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음모자들The Conspirators
...라모스 브로더 제독(5966-6063 G.E.)은 5993년의 가공할만한 사건 이후 군을 어느정도 안정시켰지만, 과두정 시기의 끝을 불러온 웨인 코너를 발굴해내기도 했다...
- 인간: 성취의 열 두 천년기
...저자의 생각으로는 역사가 말하는 것처럼 코너와 보론이 마냥 악하고 브로더가 마냥 선한 것은 아니었다. 코너가 과두정의 몰락 한달 후 반역죄로 처형되었으며, 브로더가 이 시기와 이후 70년간 한 일은 모범적이었지만 이 모든 사건이 브로더의 상관이었던 에스텐 클레어(5903-5993 G.E)의 미스터리한 죽음 없이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힘을 가진 어떤 것도 과두정체만큼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고 단언할 수 있을 것이다...
-지성 종족의 기원과 역사, Vol. 8
"이것도 그라스 때문일세." 브로더가 작고 빛나는 3차원 은하 지도를 보면서 말했다.
"그라스가 죽은지 80년도 더 지났잖나." 퀸스가 답했다. "대체 그라스가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군."
"그 자가 처음이었어." 브로더가 말했다. "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는지 그가 놈들에게 보여 줬지. 군벌들이 합치면 얼마나 많은 것을 이룰 수 있을지 알게 되는 건 단지 시간문제였을 뿐이야."
"하지만 그라스 조차도 군벌들을 설득하지 못했지 않나." 퀸스가 반박했다. "그라스가 델루로스로 마지막 공격을 펼치기 전까지도 시도만 했을 뿐이었어."
"먼저 그게 가능하다는 사실부터 알아야 하니까." 브로더가 말했다. "군벌들은 무법자 무리도 잘 지휘 받으면 해군을 공격하고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먼저 배웠어야 했으니까. 게다가 그라스는 그 군벌들을 필요로 하지 않았고."
"결국에는 필요했지."
"그래 봤자 소용없었을 거야." 브로더가 말했다. "그라스의 전성기에는 군벌들의 병력을 다 합쳐도 천만 명이 채 되지 않았겠지.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 그 수는 40억에서 50억 사이니까. 지도를 한번 봐." 두 사람은 빛나는 나선으로 시선을 돌렸다. "군벌들은 커다란 진입로를 만들었지. 정말 거대해. 그리고 아직 그들에게는 그라스 만큼의 재능을 가진 사람이 없기에, 지금은 개척지대 외곽으로부터 한 조각씩 과두정을 찢어내는 데 만족하고 있지."
"그러면 왜 걱정하나?" 퀸스가 물었다. "군벌들이 델루로스로 눈을 돌리려면 영겁의 세월이 걸릴텐데."
"난 그렇게 보지 않아."
"왜?" 퀸스가 물었다.
"두 가지 이유 떄문이지." 브로더가 말했다. "먼저, 언젠가는 군벌들도 그라스가 옳았다는 사실, 즉 과두정을 정복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 델루로스를 정복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될 거야. 두 번째로, 과두정을 정복하는 다른 유일한 방법은 과두정을 조금씩 뜯어먹는 것뿐이어서 30세대는 지나야 여기 상륙하는 첫 군벌이 나올 것이기 때문이지.
"그러면 자네는 델루로스에 공격이 올 거라 생각하나?"
브로더는 어깨를 으쓱했다. "나라면, 그럴 거야. 나는 기회를 잡아서 공격하겠지. 하지만 지금 군벌들이라면 누가 알겠나? 어쩌면 해군보다 자기들과 싸우는 데 더 시간을 많이 쏟을지도. 그래도 언젠가는 결국 그렇게 될 거야."
대화는 조금 더 이어졌고, 그 후 브로더는 자기 사무실로 돌아왔다. 델루로스 방어 함대의 부지휘관으로서, 그의 일은 병력과 함대를 대기만전의 상태로 준비해두고...기다리는 것이었다.
긴 기다림이었다. 그라스는 해군이 그물을 내리기 전까지 거의 2천 광년 앞까지 다가왔었으나, 지금껏 어떤 다른 군벌도 그만치 가까이 오지 못했다. 언젠가는 놈들이 다시 시도해서 몇 광년 더 가까이 오고는 격퇴되거나 섬멸될 것이었다. 그리고 델루로스 사관학교의 최우수 졸업생이자 격찬 받은 우주전 전술 서적 두 권의 저자, 칸포르 VI의 전 대사인 라모스 브로더도 전장에서 자신의 기량을 증명할 기회만을 기다리다가 늙고 죽을 것이었다.
물론, 그가 쓴웃음을 지으며 생각했다. 아주 안정적인 직업이긴 하다. 하지만 직업 안정성의 문제는 윗사람들도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었고, 그들이 죽거나 은퇴할 때까지 승진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었다. 퀸스 같은 사람은 그걸로도 충분할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아니었다. 브로더는 그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자리를 원했고, 그 능력이 시험 받기 전에는 그런 자리를 얻지 못할 것이다.
그가 결론짓기로는 언젠가 위에 있는 사람들 절반이 살해당하는 경우에야 그는 승진할 것이었다.
이런 생각은 물론 좌절도 그에게는 전혀 새롭지 않았다. 정반대로 익숙했다. 브로더는 시간이 그저 흘러가는 데 만족할 수 없었기에 오랫동안 그래 왔다.
그래서 그가 사무실로 뛰어 들어온 그 사람을 만나 주기로 한 것이다.
"코너 씨입니까?" 그가 손을 뻗으면 물었다.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키 크고 늘씬했으며, 사무실을 앞뒤로, 특히 창문, 인터콤, 그리고 관료제의 온갖 물건들을 앞뒤로 훑어보는 크고 푸른 눈을 가지고 있었다.
브로더는 부관을 돌아봤다. "어떤 전화도, 어떤 방문자도, 어떤 통신이나 감시도 있어선 안돼. 알겠나?"
부관은 명령을 받고는 사무실을 나갔다.
"선생에게 여기 오시는 건 상당히 위험한 일이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브로더가 말했다. "이 만남에 대한 기록은 남겨지지 않을 것이고, 만일 선생의 존재가 알려지면 가고 싶은 어디로든 안전히 갈 수 있게 지시해 두겠습니다."
코너는 여전히 주변을 둘러다 보며 불만족한 듯 소리 냈다.
"방을 마음껏 둘러보셔도 됩니다." 브로더가 말했다.
코너는 마지막으로 살펴보고는 머리를 저었다.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좋습니다." 브로더가 말했다. "그러면 이제 본론으로 넘어가죠. 먼저 대체 어떻게 선생은 신분증 없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겁니까?"
"신분증은 있어요." 코너가 신분증을 보여주며 말했다.
"제가 말을 잘못 했군요." 브로더가 말했다. "물론, 제 사무실에 오셨으면 필요한 신분증은 있겠죠. 제가 궁금한 건 대체 어떻게 은하 외곽에서 여기까지 어느 쪽에서건 잡히지 않고 왔느냐는 겁니다."
"다 방법이 있죠." 코너가 말했다.
"그걸론 충분한 설명이 안 되는군요." 브로더가 말했다. "제가 이 모험에 뛰어들려면 먼저 솔직한 답변을 해 주셔야 합니다. 아니면 제 시간과 그쪽 시간을 낭비하고 계시는 거고요."
"은하계는 아주 큽니다. 제독님. 그리고 모든 우주항로를 감시하는 건 가능하지 않지요. 제 조직은 수많은 소형 상선들을 가지고 있고, 제가 그걸 소유하고 운영하며 또한 저는 개척행성 여러 곳에 무역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때문에 신분증을 위조하는 건 간단한 문제였습니다. 벨라스코는 제가 여기 온다는 걸 알고 있었고, 제게 벨타 행성계에서 벨라스코의 봉쇄선을 돌파하는 건 아무 문제도 아니었습니다.
"벨라스코라니!" 브로더가 말했다. "그를 직접 만나 보셨습니까?"
코너가 고개를 끄덕였다.
"증명해 주실 수 있습니까?"
코너는 작은 플라스틱 카드를 꺼냈다. "여기서 벨라스코의 엄지손가락 지문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컴퓨터를 돌려서 확인해 보시지요."
브로더는 그렇게 했다. 그리고 몇 분 후 컴퓨터는 그 엄지손가락 지문이 군벌들의 느슨한 연합의 핵심 인물인 벨라스코의 것이라 표시했다.
"벨라스코는 선생의 제안에 어떻게 반응했습니까?"
"제가 기대한 거의 그대로였죠." 코너가 말했다. "시리우스 V, 로딘 XI, 그리고 그 행성들의 경제적, 군사적 영향권이 대가라면 그는 제가 제안한 뭐든지 할 겁니다."
"그러면, 그 제안은 뭡니까?"
"제 지시에 따라 벨라스코가 바인더 행성계에 거짓 공격을 한 다음, 그가 완전한 사면을 대가로 델루로스에 공개적으로 충성 서약을 하는 겁니다."
"그러시겠지요." 브로더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건 진지한 일입니다. 제독님." 코너가 말했다. "이 상황에서 뭐가 재미있다는 건지 모르겠군요."
"물론 진지한 일인 건 압니다." 브로더가 말했다. "좋습니다. 다음 주제로 넘어가지요. 선생의 조직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까?"
"제독께서 동참하는 시점 전까지는 저 혼자만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코너가 말했다.
"좋습니다. 그러면 이만큼만 답해 주시지요. 델루로스 VIII에 최소 2만 명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그렇겠죠." 브로더가 말했다. "1만?"
"제독님, 저는 여기 스무고개를 하러 온 게 아닙니다." 코너가 말했다. "필요한 수보다 많다고만 말씀 드리죠."
"정말 그런지는 매우 의심스럽지만. 지금은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브로더가 말했다.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 질문을 아직 안 하셨군요." 코너가 말했다.
"그래요?" 브로더가 말했다. "그건 뭡니까?"
"왜 델루로스 VIII에 있는 모든 사람 중 우리가 제독님을 택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 생각은 이미 해 봤습니다." 브로더가 말했다. "하지만 연역하기 그렇게 어렵진 않더군요. 먼저 제 글이나 말 중 어떤 것도 선생께서 생각하시기에 선생의 대의에 동조하리라는 뜻을 내보였거나 선생을 반역죄로 처형하리라는 뜻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런 사업의 특성상 제 이름을 아무 이유 없이 떠올리지는 않으셨겠지요. 그래서 선생이 원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내 위에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추측하는 건 어렵지 않았지요. 나는 그냥 우연히 있었을 뿐이겠지요. 때에 따라서 선생은 내 전임자나 후임자도 똑같이 이용할 수 있었을 겁니다.
"유일하게 남은 질문은 '왜 내 자리가 필요한가?'이지요. 어쨌든 저는 클레어 제독 바로 아래에 있는데, 클레어 제독의 매형은 과두정 의회의 일원이기에 포섭하기엔 너무 충성스러울 겁니다. 그러므로 이건, 최소한 내 생각에는 클레어가 맨 처음에 살해당하고, 내가-최소한 일시적으로나마-델루로스 방어함대를 지휘하게 만들겠다는 의미지요.
"그러면, 선생 계획에서 왜 내가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 걸까요? 제가 떠올릴 수 있는 유일한 해답은 적시에 제가 잘못된 지시를 내릴 것이라고 기대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가 코너를 날카롭게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건 벨라스코가 바인더에 거짓 공격을 가할 때일 가능성이 높군요. 맞습니까?"
코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계속하도록 하지요." 브로더가 말했다. "벨라스코에게는 우리 군의 주력을 상대할 힘도, 그럴 생각도 없기에 선생이 우리 함대를 어디 잡아두려는 것은 선생이 델루로스 VIII에서 계획하는 일을 방해하지 못하게 하고, 승리자로써 개선하려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2만 명도 채 안되는 머릿수로, 아마 그 1/4일도 안 되는 머릿수로는, 제 생각에 선생은 일곱 과두의원들을 죽이려고 하는 것 같군요."
"아닙니다. 제독님." 코너가 말했다. "오직 6명만을 처치할 겁니다."
"누가 남겨집니까?" 브로더가 물었다.
"그건 중요한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가 7명 모두를 죽인다면 모든 것이 쟁탈전의 대상이 될 겁니다. 반면..."
"반면 선생이 한 명을 남겨두면, 선생은 과두정을 한 방에 군주정으로 바꿔 버리는데 성공하는 거지요. 그런 상황이라면, 나는 아무도 선생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으리라고 확신합니다. 게다가," 그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다른 대안이 신속하고 확실한 죽음뿐이라면요."
"그렇습니다." 코너가 말했다.
"아무튼," 브로더가 말했다. "모든 건 정말 선생이 은하계에서 가장 잘 보호받는 여섯 사람에게 신속하고 확실한 죽음을 안겨줄 수 있는가에 달려 있지요. 어떻게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까?"
"모든 과두정 의원마다 중요한 곳에 우리 사람들을 심어 놓았습니다. 별로 어렵지 않을 겁니다."
"그럴 것 같지 않군요. 각 의원마다 어마어마한 수의 경호원들이 중요한 곳마다 깔려 있을 겁니다. 게다가 타이밍의 문제가 중요합니다. 상황을 파악하고 경계를 강화하기 전에 6명 모두가 죽어야 합니다. 이 작은 문제는 어떻게 피하실 겁니까?"
거의 한 시간 동안 코너는 세워진 암살 계획의 세부 사항을 말했다. 브로더는 집중해서 들었고, 때때로 질문을 하기도 했고, 그보다 드물게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그게 끝나자 코너는 자기 의자에 등을 편하게 기댔다. "어떻습니까?" 코너가 물었다.
"개인적으로, 제가 보기에 이게 성공할 확률은 천분의 일 근처입니다." 브로더가 말했다. "무엇보다도, 선생은 남은 과두 의원이 어떻게 반응할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그가 황제 놀음을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그 자는 아마 당신이 골칫거리가 되지 않도록 선생을 처형할 겁니다. 물론, 그 자가 선생 행동에 정말 분개하는 경우에도 처형하겠지요."
"두 번째로, 과두정이 일시적인 혼란에 빠지고 명령체계가 의심받는 상황에서, 벨라스코가 우리 영역 상당부분을 떼어갈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모든 걸 드러내고는 대중적 감정을 타고 권력을 쟁취할지도 모르지요."
"세 번째로, 나는 조직 전체가 박살 나기 전에 선생이 과두 의원을 한 명 넘게 죽일 수 있을지 의심스럽습니다. 운이 정말 좋으면 두 명은 죽이겠지만, 그 이상은 거의 확실히 어림없습니다."
"네 번째로, 선생의 계획은 상당부분 제 동의에 달려있습니다. 지금까지, 나는 선생 편을 들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고, 동의하지 않아야 할 이유는 수없이 들 수 있습니다."
"먼저 말씀하신 세 이유에 대해서는 답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제독님." 코너가 말했다. "하지만 마지막 건에 대해서라면, 저는 서약을 드릴 수 있습니다.-서면으로든, 보이스테이프로든, 아니면 제독님이 원하는 어떤 형태로든지-이 일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제독님이 과두정, 또는 상황에 따라 군주정 전군의 총사령관이 되실 거라는 것 말이죠."
"정말 인상적이군요." 브로더가 말했다. "내가 그 지휘권을 받을 때 선생이 권력을 얻기는커녕 목숨부지라도 하고 있으면 그게 더 놀라울 겁니다."
"우리는 그 약속을 지키려면 의회 중 누구를 살려야 할지 아직 잘 알지 못합니다." 코너가 말했다.
"우리가 말하는 것은, 제독님, 지금까지 존재했던 가장 강력한 정치적, 군사적 조직을 뒤집어 엎는 것입니다. 이런 일의 성공과,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게 당연합니다."
"그러면 언론과 대중이 남은 과두정 의원을 이 음모의 주동자로 의심하는 것은 어떻게 막을 겁니까?" 브로더가 주제를 바꾸어 물었다.
"그 의원의 목숨을 노리는 암살 시도도 있을 겁니다. 물론 그 자는 치명적이지는 않은 중상을 입을 것이고, 암살자는 살아서 그 비밀을 말하지 못할 겁니다. 그리고 이 사건을 아무 과격한 소수 집단의 짓으로 몰아가는 겁니다. 이 일에는 책임이 없을지는 몰라도 성공의 성과는 가져가고 싶어하는 자들로 말입니다."
"그러면 준비는 얼마나 빨리 이루어집니까?"
"다음 30일 안에요." 코너가 말했다. "그러니까 클레어 제독이 거의 즉시 암살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아슬아슬한 계획이군요." 브로더가 말했다. "어째서 내가 선생이 사무실을 나서자마자 붙잡아 넘기리라고 생각하지 않은 겁니까? 어쨌든 이 대화는 감시 받지도, 기록되지도 않고 있으니 모든 혐의점을 부정하고 하룻밤 사이에 영웅이 될 수 있어요."
"물론 그렇지요." 코너가 동의했다. "하지만 이건 제가 부담해야 하는 위험입니다."
"시원시원한 손님이군요. 그건 인정해야겠어요." 브로더가 말했다. "그러면 제 결정은 언제 필요합니까?"
"오늘 저녁입니다. 제게 다시 연락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와 손을 잡기로 하셨으면 데로스 보론이라는 이름의 사람을 내일 오후 클레어 제독의 사무실로 들여보낼 방법을 찾아주십시오. 그러면 다 알아서 진행될 것이고, 제독님은 때가 되었을 때 다음 지령을 받으실 겁니다. 만일 보론이 클레어의 사무실에 못 들어가면 제독님은 저의 제안을 거절하신 겁니다."
"그러면 제가 선생과 연락할 수 있는 수단이 있습니까?" 브로더가 말했다.
"없습니다." 코너가 말했다. 그는 일어나서 사무실을 나섰다.
브로더는 앉아서 벽을 쳐다보았다. 이건 정신나간 제안이었고, 백만 분의 일 확률의 도박이었다. 이 일은 시작도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클레어가 무사할 확률도 반반이었다. 과두정이 살아남을 가능성은 천문학적으로 높았다. 그리고 설사 클레어와 여섯 과두의원들이 모두 제거되더라도, 일곱 번째 과두가 자신을 역사상 가장 강력한 지적 존재로 만들어준 자를 상대해주지 않을 가능성은 거의 무한대로 솟아올랐다. 그리고, 그는 인상을 썼다. 그가 살아남을 가능성은 그 목표된 희생자들의 가능성보다 의미 있게 높았다.
부정적인 면이 이렇게 많은데...긍정적인 면이 조금이라도 있을까? 있었다.
50개에 달하는 '어쩌면'으로 시작되긴 했지만 그가 과두정 군대의 총 책임자가 되는 것이었다.
그럴듯하지 않은가? 물론 그렇다. 개연성이 없는가? 당연하다.
하지만 불가능하지 않았다.
가장 그럴듯한 결과는 과두정이 무사히 살아남는 것이었고, 만일 그렇다면 그가 델루로스 VIII 방어함대의 부지휘관으로 남는 것은 확실했다. 더 가능성이 낮은 결과는 과두정이 무너지고, 그가 지금 조건 아래에서라면 상상도 못할 자리로 올라가는 것이었다.
그는 이 상황의 모든 관점을 놓고 고심했고, 논리가 올려다 줄 수 있는 가장 높은 자리가 지금의 자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제 본능, 직감, 경험, 인간이 기계와 다르도록 만들어준 모든 것들의 차례였다.
그는 자기 책상 위의 인터콤 버튼을 눌렀다.
"클레어 제독님? 브로더입니다. 보론이라는 자가 벨라스코에 대한 꽤 흥미로운 정보를 가지고 있습니다. 내일 오후에 그 자를 만나실 수 있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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