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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리뷰북동의] 궁중 여인들의 다양한 연대, 그들의 욕구

ㅇㅇ(39.119) 2022.01.02 23:20:02
조회 4387 추천 234 댓글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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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생각나서 쓰게 됐어.


옷소매에서는 궁중 여인들이 보여준 여러 형태의 연대가 나와

궁녀끼리의 연대와 윗전끼리의 연대,

또는 궁녀와 윗전의 그것까지 골고루 보여줘.

대표적으로는 생각시 시절부터 뭉쳐다녔던 덕임, 복연, 경희, 영희의 모습이 있고

대비전과 혜경궁이 어제 방송에서 보여준 모습도 모종의 연대라고 할 수 있지


1. 서로의 울타리가 되어준 연대 - 막역지우(莫逆之友)

궁녀 덕임, 복연, 경희, 영희는 믿을 게 서로뿐이었고 크고 작은 일을 상의하며 서로를 의지해

네명의 성격이 다 다른 것도 참 재밌는 게

① 성덕임

: 가늘고 길게 살고 싶다면서 결정적인 때 어김 없이 사고침. 모두에게 호감형

② 김복연

: 정 많고 이해심 많음. 항상 웃으려하고 넉살 좋음. 홍덕로가 동눈이 되고 결국 죽게된 후에도 그를 향한 팬심을 보여줌

③ 배경희

: 만날 불평함. 미간이 내내 찌푸려져 있고, 복연에게 제일 많이 짜증냄.

그러나 누구든지 내 친구 까면 사살. 최강의리파. 넷 중에 가장 이성적이고 판단력 좋음.

④ 손영희 : 존재감은 적으나 언제나 너그럽고 온화함.

항상 "덕임아. 살다보면~~ 곧 괜찮아질 거야."의 방식으로 위로함.

이런 사람은 겉보기에 고요하고 잔잔한 수면과 같으나 그 이면을 보면 작은 씨앗이 있고 그것이 발아할 환경을 만나면 크게 소용돌이침.

결코 자아가 없지 않고 알고보면 참으로 담대함.

영희도 자신의 온기를 나눌 남정네를 찾아 큰일을 쳐버림. 그야말로 불나방 같은 캐릭터.


크고 작은 순간에 불과 같은 행동유형을 보이는 덕임과 경희를

물과 같은 유한 성질을 가진 복연과 영희가 어르고 달래며

위기의 순간에 함께 동행해주고 구해주는 모습들이 상호보완적이었고 가슴 뭉클했으며

얘네는 계속 궁녀로 같이 살았어도 늙어서까지 참 재밌었겠다하는 부분.


2. 운명을 공유하여 형성된 연대 - 동병상련(同病相憐)

대비전과 혜경궁은 비교적 왕실의 윗전으로서

혜경궁은 지아비를 비참하게 잃은 후 아들을 보위로 올리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감정과 욕구를 소거하고 모든 것을 뒤로 한채 오매불망 자식만을 바라보는 C-어머니(조선~).

영조의 살아 생전 혜경궁이 중전을 대할 때 머리를 조아리는 것은

자식을 보호하기 위한 C-인맥관리(조선~)의 차원으로 비쳐졌는데

대비의 오라비가 죽고난 후 대비를 찾아간 혜경궁의 얼굴에는 진심으로 어쩔 줄 몰라하는 황망함이 비쳐졌다.

내 아들의 결정으로 여기까지 왔기에 참으로 민답할 수밖에.

혜경궁은 자신의 선에서 도울 의지를 내비치지만 대비는

친누이인 나도 할 줄 아는 게 없는데 당신이 무엇을 하겠느냐, 오라비가 죽었지만 상복도 입지 못하고 사가도 가보지 못하니

누가 우릴 이렇게 가두었는지, 궁궐은 참으로 화려한 감옥이라고 하며 오랜 분한을 표출하지.

여기서 혜경궁은 말수가 없어지고 두 사람의 어두운 뒷모습을 화면에 동시에 잡는 것이

운명을 공유한 여인들의 공감대와 이를 느낀 혜경궁의 말없는 위로라고 느껴져서 좋았던 부분.


3. 한쪽의 일방적인 소유욕이 발동한 연대 - 동상이몽(同床異夢)

일찍이 덕임의 총명함을 알아본 대비는

여범 사건을 해결할 때도 함께 동행해주고, 자신과 말이 통하는 덕임을 흥미로워하지.

대비가 내린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덕임의 답은 모범답안은 아니었으나,

하나 같이 이치에 맞고 덕임의 고운 성품을 보여주는 것들이었어. 대비는 점점 덕임을 자신의 곁에 두고 싶어져.

이들은 서로 연대하여 친잠례 때 옹주를 중전의 앞에 꿇리는 데 성공하지. 대비는 덕임이 더 맘에 들어.

하지만 덕임은 딱 거기까지야. 위태로운 세손을 돕기 위해 연대한 것이지 대비의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

자신이 세손의 사람이므로, 화빈의 사람이므로 대비전의 스카웃을 번번이 거절해.

너무 곧으면 부러진다고 했던가, 덕임이 이리 대쪽 같이 나오니 대비는 그녀를 무너뜨리려고 해.

잠시 화빈과 연대하여 덕임을 궁지에 몰고, 이를 통해 상감과 거래를 시도하지.

하지만 그것은 실패했고 덕임은 승은을 입게 되면서 대비는 영영 그녀를 갖지 못해.

후에 문효가 죽었을 때 혜경궁은 목놓아 울고, 대비는 조용히 눈물을 떨구어.

왕실의 세자이자 증손자의 죽음이기도 했지만,

자신이 끝내 막지 못한 한 여인(성덕임)의 기구한 운명에 대한, 소리 없는 비통함이 느껴졌어.


4. 한번 새긴 은혜는 끝까지 잊지 않은 연대 - 결초보은(結草報恩)

어릴 적 덕임을 청지기의 딸로 거두어 입궐시킨 혜빈은

어느샌가 아들의 마음에 들어온 덕임이 거슬려.

계례식 때 발을 드리우고 나눈 혜빈과 산의 대화로 인해 덕임은 우롱당한 기분이 들지만

이내 자신의 위치를 깨닫고 산의 감정을 못본 체 하며 충(忠)을 다짐해.

그후 영조의 치매가 발병하며 차기 지존의 지위가 위태로운 상황이 되고

덕임은 혜빈과 연합하여 明,五,奉의 의미를 함께 해결하며

그 과정에서 혜빈에 대한 죽은 지아비의 믿음까지 확인시켜줘.

결국 덕임의 도움으로 산은 무사히 보위에 올랐고, 혜경궁은 이를 잊지 않아.

푸른토시 사건에서는 덕임의 손을 친히 잡고 들어와서 해명에 나서주지. 혜경궁은 한번 새긴 은혜를 끝까지 잊지 않아.


5. 시작의 명분은 있었으나 끝에 가서는 그것이 흐려진 연대 - 용두사미(龍頭蛇尾)

제조상궁과 궁녀들은 과거 궁녀를 물건 취급했던 선대왕을 비난하고

궁녀들을 무자비하게 죽였던 사도세자에 대해 이야기하지.

그리고 그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임금을 믿을 수 없다고 해.

산은 그 불신과 분노를 끊어낼 훌륭한 왕재였으나,

궁녀들은 그 감정들을 대물림하며 연대했어. (제조상궁-월혜)

특히 제조상궁은 자신의 연모가 영조에게 부정당한 지극히 사적인 과거가 있는데

그를 인해 더욱 불신을 키웠고 그 감정을 궁녀들에게 전이하여 확산시켰어.

자신들을 분노케한 선대왕과 사도세자는 이미 죽고 없는데도

궁녀들은 그 실체를 명확히 알 수 없는 불신에 휩싸여 살수가 되고, 역모에 가담해.

분명 처음에는 존재했으나 끝으로 갈 수록 실체가 없어진 명분으로 연대한 그들의 최후는 죽음이었지.



덧붙여 이 작품에서는 여인들의 다양한 욕구가 패관문학을 통해 나타나는데,


① 홍계월전

- 남장 여자인 홍계월이 자신의 기량을 맘껏 발휘하는 내용의 여장부소설.

홍계월의 성별이 밝혀진 후에는 천자의 주선으로 결혼도 하고 남편의 애첩을 단칼에 베어낸대.

홍계월전은 대비가 덕임에게 읽어달라고 하는 소설인데

대비의 영민함과 처세술로 봤을 때 남성으로 현신했다면 영의정 또는 조선제일검 되고도 남았을 거야.

구중궁궐이어서, 그보다 앞서 여인이기에 그러지 못하지.

어린 나이에 영감에게 시집와서 옹주가 기어오르고 문소의가 나대는데 얼마나 쥐어박고 싶었겠어.

이 소설을 통해 대비는 아마 대리만족했을 거야.


② 운영전

- 안평대군의 궁녀 운영과 김진사가 금지된 사랑에 빠지는 비극적인 내용의 소설

궁녀는 절대 외간 남자를 사모할 수 없는데 그 어려운 사랑을 주인공이 해내고 말아.

결국 사통한 것이 천하에 드러나고, 운영도 죽고 김진사도 따라 죽는 애절한 이야기가

평생 임금만을 사모해야하는 궁녀들의 심금을 이내 울려버리고

'한번 사는 인생 왜 이렇게 살아야할까?'라는 문제의식을 발동해.

이걸 베르테르 효과라고 봐야하는지 모르겠지만 궁녀 손영희도 그 운명을 따라가고 말아.


③ 곽장양문록

- 이 책은 의빈, 청선군주, 청연군주, 복연, 영희, 경희가 필사에 참여했다고 나오는데

원작가님이 작품의 아이디어를 최초로 얻게 된 건 이 <곽장양문록>이래.

이 책에 적힌 여인들의 이름을 보며 무슨 사연이 있었을까하며 문학적 상상력을 펼친 거지.

드라마 초반부에 경희는 투덜거려. 복연이, 영희는 도움도 안되는데 대체 왜 필사에 참여시키냐고.

그러자 덕임은 그것이 내 선택이고 앞으로도 선택이라는 것을 하며 살고 싶다고 해.

청선, 청연은 완성된 책을 패관소설 덕후인 할아버지에게 바치며 오라버니를 구하고 싶은 마음이었고,

덕임은 완성된 곽장양문록을 바치면서 왕에게 자신의 특출한 솜씨를 인정받게 돼.

신분이 미천한 복연, 영희는 자신들이 군주들과 같은 작업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감개무량해보였지.

여기서 더 나아가 영희는 흔하디 흔한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는 것만으로 감격하여 후에 이 책을 숨기고 싶어했어.

제조상궁은 이 책을 통해 영조의 매병을 확인했고, 불태워버려.

한 책에 다양한 인물의 다양한 성품과 욕구가 담기고,

더 확장하면 그들의 앞날까지 연결되어 있는 게 참 흥미로웠어.

덕임은 선택을 하며 살아가고 싶어하지만 필사로 윗전의 주목을 받게 되었고 지존의 곁으로 다가설 수록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좁아져.

청선, 청연은 오라버니를 위하며 이후에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나가지.

영희는 흔한 자신의 이름을 귀하게 불러준 그 사람에게 마음을 빼앗기게 되고 이 사랑을 몰래 숨겨.

제조상궁은 마지막에 어심을 확인하고는 자신을 죽음으로 내던져버렸어.


이외에 패관소설이 더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정도로만 써볼게.


구중궁궐에 숨겨진 여인들의 다양한 연대와 욕구.

처음부터 이것들에 초점을 두어 보려했던 건 아니었지만 드라마가 끝나고 돌아보니 참 인상깊었어.

우리 드라마는 그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았던 궁녀의 마음을 조명한 드라마잖아.

그간 비교적 주목받지 못했던 궁중 여인들 하나하나에 애정을 갖고 공을 들였다고 생각해.

이것도 내가 우리 드라마를 사랑하는 이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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