얻고 있어서, SF 시리즈도 새로 시작하였던 것이죠.

출판기획자 K모씨의 역량도 탁월하였고, 당시까지 정식 번역에 목말렀던 작품들을 엄선하여 출간을 진행하여서

독자들의 평가는 대단히 높았습니다 - 지금까지도 최고로 치는 SF 고전들의 번역본이 잇달아 초역되어 나왔죠.

  

그런 과정에서, 출간 리스트에 있었던 필립 K. 딕의 <높은 성의 사나이> 차례가 되었습니다.

번역자로 섭외된 오모씨에게 정식으로 번역 의뢰가 갔고, 오모씨는 번역을 완료하여 원고를 출판사에 넘겼습니다.

그런데... 출판사에서 수령한 오모씨의 번역 원고를 기획자 K모씨가 검토하던 과정에서,

번역원고가 하도 엉망이어서 기획자 K모씨는 이런 번역으로는 출간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전달하였습니다.

애당초 시공사 그리폰북스 1기는 번역을 겸하는 SF 매니아 K모씨가 주도하여 출판사를 설득하여 기획된 것이었고,

따라서 출판사 편집부의 의사 못지 않게 해당 기획을 주도한 기획자 K모씨의 의견도 중요하였습니다.

어떻든 번역을 생업으로 삼고 있기도 하였던 K모씨의 판단은 완전히 그릇된 것은 아니었죠.

- K모씨는 (외교관 자제였던 관계로) 번역이나 해외서적 출판 기획을 위해 필요한 영어 능력도 좋았지만,

한자로 이루어진 단어도 능란하게 다루는 문장력이 상당한 사람이었고 그 바람에 일어 중역 의심을 살 정도의 실력자였거든요.

  

그런 사람이 번역 원고의 문장력이 형편없어서 출판하지 말자고 말릴 정도였으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출판사에서 일단 해당 번역원고로 책을 출간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 번역을 의뢰하여 원고료를 지불하여 원고를 받았으므로, 출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기획자 K모씨는 끝까지 출간을 막으려 하였고, 심지어 "무료로 내가 다 번역해 주겠다 - 이 원고는 안된다"라고 저항하였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책의 출간이 강행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마침 <리보위츠를 위한 찬송>의 번역본이 출간되게 되었고,
이 작품의 번역원고 역시 기획자 K모씨는 "출간불가"의사를 밝혔던 책이었습니다.

<높은 성의 사나이> 정도는 아니었지만, 어떻든 번역 퀄리티가 별로 안좋았다고 판단한 것이었죠.

번역 퀄리티가 떨어지는 책들이 애지중지 만들어낸 그리폰북스로 잇달아 출간되게 되자,

그리폰북스 1기의 기획자 K모씨는 분노가 극에 달하면서, 전대미문의 해설들을 집필합니다.


어차피 지금까지 그리폰북스 1기의 작품해설은 K모씨가 전담하여 쓰다시피 하였으므로,

이상한 일이 아니었기에 그대로 K모씨는 <리보위츠를 위한 찬송> 초역본에 대한 해설을 씁니다.

본래 기획자 K모씨의 그리폰북스 해설글들은 심도 깊은 SF에 대한 이해와 성의를 다한 장문의 글로 나름 평판이 좋았습니다.

따라서 그리폰북스를 읽는 독자들에게는 기획자 K모씨의 해설글을 읽는 것이 또 하나의 깨알같은 즐거움이었죠.

하지만 <리보위츠를 위한 찬송> 초역본에 실린 해설글은 전혀 달랐습니다.

난해한 어떤 논문 두어 편을 발췌하면서 짜맞추는 형태로 쓰여진 대단히 불친절한 논문 형식의 글이었습니다.

  

문제가 터진 것은...

해당 글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논문"을 인용하면서 발췌하는 형태의 해설글이라는 것이

천리안의 SF 동호회 멋진신세계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밝혀진 것입니다.

기획자 K모씨와 어떤 독자가 SF 동호회 커뮤니티에서 대화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그런 논문은 세상에 없다"라는 게 드러났죠.

다시 말해서 <높은 성의 사나이>와 <리보위츠를 위한 찬송> 번역본 퀄리티에 분노한 기획자 K모씨가

의도적으로 해설글에서 난해한 논문을 레퍼런스로 들먹이는 글을 쓰면서 세상에 있지도 않은 논문을 들이댄 것이고,

난해한 논문들을 잇달아 인용하는 바람에 실제로 그런 논문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독자들은 해설을 읽고 어리둥절할 뿐이었으며,

이렇게 난해한 글을 통해 가상의 논문을 레퍼런스로 활용하여 출판사를 조롱하고 더 나아가 독자들마저 엿먹이는 초유의 사태였음이 드러났죠.

   

이 해설글 사태가 발각되자...

격분한 출판사는 해당 기획자 K모씨와 영구히 결별하였죠.

물론 퀄리티가 떨어지는 번역 원고의 출간을 강행한 쪽이 원죄가 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경영을 하는 출판사 입장에서 보면 "능력이 부족해서 번역을 잘 못하는 번역자의 잘못"이라는 문제보다는

"의도적으로 출판사는 물론 독자까지 조롱하고 엿먹이는 기획자의 잘못"이라는 문제가 더 심각했던 것입니다.

결국 시공사는 해당 기획자 K모씨와 영구히 결별하였고,

심지어 해당 기획자가 번역한 <내 이름은 콘라드> 등을 다른 번역자에게 맡겨 완전히 재번역하여 재출간합니다.

분량이 길지 않았던 <내 이름은 콘라드> 뒤에 붙은 단편 <프로스트와 베타>까지 새로 번역해서 출간하였죠.

  

해당 기획자 K모씨는 행복한책읽기의 SF선집을 새로 기획하여서,

정신세계사에서 나왔던 <신들의 사회>나 시공사 그리폰으로 나왔던 <스타십 트루퍼스> 등을 재출간하였고,

테드 창 단편집 등을 새로 출간하면서 시공사 그리폰북스에서 미처 펼치지 못하였던 꿈을 다시 펼쳐나갑니다.

이후 10년 후 폴라북스(현대문학)에서 필립 K. 딕 선집을 기획하여 <높은 성의 사나이>를 재번역시켜 출간하였죠.

퀄리티가 떨어지는 책의 출간을 강행되는 것을 결국 막지 못하였던 것에 대하여

아예 제대로 된 필립 K. 딕의 작품들의 라인업을 모두 소개하는 것으로 다시 만회한 셈입니다.

  

하지만....

그런 우여곡절을 가진 <리보위츠를 위한 찬송> 번역본은,

번역 퀄리티가 그리 높지 않은데도 작품 자체의 스토리 텔링만으로도 최고의 책으로 추앙받고 있고,

이후 영구히 재출간이 안되고 있습니다.

매우 잘못된 "의도적으로 이상하게 쓴" 작품해설이 실린채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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