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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약속을 못지키는 갤주입니다

cc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12.06 22:23:25
조회 234 추천 3 댓글 1
														

 

 

 

 주말에 쓰겠다고 했는데 또 부끄럽네요..

 

 이제는 약속을 하지 말아야 할듯

 

 아무튼 근황을 적자면

 

 전 지금 회사 휴가 나와서 대전에 있습니다

 

 대전이 원래 제가 살던 집이거든요

 

 지금은 서울과 김포를 오가며 소설을 쓰고 있죠

 

 

 

 셰익스피어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는데,

 

 머릿속 기억으로 적자니 조금 자신 없어서..

 

 오늘은 그냥 저와 셰익스피어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볼까 합니다.

 

 

 아시는 분은 아실텐데, 저는 현재 장르소설로 밥벌이를 하고 있는 장르소설 작가입니다

 

 회사 전속작가로 일하고 있죠

 

 근데 저는 사실 장르소설보다는 일반문학을 쓰는 편입니다

 

 회사에서 쓰는 건 정말 밥벌이죠

 

 그렇다고 마냥 기계적으로 쓰는거냐면, 그건 아니지만요

 

 

 회사 이야기는 됐고, 저는 앞서 적은 이런저런 문학을 좋아합니다

 

 문창과나 국문과에 다니면서 수업을 받은 적은 '거의'없고(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ㅎㅎ)

 

 그냥 제 나름대로 이런저런 책들을 보고 또 글공부를 했습니다

 

 문예사조도 찾고 또 공부란 게, 호기심이란 게 그렇듯

 

 가지치기를 하잖아요? 셰익스피어는 여러 군데에서 인용이 되는 작가이기도 하니까

 

 셰익스피어를 봐야겠다고 책을 찾아봤죠

 

 그게 제가 군 전역하던 해, 2010년입니다.

 

 

 시인 김정환씨가 번역한 셰익스피어 희곡 전집을 사서 하나 둘씩 보는데

 

 와.. 재밌드만요

 

 당시 한화이글스 시즌권을 끊고 야구에도 미쳐 살던 시기이긴 했는데

 

 야구도 보고 책도 보고 그랬습니다

 

 야구장에서 책 보면 그렇게 책이 잘 읽힐 수 없습니다

 

 여러분도 한 번 해보시길..

 

 야구장에서 셰익스피어 보다가 티비에 찍힌 적도 있죠

 

 한화가 삼성한테 지던 경기였습니다. 초반인데 7대 2로 지고 있었어요

 

 

 또 다시 셰익스피어로 돌아와서..

 

 저는 글 공부를 독학으로 하면서

 

 혼자서 글을 보는 눈이나 주관을 세웠습니다

 

 글을 볼 때 크게 세 가지로 보는데요,

 

 하나는 문체(혹은 문장)

 

 하나는 캐릭터

 

 하나는 구성이라고도 부르는 플롯입니다

 

 그런데 셰익스피어 희곡은 이 세 가지가 맞아떨어지는 글이더군요

 

 물론 아닌 글도 있습니다

 

 전부는 그렇지 않지만, 그래도 제 눈에는 셰익스피어가 쓴 수많은 희곡 중 대부분이 훌륭하더군요

 

 

 특히 저는 리어왕을 재밌게 봤습니다

 

 리어왕은 저 세 부분이 가장 치밀하게 이어지면서

 

 비극의 감정을 강하게 두드리는 희곡이었습니다

 

 리어왕은 기본적으로,

 

 가장 오래 살고 가장 많이 견딘(올버니가 하는 리어왕 마지막 대사) 리어왕의 비극입니다

 

 볼 꼴 못 볼꼴 겪고, 자신은 버림받으며, 늙어 그 모든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늙음의 비극입니다

 

 이 메인 플롯이 굳건하게 서있고, 주위로

 

 다른 서브 플롯들이 이어집니다

 

 두 딸 리건과 고네릴 글로스터 백작의 서자 에드먼드를 두고 벌이는 질투,

 

 오셀로에 나오는 이아고 못지 않은 악역 캐릭터인 에드먼드와

 

 두 눈을 잃은 자신의 아버지 글로스터 백작을 챙기는 에드거

 

 왕에겐 진실을 말했으나 자신의 진실은 늦게 알아차린 글로스터

 

 그리고 또 다른 신하 켄트,

 

 아버지에게 진실한 사랑을 하고자 했던 셋째 딸 코델리어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광대..

 

 이걸 거칠게 정리하자면

 

 딸과 아들을 포함한 두 신하의 아들이 서브플롯입니다

 

 이 서브플롯 나름대로 이야기를 가지고 있으면서

 

 또한 유기적으로 메인플롯에 녹아들고

 

 마지막 리어왕의 결말에 힘을 불어넣어주고 있지요

 

 셰익스피어 희곡 중에서는 꽤 두꺼운 편이지만

 

 그래도 책으로 읽으면 그리 길지 않은 이야기인데

 

 와... 보면서 감탄했습니다

 

 이런 글 한 편만 써도 여한이 없겠다

 

 이런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셰익스피어는 글로... 정확히는 공연으로 돈을 번 사람입니다

 

 자기 글로 공연해 돈을 벌었고 또

 

 왕의 극단에 들어가서 부와 명성을 챙겼지요

 

 셰익스피어는 제 모델입니다

 

 물론 셰익스피어 인성이 그리 좋지 않아

 

 자신의 극단원들을 착취했다는 기사도 있는데

 

 당연히 그런 점은 닮고 싶지 않구요..

 

 셰익스피어의 글

 

 글로 밥벌이를 했던 행적, 이런 것들을 닮고 싶습니다

 

 

 잘 될지 안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글 써서 밥벌이를 하고 있으니

 

 전에는 가슴 속에 품은 발아하지 못한 소망에서

 

 이제는 싹이 텄다고도 할 수 있을 겁니다

 

 미국의 유우우우우명한 비평가 해럴드 블룸은

 

 세계 문학의 천재들이란 책(원제는 지니어스)에서

 

 아이리스 머독에게 이런 평가를 내립니다

 

 '아이리스 머독은 셰익스피어를 따라가길 원했으나, 실패했고, 그 실패마저 다른 글의 수준보다 한참 높다'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뭐 대강 저런 평가였어요

 

 어떻게 보면 꽤 비참한 평가이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자랑스러울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저런 대문호랑 비교할 정도인게 말이에요

 

 저도 셰익스피어를 따라가다 보면 굉장한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그게 세계문학사에 이름은 올리지 못하더라도요

 

 잘 돼서 엄청 굉장한 글을 쓰면 더 좋은 거구요

 

 뭐 잘 되면 좋은 거 아니겠어요?

 

 

 - 내 왕관은 가슴 속에 있지, 머리 위가 아니라. 다이아몬드와 인도 보석으로 뒤덮여 있는 게 아니라오. / 헨리 6세, 헨리 6세 3부, 3막 1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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