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회고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비평가들에게 전쟁을 선포하다
피터 겔브(Peter Gelb)는 "실험적인" 음악이 관객 감소로 이어진다고 주장하지만, 미국 전역에서의 공연들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글: 알렉스 로스(Alex Ross)
2024년 12월 23일
삽화: 다니엘 유르만(Daniel Jurman)
오페라 예술은 그 찬란한 과거의 숨 막히는 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오페라라는 예술이 웅장한 과거의 질식할 듯한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작년에 미국 무대에 오른 현대 작품의 놀라운 배열을 보면 최근 수십 년 동안 그 어느 때보다 그 목표에 가까워진 것 같습니다.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생존 작곡가 없이 시즌 전체를 선보였던 메트로폴리탄은 2024년에 5곡 이상의 현대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존 아담스의 “엘니뇨”, 테렌스 블랜차드의 “내 뼈에 불이 꺼지네”, 케빈 푸츠의 “더 아워스”, 제닌 테소리의 “그라운디드”, 오스발도 골리조프의 “아이나다마르”가 그것입니다. 또한 프로토타입 페스티벌에서 로만 그리고리프와 일리아 라즈메이코의 “초노빌도르프”,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에서 올리버 리스의 “마지막 날”, 디모인 메트로 오페라에서 데미안 게터의 “미국 아폴로”, 오페라 필라델피아에서 미시 마졸리의 “청취자”를 보았습니다.
오페라를 곰팡내 나는 주제에 집착하는 고풍스러운 장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위에 소개한 작품들이 재고의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작품들은 그리스도의 탄생, 버지니아 울프의 자살, 드론 전쟁,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살인, 우크라이나의 묵시록적인 최근 역사, 커트 코베인 같은 록스타, 존 싱어 사르겐트의 호모에로틱 예술, 앰비언트 사운드를 중심으로 한 컬트 사회 등을 다양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이들의 음악적 언어는 그다지 다양하지 않습니다. 퍼츠의 후기 낭만주의와 초기 모던 스타일이 부담스럽다면 “Chornobyldorf”의 요동치는 전자 드론이나 “Last Days”의 부서지고 글리치한 텍스처를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내 뼈에 불이 꺼져"를 통해 R&B와 가스펠 코스를, ‘아이나다마르’는 플라멩코에 불을 붙입니다. 제 귀에 가장 인상적인 곡은 “청취자”로, 단편적인 서정성과 드론 및 글리산도가 어두운 최면 효과를 내며 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말할 필요도 없이, 이들 작품 중 어떤 것도 보편적인 인기를 얻을 운명은 아닙니다. 우리가 그러한 돌파구를 가능하게 할 공통 언어를 갖추지 못한 것도 사실입니다. 오히려 다양한 목소리가 표현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이는 긍정적입니다. 따라서 푸치니처럼 '풍부한 선율의 악보가 있는 오페라'만이 현실적이고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하는 한 오페라 지도자가 있다는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인물이 바로 메트 총감독인 피터 겔브(Peter Gelb)입니다. 겔브는 11월 뉴욕 타임즈에 실은 에세이에서 20세기 후반에 오페라가 “내면으로 향했다”고 주장하며 "실험적이고 때로는 무조적인 작곡"으로 인해 관객들에게 외면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특정 비평가들을 지목하지 않았지만, 그들이 제공한 "먹기 힘든 식단"을 비판하고, 메트에서 자신이 최근 제공한 "더 쉽게 소화 가능한 음식"을 깎아내린다고 비난했습니다.
이러한 언론의 적들 중 적어도 한 명은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난 10월, 뉴욕 포스트는 겔브가 재커리 울프(Zachary Woolfe)가 뉴욕타임즈에서 '그라운디드'를 비판한 것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평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어퍼 이스트사이드에서 열린 기금 모금 행사에서 겔브는 “일부 비평가들은 음악이 많은 청중이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대해 큰 분노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반대론자들은 “엘리엇 카터의 오페라나 대중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작품”을 옹호합니다. 실제로 카터는 마지못해 존경한다는 평을 받는 경향이 있는 완고한 모더니스트였으며, 47분 길이의 “What Next?”라는 단 한 편의 오페라만 작곡했습니다. 제가 아는 한, 울프나 그 누구도 이 작품을 메트로폴리탄에서 공연해 달라고 요구한 적이 없습니다.
뉴욕타임즈 기사에서 겔브는 관객을 소외시키는 아방가르드라는 주제로 돌아와 새로운 타깃을 선정했습니다.
"1978년 초연된 세상의 종말에 관한 오페라 희극인 죄르지 리게티의 “르 그랑 마카브르”는 작곡가가 “안티 안티 오페라”로 묘사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에는 12개의 자동차 경적과 거미공포증을 탐구하는 부조리한 줄거리 등 특이한 주제가 등장합니다. 저는 1990년대 음반사 대표로 재직하던 시절 리게티를 처음 만났고 그의 함부르크 아파트를 방문했습니다. 그는 거미가 몰래 들어오기 전에 빨리 문을 닫으라고 저에게 명령했습니다."
이 비웃음은 카터의 유령 같은 오페라 작품에 대한 비웃음보다 훨씬 더 기괴합니다. 겔브는 20세기의 대표적인 인물인 리게티를 난해한 횡설수설을 쓴 주변부 괴짜로 폄하합니다. 그는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통해 리게티의 '아토스페르'와 레퀴엠이 수백만 명의 관객에게 알려졌고, 유자 왕 같은 거장들이 자신의 프로그램에 작곡가의 에튀드 곡을 정기적으로 포함한다는 사실을 잊은 듯합니다. 2016년 메트에서 오페라 '라무르 뒤 로인'을 성공적으로 공연한 고(故) 카이자 사리아호는(그리고 그의 마지막 걸작인 '이노센스'가 향후 메트 시즌에 공연될 예정임) 리게티의 밀도 높은 질감에 대한 영향력을 인정했습니다. 올가을 프라하 국립 오페라, 바이에른 주립 오페라, 팔레르모 마시모 극장에서 공연된 '르 그랑 마카브르'는 유럽 공연장의 단골 작품으로, 2010년 뉴욕 필하모닉에서 세 차례 공연이 매진된 바 있습니다. 겔브가 떠날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지만, 메트로폴리탄에서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세기 후반 오페라를 지배한 이 “실험적이고 때로는 무조적인” 작곡가들은 과연 누구일까요? 1950년부터 1990년까지 미국 오페라 하우스의 악보를 보면 지안카를로 메노티, 사무엘 바버, 레너드 번스타인, 윌리엄 그랜트 스틸, 잭 비슨, 칼라일 플로이드, 로버트 워드, 더글러스 무어, 도미닉 아르젠토, 윌리엄 볼컴 등의 급진적이지 않고 흥얼거리기도 쉬운 수십 곡의 악보를 볼 수 있습니다. 이 중 몇몇은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전시되었고, 더 많은 작품이 뉴욕 시티 오페라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수십 년에 걸친 멜로디 가뭄이 필립 글래스와 존 애덤스로 끝났다는 겔브의 생각은 오페라 역사에 대한 기본적인 무관심을 보여줍니다.
겔브는 더 깊은 과거를 바라볼 때도 마찬가지로 흐릿합니다. “역사는 예술 작품에 대한 통념이 종종 틀렸다는 것을 여러 번 증명해 왔습니다."라고 그는 말합니다. “1904년 푸치니의 '나비부인'이 라 스칼라에서 초연되었을 때, 이 작품은 엄청난 실패작이었습니다.” 실제로 그랬죠. 하지만 겔브가 회사 웹 사이트의 정보 페이지를 참조했다면 알 수 있었을 것처럼 대중에게도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새벽 장면에서 동물과 새의 울음소리, 버터플라이가 샤플리스에게 아이를 선물했을 때의 웃음소리, 드래프트가 리드 가수의 의상을 잡아 휘날릴 때 '그녀는 임신했다!"라는 외침 등 전형적인 휘파람, 쉿소리, 야유 외에도 관객의 반응이 있었습니다.” 착한 관객과 불쾌한 비평가를 대립시키는 겔브의 포퓰리즘 전술은 레퍼토리가 탄생하게 된 복잡한 현실을 담고 있습니다.
메트의 수장은 이전에도 문화 언론의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습니다. 2012년에는 당시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길드가 소유하고 있던 오페라 뉴스가 Met 공연에 대해 다소 비판적인 리뷰를 게재하는 것을 막으려 했습니다. 오페라는 다른 예술 형식과 마찬가지로 토론과 의견 충돌, 공론의 장에서 번성하기 때문에 이러한 집착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메트로폴리탄이 많은 신작을 무대에 올린다는 사실은 근본적으로 칭찬할 만한 일입니다. 그 중 어떤 작품이 다른 작품보다 관객과 비평가들에게 더 잘 받아들여지는 것은 필연적일 뿐만 아니라 건강한 현상입니다. 겔브의 폭언에 대한 온라인 반응에서 조슈아 코스먼이 지적한 것처럼, 신작 오페라는 본질적으로 실패하기 쉬운 사업입니다: “한 편의 좋은 오페라를 제작하려면 열 편의 신작 오페라가 필요합니다. 나머지 아홉 번은 언론에 징징대면 장기적으로 성공할 수 없습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대중이 무엇을 원하는지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다고 믿는 것은 오페라단이나 국가를 포함한 모든 조직을 운영하는 데 있어 좋지 않은 방식입니다. 우리가 '관객'이라고 부르는 것은 취향, 기대치, 경험, 지식 수준, 열정의 정도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집합체입니다. 지난 한 세기 반 동안 전 세계 음악 환경은 너무나 많은 지각변동을 겪었기 때문에 그 누구도 전체를 파악할 수 없습니다. 푸치니를 모방한다는 생각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푸치니 자신도 그런 움직임을 경멸했을 것입니다. 1920년 푸치니는 쇤베르크의 '구렐라이더' 공연에 참석하여 무조성의 선구자로부터 급진적인 에너지의 폭발을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알마 말러-베르펠에게 들은 것은 바그너의 “구렐리에더”가 쇤베르크의 무조 이전 작품 중 하나라는 단순한 재탕에 불과했습니다. 푸치니는 놀라움이나 도전감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그는 쉬는 시간에 자리를 떴죠.
2024년 주목할 만한 15개의 음반
바라 기슬라도티르, “VAPE”, “힝글라”, “COR”; 바라 기슬라도티르, 에바 올리카이넨 지휘, 아이슬란드 심포니(다카포)
루이스 베르탱, “파우스트”; 카린 데샤예스, 카리나 고뱅, 안테 예르쿠니카, 니코 다르마닌, 마리 고트로, 다이아나 악센티, 티보 드 다마스, 크리스토프 루셋 지휘 레 탈렌 리리크와 플랑드르 라디오 합창단(브루 잔)
칼리 말론, “올 라이프 롱”; 마카담 앙상블, 아니마 브라스, 말론, 스티븐 오말리(이데올로기 오르간)
아이브스, 바이올린 소나타 1번~4번, 피아노 소나타 1번과 2번; 스테판 자키, 제레미 덴크(노네쉬)
브루크너, 교향곡 7번, 메이슨 베이츠, “부활”; 피츠버그 심포니 지휘 만프레드 호넥 (참고)
베일, 교향곡 1번과 2번, “일곱 개의 대죄”; 요아나 말비츠 지휘,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카타리네 묄링, 마이클 포터, 사이먼 보데, 마이클 나글, 올리버 즈바르그(DG) 출연(참고)
사리아호, “아드리아나 마터”; 플뢰르 바론, 악셀 파요, 니콜라스 판, 크리스토퍼 퍼브스, 에사-페카 살로넨 지휘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및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코러스 (DG)
코렐리, 바이올린 소나타, 작품 5; 레이첼 바튼 파인, 데이비드 슈레이더, 존 마크 로젠달, 브랜든 애커(세딜)
오브레히트, 미사 스카라멜라(파브리스 피치에 의해 재구성) 및 기타 작품; 빈초이스 콘소트를 이끄는 앤드류 커크만(하이페리온)
“전쟁의 시간 음악": 드뷔시와 코미타스의 음악; 키릴 거슈타인, 루잔 만타시얀, 카티아 스카나비, 토마스 아데스 (미리오스)
포레, 전집; 다양한 아티스트 (에라토)
루이 베이츠, 멜로디와 노래; 시릴 뒤부아, 트리스탄 라에스 (아파르테)
사라 헤니스, “자이트게버스”, “시계의 죽음”, “모터 테이프”; 앙상블 0, 탈레아 앙상블, 앙상블 데달루스 (신세계)
쇼팽, 에튀드; 임윤찬 (데카)
위르그 프레이, 현악 사중주 4번; 콰뚜오르 보지니 (Q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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