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모험용책 4앱에서 작성

사월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4.14 22:16:23
조회 39 추천 0 댓글 0

00(175.115) 2020.04.06 11:52:31



작성자-얀갤용계정

반지의 사용법에 익숙해진 것은 좋았다. 걸어서 내려간다면 적어도 사흘 정도 잡고 내려가야 할 길을 고작 몇 십분만에 내려왔으니 말이다.


문제는 숲에 떨어질 확률이 높다는 것이고, 동이 트고 있긴 하지만 이 새벽에 숲을 거니는 건 굉장히 위험하다는 것이다.

숲에 사는 늑대 같은 들짐승들은 어떻게든 가까스로 물리칠 수 있을 테지만, 정말 곤란하게도 나는 지금 무기 하나 없는 몸이다.

일단 숨죽여 이동하되, 괴수나 맹수들이 습격해 온다면 바로 반지를 껴서 나무로 뛰어오르도록 하자.


생각을 정리하며, 거의 땅에 닿을 정도의 높이가 되자 나는 다시 반지를 착용했다. 몸이 가볍게 뜨는 것이 느껴졌다. 손에 잡히는 나뭇가지를 타고 천천히 땅으로 내려왔다.


아, 자연이여!

정말 놀라울 정도로 상쾌하고 들뜬 기분이었다. 마치 나의 첫 모험처럼, 풀냄새는 싱그러웠고 은은히 들리는 풀벌레 소리가 마음을 안정시켰다.


마음 같아선 '야호!' 하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이 위험한 새벽에 들짐승들을 깨울 순 없기 때문에 가볍게 주먹을 하늘로 치켜세우는 것으로 만족했다.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방향을 짐작해 보았다. 하늘에 떠 있을 때, 마을은 확실히 산 남쪽에 있었다. 그렇다면 북쪽으로 방향을 잡은 다음 정반대로 향하면 될 것이다.


여기서 더 시간을 끌면 용에게 발각되고 말 것이다.

비행하며 숲 속에 있는 나를 찾는 건 꽤 어려운 일일 테지만, 혹시라도 나무 틈 사이로 내가 보인다면, 혹은 용이 분노한 나머지 숲을 화염으로 모두 쓸어버린다면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이었다.


주변 바닥에서 날카로운 돌멩이를 집어 나무에 표식을 새기며, 나는 숲 바깥 쪽으로 걸어나갔다.


--------------------



"이상해..."



나무 한 그루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



분명 이 나무는 내가 몇 분 전에 표식을 새겨놨던 나무였다. 분명했다. 이 나무 주변에 독버섯이 자라 있고 날카롭고 큰 바위가 있는 걸 보아, 난 분명 여기를 지나쳐 갔다.


그런데 왜 나는 이 곳을 맴돌고 있는 것인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른 나무들도 살펴봤지만, 표식이 남아있는 나무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마을 밖 숲은, 내 기억이 맞다면 울창하긴 하지만 길을 잃을 정도로 나무가 빼곡히 자라 있는 숲이 아니었다. 적어도 하늘을 올려다보면 이 시간대쯤이면 파란 하늘이 보여야만 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숲은 빛은 들어오지만 하늘은 보이지 않고, 눈 앞의 길은 밤이라도 된 것 마냥 어둠에 휩싸여 있었다.


머리를 굴려 보았다. 아무래도 이건 누군가가 건 환술인 것 같은데...

환술을 걸 만한 괴물이 이 곳에 있는가 하면, 그런 것도 아니었다. 이 곳은 사람들의 왕래가 잦아 이 정도 환술을 걸 만한 괴물이라면 모험가들이 퇴치하고도 남았다.


다르게 생각하면 내가 세 달 동안 산에 갇힌 사이 한 놈이 이 곳에 둥지를 틀었을 수도 있다.


헛웃음이 나왔다. 용의 아가리에서 벗어나자마자 이제는 뭔지도 모를 괴물의 환술에 걸리다니.

나무에 기대 주저앉았다. 하늘은 여전히 나뭇잎밖에 보이지 않았다. 적어도 이 정도 환술이라면 용이 날 찾아내진 못하겠지. 애써 긍정적인 생각을 해 보았지만 확 나빠진 기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


갑자기 화가 머리 끝까지 솟구친 나머지 땅을 걷어차고 돌을 던지며 고함을 질렀다. 뭐라 지껄였는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살면서 해본 욕 중 가장 험한 말이 나왔음에는 분명했다. 숨을 씩씩거리며 고르던 그 때,


뒷쪽의 수풀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황급히 땅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를 집어 뒤를 돌아 수풀을 응시했다.

이가 빠드득 갈리는 것이 느껴졌다. 손발이 긴장한 채 덜덜 떨렸지만, 정신은 그 어느 때보다 또렷했다.


쉽게 잡아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이 새끼야. 넌 나랑 같이 뒈지는 거야.


독기를 잔뜩 품은 내 앞에 수풀을 부스럭거리며 나타난 것은,

놀랍게도 어린 소녀였다.


--------------------


용은 이성의 끈을 간신히 붙잡으며 산 주위를 계속 비행했다.


입에서 나오는 그르렁거리는 소리는 마치 천둥 소리와 같았으며, 거친 날갯짓과 비행은 주변의 들짐승들을 겁 먹고 도망치게 만들었다.


용은 푸른 눈을 매섭게 굴려 주위를 살폈다. 그 눈빛에는 애증이 섞여 있었다.


놈은 나의 보물이다. 그리고 그 보물이 나의 보물들을 채간 채 달아났다. 나의 허락도 없이, 나에게 말도 하지 않고.

참을 수 없었다. 그 빌어먹을 미물이 자신의 보물을 훔쳐간 것이 매우 가증스러웠지만, 그 미물을 누군가가 채 갈 것이라 생각하니 견딜 수 없었다.


용은 분노에 사로잡혀 비명을 지르듯 포효를 내질렀다. 꼬리로 암벽 하나를 세차게 쳐 무너뜨렸다. 그로 인한 산사태에 들짐승 몇 마리가 깔려죽은 듯 했지만 별로 개의치 않았다.

용의 관심은 보물들에 쏠려 있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보물들을 되찾고 말 것이란 의지가 눈에서 이글거렸다.



"잘도 나를 기만했구나, 이야기꾼이여."



혼잣말로, 하지만 이야기꾼이 들으라는 듯이, 용은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잘도 나의 보물을 훔쳐서, 잘도 나의 거처에서 빠져 나갔구나. 하지만 기뻐해라. 난 네가 어떻게 빠져 나갔는지 매우 궁금하니 말이다. 어떻게 나의 보금자리에서 도망쳤는지 얘기를 듣고 싶구나."



용은 다시 암벽 하나를 꼬리로 세차게 치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이야기꾼이여, 나의 보물아, 이 일을 그냥 넘어갈 생각은 하지 말아라.


지금 당장 내게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 팔다리를 잘근잘근 씹어주마. 그리 한다면 감히 내게서 도망친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겠지."



말을 마친 용은 또다시 포효하며 광풍을 일으켰다. 그 황금빛 비늘로 햇살을 머금으며 찬란한 광채를 숲 속에 뿌렸다.


용은 숲 위를 비행했다. 이야기꾼이 산을 내려와 도망쳤다면, 저기 보이는 마을이라는 개미굴로 갔음에 틀림없었다.

하지만 놈의 짧은 팔다리론 이 숲을 벗어나지도 못했을 것이다. 용은 이를 갈며 재빠르게 숲 주위를 정찰했다.


그러다 문득, 숲 중앙의 한 구석이 기분 나쁘게 꾸물거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녀석인가?

그래, 그 놈은 신비한 재주를 부릴 줄 아니 저기로 도망쳤을 수도 있겠구나.

만약 그 놈이 아니라면 감히 나를 기만한 죄로 모조리 태워주마.


용은 불쾌하다는 웃음을 내뿜으며 숲의 한가운데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연인과 헤어지고 뒤끝 작렬할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4/22 - -
AD [메가로이어스] 제14회 변시합격 종합반 라인업 ▶ 운영자 24/02/01 - -
공지 글먹 갤러리입니다. ROS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12.30 718 0
421 전라동화 작갤러(1.54) 04.21 8 0
420 화교출신 자칭 작가 문해영 ㅇㅇ(27.35) 03.20 41 0
418 쓰레기같은글쓰고 홍보좀하지마라 작갤러(112.185) 03.17 46 0
417 사람들 글 주로 어디에 올림? 작갤러(220.85) 03.07 47 0
416 작가님들 대상 글관련 전시 참가 제안하면 게시물 삭제 될까요 작갤러(218.153) 03.05 30 0
415 화교 출신 작가 문해영 화교작가문해영(27.35) 02.29 28 0
414 드라마 작가들은 폐기물들이 마지막에 가는 곳인가보다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26 59 0
413 한국이 원래 황순원같은 성격 많은데 정수근(112.149) 02.18 35 0
412 이사와서 옆집 사람 첨 마주쳤는데요 ㅇㅇ(223.39) 02.16 43 0
411 글 재밋게 잘 쓰는 사람 ㅈㄴ 부럽네 작갤러(211.209) 02.12 88 1
410 취미로 글쓰기 시작했어요! [1] 작갤러(121.177) 02.11 60 0
409 나는 글쓰기무당들이 싫다 [1] ㅇㅇ(96.66) 02.09 99 1
408 주인공이 너무 뛰어난게 싫더라 [1] 작갤러(121.150) 02.05 66 0
407 회사 계정이 후원해준 것도 보통 감사글 적음? 작갤러(119.56) 02.01 44 0
406 노벨피아인데 조회수보다 선호가 많음 [3] 신입인데요(59.25) 01.28 81 0
405 제목 살인 평가 [1] 환4생(183.104) 01.19 106 0
403 책 한권 출판가능함?? [1] ㅇㅇ(14.41) 01.04 123 0
400 출판 계약 때 계약기간 보통 몇 년으로 잡음?! [1] ㅇㅇ(125.136) 23.11.04 102 0
399 흙수저 전청조 모티브 영화 명대사 예상 영화작화(125.188) 23.11.03 73 1
398 강남 언주역 굿 플레이스는... (125.188) 23.10.30 2274 3
397 오래사귀다 헤어지신분 계신가요? 이게므라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0.16 74 0
395 작가님들 교통사고로 질문드립니다 작갤러(1.210) 23.09.28 118 0
393 노가다 뛰면서 [1] ㅇㅇ(211.51) 23.09.12 135 0
390 이걸로 연극 만들면 [1] 혁명가(183.104) 23.08.13 172 0
386 이번에 공모전 도전했다가 [2] ㅇㅇ(116.33) 23.08.03 237 0
385 소설 제목 어그로 어떤지 한번만 봐주세요. [1] 배리나(211.197) 23.07.24 192 0
383 글쓰기 재능을 알았습니다..그런데..(고민) [7] focha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7.19 394 1
382 작법서 솔직히 필요없지? [3] ㅇㅇ(211.209) 23.07.19 243 0
381 제 1 회 꽃을파는사람들 공모전 모집 공고 유라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7.12 121 0
380 작품은 고통속에서 피어난다 [1] ㅇㅇ(211.36) 23.07.08 148 0
379 일본문화 홍보하고 다니는 한국 사람들은 나라망치는 매국노 철저히 처단해야 ㅇㅇ(14.53) 23.07.01 151 1
378 네이버 화제의 신간 작가다 ㅇㅇㅇ(175.113) 23.06.30 130 0
377 한국 까내리고 일본 찬양하고 다니는 일뽕 친일파 매국노들 꼭 봐주세요 ㅇㅇ(14.53) 23.06.30 183 1
375 BTS 군대 보낼려한 정치인들과 대한민국 국민들은 반성하고 변화해야합니다 [3] ㅇㅇ(14.53) 23.06.18 145 1
374 형들 어울림 컨택 왔는데 아직도 구데기 맞지? 00(104.28) 23.06.17 85 0
373 애니메이션 산업 투자하고 키웁시다 한국문화 핵심으로 성장 할 수 있습니다 ㅇㅇ(14.53) 23.06.11 105 1
372 해외여행하는 한국여자 현실 [1] ㅇㅇ(14.53) 23.06.11 189 2
371 여성시대 여시 네이트판 더쿠 인스티즈 위마드 메갈 해연갤 폐미 ㅇㅇ(14.53) 23.06.11 96 1
370 작가 인세 잘 아는 사람 있음? [1] ㅇㅇㅇ(175.113) 23.06.10 184 0
369 처음 글써보는데 [2] ㅇㅇ(182.229) 23.06.02 226 0
366 소설 쓰는거 어려움? _Jokka_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5.17 140 0
365 갑자기 떠오른 생각을 되는대로 끄적인다 [1] 뭐좋아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4.24 146 0
364 혹시 웹소설 강의 신청하면서, 작품 개요랑 제출용 원고 적어달라 했을때 ㅇㅇ(115.140) 23.04.24 80 0
363 글 잘 쓰고싶음... [1] 취소(59.9) 23.04.21 135 0
362 내 실력으로 극작과나 문창과 갈 수 있을까? 조언좀 해줘 [4] ㅇㅇ(61.255) 23.04.13 375 0
361 주은 출판사 어떰??? ㅇㅇ(211.243) 23.04.11 193 0
360 4번째 자작곡 [1] ㅇㅇ(125.184) 23.04.09 118 0
359 작가의 친척 ㅇㅇ(125.184) 23.03.19 76 0
355 구의 증명 본 사람 있음? [3] ㅇㅇ(61.255) 23.02.08 569 0
353 에세이 쓰고 있는데 죽고(106.101) 23.01.28 133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