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간의 후기들, 조금 더 있긴 함.

(2012년 JRA CM - The Winner 스프린터즈S 사쿠라 바쿠신 오)

"94년 스프린터즈 스테이크스,

절정에 이른 자에겐, 더 이상의 이길 싸움은 남아있지 않은 것인가,

레코드를 깨부순, 라스트 런,

마지막에 이긴 자가 승자다,

그 말의 이름은, 사쿠라 바쿠신 오,

압도하라."

・G1 스프린터즈 스테이크스 (Sprinters Stakes, スプリンターズステークス)

- 9월 마지막 또는 10월 첫째 주, 3세 이상 레이스, 올해로 56회차

- 나카야마 경마장, 잔디 1200m, 1착 상금 1억 3000만엔

- 봄의 G1 다카마츠노미야기념과 더불어 춘추 스프린트 레이스

- 주요 우승마 : 사쿠라 바쿠신 오, 로드 카날로아, 플라워 파크, 타이키 셔틀, 히시 아케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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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부터 가을 G1의 시작이다

오늘 G1 스프린터즈S를 시작으로, 12월 말 G1 도쿄대상전까지의 3달 동안 G1 13개의 레이스가 열린다.

하지만, 단거리 G1인 스프린터즈S는 인기가 떨어지는 편인데,

당일 프랑스에서 G1 개선문상이 열려, 타케 유타카, 카와다 유가를 비롯한 유력 기수들이 프랑스로 원정을 간 영향도 컸다.

그래서 입석의 경우엔 전날까지 표가 남아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오늘은 그리 혼잡하지 않을거라 생각해, 자리 선점의 인간경마까지는 안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정석의 자리가 나쁘지 않은 편이었던 점도 한 몫했다.

평소 같으면 자리 잡으려고 달리느라 바쁘지만,

오늘은 여유롭게 돌아다니면서 자리를 잡았다.

먼저 패독에 들려서 사진 한 컷,

개장 후 30분이 지났는데도 자리가 많이 남아있었다.

다른 G1이었으면 벌써 제일 좋은 자리는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패독에 들러서 먼저, 마두관음으로 향했다.

마두관음(馬頭観音)은 거의 모든 일본 경마장에 하나씩 있는 불상으로,

이 곳에서는 레이스장에서 죽은 말들에 대한 위령, 경주마들의 무사 기원, 죄악감의 경감을 비는 목적으로 많이 찾는다.

오늘 개선문상을 뛰기 위해 일본에서 4마리의 경주마들이 프랑스 파리로 향했기에,

이들이 먼 땅에서 다치고 오질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들렀다.

나 또한 이 말들이 무사히 돌아오길 바라며 한번 묵상을 가졌다.

나카야마 경마장의 코스 앞, 개장 후 40분이 지났지만 여전히 한가롭다.

나카야마 경마장의 특징은 코스와 관중석의 경사가 다른 경마장에 비해 가파른 편이기 때문에,

비교적 뒷자리에 있어도 코스까지의 시야 확보가 좋은 점에 있다.

반대로 말하면, 맨 앞자리가 코스보다 저지대에 위치해 있어서 그리 좋은 자리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 곳이 7시간 뒤에 어떻게 될지는 나중에 보게 될 것이다.

대충 골 포스트

흔히 검량실이라 부르는 심사장, 이 곳에서 말들이 짐을 풀고 기수들이 준비를 하고, 계량, 심사를 받는다.

그 앞의 길은 "패독"과 "코스"를 잇는 길이기 때문에 말들이 출격을 위해 지나가는 길이라, "빅토리 로드"라고 불린다.

아침에는 이 길로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기수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오늘 스프린터즈S 우승마에게 걸릴 레이(천)와 상패

우측의 트로피는 그 전 레이스인 이바라키 신문배에 걸린 트로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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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오늘은 패독에서

오늘은 G1이지만, 팡파레 연주가 없을거란 안내가 있었기에,

패독에서 말들의 사진을 찍는데 집중하기로 했다.

(지난 G1 빅토리아마일 때도 비슷한 결정을 했었다.)

이 날의 3R, 5R은 2세 신마전이었다.

확실히 2세여서 다른 말들과 달리 키(체고)가 작은 편이고,

여기에 왜 왔는지 몰라서 고개를 푹 숙이는 말도 있는가하면,

사람들이 많은 걸 보고 신기해하듯 쳐다보는 말도 있다.

이런 포인트와 대성할 말들을 점찍기 위해 신마전의 패독엔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편이다.

그래도, 레이스를 처음 경험하는 말들이 모이는 레이스이기 때문에,

조교 외에는 알려진 정보도 없고, 워낙에 어린 말들이라 변수가 많다.

이런 경우에는 패독에선 "말이 흥분했는가"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특히, 경험이 없는 말은 레이스를 뛰기도 전에 흥분해서 체력을 소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 외엔 2세의 어린 나이에도 근육이 잘 발달되어 있는지 확인을 해야한다.

이런 식으로 보다보면 신마전은 어느 말이 잘 뛸지를 대략 예측해볼 수 있다.

물론 그러든 말든, 말이 정신적으론 어린 편이라 승부욕이 0인 경우도 있어서, 될거 같다 싶으면서도 안 되는게 많다.

겁이 많거나, 흥분하기 쉬운 말의 경우에는

2명이 붙어서 패독을 돌아다니기도 한다.

그 외에도 특징적인 말이 있었는데,

나카야마 10R의 고고 유타카 (타케 유타카, 요시다 유타카가 탄 적 없음)

오늘 뭐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얼굴을 심하게 떨어댄, 서전 테이오

14시, 이제 스프린터즈S의 말들이 입장하기까지 1시간 남았는데,

패독에 이 정도의 사람들이 기다리며 버티고 있었다.

이를 보고 그래도 역시 G1이라는 느낌은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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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스프린터즈S의 패독

제일 먼저 출주마들의 마주들이 입장했다.

일본 경마는 유럽의 사교계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렇다보니 중앙 경마는 소득 증명을 할 수 있는 어느정도 돈을 번다고 하는 사람들이 마주를 할 수 있고,

이런 큰 G1 레이스에서는 이들끼리의 사교계가 형성이 된다.

돌려 말하면, 일본 중앙 경마의 양성 이미지와 인기는 이 마주들의 권위를 세워주고,

동시에 더 많은 말들을 사와 경마장으로 데려오고 레이스의 질을 높이면서, 축산을 비롯한 주변산업에도 선순환을 불러일으킨다.

한국에선 경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남아있는 편이기 때문에 아직까진 지켜봐야 할 일이다.

드디어 말들이 입장했다.

오늘 레이스에 주목을 받은 말들에 대해 설명하자면,

13번 메이케이 옐 (1번 인기, 4세 암말)

(1년 전 G2 튤립상 당시, 안쪽에서 2번째의 통제가 안 되는 말이 메이케이 옐)

- 레이스장 밖에선 조신한 아가씨지만, 레이스장에만 들어서면 통제가 안 되는 기성난 심한 암말.

- 이 이미지 때문에 전국적인 아이돌 호스가 되었고, G2, G3도 여럿 땄지만 G1 문턱에선 번번히 좌절.

- 하지만 지랄마 전문 이케조에 기수의 수명을 팔아 드디어 기성이 잡혔다는 소리가 나왔다.

- 이번이야 말로, G1을 딸 차례라고 많은 메이케이 옐 팬들이 경마장을 찾았다.

(내가 있던 양 옆의 여성팬분들도 이야기해보니 전부 오사카, 나고야에서 찾아온 메이케이 옐 팬이었음.)

9번 나무라 클레어 (2번 인기, 3세 암말)

- 메이케이 옐과 같은 아버지를 둔 암말로, 3세에 암말이라 부담중량(짐 무게)에선 깡패.

- G3에서 스타트만 좋으면 선행 포지션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던 말로, 조교 성적이 좋아 많은 기대를 모았다.

15번 슈넬 마이스터 (3번 인기, 4세 숫말)

- 3세 시즌까지 1600m에서 G1을 따내며 두각을 나타냈지만, 이후 1800m 두바이 터프에서 부진했기에 중거리 적성은 아니라는 평을 받았다.

- 이번에는 반대로 1200m 스프린터에 도전해서 적성을 확인하고자 나왔다.

- 마일-스프린터 제패는 타이키 셔틀을 비롯해 여럿 있었기에, 첫 도전이어도 가능성이 있을거란 기대를 받았다.

6번 나란 훌레그 (5번 인기, 6세 숫말)

- 3월 G1 다카마츠노미야기념의 기적의 주인공. (지난 후기 링크)

- 마군을 직접 뚫고 나가는 터프함 때문에 16마리의 출두마 수에선 유리할거란 기대감.

- 반대로 말하면, 최종 직선이 길어야 유리한데, 나카야마의 최종 직선은 짧아서 불안감을 동시에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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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11R 스프린터즈S

패독을 뒤로 하고 레이스장으로 들어섰다.

아침 9시만 해도 사람이 없던 나카야마 경마장에 꽉 사람들이 들이찼다.

사실 3.5만명분의 표가 매진이 되지 않았음에도 (약 2.5만명) 사람들이 들어찬게 G1의 실감을 보여주었다.

G1 레이스가 시작하기 대략 5분 전,

이 영상을 통해, G1의 분위기를 불러일으킨다.

"나는 그곳에 있었다"라는 문구와 함께, 과거 이 경마장에서 열린 G1 레이스들을 보여준다.

(90' 아리마기념 오구리 캡, 01' 사츠키상 아그네스 타키온, 13' 아리마기념 오르페브르 - 나카야마 경마장)

그리고 "지금 이 곳에서 다음에 전해질 이야기를 지켜보자"는 내용으로 마무리를 짓는다.

(현장 영상)

0:00 - 출주마 소개

0:32 - 레이스 도입부

1:24 - 출주, 팡파레 (음원 송출)

3:45 - 레이스 시작

메이케이 옐도, 나무라 클레어도, 슈넬 마이스터도 먼저 골에 다다르지 못했다.

이 날의 승자는 8번 인기의 장다름이었다.

경주마로서는 고령인 7세의 숫말이 첫 G1을 따낸 것이다.

이 레이스가 어땠는지는 패트롤 영상을 참조해야하는데,

(패트롤 영상)

먼저 최종 직선에 들어선 아웃코스 4마리의 말을 주목하도록 하자. (영상의 51초에 해당)

가장 바깥쪽의 노란 모자는 2번 인기 나무라 클레어인데,

코너를 최외곽에서 거리 손해를 보면서 돌았기에 페이스를 상실한 상태였다.

먼저 마군 돌파를 주특기로 하는 나란 훌레그가 앞에 진로가 생긴걸 보고,

스스로 속도를 올리고 치고 나올 준비를 한다

하지만 앞의 두마리가 진로를 좁히는걸 캐치한 마루타 기수가,

고삐를 왼쪽(왼손)으로 당기면서 진로를 바꾸도록 지시한다.

나란 훌레그도 뭔 뜻인지 알아듣고 움직인다.

그와 동시에 반대편에서 슈넬 마이스터는

무리하게 외곽으로 빠져나가려고 하면서 마성의 마군에 빠져들고 만다.

나란 훌레그가 메이케이 옐 쪽으로 훅 들어오자,

메이케이 옐이 살짝 놀라서 옆으로 빠진다.

사실 메이케이 옐은 직전 상황에서 앞의 진로가 뚫린 상황이었다.

하지만, 나오질 않았는데 기수의 개인 평이나 전체적인 분위기로 봐서는,

메이케이 옐이 스스로 뛰고 싶지 않았다고 하는 듯 하다.

(3주 전에 G2를 이겼는데, 또 뛰어야하냐면서 힘들어한 듯 하다)

동시에 벤토 보체도 뒤에서 치고 나온 마리아스 하트(분홍 모자)에 의해 살짝 빠진다.

그 결과 3중 추돌이 발생하고 만다.

게다가 마루타가 왼손으로 채찍을 들기 때문에,

메이케이 옐이 이를 피하기 위해 충돌 시간은 더 늘어난다.

나란 훌레그는 진로가 생겼으니 이제라도 치고 나가려고 한다.

그렇게 슈넬과 메이케이 옐, 벤토 보체는 충돌 이후 전의를 상실한다.

슈넬 마이스터는 외곽 게이트에서 막판 위치 선정이 적절하지 못했고,

메이케이 옐은 스스로 뛸 의지가 별로 없었으며,

나무라 클레어는 초반 위치 선정이 좋지 못해 페이스를 잃었다.

나란 훌레그는 선전했지만 최종 직선이 짧은 코스의 불리함 속에서 끝내 이기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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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레이스가 끝난 후

그렇게 20배의 역배가 터졌다.

G1 다카마츠노미야의 나란 훌레그 때도 27배의 대역배였다.

오기노 기수는 이 레이스가 첫 중상이면서도, 첫 G1이었다.

물론 장다름이 이길 수 있을거란 예상은 아주 조금은 있어서,

100엔 한장 마권은 가지고 있었다.

기념 촬영을 하는 장다름과 오기노 기수

장다름은 나이가 많고 지랄마이긴 하지만, 사진은 얌전히 찍는 편이었다.

집에 갈 준비 하는 장다름

첫 G1인데도 덤덤한 인터뷰가 특징인 오기노 기수였다.

스프린터즈S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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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G1 슈카상이 열리는 주간부터는 일본 입국에 대한 제한이 전면적으로 해제된다.

그렇기에 이제는 말붕이들이 일본의 경마장으로 찾아올 수 있는 환경이 되었고, 나도 기쁘게 생각한다.

더 이상 "특파"로서의 의미가 없어졌기에, 일본의 경마장 직관 후기는 이걸로 마치려고 한다.

다음 주에도, 2주 뒤에도, 3주 뒤에도 계속 경마장을 찾아다닐 생각이고,

레어한 직관이 있다면 한두번 쯤 후기를 쓸 생각이지만,

보통은 간단한 현장 사진이나 영상을 남기는 수준에서만 무리하지 않고 다닐 생각이다.

어쩌면, 이제 처음 경험하게 될 말붕이들의 후기가 더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

말붕이들 쓸 후기엔 외국 아이피라 추천도 박을 수 없지만, 그래도 내가 +1은 했다고 생각해주길 바란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