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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리뷰북동의/ 성군 정조가 되기위한 인간 이산의 희생

ㅇㅇ(58.120) 2022.01.05 15:01:10
조회 1652 추천 71 댓글 16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redsleeves&no=69493&exception_mode=recommend&page=9


며칠 전 옷소매 막방 직후 성덕임이라는 인물의 서사를 중심으로 리뷰를 썼었는데 이어서 이산 정조의 서사 중심으로 리뷰를 써보려고 해


이전의 리뷰에도 썼듯이 이산 정조라는 인물은 로맨스 드라마의 남자주인공으로 완벽에 가까운 인물이지


여기서 성덕임이 로맨스 드라마의 신데렐라 스토리 클리셰를 깬 캐릭터가 맞긴 하지만


이산 정조도 단순히 신데렐라 스토리의 왕자님이라고 정의하기에는 그 이상의 묘사를 드라마에서 성공적으로 해준 것 같아




오히려 성덕임은 자유롭고 싶어하고 주체적으로 살아가고 싶어하는 현대적인 관점을 가진 인물이라서


다소 감정선을 생략하더라도 나인 시절의 자신과 인사하는 장면과 같은 한 두 장면을 통해서 시청자들의 감정이입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


어떻게 생각하면 이해시키기 쉬운 인물이기도 하지





그런데 이산 정조는 인본주의 정신을 갖고 만백성을 박애주의적으로 사랑하는 성군이라 더 어려운 인물같아


본인이 살던 그 시대에도 유일무이한 존재였을 뿐만 아니라 현대의 가치관으로는 존재 자체가 부정당하는 인물이잖아


현대인인 우리에게는 내 주변의 가족들이 가장 소중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을 우선하게 되는게 너무 당연하니까


저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백성의 죽음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배 아파서 낳은 자식의 죽음을 똑같은 무게로 여겨야만하는 군주의 의무와 심리를 이해하는 현대인은 없을거야





'사랑보다 나라가 우선이었던 제왕'





산은 정말 사랑보다 나라가 우선이었던 제왕이었을까,


난 오히려 산이 본인 개인의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나라를 망치고싶지 않아하던, 스스로의 사랑을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제왕이었다고 생각해





예전에 읽었던 책 중에


이 세상 전체를 동등하게 사랑하며 만물을 다스리던 천자가


한 여인을 연모하게 되면서 그 세상 전체가 그 여인을 중심으로 뒤틀리고 무너지는 그런 장면이 있었거든


박애의 정신으로 만물을 사랑해야만하는 천자에게 편애가 생기는 그 순간부터 천자의 사랑에 차별이 생기고 관심에 차이가 생기는거니까


세상에 균열이 생기고 뒤틀리게 된 거지






문득 왕이 된 이후의 산의 모습을 보면서 그 장면이 떠오르더라


백성 전체를 자신의 자식처럼 아끼고 사랑하는 성군이었던 산에게 사실 누군가에게 마음을 내어주고 곁을 내어주면서 가장 두려웠던건 바로


다름이 아니라 이 나라 백성들에 쏟는 애정과 관심에 저도 모르게 차이가 생기게 되어서


본인이 이루고자했던 이상적인 나라에 균열이 나는 것이 아니었을까






덕임이를 향한 산의 사랑에 다소 집착적인 면모가 존재하는 것도


박애의 정신으로 온 세상과 만백성을 대하던 산이의 세상이 덕임이에 대한 편애로 균열이 발생해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묘사하는 것만 같아





원래 군주가 만백성에게 내리는 사랑은 '베푸는' 것이고 보통 궁녀에게도 임금이 승은을 '내린다'고 표현하지


군주는 그저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베풀기만하면 되는 입장이고 굳이 그 백성들의 마음을 확인받고 싶어하지는 않아, 그저 잘 사는 모습을 보기만하면 충분하지


일개 궁녀의 사사로운 마음 하나하나를 궁금해할 필요조차 없는데 산은 늘 덕임이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하고 표현을 해달라 요구하지


산 본인이 마음만 먹으면 내키는대로 할 수 있었는데도 끝의 끝까지 덕임이의 선택을 존중하려고 했던 모습들 하나하나가 전부 '본인의 천성을 거스르는' 행동이었던 것





산은 군주로서 만백성의 어버이가 되어 모두를 똑같이 아껴야한다는 신념을 지키기 위해


평생의 소꿉친구로 지낸 배동 홍덕로도 겨우 죽음만 면하게 해주고, 그의 죽음에도 홀로 편전에 앉아 애도의 글을 쓴 뒤 아무도 모르게 태워버리지


하나남은 이복동생 은전군도 본인의 손으로 사사한 이후 그 슬픔을 달리 표할 길이 없어 술에 취해 웃다 울다를 반복하고


사랑하는 아들의 죽음과 그를 본 사랑하는 반려자의 슬픔 앞에서도 위로 한 마디 없이 백성에 대해 이야기한 뒤 혼자 동궁을 찾아가 오열하지





세손시절에도 임금이 된 이후에도 산은 평생 본인이 필부인 모습을 상상조차 해보지 않았다고 답했지만




죽음을 앞둔 정조가 선택한 것이 필부로서 온전히 누릴 수 있는 덕임이와의 사랑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결국 평생을 걸쳐서 원했던 덕임이의 사랑표현을 죽음에 이르러서야 원없이 느낄 수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본인만 깨닫지 못했을 뿐, 가슴아파하고 괴로워하던 그 순간들은 모두 제왕의 무게를 온 몸으로 느끼고 필부와 같은 선택을 하여 도망치고 싶었던 바로 그런 순간들 이었던거지






'왕은 궁녀를 사랑했다. 궁녀도 왕을 사랑했을까?' 라는 물음에 이전의 리뷰에서는 후자에 방점을 찍었었지만


사실 '왕은 궁녀를 사랑했다'는 문장이 너무 당연한 것도 군주의 입장에서는 무서운 일이었을 거야


모두가 당연히 왕의 궁녀에 대한 사랑을 안다는 것은 곧 누군가 왕을 휘두르기 위해서 자신이 사랑하는 궁녀를 이용할 위험이 상시 존재한다는 것이었으니까




결국 덕임의 의사를 존중하고 싶어하던 산이 승은을 내리기로 결심한 가장 큰 이유도 대비가 덕임이를 이용하려고 했기 때문이었지


덕임이가 회임을 했을 때 중전에게 위로하러 간 것도 왕으로서 내명부의 균형을 지키고 덕임이를 지키기 위해서였고




덕임이 세상을 뜬 이후 간택후궁을 선발할 때 모두 어딘가 덕임을 닮아있었던 것에도 산은 불같이 화를 내지


이 장면이 산에게 덕임이 유일무이한 특별한 존재임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왕인 자신의 사랑이 결국 누군가에게는 보다 환심을 사보려는 수단으로 이용되는 대상이었다는 것에 대한 분노였었던 것 같기도 해





왕정제라는 것이 얼마나 왕이라는 한 개인에게 잔인한 제도였는지


또 정조라는 인물이 그 속에서 개인의 인생을 얼마나 희생해가며 성군이 되었는지





곱씹을수록 이산 정조라는 성군의 인간적인 고뇌와 그가 짊어진 왕으로서의 짐을


로맨스 드라마가 그것도 정조의 업적에 대한 직접적인 묘사 장면 단 하나 없이


어떻게 이토록 설득력있고 완성도있게 그려낼 수 있을까 감탄하게 되더라






옷소매는 어떤 인물의 관점에서 드라마를 바라봐도 완성도 높은 서사를 읽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


두고두고 길이 남을 명작이 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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