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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원은 순간이었고, 순간이 영원이었구나앱에서 작성

ㅇㅇ(39.7) 2021.12.26 03:57:31
조회 5485 추천 257 댓글 31
														


홍보문구에 쓰였던 그 말. 
그리고 순간은 영원이 되었다.
이게 엔딩에 쓰일 거라 생각했는데
뒤집어 덕임의 마음을 보여준 것 같기도 하다. 

덕임이 꿈꾸는 건 하나였잖아. 
궁에서 나가면 갈 곳 없는 몸, 그러니 궁에서 열심히 사는 것. 사소한 것이라도 선택이라는 것을 하면서.

늘 같은 생활을 반복하고 간혹 예상 못한 고난이 닥치지만
덕임이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에서 선택하고 움직였어.
그 과정에서 산을 만났고 좋아하게 되었지.
그러나 그는 일국의 지존이 될 몸. 
궁녀인 덕임이 닿을 수 없는 분.

산의 정체를 알게된 덕임은 좋아하는 마음을 다잡아 
제 몸 하나 바쳐서라도 산을 지키겠노라 다짐했지.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무엇이라도 하고 싶지만 궁녀로서의 삶이 흔들리지 않으려면 마음부터 잡아야 하니.
허나 마음이 사람 뜻대로 될리가. 서로간에 계속 이어지는 인연과 운명의 줄이 오가며 결국 덕임은 산을 남자로도 좋아하게 돼.

그러나 영원할 줄 알았던 그 시간들은 세손인 산이 왕위에 오르면서 과거의 한 순간이 되어버려. 
나랏일에 늘 바쁜 산을 항상 기다리며 수발을 드는 것 외엔 궁녀인 덕임이 할 수 있는 것이란 없었어. 게다가 후손을 봐야하는 왕의 책무덕에 정치적인 계산들이 오가며 산의 곁에 다른 여인들이 후궁이라는 이름으로 함께하는 모습을 지켜만 봐야하고.

그렇다고 산의 마음을 받아들여 후궁이 된다해도 승은 후궁의 삶이 녹록지도 않고, 그 상황이 되어도 할 수 있는 게 기다림뿐인건 달라지지가 않아. 원자를 보아도 중전의 아들이 되는 것이고 정치적인 혼란에 휩쓸려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알 수 없어. 원자를 보지 못한다면 산이 말대로 쓸모없는 뒷방 후궁으로 다른 궁인들에게 밥버러지같은 존재나 될뿐.

그간 궁에서 살며 덕임이 보아온 궁녀의 삶이란 그러했어. 
영빈처럼 승은후궁이 된 궁녀의 삶도 
제조상궁처럼 꿈꾸던 승은후궁이 되지 못한 궁녀의 삶도
지난한 과정과 허무한 끝만 남아 궁을 떠나는 것.

산을 둘러싼 모든 것들이 변했는데 덕임은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있어. 그런데 상황은 더는 전과 같지 않고 산은 덕임에게 점점 더 왕의 모습으로 느껴져서 점점 더 멀어지는 듯 해.
숨막히는 하루를 생기없이 버텨오던 덕임은 결국 산을 떠나야겠다는 결정을 하지. 어쩌면 궁에서 행할 수 있던 마지막 선택.

상처를 주면서까지 멀어지려했던 덕임은 결국 산에게 출궁 명령을 받고 떠나와. 그렇게 덕임은 1년이라는 시간동안 궁밖에서 필사일을 하며 청연군주 댁에서 안온해 보이는 듯 살아. 산을 보지 못하는 벌을 받으며. 그리 멀리 떠나오면 산에 대한 마음을 놓을 수 있으리라 믿었겠지. 이 또한 언젠간 찰나의 순간이 될거라 생각하며.

그러나 선택인줄 알았던 출궁또한 산의 배려의 한부분이었음을 알게 되고, 우연히 청연군주의 집을 찾은 산을 만나 그 마음을 아직도 놓지 못했음을 깨달아. 그리하여 산을 더욱 단호하게 밀어내게 되지. 아마도 산과의 연은 더는 내일이 없는 순간의 일이 될 거라 생각했을거야.

하지만 운명은 잔인하고도 잔혹한 것. 혜경궁이 다시금 덕임을 궁으로 불러. 그것도 산의 새 후궁인 화빈의 처소로. 궁을 떠나기 전의 상황이 반복될까 걱정하던 덕임의 우려와는 달리 1년새 궁의 상황은 너무나도 달라져있고 덕임의 처지 또한 전과는 같지 않아. 사소한 선택의 순간조차 주어지지 않고 명만을 받들 수밖에 없는 처지. 설상가상 화빈의 질투로 덕임은 매질을 당하고 빨래같은 허드렛일을 하는 벌을 받아. 친구들도 전처럼 서로의 기쁨과 슬픔을 온전히 함께 나누지 못해. 

그 와중에 산의 최측근이자 최고의 권력자였던 홍덕로가 세상을 하직한 소식까지 들려와. 영원할거라 생각했던 삶이 하나씩 변하고 무너지는 상황에 덕임은 무척이나 혼란스러워. 도대체 무엇을 믿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무엇을 붙들고 자신을 지켜야 할지. 어릴적엔 주인인 세손을 지켜서 궁에서 오래도록 살겠다는 목표로 살았지만 이제 더는 그것이 요원해진 상황.

그때 덕임은 산과 다시 만나게 돼. 운명을 벗어날 수 없었던 인연인 그들에겐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혜경궁의 이야기를 듣고 덕임에 대한 자신의 진심을 깨달은 산은 그간 차마 못했던 마음을 꺼내놔. 그리곤 미안하다는 말은 못한다며 고맙다는 말로 미안한 마음을 전해. 

모든 것이 변하고 모든 것이 과거의 순간이 되어버렸지만, 자신에게 변치 않고 남아있던 유일한 것이 산의 마음이었음을 덕임은 알게 돼. 달라진 상황에서도 덕임을 향한 산의 진심은 변치 않았어. 이미 변해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인줄 알았던 마음은, 그리고 인연은 여전히 남아있던 것. 

하여 덕임은 살아있는 이 순간에 충실하고자 해. 
그리하여 산의 마음을 더는 밀어내지 않고 붙잡아.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궁의 삶이라면 
주어진 순간순간을 충실히 살아가는 것이 
덕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일테니. 
그것이 일이든 마음이든 말야.

그렇게 덕임과 산이 나눈 순간들은 영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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