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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리뷰북동의) 5화 시경 '북풍'편의 숨은 의미

ㅇㅇ(121.124) 2021.12.22 20:23:42
조회 5297 추천 220 댓글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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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풍이 차갑게 불어오니 눈이 펑펑 내리네. 나를 사랑하는 이와 손을 잡고 떠나리.

머뭇거릴 시간이 없어 어서 빨리 서두르네.

北風其凉 雨雪其䨦 惠而好我 携手同行 其虛其邪 旣亟只且


북풍이 사납게 불고 눈이 펄펄 내리네. 나를 사랑하는 이와 손을 잡고 돌아가리.

머뭇거릴 시간이 없어 어서 빨리 서두르네.

北風其喈 雨雪其霏 惠而好我 携手同歸 其虛其邪 旣亟只且


붉지 않다고 여우가 아닐 것이며, 검지 않다고 까마귀 아니랴. 나를 사랑하는 이와 손을 잡고 수레에 오르리라.

머뭇거릴 시간이 없어 어서 빨리 서두르네.

莫赤匪狐 莫黑匪烏 惠而好我 携手同車 其虛其邪 旣亟只且


개인적으로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가장 명장면을 꼽으라고 하면, 5화에서 금족령을 받은 세손에게 덕임이 <시경>의 '북풍' 편을 읽어주는 장면을 꼽을 수 있다. 덕임이가 세손에게 선물을 받은 <시경> 구절을 읽으면서 본격적으로 세손과 심적인 교류를 하면서 세손에게 조금씩 마음을 여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닫혀진 문을 사이에 두고 시경의 북풍을 읽는 두 남녀의 모습은 애틋함을 극대화 시키고 둘의 사랑이 매우 품격을 갖추었음을 잘 보여준다.


그런데 덕임이는 <시경> 구절 중 왜 <북풍>을 읽었을까? 공자가 주나라 시기 채록된 여러 제후국의 노래들 중에서 300편의 노래를 간추려서 편집했다는 <시경>은 의외로 남녀 간의 사랑을 직설적으로 다룬 시들이 많다. 시경의 첫 머리의 '관저'편도 갓 결혼한 신혼부부를 물수리에 비유한 노래이다.


덕임이가 읽은 '북풍' 역시 얼핏 보면 남녀의 사랑만을 다룬 노래인 듯 하지만, 여기에는 상당히 정치적인 배경이 숨어있다. '북풍'의 화자는 표면적으로는 매서운 북쪽의 바람을 피해 사랑하는 사람과 수레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려고 한다. 그러나 북풍의 화자가 떠나려고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그가 머물던 나라의 정치적 상황이 매우 어지러워서였다. '북풍'에 갑자기 나오는 여우와 까마귀는 나라를 어지럽히는 간신배라고 할 수 있다. 즉 북풍의 화자는 여우와 까마귀 같은 간신배들에 의해 어지럽혀진 나라를 떠나 사랑하는 이와 정치적인 '망명'을 할 수 밖에 없는 처지이다.


극 중의 이산의 상황, 혹은 실제 당시 세손인 정조의 상황도 북풍의 화자와 다를 바 없었다. 조정에는 여우와 까마귀 같은 외척세력인 홍정여(홍인한), 정백익(정후겸) 등이 세손을 공격하는 상황이었고, 할아버지 영조는 조금씩 세손을 보호할 능력을 잃어버리고 있었고 오히려 자신을 끊임없이 시험하고 있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그나마 이산이 심적으로 기댈 수 있는 것은 덕임 밖에 없었던 것이다. 덕임이 읽은 '북풍'은 이러한 이산의 상황을 가장 잘 드러내는 시라고 할 수 있다.


5화의 시경 '북풍'을 서로 낭독하는 장면은 이산과 덕임이 서로의 마음을 여는 장면을 정말 문학적으로 섬세하게 표현했을 뿐만이 아니라, 당시 세손이 처했던 정치적 위기 역시 암시적으로 잘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옷소매 붉은 끝동의 5화 시경 낭독 장면은 단순히 드라마의 한 장면이 아니라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아래 사진은 오랜만에 펜으로 써 본 시경 '북풍' 편이야. 원래 심심할 때 펜으로 한시 구절을 써 보곤 하는데, 드라마 보면서 연습삼아 써 봤어. 많이 부족하지만 예쁘게 봐 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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