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약속대로 벌칙수행 시간이야."

텅 빈 교실 안 잔뜩 긴장한 표정의 니시카타에게 책상에 걸터앉은 타카기가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하,하지만 타카기양! 아무리 승자가 원하는거 모든지 들어주기로 했다지만 이건 너무하다구.."

"하지만 니시카타가 끈질기게 승부하자고 졸라댔었잖아? 이번엔 반드시 이겨주겠다고 말야."

니시카타는 말문이 막혀 뭐라 알수없는 신음을 흘리다 이내 체념한 듯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런 니시카타를 귀엽다는 듯 바라보던 타카기는 손가락을 실내화 뒷꿈치에 넣어 반쯤 벗기고 발에 실내화를 매단채로 다리를 흔들거렸다.

"오늘은 유달리 더웠지, 거기다 스타킹까지 신었고."

창문으로 노을이 지고 그 빛에 타카기가 신은 검은 스타킹이 번들거렸다. 고개를 숙인 니시카타의 시선에 반쯤 드러난 타카기의 스타킹 신은 발이 들어왔고 니시카타는 붉어지는 얼굴을 들키지 않으려 더욱 고개를 숙였다.

하루종일 무더운 실내화 안에 갖혀있던 스타킹에 감싸진 타카기양의 발.. 니시카타는 자기도 모르게 과연 그 안에서 어떤 냄새가 만들어 졌을지 궁금하다는 생각이 들며 가슴이 콩닥거렸다.

"궁금 해 하고 있지?"

"?!! 무,무슨 소리야 타카기양, 난 절대 그런 냄새따윈 궁금해하지 않는다고!"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든 니시카타가 히죽 웃는 타카기를 바라보고 아차 싶어 다시 고개를 숙였다.

"음? 냄새? 난 그저 왜 이렇게 더운 날 스타킹을 신고왔는지 궁금해 할까 그랬는데."

'타,타카기야아앙...!'

마음속으로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 니시카타의 귀에 탁 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고 살짝 놀라 눈을 뜬 니시카타의 눈에 실내화가 벗겨진 타카기의 발이 들어왔다.

"니시카타가 궁금해하던 냄새는 뭐였을까, 궁금하네."

간질간질한 타카기의 목소리와 함께 스타킹에 감싸진 발가락이 이리저리 꼼지락 거렸다. 노을빛을 받아 번들거리면서 따끈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는 타카기의 발을 보며 니시카타의 가슴은 더 거세게 뛰어올랐다.

"타,타카기양..그게..."

"내기하자 니시카타."

내기라는 말에 니시카타가 의아한 표정으로 타카기를 바라봤고 타카기는 반대쪽 실내화까지 벗은 후 두 발을 모은 채 말했다.

"니시카타가 1분 동안 아무 소리 내지않고 내 발 밑에 얼굴을 대고 있으면 니시카타의 승리로 해줄게. 이번에도 승자가 원하는 건 뭐는지 들어주는걸로."

"1분동안?!"

"싫어? 니시카타의 궁금증도 풀 수 있는 기회같은데."

타카기는 눈을 가늘게 뜬 채 니시카타를 바라보았고 니시카타는 잔뜩 빨개진 얼굴로 굳어있다 이내 천천히 몸을 숙였다.

'그래, 1분이야. 딱 1분만 버티면 이번엔 타카기양을 이길 수 있어.'

혼자 되내이며 쪼그려 앉은 니시카타의 눈 바로 앞에 타카기의 두 발이 모아져 있었다. 얼굴의 피부에 발에서 나는 더운 온기가 화악 끼쳐오고 니시카타는 침을 꿀꺽 삼킨 후 타카기의 양발에 얼굴을 갖다댔다.

"키득"

타카기의 웃음에 니시카타는 순간 움찔 했지만 이내 얼굴에 닿은 축축하면서도 따스한 온기와 코로 들어오는 냄새로 자기도 모르게 털썩 무릎을 꿇어버렸다.

'이게..타카기양의 냄새...'

여자아이의 순수한 냄새, 샴푸나 비눗내가 아닌 땀에 절어 찐득해진 본연의 냄새를 맡아보는 건 중학생밖에 되지 않은 니시카타로선 처음이었다. 그것도 다른 부위도 아닌 가장 은밀하게 쌓여진 발에서 나는 내음이라니.

평소 타카기의 머릿결에서 은은하게 풍겨오던 상쾌한 과일내음과는 전혀 다른, 매우 눅진하면서 탁한 아무리 생각해도 악취라고 할 수 밖에 없는 냄새가 니시카타의 코를 통해 계속해서 밀려들어오고 있었다.

'땀냄새..라기 보단 더 시큼하고 낫토처럼 고릿한 냄새도 나.. 정말 이런 냄새가 타카기양의 발에서 난단 말이야?'

니시카타는 연신 새어나오려는 괴로운 신음을 억지로 욱여삼키며 숨을 들이쉬었다. 그 순간 타카기의 발가락이 니시카타의 코를 감싸쥐고 니시카타의 코는 타카기의 발가락 사이에 위치해 더 진한 냄새를 강제로 맡을 수 밖에 없었다.

'아아 더욱 진한 악취가..그치만 왜 자꾸 맡게 되는거지 이건 그저 지저분한 발냄새일 뿐인데...'

문득 니시카타는 눈을 살짝 떠서 타카기를 올려보았다. 바로 앞에 자신의 얼굴에 올려진 두 발과 그 너머로 보이는 타카기의 얼굴엔 분명 웃음이 서려있었고 가지런히 모은 두 다리는 마치 발냄새나 맡고있는 너 따위한테 팬티라도 보여줄 줄 알았냐는 듯 조금의 틈도 비춰보이지 않았다.

타카기 앞에 꿇어앉은 채 얼굴로 발 받침을 당하고 그 모습을 비웃는 타카기, 니시카타는 압도적인 패배감에 무력함을 느끼며 굴복하듯 타카기의 냄새가 자신의 폐에 가득 찰 때 까지 들이마실 뿐이었다.

그렇게 머릿속이 뒤죽박죽이 된 채 정신없이 킁킁거리는 니시카타를 내려다보며 타카기가 입을 열었다.

"니시카타는 발냄새를 정말 좋아하네."

"무,무슨 소리야 타카기양! 난 그런거 전혀 좋아하지..앗!"

순간 당황하여 발에서 얼굴을 떼고 소리를 친 니시카타가 아차하는 표정으로 얼어붙었고 타카기는 발을 동동 구르며 웃음을 터뜨렸다.

"아하하 아깝네 이제 겨우 십초도 안남았었는데."

"으으..너무하다구 타카기양.."

"하지만 니시카타가 너무 열심히 맡고 있어서 어쩔 수 없었는걸."

"그다지 열심히는 아니었으니까! 그저 승부니까 그랬던거고.."

"그래서, 니시카타는 싫었어?"

타카기가 니시카타의 얼굴을 골똘히 쳐다보며 말했다. 니시카타는 그제야 타카기의 발에 얼굴을 묻고 있던 자신이 생각나 얼굴이 빨개져 고개를 홱 돌렸다. 잠시 정적이 흐르고 고개를 돌린 채 니시카타가 작게 우물거렸다.

"시,싫었던 건 아니지만.."

타카기는 미소를 지은 채 니시카타의 어깨를 발로 지긋히 눌렀다. 당황스런 표정의 니시카타는 뭐라 따질 새도 없이 다시금 타카기 앞에 무릎을 꿇었고 타카기는 그런 니시카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번에도 승자가 원하는데로 무엇이든, 맞지?"

잔뜩 붉어진 채 알수없는 오한을 느끼며 살짝 떨고있는 니시카타의 얼굴 앞에 발을 내밀여 타카기가 말했다.

"혀 내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