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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산/창작] 지그문트 프로이트 박사. 휴가를 떠납니다.

로긴유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1.22 02:5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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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문트 교수는 항상 너저분한 책상 앞에 앉았습니다.

치우다 만 서류와 문서들, 쓰지 않고 처박아 둔 주홍색 타자기며, 심지어는 다 먹고 치우지 않은 찻잔도 잔뜩이어서 보는 내게도 고역이었지요.

처음에는 그토록 엉망진창이고 더러운 책상이 대학자의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었어요.

시간이 지나면, 프로이트 교수의 모든 이미지를 하나씩 소거해 간다 한들 그 책상만큼은 잊히지 않게 됩니다.

그것이야말로 지그문트 프로이트 선생을 정의하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여길 정도지요.









그는 내가 담배의 해로움을 강조해도 개의치 않았어요.

잡동사니들이 들어차 더 이상 정리할 수도 없어 보이는 책상 가운데에는 위태롭게 재떨이가 서 있었는데, 아찔했지요.

아예 공중에 떠 있기도 했습니다. 물리적으로요.

오 분에 한 번 꼴로 그는 담배를 태웁니다.

교수의 연구실은 온통 하얘지고, 꿈 속임에도 저절로 목이 따가워 옵니다.

그런데 불연듯 교수의 손짓 하나면 불어올 리 없는 바람이 불어 오고,

태우던 시가는 통째로 재가 되어, 마법의 회오리처럼 빙빙 날아가 기성품 재떨이 안에 떨어지곤 했습니다.

이제 와서 하는 말입니다만,

저는 프로이트 선생과 마주한다는 사실보다도 그것이 더 신기했어요.

분명히 잘츠부르크의 이 연구실은 이중창으로 봉해져 있고 커튼도 쳐져 있었을 터인데, 닫힌 창문 너머에서 바람이 불어 왔지요.

바람은 견고한 벽을 뚫고, 밀가루의 왕이 시해된 듯 하얘진 방을 깨끗이 정화하러 오는 것입니다.

너저분한 책상에는 가루가 전혀 날리지 않고, 재떨이에만 재가 떨어집니다.

그것은 나무나 마법 같은 광경이라서 매번 눈을 빼앗기게 됩니다.







멍하니 바람을 느끼고 있을 때면 항상 교수님이 하는 이야기는 정해져 있지요.


"그렇게 책상에 재가 떨어지는 것이 싫은가? 어차피 책상을 쓰다 보면 더러워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야."


나는 대답해요.


물론이죠. 저것만큼은 티끌 없이 남겨두고 싶어요.


그러면 교수님께서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익숙한 차트를 꺼내 연필로 무엇인가를 적기 시작합니다.

나는 독일어를 알았으므로 그 차트의 주제가 무엇인지를 파악할 수 있었지요.

첫머리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내담자 유코쿠 의학박사. 불결한 물질의 제거에 대한, 특기할 만한 관심.'

그 아래로는, 모월 모일 모시에 사라진 담뱃재들의 운명과 함께,

제가 마법의 재떨이에 눈을 떼지 못했다는 사실들이 쭈욱 모여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차트를 들고 오지 않으신 채로 상담을 시작하시는군요.





"유코쿠 선생."

예.

"나와 내담을 진행한 지도 벌써 17년이나 되었군."

그러고 보니 그렇게 되었군요.

"그래. 시간은 쏜살같아. 그 때는 자네도 참 젊었는데. 주름살도 없고."

하하.. 그렇지요. 이제는 흰머리가 늘었군요.

그러고 보니 당신을 처음 보게 되었던 날이 떠오르네요.


그 날 키리코가 태어났었죠.


저는 잠시 우리 키리코의 얼굴을 떠올렸습니다.

나이가 들면 가족의 얼굴을 떠올릴 이유가 없는 상황에도 불현듯 얼굴이 떠오르게 됩니다.

사랑하는 우리 딸.

프로이트 교수는, 제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빙긋 웃었어요.





"이미 그때부터 자네가 날 만나는 이유는 정해져 있었지. 어떤가. 키리코는 요즘 잘 지내고?"


교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시가를 하나 꺼내더니 대뜸 불을 붙였습니다.

그러자 눈 깜짝할 새에 불이 시가 전체로 옮겨 붙더니, 폭죽이 터지는 듯한 경쾌한 소리와 함께 흰 연기가 사방으로 터져 나왔습니다.





아이돌이 되고 싶대요.





담배 연기는 국숫가락이 반죽되듯이 하나로 합쳐졌다 흩어졌다 덩어리졌다를 반복하다가, 역시 아름다운 빛을 내면서 재떨이 속으로 쏙 들어갑니다.


"그렇군."


프로이트 교수는 허리가 뻐근한 듯 다시 상담 의자에 앉습니다. 손에 깍지를 끼고, 이리저리로 뻗으며 스트레칭 비슷한 것을 합니다.


동작이 꽤 엉성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우스꽝스러울 정도라서, 혹여 남들이 프로이트 교수님을 보고 하하 웃으면 어떡할까 걱정이 될 지경입니다.


"어떻게 생각하나?"


솔직히 어색합니다.


"아니, 내 스트레칭 말고. 키리코 말일세. 딸이 아이돌이 된다면 감회가 남다를 텐데."


키리코…




잘 모르겠습니다.


이것 참 시원찮은 대답입니다.


프로이트 박사는 눈을 감고, 손가락으로 깍지를 낀 채 가만히 있습니다. 대답을 기다리는 모양입니다.


저도 제대로 된 대답을 떠올려 내려 애를 씁니다. 저 역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기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 상태로 두 시간 반을 보냅니다. 긴 밤입니다.


커튼 사이로 햇빛이 뱀처럼 새어나와 눈가를 간질이기에, 새벽이 거의 끝나 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교수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입니다. 그는 말합니다.


"아침이 오고 있네. 곧 자네는 꿈에서 깨겠지."


예. 다시 병원으로 출근을 해야겠지요.


"그것 말고 해야 할 일이 더 있지 않나?"


예. 키리코한테 이야기해야겠지요. 응원을 해 주던가, 아니면 다른 꿈을 찾아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만류를 하던가…


"그러나 어느 쪽이 좋을지 판단은 서지 않았고 말이야."


부끄럽지만 그렇습니다.


"왜?"


왜?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


키리코가 노래를 부르며 수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한다면, 그것만큼 즐거운 일도 없을 테고, 경제적인 문제나 걸림돌이 될 만한 점도 없습니다.


우리 딸은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아요.


그런데도 저는 두렵고 불안합니다. 왜 그런지 저도 명석하게 이유를 설명할 수가 없어요.


저는 어쩌면 좋습니까?


알려 주십시오, 프로이트 선생님. 당신은 정신분석학의 대가잖습니까?





프로이트 교수는 그 때까지도 눈을 감고, 온유하고 부드러운 표정을 지으며 깍지 낀 손가락을 서로 매만졌습니다.


그는 그대로 다시 담뱃불에 불을 붙입니다.


마치 자는 채로 담배를 피우는 사람처럼.


"꿈은 인간의 무의식을 반영하기 마련일세.


 자네가 딸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초췌한 채로 헐떡대다가, 기어이 원장실의 싸구려 소파에서 눈을 붙일 때면,


 딸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열망이 꿈으로 변하며 이 연구실에서 나를 만나게 되는 것이지.

 나, 지그문트 프로이트. 아니, 프로이트의 이미지라고 할까.

 나는 자네의 억압된 자아가 딸을 위해 만들어낸 산물일 뿐이야. 나는 신경증의 한 갈래에 지나지 않는다네.


 답을 내리는 사람은 프로이트 따위가 아니야.


 유코쿠 키리코의 문제에 진단을 내릴 만한 사람은 세상에 유코쿠 박사 말고는 없어.


 내 말 알아듣겠나, 유코쿠?"





옳은 말씀입니다만, 답이 번쩍하고 튀어나오지는 않습니다.


스스로가 부끄러워져서, 아무 말도 못 하고 의자에 가만히 등을 기댈 뿐입니다.


교수님이 답답하시는 것도 당연하지요.


그는 다시금 시가를 집어들고 불을 붙이십니다. 한 번의 상담 사이에도 몇 번씩이나 끽연이 반복됩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마지막 순간이 기다려집니다.


이번에도입니다. 교수의 담배가 솟구치는 소용돌이에 휩쓸려 나갑니다.


안개가 걷히고 나면 재는 재떨이에 소복이 모여 있습니다.


그 깔끔한 회색빛 산맥은 프로이트 박사의 연구실에서 찾을 수 있는 물체 가운데 유일하게 정돈된 것입니다.






"17년 동안이나 자네는 이것을 아주 만족스럽게 보더군. 그렇게 통쾌한 일인가?"


예. 저도 모르게 귀신에 홀린 듯이 보게 됩니다. 보고 있자면 기분이 좋아요.


"묵은 병이 사라지는 것처럼?"


정확해요. 종양을 떼어내는 것만큼이나 행복한 일이지요.


"의사다운 표현이군. 이 부분 역시 특기할 필요가 있겠어."


그렇게 말씀하시고, 프로이트 교수는 깍지 낀 손을 가만히 놀리실 뿐입니다.


어째서 오늘은 메모장을 빠뜨리셨는지 묻고 싶을 무렵 그는 내게 말했습니다.


"자네가 특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네."


무슨 이야기인가요?


"자네는 의사야."


그야 당연한 것이지요. 저는 의사입니다.


"그렇게 당연히 여길 만한 일이 아니야. 직무는 때로 인간의 영혼을 규정해.


 자네 스스로는 매일 병원에 출근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 있으니 대수로운 일이 아닐지 모르지만, 상담을 하는 내 입장에선 중요한 문제란 말일세."






듣고 보니 맞는 말씀입니다. 나는 다소 긴장되었는지 넥타이를 조금 고쳐 매었습니다.


저는 의사군요.


옛 시인은 뱃사람과 바다 사이에는 널빤지 하나만이 가로막고 있다고 했지요. 그토록 선원의 삶은 험난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의사란 죽음과 삶 사이의 널빤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가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서 죽음과 삶이 정해지죠.


부자든 빈자든 질병과 사고는 피할 수 없습니다. 만물의 세포가 시간 앞에 노화되고 점차 쇠잔해져 갑니다.


모든 살아가는 것들은 죽어가는 것입니다. 그것들이 제 어깨를 붙잡고, 바다에 빠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씁니다.


내가 고개를 왼쪽으로 까딱이면 오른쪽 사람들이 죽고, 오른쪽으로 다리를 뻗으면 왼쪽 사람들이 세상을 떠납니다.


의사 일은 어느새 노동이 되었음에도 생각할수록 나를 꺼림칙하게 합니다.


그래서 소심한 사람이 의사가 되면 더욱더 소심해지게 됩니다.


나는 의사가 되기 전에도 소심한 사람이었어요.


의사가 되고 난 뒤에는 더욱 심해져서, 내가 누군가를 죽이지 않았을까 침대 위에서 걱정하곤 했지요.


그러고 보면 이 소심함은 유전되는지도 모릅니다.


아니, 이것은 유전이라고 하면 안 되겠군요.


그렇군요… 이것은 절대로 유전이라고 할 수 없겠군요.







저는 키리코가 부디 소심하기를 바랐어요.


대범한 사람들은 대범하게 누군가를 죽이고, 대범하게 자기 목숨을 잃으니까.


그들의 삶에는 거리낌이 없고 장애물도 없어서 안전 장치도 없지요.


나는 사소한 일에도 키리코가 고민하고, 신중하게 행동하기를 바랐어요.


다소 자신감이 없어 보여도 괜찮다.


세상의 어려움과 독기에 대해서 좀 모르고 있어도 어떠니.


부디 동화 속의 아가씨처럼 살아다오.


나쁜 체셔 고양이만 따라가지 않으면 그걸로 좋다.


그러한 순수함은 아이를 온실 속에서 말려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을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스쿠터를 타다 하반신을 잃은 청년이 튜브로 식사를 하는 것도 보았습니다. 출근하고 나면 오전 열 시에 그와 가끔 인사를 했습니다.


모든 것이 잘 될 거라고 믿고 몰래 병실을 빠져나갔다가, 불행히 머리에 벽돌이 떨어져 죽은 아이도 보았지요.


그들이 소심한 죄로 죽었던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신이 우리를 돕지 않는다면 우리는 숨을 죽이고 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나는 우리 딸의 목소리가 조금 작은 것을 오히려 행운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녀는 총명했고 우아했습니다. 다소 소심하더라도 문제될 것이 전혀 없었습니다.


나와 아내는 그림자 속의 원숭이와 새처럼, 촛불 뒤에 숨어 조용히 있어도 좋다는 뜻에서


깊은 겨울이 되면 키리코에게 그림자 놀이를 보여 주곤 했습니다.


나는 나름대로 필사적이었습니다.










그런데, 키리코는 내게 아이돌이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어느 날 아이돌이 되겠다는 그녀의 말을 듣고, 나는 너무나 무서웠어요.


이런 생각이 들지 뭡니까.


내가 이 애에게 못할 짓을 한 게 아닐까.


우리 딸이 원하는 것은, 때로 두려움을 감수하더라도 황금처럼 번쩍이는 삶이었는데, 나는 그것을 아주 오래 전부터 가로막아 왔던 게 아닐까…


은그릇이면 족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녀가 온갖 보석으로 치장된 왕관을 쓰고 싶어할 줄이야.


나는 그러한 삶도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으나 내 딸만큼은 소심한 삶을 바랐어요.


다른 사람도 아닌 내 딸이 그럴 수는 없었어요!


그런데 내 모든 바람이 그 날 딸의 입에서,


아이돌이 되겠다는 그 말 한 마디에 붕괴되고 말았던 겁니다.


키리코가 진심으로 아이돌이 되고 싶어했던 것이라면, 제가 키리코에게 가르쳐야 할 것은 소심함과 신중함, 희생 정신만이 아니었어요.


가장 밝게 빛나는 별로 뻗어 나가려는 자신감과 열정, 강인함, 추진력, 심지어는 투쟁심과 같은 것들.


그것들이 없는 상태에서 아이돌이 된다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이겠습니까?


이 아이는 너무나 착해요. 남을 돌보기 위해서 자신을 아끼지 않습니다.


하늘의 천사도 이렇게 선량하지는 않을 거라고 자신합니다.


그러나 천사는 아이돌이 될 수는 없어요.


무대 위에 올라갈 용기가 없고, 자기 자신의 재능과 솜씨에 대한 믿음이 없고,


누군가를 떨어뜨리고 당당히 우승하더라도, 승리의 기쁨보다 자기 대신 떨어진 아이들이 먼저 눈에 밟혀 우는 아이가 어떻게 아이돌이 된단 말입니까?


이 아이는 천사는 되더라도 진정 자신이 원했던 아이돌은 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


이 무결한 아이에게는 아무런 죄가 없는데,


내가 그렇게 만들었어요…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고, 또다시 원장실의 소파 위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교수님을 보고 있군요.


그래요. 내가 느낀 이 복잡한 감정의 근원은 죄책감이었군요.







나는 이것이 꿈인지 꿈이 아닌지도 상관 않고 꼴사납게 눈물을 흘렸습니다.


교수님은 어느새 또 다른 담배를 태우고 계셨습니다.


그는 오랫동안 눈을 감고 묵상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눈을 뜨고 말씀하셨습니다.


"순수하다는 것은 분명한 매력이야. 그것은 아이돌의 빛남을 결코 가리지 않아. 반드시 걱정할 필요는 없네.

 인간의 정신이란 것은 반드시 표면적으로 드러난 대로만 작동하지는 않기 마련이야.

 순수한 사람은 순수한 사람 나름의 기개가 있어.

 때로 그것은 독니를 품은 강골들에게 지지 않는 굳건한 요새일세.

 그 순수함을 어떻게 아름답게 드러낼지는 이제 자네의 의지에 달려 있지.

 케이크. 케이크라도 준비하게."


나는 제대로 듣지 못해 다시 물었습니다.


"자네가 딸을 응원하고 싶어하면, 응원하면 될 것 아닌가? 그러면 케이크가 필요할 테니까. 케이크를 준비하게."




나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키리코가 좋아하는 케이크는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케이크에 대해서는 궁리하고 싶지 않았어요.


우리 딸은, 케이크보다는 타르트를 더 좋아하니까요.


"훌륭하군."


그는 담배를 피우려 또 다시 집어 드는 것처럼 보였지만, 주머니 속에 넣어만 두고 실제로 피우지는 않았습니다.






"유코쿠 박사."


예.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네. 항상 기억하게.


 자네는 자기 자신의 감정과 무의식이 어떤 과정을 통해 나타났는지를 대강은 알게 되었네.


 내일부터 나는 이 연구실에 더 있을 필요가 없어. 내겐 더 이상 할 만한 일이 없는 것 같군. 자네 딸의 프로듀서를 잘 대해 주게.


 그는 키리코 양의 상냥함을 잘 알게 될 것이고, 그것이 무엇보다 환한 빛이 될 것을 피부로 느끼게 될 사람이야."




그게 정말입니까? 어떻게 박사님이 그것을 알고 있지요?


"나는 바쁜 사람일세. 자네와 동시에 다른 남자를 면담하고 있어.


 맡게 된 아이가 붕대를 감고 있어 적잖이 놀랐는지 밤중에 날 찾아오더군.


 자네와 닮은 점이 아주 많은 사람이야. 싸구려 소파에 퍼질러 누워서 날 만나는 것도 꼭 닮았지."


당신과 이 꿈은 분명 내 무의식의 발현일 텐데, 그것이 어떻게 가능합니까? 저는 그 사람을 실제로 본 적도 없는데…


"대답해 주고 싶지만 시간이 다 되었어. 나는 철저히 시간을 엄수하는 사람일세. 나중에 키리코 양에게 직접 물어 보게."


예? 그게 무슨…





그 순간 커튼 사이로 밀려오는 햇빛은, 밀물이 뻘을 집어삼키듯 맹렬히 저를 내리쬐었어요.


프로이트 교수는 나에게 악수를 청했지만, 나는 당황하다가 제대로 응하지 못하고 잠에서 깼지요.


꿈에서 깨고 나니 평소보다 조금 일찍 일어난 것을 알고,


나는 우리 딸이 좋아하는 타르트를 만들었습니다.


 



 














몇 달 후, 저는 다시 프로이트 선생을 찾아갔습니다.

W.I.N.G에 출전한 키리코는 곧 결승을 앞두고 있었지요.

그런 큰 대회에 우리 키리코가 출전해 결승을 내다보게 되었으니, 장하다는 이야기를 몇 번씩이나 해도 모자랄 지경이지만,

혹시나 떨어지면 키리코가 얼마나 슬퍼할까 정말 걱정을 많이 했어요.

며칠간 밤잠을 이루지 못했지요.

원장실의 소파에 누워서 잠을 청하자, 역시 제 꿈에는 프로이트 교수의 연구실이 나왔습니다.

마지막으로 면담을 한 이후, 정말로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프로이트 교수의 잘츠부르크 연구실 겸 내담실. 너무나 익숙한 그곳.





그러나 교수님은 부재중이었습니다.

부재중인 것 그 이상이었지요.

그 더러운 책상이 처음으로 말끔하게 치워져 있지 뭡니까!

프로이트 선생님의 책상이었던 흔적이라곤 전혀 없었어요.

나는 조금 쓸쓸함을 느꼈습니다.

재떨이도 없이, 유일하게 대신 놓여 있던 차트에는 내 이름도 담뱃재에 관한 기록도 적혀 있지 않았어요.

급한 마음에 나는 차트에 고민거리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공사다망하신 와중에 번잡한 인삿말을 생략하게 되어 너무나 죄송스러울 따름입니다.


선생님 말씀대로 키리코의 프로듀서는 뛰어난 청년입니다.


그는 자나깨나 키리코는 물론 키리코의 새 친구들을 위해 힘쓰곤 하여 제가 그의 건강을 염려하게 될 정도입니다.


덕분에 놀랄 만큼 키리코는 잘 해내고 있습니다.


키리코에게 이런 당당한 면이 있었나 싶어 가끔 밤잠을 이루지 못한 채 보도자료와 사진을 번갈아 보는 나날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 키리코는 또 의상을 입은 모습도 얼마나 예쁜지,


...........


..........


..........


..........


그러나 그도 역시 프로듀서가 된 지 얼마 안 된 모양이라,


W.I.N.G과 같은 큰 무대에 아이돌을 출전시키는 것은


그 역시 큰 부담이라고 생각하는지 원래 말랐던 몸이 갈수록 수척해지고


......


......





걱정의 편지를 쓰자, 그 뒷페이지에는 신기하게도 답이 적혀 있었습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 박사. 휴가를 떠납니다.

 걱정하지 말아요, 내 친구.'





나는 그제서야 다시 잠이 들고, 기쁜 아침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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