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아내가 운동 간 사이를 틈 타

귀신같이 분리수거를 끝내고

컴퓨터 앞에 앉아 갤질 중인 아저씨.

티비 쇼에 나오는 캐릭터들을 이해하는 건

어렵지 않은데, 실제 인물들의 경우는 많이 힘듦.

결국 우리는 방송에 비춰진 모습으로만

그 캐릭터를 판단할 수 밖에 없음.

그래서 그냥 티비 쇼에 나온 캐릭터라고 생각 중.

어쨌든 본론.

처음엔 본인이 말한 것처럼, 규민은

(X든 누구든) 열린 마음으로 임했을 것.

막상 들어와 보니 X는 없고 어색한 상황에

갑자기 데이트 찬스가 생김.

X가 없으니 굉장히 편한 마음으로

데이트를 즐겼을 것 같다.

마침 상대도 X가 없는 사람이어서, 마음 편한 둘의 시너지가

크게 발생 됐을 것이고, 덕분에 감정 교류도 수월했고

그 상대의 성향도 더해져

꽁냥꽁냥 간질간질 두근두근 좋았을 것이다.

거기에 더해, 본인에게 호감을 느끼는 것 같은

다른 조그마한 여자애도 있어 데이트도 하고.

그 며칠 꽤 만족스러웠을 것.

그러던 중 X가 등장, 매일 문자를 보내며 울고 있음.

새로운 사람과의 '설렘이 기대'되는 상황에

이미 '알던', 알기 때문에 기대가 안 되는 사람이

계속 울면서 매달림. 하지만 이걸 말로 꺼내자니

나쁜 사람으로 비춰질 것 같기 때문에 굳이 말하지 않음.

그래서 "좀 싫었어요."가 나오게 됐을 것이고

"아무렇지 않았어요."도 나올 수 있었을 것.

이 때 그 가면이 쎄하게 느껴짐.

다른 여자 출연자들이 신중하다고 말하듯

이 캐릭터는 타인에게 자신을 잘 숨기고, 잘 포장한다.

인터뷰 상황에서도 많이 그랬을 것이라 생각 된다.

보통 이런 유형은 타인의 감정을 기민하게 캐치하는데,

그래야만 자신을 숨기고 원하는 모습으로 포장할 수 있기 때문.

나연이 희두에게 흔들리는 것? 넘어가고 있는 것?

애저녁에 알고 있었을 것임.

아마도 자이가르닉 효과 비슷한 느낌으로

나연에게 자신을 계속 포장하며 직진했으리라 여겨짐.

그래도 나연에게 마음이 있었으니까.

이게 좋다 나쁘다를 뜻하는 게 아니라

그냥 그 사람의 성향이 그러하다는 것 뿐.

X를 예의없게 대하는 것 때문에 많이 욕먹고 있지만,

실제로 X는 규민에게 나는 심장을 여러 개 들고 갈 것이다

라고 말을 했다. 규민의 입장에서는 전술한 것들이 합쳐져

대체 왜 저래? 였을 것. 거기다 그 '설렘'과 '기대'로 인해

X는 그저 짜증나는 존재였겠지, 비켜줬으면 하는.

그게 아니고서는 그간의 행적이 설명되지 않는다.

그게 이렇게 안 좋게 비춰질 줄은

꿈에도 몰랐겠지만.

어쨌든, 이 친구는 맞서 싸우겠다 말은 했어도

이미 나연의 마음이 기울어진 것을 알고는

꽤 무기력함을 느꼈을 것이고 혼란스러웠을텐데,

그러다 제주도에서 X를 보니 예전의 모습이

새록새록 생각도 나고 그로 인해 힐링도 됐을 것이다.

그래, 뭐, X도 좋지. 오래 사귄 만큼 좋았으니까.

그간 미안하기도 했고.

돌이켜보니 매일 울던 게 안쓰럽기도 했고.

설렘과 기대, 짜증으로 덮어뒀던 감정들이

그렇게 올라왔을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기생오라비 같이 생긴, 베컴 목소리의 어린 녀석이

불쑥 나타나서는 눈에서 레이저를 쏴대며 뭐 내일 보자느니,

둘이 꼭 붙어 앉아가지고는 손을 막 이케이케 주물주물 대면서 응?

술이 취해가지고 자신을 보며 우는 게 아니라

헝거 헝거 하고 있으니 심기가 매우 불편 했을 것.

아마 본진 털린 기분이었겠지.

그것을 표현하는 형태가 사람들이 모여 있는 장소에서

해은을 제지하는 것으로, 찻집에서 해은을 나무라는 것으로

나온 것. 그것도 죄책감을 주입시키는 그 안 좋은 형태로.

X 지목 데이트 때도 관성으로 나연을 택했지만

X가 울면서 저지하는 바람에 본인에게 호기심을 느끼고 있는

나언을 택했음. 데이트 좋았고, 아침까지도 좋았는데

문제는 찻집에서 이 당돌한 애가 자신을 발가벗기려 함.

잘 포장하고 숨기려고 하는데 숨지 못 하게 질문을 던짐.

별것도 아닌 내용이지만, 뭔가 까발려진 듯한 느낌에

그 후 나언이 꺼려졌을 것.

뭐, 꺼려지진 않더라도 관심은 사라졌을 것이다.

숨길 수 없으면 도망쳐야 하니까.

현재는 난감할 것임.

제일 어린 친구는 본인 기준에 시끄럽고,

같이 아침 먹은 친구는 꺼려지고

썸 타던 친구는 물 건너 갔고

X는 기생오라비가 지키고 있고

남은 건 힘들어하는 조그마한 여자애 뿐이라

데이트도 신청하고 진실 게임 때 질문도 던지고 했을 것.

진실 게임 때 X에게 답변한 것들을 보면

이 캐릭터를 잘 알 수 있다.

아직도 X가 자신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우위를 느끼고 바로 죄책감을 주입하는데,

이 친구는 꽤 영악하구나를 느꼈다.

"잘될 수 있었어." 라는 말은 이제 관계가 끝났다인데,

만약 정말로 끝났다라고 할 거였으면 애초에 X가

설레도 되나? 를 물을 때 "그래, 너 설레도 돼. 괜찮아."

라고 했어야 했음에도 그런 말은 하지 않고,

'우린 끝났어.' 라고 말하면서도 여지를 준다.

"네가 잘못을 빌면 생각해 볼게."

X에게는 이렇게 들릴 여지가 다분한 답변.

그러면서도 이후 다수의 동생들이 응원하는 X의 질문에

'큰 형'의 품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본인을 포장한 답변을 하는 것을 보면

저 가면이 벗겨진 실제의 모습이 궁금할 정도.

결론은 인간 관계에 있어서는

궁극의 회피형 인간인데,

회피형 인간들은 이기적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말과 행동에 딱히 책임을 지지 않는 편이라

옆에 두면 힘들겠구나 생각함.

환승연애라는 프로그램에서 저 등장인물의 성향이나 성격이

저렇구나 하고 넋두리를 해봤습니다.

실제 저 사람의 성격이나 성향은 저도 모르고,

화면에 비친 모습으로만 생각한 것이므로

제 글과 다르게 생각할 수도,

혹은 제 글을 아니꼽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그럼, 아저씨가 쓴 글 따위는

아무도 안 읽겠지만 읽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