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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리뷰북 동의] 이미 모든 것은 변해버렸다.

ㅇㅇ(124.28) 2021.12.29 03:50:30
조회 1471 추천 76 댓글 15
														



선택이란 걸 하며 살고 싶어

 

사실 산이만큼 덕임이도 불행한 가족사를 갖고 있어

그게 또 운명적이게도 산이와 연결되어 있지

산이의 아버지 사도세자가 가장 신뢰하던 익위사

그래서 함께 죽을 수 밖에 없었던 아버지와 그를 따라간 어머니

동생만큼은 살리고 싶어했던 오빠는 소식을 알 수 없어

 

그 모든 불행을 뒤에 두고 궁에서 살아가던 덕임이가

그리도 밝을 수 있었던 건

어머니 같은 서상궁과 모든 걸 함께 할 수 있는 친구들

그리고 이야기때문이 아니었을까

문학이 삶에 주는 위안이 있으니

 

그걸 누구보다 잘 아는 덕임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뛰어난 전기수이자

글씨를 잘 쓰는 궁녀가 되었어

덕임이 글씨를 잘 쓰는 궁녀가 되고 싶었던 건

문학에 대한 동경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봐

 

비록 웃전을 모시는 종이지만

궁에서 일하는 여관이라는 자긍심도 있었던 덕임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오라버니에게 줄 100냥을 모을 수 있는

생각시의 삶이 너무 좋아. 나인이 되기 싫을 만큼.

덕임인 이미 자신의 꿈을 이루었으니까

글씨를 잘 쓰는 궁녀가 되는 꿈을.

 

산이가 끊임없이 자신을 담금질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인 반면

덕임이는 지금 이대로가 좋고 변하는 것이 싫은 사람이야

산이는 자신을 둘러싼 세상이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고

덕임이는 자신을 둘러싼 세상이 변하지 않아야 자신의 삶을 살 수 있어.

 

하지만 덕임이의 바람은 실현될 수 없어

시간은 흐르기 마련이고 세상은 어떤 방향으로든 변할 수 밖에 없으니까

더군다나 권력에 대한 욕망이 살벌하게 교차하는 궁에서라면 더더욱.

사실 덕임이도 그걸 모르지 않았을거야

다만 참혹한 일을 겪은 어린 시절의 아픔을 감싸줄만큼 따뜻한 사람들과의 시간이 영원하길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 같아

 

산이는 이런 덕임이를 계속 자극하고 움직이게 하는 존재야

그의 애민정신과 군주로서의 책임감, 성군이 되고자 하는 노력

거기에 감히 품어서는 안 될 남자로 느껴지는 마음까지

그토록 변하지 않길 바랐던 세상을 자기 손으로 변하게 만들지

물론 동궁의 나인이니 당연한 일이었을 수도 있지만

덕임이는 선택할 수 있었다고 봐

중궁전으로 가는 길이 열려 있었으니.


 

나의 마음을 잃을까 봐 두려운 것이냐

아니옵니다. 제 자신을 잃을까 봐 두려운 것입니다.’

 

너와 가족이 되고 싶다는 산의 고백이

그와 같이 불행한 가족사를 가진 덕임에게도 똑같은 무게로 다가왔을거야

하지만 덕임은 여전히 변화가 두려워

산의 새 하늘을 누구보다 앞장서서 열었지만

그의 곁에 여인으로 남기 위해서 걸어야 할 그 옛날 영빈의 길은

자기 자신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어 끝내는 자신을 잃어버리는 길이라서.

산이 소중한 만큼 자기 자신도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덕임이니까.

 

하지만 어쩌면 덕임이는 이미 알고 있어.

아무리 마음을 가라앉히고 표정을 숨기며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상태로 자신을 만들어도

즉위 후 제왕의 숙명과도 같은 고통 속에 있는 그의 모습에 가슴이 미어지고

오직 지존을 모시는 여관으로서의 일만을 하는 것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는 걸

원빈에게 가라 말하던 날, 친구들과 함께 있는 시간도 아무 위로가 될 수 없고

자신의 손으로 준비한 방으로 화빈과 함께 들어가는 산이를 보는 것이

종아리에 피가 나도록 매를 맞는 것보다 더 아프다는 걸.

이미 모든 것이 변해 버렸다는 걸.

 

덕로의 죽음과 한번도 자신의 마음을 말하지 못했던 복연이의 서러운 눈물을 보면서

덕임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래서 산이가 처음으로 내뱉은

내가 알지 못하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나를 지켜주어 고맙다는 그 한마디는

덕임이의 마지막 보루를 무너뜨려

그건 산이의 천성을 거스르는 말이었으니까.

덕임이도 더 이상 두려워할 수가 없어, 돌아서는 그를 붙잡을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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