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대학생이었는데 그때가 한창 페미 전성기였던 시절임. 여학우 휴게실, 총여학생회 등등 여성전용 시설물이 많았고 각종 남성차별을 겪으면서도 그에 불만을 가지지 않고 오히려 여자를 돕는 것이 멋지고 쿨한 것이라는 분위기가 실제로 존재했음.

그 짓을 하면서도 또 페미는 싫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음. 내가 호구짓, 보빨은 하고 있지만 이건 내가 쿨해서 그런거고 대놓고 보빨을 하라는 페미는 또 싫었나봄 ㅋㅋ 지금 생각해보면 웃김 ㅇㅇ

이 상황에 대학 자체도 좌파화 되어 있었음. 동아리실에 있으면 빨간선배들이 자주 들낙거리면서 마르크스주의가 어쩌고 저쩌고 이런걸 알아야 진짜 멋진 대학생인거다 라는 식의 분위기를 줬음. 딱히 정치에 관심이 없어서 그에 대해 뭐라 반박은 못했지만 이건 뭔가 잘못됐다는건 피부로 느꼈음. 저게 맞던 틀리던 나를 포함한 아직 정치색이 정해지지 않은 애들에게 강요를 하는건 잘못됐다는 생각이었음.

이렇게 페미가 싫고 좌성향이 싫었어도 그런 분위기에 장기간 노출되면 그렇게 변해가는 것 같음. 어느새 나는 '페미를 싫어하는 이퀄리스트', '좌파를 싫어하는 이상주의자' 정도의 혼종이 됐음. 그래서 난 이 갤에 있는 찐따들이 무기력과 혐오가 습관화 되어 있는걸 심하게 나무라지 않음. 사람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걸 내가 겪었기 때문에 ㅇㅇ

그때 남녀평등에 관한 아젠다로 페이스북 페이지도 하나 운영을 할 정도 였음. 글쓰기에 재능이 좀 있었어서 팔로워도 꽤 많이 모았었음. 본능적으로 레드필을 느끼고 있었음에도 너무나 주변환경이 블루필에 좌파 페미라서 최대한 양보해서 이퀄리즘이 맞고 그게 절대적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에 그럴 수 있었던 것 같음.

거기에 여친까지 레드플래그가 적은, 나를 알파남 대접해주는 사람이었음. 실제로 나는 동아리에서 회장이기도 했고 ㅇㅇ 학벌이 높을 수록 레드플래그가 적다는 말에 어느 정도 동의함. 그런 씹페미 분위기 속에서 페미에 동조를 하면서도 여학우들이 지금 현재 내 주변에 보이는 페미를 잘 모르는 여자들보다 훨씬 레드플래그가 적었으니까 ㅋㅋㅋ

아마 그 여학우들도 나랑 비슷한 상황이 아니었을까 싶음. 남녀가 다르고 자신은 뛰어난 알파수컷에게 끌리고 그 우수한 수컷에게 통제를 받는 삶을 본능적으로 원하면서도 여자는 당당해야 한다, 남녀는 똑같다, 이런 사상을 주입받던 시기였으니 입으로는 페미를 말하면서 막상 사귀는 남자는 스윗한 남페미가 아닌 나처럼 '여혐론자'를 만난거겠지 ㅋㅋㅋ

하지만 난 씹블루필 상태였음. 페미들 다 개썅년이고 이퀄리즘이 위대하고 내 여친은 세상에 둘도 없는 개념녀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던 시기였음 ㅋㅋㅋ 그러다 난 대학을 졸업했고 더 이상 사람들에 둘러싸여 지내던 동아리 회장, 인싸, 리더가 아닌 그냥 초라한 취준생에 불과했음. 그렇게 되자 거짓말처럼 여친은 떠나갔음 ㅋㅋㅋ 당시에는 잘 이해를 못했지. 하이퍼가미, 알파메일 이런 개념을 아는 지금이라면 헤어지기 전부터도 알았겠지만...

그렇게 되고 나서도 정신을 못차렸지. 계속 블루필 상태로 사회에서 만난 다음 여친을 만나게 됐음. 지잡대였고 페미 이딴게 뭔지도 잘 모르는 여자였음. 하지만 페미도 알았고 똑똑했던 전여친보다 훨씬 레드플래그가 심했음. 그렇게 난 임자를 만남.

대학 때 다져진 좌파적, 이퀄리즘적 사상에 심각한 블루필, 이런 취약한 상태로 레드플래그가 심각한 여자를 만나서 진짜 제대로 호구를 당했음. 내가 이렇게 사랑해주면 저 여자도 내 진심을 알아줄거야, 이게 진짜 멋진 남자야, 이러면서 맨날 데리러 가고 데려다 주고 하루에 60~70km씩 기름 버려가며 만났고, 먹고 싶다는거 다 사주고, 여행가고 싶다면 난 일하느라 못가니 혼자라도 다녀오라고 심지어 용돈까지 줬음 ㅋㅋㅋ

아마 내가 그 때 좀 더 돈이 많아서 집을 살 정도였다면 말 그대로 퐁퐁남 엔딩이었겠지만 운이 좋게도 돈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서 데이트비 정도로 그렇게 좀 털리다가 2년간 일해서 모은 잔고가 바닥날 때쯤 여친은 떠나갔음. 먹는 것도 존나 비싼거 회나 스시 이런거 좋아하고 적어도 한달에 한두번은 호캉스 같은거 해줘야 하고 하... 한 1000~2000은 썼을거다 휴... 진짜 병신 중에 상병신 호구였지 ㅋㅋㅋ

딱 이 때 설거지론이 터졌고 결혼만 안 했을뿐 나랑 상황이 똑같아서 진짜 존나 빡쳤었음 ㅋㅋㅋ 그렇게 유튜브 AI가 레필코를 잡아줬고 그 루트를 타고 레필갤에도 들어오게 됨.

10년도 훨씬 넘는 기간동안 연애, 대학생활을 하고 대통령을 3명이나 보고 나서야 뭐가 맞는건지 알겠더라. 블루필 못버리는 애들이나 심한 좌파적 성향, 이퀄리즘 옹호 이런 애들 보여도 너무 미워하지는 마라. 나는 이런 경험들이 맞물리던 시기에 딱 운 좋게 설거지론과 레드필이 터졌기 때문에 깨어난거지, 아마 한 5~6년 전이었으면 오히려 레드필이 병신이라고 바락바락 반박하려 했을거다 ㅇㅇ

 내 여친이 최고 여신이고 니들은 다 여자 못만나서 쓸데없는 개념 만들어서 설파하려는 남자버전 페미들이라고 존나 욕했을거임 ㅋㅋㅋ 사람 성향 바뀌기가 존나 힘들다. 그래도 난 운이 좋아 다행이야. 그러니까 이해가 안 되면 블루필 호구라도 제발 제대로 한번 씨게 박아보고 오라는거다. 연애는 제대로 해본 적도 없으면서 글만 읽고 이해하려하면 절대 못한다.

뭐 지금은 33살인데 레드필 깨닫고 거듭나고 23살 짜리들도 잘 만나고 다닌다 ㅋㅋㅋ 이게 가능할줄 몰랐음. 내가 골격이 좀 두껍고 어깨가 넓어서 운동빨이 잘 받는거 같다. 암튼 다들 화이팅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