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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리뷰북동의/ 완벽에 가까운 로맨스 남주를 두고 그려낸 여성서사라서

ㅇㅇ(58.120) 2022.01.02 07:50:49
조회 7922 추천 502 댓글 47
														
드라마를 다 보고나서 가슴에 주는 울림이 더 크게 남았음






이 드라마의 남주 이산 정조는 일반적인 로맨스 드라마를 생각했을 때

거의 완벽에 가까운 신데렐라 스토리의 왕자님이지



이 땅에서 유일무이한 지존이라 최대 권력을 지녔고

왕정시대의 임금이라 곧 현대의 재벌3세와 같은 부를 지녔으며

외형적으로도 남성미가 물씬 풍기고 배에 식스팩을 장착한 호남이지


거기다가 충분히 본인 마음대로 내키는대로 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 결코 여주를 함부로 대하지 않고 항상 의사를 물어보고 존중해줌

내 여자에게 기본적으로 다정함

그런데 또 내 여자에게는 따뜻하지만 다른 여자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호랑이 동궁마마임

다른 여자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대 오로지 내 여자만 바라봄


그런데 그렇다고 사랑에 빠져서 나라도 일도 다 내팽겨치느냐? 이건 특히 한국사람들 정서에 절대 용납 못하는 일인데

그런 것도 아님 역사가 인증해주는 조선시대 몇 안되는 성군이야


여기까지만해도 충분한데

여기에 더해서 전국민이 다 아는 가슴아프고 마음쓰린 가정사까지 있어

겉으로 보기에는 이리보나 저리보나 완벽한데

알고보면 보살펴주고 싶고 지켜주고 싶게 만드는 가정사


진짜 말 그대로 완벽한 로맨스 드라마의 남주 그 자체



그리고 이렇게 완벽한 남자 주인공을 여자 주인공은 진작에 마음에 들여놨어

그저 출궁하기 싫어 동궁마마 무사하게 해달라 빌던 덕임이인데

어느새 세손저하 무사히 보위에 오르게 해드리겠나이다 지켜드리겠나이다

둘 만의 계례식까지 치르고

온 몸이 진창이 될 때까지 몇 시경을 달려 무사한 세손저하의 모습을 보고 탈진해서 쓰러져버리지




완벽한 남자 주인공과 사랑에 빠져버린 여자주인공

여느 신데렐라 로맨스 드라마였다면 여기서 둘은 서로 통한 마음을 확인하고 이어져

우리가 맨날 보아왔던 해피엔딩을 맞이했을거야




더군다나 철저한 신분제 사회였던 조선시대에서

아무리 출세해도 정5품 상궁이 최고로 높이 올라갈 수 있는 직위였던 궁녀들에게

임금의 사랑, 승은, 회임은 말 그대로 인생역전 그 자체 정1품 빈으로 신분이 수직상승 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기회잖아?




그런데 여기서 여주인공인 궁녀는 승은을 입기 싫다 궁녀로 남게 해달라 후궁이 되기싫다 거절함

클리셰를 범벅하다못해 넘쳐흐르는 이런 설정 상황 캐릭터 전부 다 갖추어두고

아니 여자주인공만 받아들이면 당장 해피엔딩으로 끝날 이 상황에서 여자주인공이 글쎄 싫다는거야

나 이거 안한대



로맨스 드라마의 클리셰에 익숙한 시청자는 당황하기 시작함

아니 너만 받아들이면 너도알고 나도알고 모두가 아는 그 결말로 다같이 퐁당 빠져서

꽁냥꽁냥도 좀 하고 첫 아이와 행복한 부부가 되어 화목한 가정의 모습도 좀 보고 그러고 싶은데

대체 왜?




그 답은 바로 이 드라마의 캐치프레이즈임

이 모든 물음을 설명해줌

이 드라마의 캐치프레이즈는 왕은 궁녀를 사랑했다 궁녀도 왕을 사랑했을까? 야

왕은 궁녀를 사랑했다 궁녀도 왕을 사랑했을까? 이지

산은 덕임을 사랑했다 덕임도 산을 사랑했을까? 가 아니야

'궁녀'가 과연 '왕'을 사랑할 수 있었을까? 임




결국 궁녀였기에, 왕을 한 번 받아들이면 돌이킬 수 없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어 죽기 전에는 궁 밖에 발 한 번 내딛을 수 없이 본인 삶의 모든 것이 바스라져 버리기에

그리고 왕은 시대가 칭송하는 성군, 만백성을 본인의 자식으로 여기고 진심으로 사랑하는 성군이라 아무리 사랑한다해도 궁녀 하나의 편의를 봐주고자 신의를 꺾는 그런 분이 아니기에

그렇기에 궁녀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왕을 거절하고 싶어하지

그런 분이었기에 사랑했지만 그런 분이기에 거절해야만 했던거



덕임이는 소소한 것이라도 선택을 하면서 살고 싶어하던 주체적인 인물이지

그리고 본인이 필사 일을 조금 더 수고로이 하더라도 친한 친구와 함께하여 그 친구의 웃는 모습을 보고싶어하고

평생 마음의 빚을 진 오라비를 위해서 전기수일 필사일을 하며 거금 100냥을 차곡차곡 모아가는

나의 사람들과의 행복한 시간 나의 사람들을 위한 희생이 더할나위없이 기꺼운 따뜻한 사람이기도 해



그런 덕임이에게 산이라는 인물이 불쑥 끼어들어 마음의 방을 차지하게 되지

그 웃는 얼굴이 떠올라 벌벌 떨면서도 세손저하를 용서해달라 전하에게 빌고

여인은 세심하구나, 다정한 한 마디가 머리에 계속 멤돌고

우연히 욕탕에서 마주한 그 몸은 왜 그리도 생각나고 또 얼굴은 왜 이리 붉어지는건지

덕임이에게 첫사랑이 찾아온거야



그런데 덕임이는 한낱 궁녀이고 산은 세손저하

항상 정5품 상궁까지 될 수 있는 몸이다 라며 궁녀임을 자랑스러워했던 덕임인데

산의 정체가 세손저하인 것을 알게된 날 이후로 기껏해야 종일 수 밖에 없는 이 인생이 괜스레 한탄스러움

그렇게 자랑스러웠던 궁녀 신분이 세손저하 앞에서는 보잘것없이 작아지고

동궁의 궁녀가 되기싫다, 기껏해야 종일 뿐이지 않느냐, 이런 생각도 문득 들게 되는거



그런데 그렇게 마음에 둔 세손저하를 마냥 외면하기에는

사방에서 목숨을 위협받아

거기다 할아비인 전하는 매 분 매 초 세손의 자질검사를 하고 세손을 볼 때마다 저도모르게 본인 손으로 죽인 자신의 아들 사도세자를 떠올리면서 더더욱 혹독하게 세손을 훈육함

지켜드려야 할 것만 같아


그래서 덕임이는 본인의 이 연모하는 마음을 애써 '충'이란 이름 뒤에 가려두고

저하께서 보위에 무사히 오르실 수 있도록 보위에 오르시는 그 날까지 지켜드리겠나이다, 충성맹세를 하지

그리고 실제로 본인의 모든 것을 다 바쳐 세손저하를 지키기 위해고군분투하고

즉위하는데 일등공신이 되지



그런데,

그래서,

이제 서로를 감싸던, 말없이 이유없이 서로의 곁을 지킬 수 있던 모든 핑계거리가 사라지고

오롯이 일개 지밀나인과 지존이신 임금만이 남게 되어버렸네




임금께서는 나를 사랑한다 연모한다 매일 사랑노래를 불러주시고

나도 마음 같아서는 그 사랑노래에 장단맞춰 춤추고 싶은데



이 사랑을 받아들이면

내가 여태까지 지켜오던 내 동무, 오라비, 어미같은 서상궁님과의 관계는 모두 한순간에 변해버리고

소일거리로하던 필사일이나 전기수놀이는 더 이상 임금의 위신을 위해서 감히 엄두도 내어서는 안 되는 일이 되고 말아

한낱 궁녀이지만 그래도 매일매일을 소중히 여기고 기꺼이 아끼며 행복하게 살아가던 덕임이인데

나의 가족이 되어달라는 이 제안을 받아들이면 그저 하루종일 왕께서는 언제 오시려나 기다리는 것이 일이 되는거지



나는 한 번 받아들이면 나의 모든 것을 내어주어야하는데

왕은 본인의 일상에 여인 하나 추가될 뿐 달라지는 것이 없지



나는 내 친구도 내 가족도 내 일거리도 내 취미도 그리고 내 사랑도 모두모두 소중한데 무엇하나 버릴 수 없이 귀중한데

사랑을 선택하면 나머지 모두를 버려야한대

그런데 저 이는 친구도 가족도 일거리도 취미도 전부 그대로 거기에 사랑 한스푼 추가되는 삶을 살게되는 것 뿐임



그러니 결심하게 되었던거지

나는 저 사람을 받아들이지 않겠노라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보다 산을 사랑했던 덕임이기에

다시는 산을 못 보는 그런 상황 앞에서는 인생 전부를 내던져서라도 산을 놓치못하기에

결국 후궁이 되고 회임을 하고 정1품 빈이 된다



그런데 산과의 행복한 순간도 잠시

왕에게 0순위는 나라이고 결코 일개 후궁일 수 없어서

덕임이는 점차 말라간다



자식의 죽음 앞에서도 함께 목놓아 울며 애도하지 못하고

나라 전체를 생각하고 백성을 먼저 생각하는 왕의 모습을 보면서도

뻔히 저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에가서 혼자 엉엉 아이처럼 울 것을 알기에

서운한 마음을 애써 감춰두고 가서 봄이 다시 찾아올 것이다 위로를 건네봄



그렇지만 이렇게 머리로는 이해를 하면서도

마음에는 점차 골병이 들어 결국 죽음을 문턱에 두게된다



임종을 앞두고 내가 평생을 소중히 아껴왔던 나의 사람들을 생각하는 덕임이

산도 보고싶고 경희와 복연이도 보고싶지만

산은 왕이니 본인이 이리 가버려도 등에 짊어진 짐이 나라 전체의 운명이라 슬퍼하더라도 어찌어찌 살아갈 것 같아

그런데 이제 넷에서 둘만 남게 된 경희와 복연이가 너무 마음에 걸려 서상궁에게 동무들을 데려와달라 부탁하지



얄궃게도 덕임이를 덕임이 본인보다 더 잘 아는 서상궁이기에 결국 경희와 복연이를 데려오지않고 왕을 찾아감


왕은 마지막까지 묻지

진정 나에게 마음 한 켠 내어준 적 없느냐

덕임이에게는 정말 바보같은 질문이지만 한편으로는 아 나의 작은 허세가 잘 먹히었구나 하는 통쾌한 마음도 들었을거야

나는 진작에 당신을 위해 나의 모든 것을 내던졌는데 아직까지도 답을 찾지 못했으니 얼마나 우스워




산은 항상 덕임의 동무들을 질투하며 나의 것을 빼앗긴 기분이었다고 했지


덕임이의 임종 직전까지도 덕임이의 동무들을 질투하지

그런데 덕임은 항상 산을 이 나라 전체에 빼앗긴 기분이었을거야


덕임이는 언제나 온 마음을 다해 산을 사랑했지만

일개 궁녀는 왕을 사랑하기에 너무 벅찼던거지

자신의 모든 것을 당연히 내어주고도 왕의 옷소매 자락조차 가질 수 없었기에




결국 죽음에 이르러 서로를 온전히 갖게된 산과 덕임, 정조와 의빈성씨의 모습을 보면서

아 세상에 이런 로맨스 드라마도 존재할 수 있구나

로맨스를 전부 이루면서도 이토록 완벽한 한 여인의 인생을, 여성서사를 그려낼 수 있구나


새삼 충격받고 밤을 새운 아침 끄적끄적여봄




+) 비몽사몽간에 쓴 글이라 민망해서 지우러 들어왔는데 공감 많이해줘서 너무 고맙다ㅜㅜ
막방 후 내내 거의 오열하다가 감정정리 하려고 쓴 글이라 작감배에게도 이 감정 전달하고 싶네
리뷰북동의 할게!! 리뷰북에 들어간다면 영광일거야 :)


+)+) 피드백이 좀 많이 늦었지ㅜ? 미안ㅜ
퍼가는 거에 대한 문의도 있는데 출처 링크만 밝혀준다면 어디든 퍼가도 좋아!!
덕분에 더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면 나야 너무 고맙지ㅎㅎ
다들 새해 산덕과 함께 복 많이 받아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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