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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 수습> - 하종오

시빌런(211.184) 2025.06.11 00:5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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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밥 먹으려고 앉아 있을 때

 내 몰골을 보면 돼지다

 말을 하면 꿀꿀거리는 소리가 나고

 자세를 바꾸면 팔다리가 뒤룩거리면서

 돼지우리에 처박힌다

 

 이 상태를 바로잡으려고

 내 몰골을 보면 황소다

 머리를 더듬으니 소뿔이 돋아나고

 발을 만지작거리니 소걸음으로 걷게 되어

 외양간에 들어간다

 

 잠자려고 방바닥에 누워 있을 때

 내 몰골을 다시 보면 천둥벌거숭이다

 어른들이 잔반으로 키운 돼지를 팔아서

 더 단 음식을 사 먹었고

 어른들에게 전 재산이던 소를 팔아서

 더 넓은 도시로 나왔다


 이런 내가 부끄러워

 이불을 뒤집어쓰고 뒤척거리다가 일어나면

 빈 돼지우리와 빈 외양간을 청소하던

 그 어른들의 모습이 되어

 한밤 내 나를 나무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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